우리말 시간 여행 - 오늘의 우리말 [수고하다]

[STB하이라이트]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이 ‘수고하다’는 말, 과연 언제부터 우리가 사용해 온 걸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힘을 들이거나 애를 쓰다.’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수고’가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고유어로 분류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한자 ‘受苦’(받을 수, 괴로울 고)에서 온 말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말이 적어도 500년 이상 우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말이라는 것입니다.


‘수고하다’의 옛 모습을 찾아가 볼까요? 16세기 문헌에 이미 ‘슈고ᄒᆞ다’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슈고ᄒᆞ다’는 어떻게 ‘수고하다’가 되었을까요?


첫째, ‘슈’가 ‘수’로 바뀐 것은 근대 국어 후기에 ‘ㅅ’ 뒤에서 이중모음들이 단모음화하는 현상 때문입니다.

둘째, ‘ᄒᆞ’가 ‘하’로 바뀐 것은 근대 국어 시기에 하늘을 나타내는 아래아 [ㆍ]가 지금 우리가 쓰는 ‘ㅏ’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 ‘수고’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습니다. 단순히 ‘노력’이나 ‘애씀’보다는 ‘고생’, ‘괴로움’의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당시 기록들을 보면 ‘백성들이 수고가 심하다.’는 식으로, 고난이나 고통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어려운 일을 해내는 노력’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바뀌어 갔습니다. 고생 속에서도 무언가를 이루어 내려는 의지적 행위를 뜻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근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의 의지적 노력이 중요해지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이런 의미 변화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가 인사말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정확한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직장 문화가 생겨나면서 점차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1960~1970년대 경제 개발 시기에는 ‘일’과 ‘노력’이 사회 전반의 핵심 가치가 되면서, ‘수고’라는 말이 크게 확산됩니다. 많은 사람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며 새로운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가 자연스럽게 퍼져 나갔습니다.

고난을 의미하던 말이 노력을 뜻하는 말로,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는 인사말로 발전해 온 ‘수고하다'— 500년을 넘나드는 이 말의 여행 속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일과 노력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