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 문명의 종주국 - 유토피아와 지상천국을 중심으로
[이제는 삼랑선 문명 시대]
유토피아와 지상천국을 중심으로
“내가 이곳 해동조선에 지상천국을 만들리니 지상천국은 천상천하가 따로 없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7:83:7)
지상천국地上天國이란 문자 그대로 ‘지상에 존재하는 천국’이라는 뜻으로 인류가 장구한 세월 꿈꾸어 온 이상향에 대한 포괄적 표현이다. 여기서 표면상으로는 하늘(천국)과 땅(지상)이 대조적인 개념이지만 이질적인 두 개념이 뭉쳐져 한 개념으로 드러나면서 무한한 의미공간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하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자유로운 세계를 뜻하는 반면, 땅은 철두철미 시공간과 인과율의 지배를 받는 필연의 세계다. 그런데도 하늘의 자유로운 세계가 지상에 존재하는 것이 곧 지상천국이다.
한마디로 지상천국이란 개념은 자체 모순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역동적이다. 역동적이라 함은 두 모순적인 개념이 합쳐짐으로써 이 모순을 해소하려는 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지상천국과 관련한 사상적, 역사적 운동은 엄청난 역동적 모멘트를 인류사의 좌표 위에 선연히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토피아란 말은 아무 곳에도 없다는 허구의 뜻으로 다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일 이 용어가 단지 허구로 끝나는 것이라면 역사적으로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그 허구의 개념을 바로잡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 줬다.

유토피아라는 말은 단순한 용어나 개념이 아니라 그때마다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이 개념이 점차 힘을 얻어 왔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적 현실이 역설적인 상황이었음을 말해 준다. 이 용어가 담고 있는 현실적인 내용이 급격히 암울해졌다는 것이다.
지상천국은 곧 유토피아와 다르지 않다. ‘천국’이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을 뜻한다면 ‘지상’은 이 초월성을 다시 지상의 현실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한다. ‘utopia’에서 ‘ou’가 ‘아무 데에도 없는’이라는 초월성을 뜻하는 반면, ‘topos’가 지상의 어떤 현실적인 장소를 뜻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비록 사소한 뉘앙스의 차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두 개념을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 기독교의 천년 왕국, 기독교의 에덴동산과 낙원, 마르크스주의의 공산주의 사회, 동양 도가의 선경, 유가의 대동大同 세계, 불가의 용화龍華 세계 등이 모두 대동소이한 의미 외연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후천선경문명』, 양우석, 2015, 상생출판
* 『후천선경문명』, 양우석, 2015, 상생출판
© 월간개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