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의 『손자병법孫子兵法』
[이 책만은 꼭]
이해영 객원기자 (서울관악도장)
BCE 6세기 무렵 등장한 이래,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송宋나라 이후로 명明⋅ 청淸대에 쓰인 해설서와 응용서만 해도 수천 권이 나온 시공을 초월한 인기 도서라 할 수 있다. 매년 연초가 되면 각계의 리더들은 물론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손자병법』을 찾는다. 전쟁이 없는 시대에 『손자병법』은 경영 지침서나 개인의 처세서 등으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저자의 지적처럼 본래 병법서인 『손자병법』이 리더십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교훈으로 포장되는 데는 약간의 괴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 임용한은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 동서고금의 전쟁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전쟁사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특히 전쟁이 벌어진 시대의 역사를 면밀하게 분석해 현실적인 해석을 덧붙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책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은 그동안 세상에 선보인 수많은 해설서 중에서도 동서고금의 전쟁사로 『손자병법』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의 참고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자병법』이 전쟁의 현실과 동떨어져 해석되는 사례들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고,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진행하며 이런 마음은 계속 커져서 결국 전쟁사에 방점을 찍은 『손자병법』 해설서를 집필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 나온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올재 클래식스OLJE CLASSICS를 통해서 출간한 뒤 여러 번 수정하고 또 수정해서 펴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명실공히 최고의 고전古典과 대한민국 최고의 전쟁사 분야의 장인匠人이 만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고대 중국 춘추 시대의 병법가 손무孫武가 지은 병법서다. 춘추 말기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었던 시기이다. 수십 개의 나라로 분열되어 전쟁과 모략이 횡행하던 시기에 필승법으로 쓰인 이 책에는 승리하는 전략과 전술의 정수를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경영, 인간관계,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원본은 춘추 시대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유명한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를 섬기던 손무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손자병법』의 골간은 약 800년이 지난 2세기 삼국 시절 『손자병법』의 애독자로 당시 위魏나라를 세운 조조曹操가 원본을 요약하고 해석을 붙인 ‘위무주손자魏武註孫子’ 13편이다.
그로부터 1,200년이 지나 국방에 관심이 많았던 조선의 세조 즉 수양대군은 『손자병법』에 주석을 단 ‘무경 칠서주해’를 펴냈으며, 100년 후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은 『손자병법』으로 다진 전략과 전술을 통해 바다로 침략해 오는 일본으로부터 우리 바다를 지켰다. 오랫동안 나폴레옹이 『손자병법』을 통독했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돌았다(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다시 40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이름을 날린 독일의 로멜과 미국의 패튼,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더글러스 맥아더까지 모두 『손자병법』을 교본으로 활용했다. 평화의 시대인 지금도 사업가로 세계를 제패한 빌 게이츠나 손정의 같은 이들이 ‘『손자병법』’에서 답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며, 대선 패배를 딛고 일어나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역시 『손자병법』을 인생 책으로 꼽았다.
공자와 동시대인 춘추 시대의 전략가 손자孫子의 원래 이름은 손무孫武다. 그는 제齊나라 사람으로 오왕 합려와 부차의 장군이 되어 초나라를 무찔렀다. 그가 남긴 저서 『손자병법』은 중국 최초의 병서兵書이다.
한편 손무의 후손으로 맹자와 거의 동시대 인물인 전국 시대 제나라의 전략가 손빈孫臏이 저자라는 설도 있었으나, 1972년 4월 산둥성 은작산銀雀山 한漢나라 무덤에서 엄청난 양의 죽간이 발견되어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의 연구 결과, 손무의 기록이 『손자병법』의 원본이고, 손빈의 것은 제나라의 『손자병법』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주류 학계의 추정이다. 한편 손무가 지었으나 그의 후손인 손빈에 이르러 완성됐다는 설도 있다.
처절함 속에서 희망을 통찰하는 대한민국의 역사학자이자 전쟁사 전문가로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의 보고”라고 말하며, 전쟁사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를 통찰하는데 탁월함이 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 학사 및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국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누적 조회수 8천만 이상)해서 국방TV 자체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튜브 채널 및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등 다수가 있다.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이 기존의 『손자병법』과 차별화된 점은 병법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실제 전쟁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3단계로 나눠 풀어낸다.
먼저 이 책은 손자의 말이 지닌 의미를 손자의 시대에서 찾으려고 한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던 시기인 기원전 6세기는 전쟁의 방식도 달랐다. 그 시대의 정세와 그 속에서 벌어진 전쟁을 분석해 봄으로써 손자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다음으로 기원전 6세기 서양에서 벌어진 마라톤 전투부터 가장 최근 벌어져 현재도 진행 중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동서고금의 전쟁과 전투를 소환해서 『손자병법』의 명언들이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또 실패로 이끄는지 해설한다. 동서양을 통합한 헬레니즘 제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카르타고의 한니발, 조선의 이순신, 프랑스의 나폴레옹 같은 명장들부터 슐리펜계획의 몰트케, 베트남전의 조지 무어, 독립전쟁의 콘월리스 등 실패한 장수들의 사례까지 『손자병법』의 틀 안에서 살펴본다. 이로써 『손자병법』이 어떻게 현대까지 그 생명력을 지속해 왔는지, 그 이유를 증명해 낸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인 모든 리더를 그 대상으로 확장한다. 우리 자신들도 스스로 인생을 이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대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병법서를 ‘전쟁’이라는 돋보기로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인생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제하고,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쟁을 경영하는 방법에 대해 굉장히 치밀하고 현실적으로 서술한 데에 있다.
이를 잘 보여 주는 부분이 첫 부분 계計의 장에 나오며, 이는 손자뿐 아니라 저자의 철학이 묻어나 있는 부분이다.
이상과 같이 ‘자세’에 관해 언급한 부분들에는 곱씹어 볼 문구들이 참 많다. 손자병법 자체도 그렇지만 저자의 돋보이는 혜안도 잘 드러나 있다. 이런 자세로 손자병법을 읽었을 때, 손자가 제시하려는 사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대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모공謀攻 편에서 알 수 있듯이, 손자는 결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화주의자는 아니지만 비호전적이다. 전쟁을 간단하게 일으키는 것이나, 장기전에 의한 국력 소모를 경고하고 있다.
2. 굉장한 현실주의자이다. 치밀하게 관찰한 모습에 근거하여, 전쟁의 여러 가지 양상을 구별하고, 그 상황에 대응한 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고의 전략은 적의 계책을 꺾는 것이며, 외교⋅심리전이 물리적 충돌보다 우선한다고 말한다.
3. 선승구전 先勝求戰, 이길 싸움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도권을 중시하였다. 허실虛實 편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예상치 못한 때에 출격하라는 것과 기습의 중요성 등을 말하였고, 군형軍形 편에서는 싸움을 잘하는 자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승리하며 무리한 싸움은 피하라고 하였다.
4. 현대의 스파이전에 비견될 만큼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용간用間 편에서는 대전략 차원에서든 전술 차원에서든 정보가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5.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 시계始計 편에서부터 전체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리한 조건에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통해 “싸움은 최후의 수단이며, 진정한 전략가는 싸우기 전에 이미 승리를 결정한다.”라고 역설한다.
이제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 몇 가지 구절을 살펴보겠다.
상하가 하나가 되려면 집단이 목적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그런데 목적의 공유가 상하 모두 같은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조직이 이런 실수를 한다.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려니 거창하고 그럴듯하고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운다. ‘성전’, ‘1등 기업’, ‘세계 평화’ 이렇게 너무 숭고하거나 보편적인 목적을 내세울수록 수면 밑의 다양한 생태계를 보지 못하고, 착오를 저지르게 된다. 상하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적은 다르더라도 목표와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시민 징집군이란 새로운 형태의 군대를 탄생시켰다. 시민군은 유럽의 해방자, 혁명의 전도자란 명칭을 얻었지만, 실상은 침공군의 약탈자였다. …… 새로 부임한 젊은 사령관 나폴레옹은 병사들의 보수와 장비부터 해결했다. 그리고 병사들을 이탈리아로 데려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풍요한 도시가 너의 발밑에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나폴레옹의 병사들은 기동과 행군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고, 험한 알프스 지형에서도 상대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뛰는 방식으로 대군을 격파했다.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그다지 건전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 단합은 나폴레옹의 야심과 병사들의 다양한 욕구와 욕심이 합쳐서 목적의 공유를 이룬 것이다. 나폴레옹은 자신이 병사들의 욕망을 이해하고 실현해 줄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얻음으로써 목적의 공유를 이루고, 이를 에너지화해서 전에 볼 수 없었던 군대를 만들어 낸다. (책 27~28쪽)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논리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며, 가장 위험한 사람은 대책 없는 강경론자다. 전쟁에서는 강경론이 득세한다. 그 직전에 작은 승리라도 거두었다면, 신중론을 펴는 사람은 비겁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용사가 될 수 없다. 리더는 경박해서 용감해 보이는 사람과 진정한 투사, 겁이 많아서 신중한 사람과 시야가 넓어서 신중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런 참모들이 하는 조언을 받아들여 싸울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판단할 수 있다.
몽골군이라고 하면 전투적이고 야성적인 전사를 연상하기 쉽다. 실제로 칭기즈칸 이전에는 그런 인물이 용사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칭기즈칸은 전사의 기준을 바꿨다. 칭기즈칸이 가장 꺼린 리더가 대책 없이 용감하고 무모한 전사였다. 칭기즈칸은 그런 인물은 아예 전쟁터에서 격리해 말 먹이는 곳으로 쫓아 보냈다. 칭기즈칸에게 우수한 장교는 싸울 때와 싸우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사람, 공격을 개시할 최적의 타이밍까지 꾹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혜와 인내, 칭기즈칸은 초원의 야만적인 전사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기준을 철저히 준수했고, 그의 군대는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다. (148쪽)
손자의 문제의식은 전쟁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우의 상황’ 다시 말해 예측 불가능하며, 아군과 적군이 지략을 다해 치고받는 변화무쌍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이다. 장거리 원정과 정복 전쟁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본국에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겪고, 아무리 많은 훈련을 했어도 대비할 수 없다. 신천지를 만날 때마다 충분한 데이터를 준비하고 뛰어들려 하다간 100년이 걸려도 천하 통일은 이루지 못한다. 손자의 이 말뜻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오늘날, 내일의 변화에 완전하게 대비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선행 학습이 아니라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여기서 손자가 말한 지피지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알 수 있다. 미지의 상황에서 대응하는 능력과 반응이다. (154~155쪽)
손자는 도하를 시도하는 적이 물속에 있을 때 공격하지 말고 절반쯤 도하한 뒤에 공격하라고 했다. 이들을 공격할 때도 물가에 붙어서 싸우지 말고 주변의 고지대를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이 말에 반대하는 지휘관도 있을 것이다. 도하 작전이나 상륙 작전의 성패는 교두보의 확보에 달려 있다. 교두보를 허용하지 않고, 적의 후속 부대가 계속 건너오지 못하게 하려면 아군을 물가에 붙여서 교두보를 설치할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물가에 붙어서 싸우면 결국 전투는 아군 맨 앞 열과 적군 맨 앞 열의 싸움이 된다.
한마디로 손자는 지형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물가 주변에는 비탈이나 고지대가 있게 마련이다. 손자는 그 지형을 이용하라고 말한다. 교두보의 확보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교두보에만 집착해서 스스로 전술을 제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전략과 전술을 구상할 때 ‘교두보’와 같이 형식적인 것들에 집착해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35쪽) ■
『손자병법』은 모두 1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나라 시대에 간행되고 1972년 산둥성 임기현 은작산 고분에서 출토된 편명 일부가 계計, 형形과 같이 한 글자로 되어 있다. 그런데 후대 사람들은 한 글자 제목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송나라 때 역대 대표적인 병서를 모은 『무경칠서武經七書』가 편찬되었을 때 편명은 지금과 같이 시계始計, 군형軍形처럼 두 글자로 되어 있다. 두 글자 편명은 뜻을 명확하게 해 주지만 손자의 심오한 사고를 제약하는 단점도 있다. 여기서는 두 가지 편명을 함께 제시해 본다.
1. 계計, 시계始計(On assessment) 편: 전쟁은 국가의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일이므로 철저한 준비를 말하고 있으며, 전쟁에 앞서 승산을 파악하고 기본 계획을 세우는 것의 중요성,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전략(또는 전력)의 다섯 가지 요소(오사)와 서로의 전략 요소를 비교하는 일곱 가지 기준(칠계), 그리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적을 속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 작전作戰(On waging battle) 편: 전쟁은 짧고 강력하게 끝내야 한다는 점과 자원 낭비와 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장기전 대신 속전속결을 강조하며,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 적의 것을 빼앗아 사용하는 등의 방식을 언급한다.
3. 모공謀攻(Planning the attack) 편: 최고의 전략은 적의 계획을 무너뜨리는 것, 그다음은 동맹을 깨뜨리는 것, 최악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라 하며 손실이 없는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그리고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4. 형形, 군형軍形(Strategic positions) 편: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후에 싸워야 하며, 방어는 불패를 위한 수단이고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전쟁을 추구하는 만전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5. 세勢, 병세兵勢(Strategic Advantages) 편: 전쟁은 형세를 만들고, 기세를 이용해 승리를 거둬야 한다. 즉,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그 흐름을 타야 함을 말하고 있다.
6. 허실虛實(The weak points and the strong points) 편: 상대의 약점을 찌르고 강점을 피하라는 것과 주도권 및 집중에 대해 논한다. 적의 강점을 피하고 허점을 공략하라고 강조한다.
7. 군쟁軍爭(Armed contest) 편: 실제 전투의 방법을 서술하면서 빠른 움직임과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문제(군쟁)와 이를 위한 우회 기동(우직지계迂直之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8. 구변九變(Adapting to the Nine Contingencies) 편: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유연성이 중요하며, 고집은 패배를 부른다고 말한다.
9. 행군行軍(Deploying the arm) 편: 행군과 주둔 시 유의해야 할 사항, 정보 수집을 위한 각종 상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10. 지형地形(The terrain) 편: 지형의 이해득실과 장수의 책임을 논하고 있다.
11. 구지九地(The nine terrain) 편: 지형의 이용, 적의 취약점 조성과 주도권 쟁취, 기동의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12. 화공火攻(Attack by Fire) 편: 화공火攻의 원칙과 방법을 설명하고 전쟁과 전투를 신중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13. 용간用間(Use of espionage) 편: 정보의 중요성과 그를 위해 간첩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고전과 장인匠人의 만남
BCE 6세기 무렵 등장한 이래,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송宋나라 이후로 명明⋅ 청淸대에 쓰인 해설서와 응용서만 해도 수천 권이 나온 시공을 초월한 인기 도서라 할 수 있다. 매년 연초가 되면 각계의 리더들은 물론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손자병법』을 찾는다. 전쟁이 없는 시대에 『손자병법』은 경영 지침서나 개인의 처세서 등으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저자의 지적처럼 본래 병법서인 『손자병법』이 리더십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교훈으로 포장되는 데는 약간의 괴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 임용한은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 동서고금의 전쟁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전쟁사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특히 전쟁이 벌어진 시대의 역사를 면밀하게 분석해 현실적인 해석을 덧붙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책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은 그동안 세상에 선보인 수많은 해설서 중에서도 동서고금의 전쟁사로 『손자병법』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의 참고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자병법』이 전쟁의 현실과 동떨어져 해석되는 사례들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고,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진행하며 이런 마음은 계속 커져서 결국 전쟁사에 방점을 찍은 『손자병법』 해설서를 집필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 나온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올재 클래식스OLJE CLASSICS를 통해서 출간한 뒤 여러 번 수정하고 또 수정해서 펴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명실공히 최고의 고전古典과 대한민국 최고의 전쟁사 분야의 장인匠人이 만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 이야기
『손자병법』은 고대 중국 춘추 시대의 병법가 손무孫武가 지은 병법서다. 춘추 말기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었던 시기이다. 수십 개의 나라로 분열되어 전쟁과 모략이 횡행하던 시기에 필승법으로 쓰인 이 책에는 승리하는 전략과 전술의 정수를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경영, 인간관계,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원본은 춘추 시대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유명한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를 섬기던 손무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손자병법』의 골간은 약 800년이 지난 2세기 삼국 시절 『손자병법』의 애독자로 당시 위魏나라를 세운 조조曹操가 원본을 요약하고 해석을 붙인 ‘위무주손자魏武註孫子’ 13편이다.
그로부터 1,200년이 지나 국방에 관심이 많았던 조선의 세조 즉 수양대군은 『손자병법』에 주석을 단 ‘무경 칠서주해’를 펴냈으며, 100년 후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은 『손자병법』으로 다진 전략과 전술을 통해 바다로 침략해 오는 일본으로부터 우리 바다를 지켰다. 오랫동안 나폴레옹이 『손자병법』을 통독했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돌았다(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다시 40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이름을 날린 독일의 로멜과 미국의 패튼,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더글러스 맥아더까지 모두 『손자병법』을 교본으로 활용했다. 평화의 시대인 지금도 사업가로 세계를 제패한 빌 게이츠나 손정의 같은 이들이 ‘『손자병법』’에서 답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며, 대선 패배를 딛고 일어나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역시 『손자병법』을 인생 책으로 꼽았다.
지은이 손자孫子(손무孫武), 손빈孫臏
공자와 동시대인 춘추 시대의 전략가 손자孫子의 원래 이름은 손무孫武다. 그는 제齊나라 사람으로 오왕 합려와 부차의 장군이 되어 초나라를 무찔렀다. 그가 남긴 저서 『손자병법』은 중국 최초의 병서兵書이다.
한편 손무의 후손으로 맹자와 거의 동시대 인물인 전국 시대 제나라의 전략가 손빈孫臏이 저자라는 설도 있었으나, 1972년 4월 산둥성 은작산銀雀山 한漢나라 무덤에서 엄청난 양의 죽간이 발견되어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의 연구 결과, 손무의 기록이 『손자병법』의 원본이고, 손빈의 것은 제나라의 『손자병법』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주류 학계의 추정이다. 한편 손무가 지었으나 그의 후손인 손빈에 이르러 완성됐다는 설도 있다.
번역하고 재해석한 이, 임용한
처절함 속에서 희망을 통찰하는 대한민국의 역사학자이자 전쟁사 전문가로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의 보고”라고 말하며, 전쟁사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를 통찰하는데 탁월함이 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 학사 및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국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누적 조회수 8천만 이상)해서 국방TV 자체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튜브 채널 및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등 다수가 있다.
이 책만의 특징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이 기존의 『손자병법』과 차별화된 점은 병법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실제 전쟁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3단계로 나눠 풀어낸다.
먼저 이 책은 손자의 말이 지닌 의미를 손자의 시대에서 찾으려고 한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던 시기인 기원전 6세기는 전쟁의 방식도 달랐다. 그 시대의 정세와 그 속에서 벌어진 전쟁을 분석해 봄으로써 손자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다음으로 기원전 6세기 서양에서 벌어진 마라톤 전투부터 가장 최근 벌어져 현재도 진행 중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동서고금의 전쟁과 전투를 소환해서 『손자병법』의 명언들이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또 실패로 이끄는지 해설한다. 동서양을 통합한 헬레니즘 제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카르타고의 한니발, 조선의 이순신, 프랑스의 나폴레옹 같은 명장들부터 슐리펜계획의 몰트케, 베트남전의 조지 무어, 독립전쟁의 콘월리스 등 실패한 장수들의 사례까지 『손자병법』의 틀 안에서 살펴본다. 이로써 『손자병법』이 어떻게 현대까지 그 생명력을 지속해 왔는지, 그 이유를 증명해 낸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인 모든 리더를 그 대상으로 확장한다. 우리 자신들도 스스로 인생을 이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대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병법서를 ‘전쟁’이라는 돋보기로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인생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을 얻게 될 것이다.
『손자병법』의 핵심 - 자세와 전략의 중요성
이 책의 핵심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제하고,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쟁을 경영하는 방법에 대해 굉장히 치밀하고 현실적으로 서술한 데에 있다.
이를 잘 보여 주는 부분이 첫 부분 계計의 장에 나오며, 이는 손자뿐 아니라 저자의 철학이 묻어나 있는 부분이다.
첫째,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패하면 멸망하거나 소멸할 수도 있다. …… 그러면 승자는 모든 것을 얻는가? 그렇지도 않다. 승장도 전쟁의 후유증을 겪는다. …… 전쟁을 시작하려면 승리의 가능성, 전쟁으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냉정하고 명확하게 계산하고 전쟁에 임해야 한다.
둘째, 전쟁에는 모두의 생명, 운명, 재산과 삶이 걸려 있다. 전쟁터의 법칙과 일상의 법칙은 완전히 다르다. 전쟁을 시작할 때는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각오한 뒤 시작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수많은 장수와 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이 단계에서 소홀하거나 실패한다. 부담감이 지나치게 큰 탓일까? 냉철한 분석보다 “사람이 한번 칼을 뽑으면 ….” 같은 피상적인 문구로 자신을 격려하며 전장으로 뛰어든다. …… 병법은 파괴와 죽음의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병법은 전쟁을 회피하는 법, 진흙탕에 뛰어들지 않고 이기는 요령을 가르치는 요술이 아니다.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자신을 바꾸는 적응은 참 힘들지만, 타성에 물들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과정은 교육도 훈련도 필요 없다. 그래서 명장들에게는 병사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쓸데없이 병사를 괴롭힌다는 뜻이 아니다. 쓸 데 있는 일로 일정표를 가득 채우고, 새로운 목표와 진일보한 능력을 요구한다. …… 병법이 가르치는 것은 이기는 법이지, 쉬운 길을 찾는 요령이 아니다. …… 손자가 던져 주는 메시지와 영감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긴장하고 헌신하고 몰두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만이 그의 교훈을 활용하고, 성공할 수 있다. (책 14~16쪽)
둘째, 전쟁에는 모두의 생명, 운명, 재산과 삶이 걸려 있다. 전쟁터의 법칙과 일상의 법칙은 완전히 다르다. 전쟁을 시작할 때는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각오한 뒤 시작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수많은 장수와 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이 단계에서 소홀하거나 실패한다. 부담감이 지나치게 큰 탓일까? 냉철한 분석보다 “사람이 한번 칼을 뽑으면 ….” 같은 피상적인 문구로 자신을 격려하며 전장으로 뛰어든다. …… 병법은 파괴와 죽음의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병법은 전쟁을 회피하는 법, 진흙탕에 뛰어들지 않고 이기는 요령을 가르치는 요술이 아니다.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자신을 바꾸는 적응은 참 힘들지만, 타성에 물들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과정은 교육도 훈련도 필요 없다. 그래서 명장들에게는 병사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쓸데없이 병사를 괴롭힌다는 뜻이 아니다. 쓸 데 있는 일로 일정표를 가득 채우고, 새로운 목표와 진일보한 능력을 요구한다. …… 병법이 가르치는 것은 이기는 법이지, 쉬운 길을 찾는 요령이 아니다. …… 손자가 던져 주는 메시지와 영감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긴장하고 헌신하고 몰두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만이 그의 교훈을 활용하고, 성공할 수 있다. (책 14~16쪽)
이상과 같이 ‘자세’에 관해 언급한 부분들에는 곱씹어 볼 문구들이 참 많다. 손자병법 자체도 그렇지만 저자의 돋보이는 혜안도 잘 드러나 있다. 이런 자세로 손자병법을 읽었을 때, 손자가 제시하려는 사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대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모공謀攻 편에서 알 수 있듯이, 손자는 결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화주의자는 아니지만 비호전적이다. 전쟁을 간단하게 일으키는 것이나, 장기전에 의한 국력 소모를 경고하고 있다.
2. 굉장한 현실주의자이다. 치밀하게 관찰한 모습에 근거하여, 전쟁의 여러 가지 양상을 구별하고, 그 상황에 대응한 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고의 전략은 적의 계책을 꺾는 것이며, 외교⋅심리전이 물리적 충돌보다 우선한다고 말한다.
3. 선승구전 先勝求戰, 이길 싸움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도권을 중시하였다. 허실虛實 편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예상치 못한 때에 출격하라는 것과 기습의 중요성 등을 말하였고, 군형軍形 편에서는 싸움을 잘하는 자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승리하며 무리한 싸움은 피하라고 하였다.
4. 현대의 스파이전에 비견될 만큼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용간用間 편에서는 대전략 차원에서든 전술 차원에서든 정보가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5.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 시계始計 편에서부터 전체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리한 조건에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통해 “싸움은 최후의 수단이며, 진정한 전략가는 싸우기 전에 이미 승리를 결정한다.”라고 역설한다.
책 속으로
이제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 몇 가지 구절을 살펴보겠다.
목적과 목표의 공유
상하가 하나가 되려면 집단이 목적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그런데 목적의 공유가 상하 모두 같은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조직이 이런 실수를 한다.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려니 거창하고 그럴듯하고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운다. ‘성전’, ‘1등 기업’, ‘세계 평화’ 이렇게 너무 숭고하거나 보편적인 목적을 내세울수록 수면 밑의 다양한 생태계를 보지 못하고, 착오를 저지르게 된다. 상하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적은 다르더라도 목표와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시민 징집군이란 새로운 형태의 군대를 탄생시켰다. 시민군은 유럽의 해방자, 혁명의 전도자란 명칭을 얻었지만, 실상은 침공군의 약탈자였다. …… 새로 부임한 젊은 사령관 나폴레옹은 병사들의 보수와 장비부터 해결했다. 그리고 병사들을 이탈리아로 데려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풍요한 도시가 너의 발밑에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나폴레옹의 병사들은 기동과 행군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고, 험한 알프스 지형에서도 상대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뛰는 방식으로 대군을 격파했다.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그다지 건전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 단합은 나폴레옹의 야심과 병사들의 다양한 욕구와 욕심이 합쳐서 목적의 공유를 이룬 것이다. 나폴레옹은 자신이 병사들의 욕망을 이해하고 실현해 줄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얻음으로써 목적의 공유를 이루고, 이를 에너지화해서 전에 볼 수 없었던 군대를 만들어 낸다. (책 27~28쪽)
상황에 맞는 최선의 전술을 찾아라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논리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며, 가장 위험한 사람은 대책 없는 강경론자다. 전쟁에서는 강경론이 득세한다. 그 직전에 작은 승리라도 거두었다면, 신중론을 펴는 사람은 비겁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용사가 될 수 없다. 리더는 경박해서 용감해 보이는 사람과 진정한 투사, 겁이 많아서 신중한 사람과 시야가 넓어서 신중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런 참모들이 하는 조언을 받아들여 싸울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판단할 수 있다.
몽골군이라고 하면 전투적이고 야성적인 전사를 연상하기 쉽다. 실제로 칭기즈칸 이전에는 그런 인물이 용사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칭기즈칸은 전사의 기준을 바꿨다. 칭기즈칸이 가장 꺼린 리더가 대책 없이 용감하고 무모한 전사였다. 칭기즈칸은 그런 인물은 아예 전쟁터에서 격리해 말 먹이는 곳으로 쫓아 보냈다. 칭기즈칸에게 우수한 장교는 싸울 때와 싸우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사람, 공격을 개시할 최적의 타이밍까지 꾹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혜와 인내, 칭기즈칸은 초원의 야만적인 전사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기준을 철저히 준수했고, 그의 군대는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다. (148쪽)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
손자의 문제의식은 전쟁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우의 상황’ 다시 말해 예측 불가능하며, 아군과 적군이 지략을 다해 치고받는 변화무쌍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이다. 장거리 원정과 정복 전쟁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본국에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겪고, 아무리 많은 훈련을 했어도 대비할 수 없다. 신천지를 만날 때마다 충분한 데이터를 준비하고 뛰어들려 하다간 100년이 걸려도 천하 통일은 이루지 못한다. 손자의 이 말뜻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오늘날, 내일의 변화에 완전하게 대비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선행 학습이 아니라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여기서 손자가 말한 지피지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알 수 있다. 미지의 상황에서 대응하는 능력과 반응이다. (154~155쪽)
도하하는 적을 대하는 손자의 사고방식
손자는 도하를 시도하는 적이 물속에 있을 때 공격하지 말고 절반쯤 도하한 뒤에 공격하라고 했다. 이들을 공격할 때도 물가에 붙어서 싸우지 말고 주변의 고지대를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이 말에 반대하는 지휘관도 있을 것이다. 도하 작전이나 상륙 작전의 성패는 교두보의 확보에 달려 있다. 교두보를 허용하지 않고, 적의 후속 부대가 계속 건너오지 못하게 하려면 아군을 물가에 붙여서 교두보를 설치할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물가에 붙어서 싸우면 결국 전투는 아군 맨 앞 열과 적군 맨 앞 열의 싸움이 된다.
한마디로 손자는 지형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물가 주변에는 비탈이나 고지대가 있게 마련이다. 손자는 그 지형을 이용하라고 말한다. 교두보의 확보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교두보에만 집착해서 스스로 전술을 제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전략과 전술을 구상할 때 ‘교두보’와 같이 형식적인 것들에 집착해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35쪽) ■
『손자병법』의 구성과 내용
『손자병법』은 모두 1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나라 시대에 간행되고 1972년 산둥성 임기현 은작산 고분에서 출토된 편명 일부가 계計, 형形과 같이 한 글자로 되어 있다. 그런데 후대 사람들은 한 글자 제목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송나라 때 역대 대표적인 병서를 모은 『무경칠서武經七書』가 편찬되었을 때 편명은 지금과 같이 시계始計, 군형軍形처럼 두 글자로 되어 있다. 두 글자 편명은 뜻을 명확하게 해 주지만 손자의 심오한 사고를 제약하는 단점도 있다. 여기서는 두 가지 편명을 함께 제시해 본다.
1. 계計, 시계始計(On assessment) 편: 전쟁은 국가의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일이므로 철저한 준비를 말하고 있으며, 전쟁에 앞서 승산을 파악하고 기본 계획을 세우는 것의 중요성,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전략(또는 전력)의 다섯 가지 요소(오사)와 서로의 전략 요소를 비교하는 일곱 가지 기준(칠계), 그리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적을 속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 작전作戰(On waging battle) 편: 전쟁은 짧고 강력하게 끝내야 한다는 점과 자원 낭비와 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장기전 대신 속전속결을 강조하며,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 적의 것을 빼앗아 사용하는 등의 방식을 언급한다.
3. 모공謀攻(Planning the attack) 편: 최고의 전략은 적의 계획을 무너뜨리는 것, 그다음은 동맹을 깨뜨리는 것, 최악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라 하며 손실이 없는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그리고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4. 형形, 군형軍形(Strategic positions) 편: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후에 싸워야 하며, 방어는 불패를 위한 수단이고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전쟁을 추구하는 만전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5. 세勢, 병세兵勢(Strategic Advantages) 편: 전쟁은 형세를 만들고, 기세를 이용해 승리를 거둬야 한다. 즉,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그 흐름을 타야 함을 말하고 있다.
6. 허실虛實(The weak points and the strong points) 편: 상대의 약점을 찌르고 강점을 피하라는 것과 주도권 및 집중에 대해 논한다. 적의 강점을 피하고 허점을 공략하라고 강조한다.
7. 군쟁軍爭(Armed contest) 편: 실제 전투의 방법을 서술하면서 빠른 움직임과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문제(군쟁)와 이를 위한 우회 기동(우직지계迂直之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8. 구변九變(Adapting to the Nine Contingencies) 편: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유연성이 중요하며, 고집은 패배를 부른다고 말한다.
9. 행군行軍(Deploying the arm) 편: 행군과 주둔 시 유의해야 할 사항, 정보 수집을 위한 각종 상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10. 지형地形(The terrain) 편: 지형의 이해득실과 장수의 책임을 논하고 있다.
11. 구지九地(The nine terrain) 편: 지형의 이용, 적의 취약점 조성과 주도권 쟁취, 기동의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12. 화공火攻(Attack by Fire) 편: 화공火攻의 원칙과 방법을 설명하고 전쟁과 전투를 신중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13. 용간用間(Use of espionage) 편: 정보의 중요성과 그를 위해 간첩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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