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화건강정보 | 오장 심화 편 (5) - 신체와 정신 활동을 주관하는 비장脾臟
[이제는 삼랑선 문명 시대]
〈선 문화 건강정보〉는 STB 동방신선학교 커리큘럼 중 심신 건강 및 삼랑선三郞仙 문화에 관련된 내용을 게재하는 기사입니다. 인체의 구성과 운용 및 수행 문화 등에 관련된 정보들이 선仙 문화의 이해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註]
오장 심화 편 (5)
신체와 정신 활동을 주관하는 비장脾臟
STB동방신선학교 179회 상생라이프
보통 소화 기능을 이야기할 때 비위脾胃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음식을 받아들이고 음식의 에너지와 영양분을 흡수하는 일을 하는 장부가 바로 비위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 모두 개입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생활 환경 및 기호에 따라 천차만별의 식습관이 만들어지게 되고, 이는 우리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한의학에서 비장은 pancreas(이자, 췌장)
비장脾臟의 생김새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리가 비장이라는 장부에 대한 약간의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요. 과거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여러 단어들을 한자어로 번역을 했습니다. 그때 과거 우리말로 ‘지라(spleen)’라는 장기를 비장이라 번역하였고 우리말로 ‘이자胰子(pancreas)’라는 장기를 췌장膵臟으로 번역하였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비장 하면 위장의 왼쪽 편에 위치한 지라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췌장의 모습과 기능
그럼 이제 현대 의학의 pancreas(췌장)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위장의 바로 아래쪽 뒤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크기는 15센티미터 정도이며, 무게는 약 100그램 정도로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암이나 염증이 있어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수술 등의 치료가 쉽지 않은 장기입니다.
췌장은 혈액으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과 십이지장으로 소화액을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장기입니다.
먼저 췌장의 소화 기능을 살펴보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은 알칼리성으로서 위액의 산성을 중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췌장액 속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들이 모두 들어 있어서 소장에서 음식물의 에너지를 몸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줍니다.
다음에는 췌장의 내분비 기능인데요. 췌장은 피 속의 포도당 농도, 즉 전신 세포에 에너지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공복 상태가 오래되고, 에너지 소비가 많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떨어지면 췌장의 랑게르한스Langerhans섬 조직의 알파 세포에서 글루카곤glucagon이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글루카곤은 글리코겐glycogen(당원糖原)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혈중 포도당 농도를 높여 팔다리와 모든 장부에 에너지를 공급해 줍니다.
반대로 식사를 하거나 단 음식을 먹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insulin이 분비되는데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을 글리코겐이나 지방의 형태로 변환하여 포도당의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오장과 상호 작용하는 역할
다음은 한의학에서의 비脾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음식물의 정기와 에너지를 흡수하여 신체와 정신 활동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기까지는 소화消化, 흡수吸收, 운반運搬이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의학의 장부 생리로 살펴보면 비脾와 짝이 되는 장부인 위胃가 먼저 입을 통해 들어오는 음식물을 받아 저장합니다. 그리고 부숙腐熟이라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의 형체를 걸쭉한 죽과 같이 영양분이 흡수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주고요. 이후 소장小腸에서 영양분의 청탁淸濁을 분별하여 맑고 정미로운 물질은 비의 운화 작용을 통해 전신으로 보내지며, 남은 찌꺼기는 대장大腸으로 보내져 배설되게 합니다.
위胃는 음식물을 저장하고 익히고 내려 주는 음陰적인 역할을 하고, 비脾는 음식물의 정기를 상승시키고 전신에 뿌려 주는 양陽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몸이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위도 마치 토처럼 오장육부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목木⋅화火⋅금金⋅수水의 역할을 하는 간肝(목), 심장心臟(화), 폐肺(금), 신장腎臟(수)과 밀접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간과는 소화 작용과 혈당 조절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작용하는데, 간에서 생성된 쓸개즙이 췌장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고, 췌장의 글루카곤과 인슐린이 혈중 포도당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주로 간에서 이루어지죠.
심장과는 경락으로도 연결되어 있고, 비장의 기운이 부족해지면 바로 심장에 영향을 미쳐 건망증,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폐와의 작용은 어떨까요. 비脾가 음식에서 흡수한 정기가 상승하여 폐에 이르면 폐가 받아들인 천기天氣와 합쳐져 우리 몸이 사용하는 근본적인 에너지인 종기鍾氣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신장과는 함께 수분대사水分代謝를 주관하고, 신장이 가진 양기를 끌어 올리는 데에 비脾가 작용하면서 서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신체와 정신 활동을 주관한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비의 기능과 관련하여 “비자脾者 간의지관諫議之官 지주출언知周出焉”(비장은 간쟁하고 의논하는 기관으로 지혜가 두루 나온다.)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우리의 정신 활동에 있어 비脾의 역할은 의지와 생각하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색을 좋아한다거나 독서를 좋아하고 어떤 일에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런 정신 활동을 비脾가 주관한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비장의 기운이 충만하면 사고력이나 집중력, 창의성도 강해지고요. 반대로 비장의 기운이 약해지면 사람이 깊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고 영화를 보더라도 철학적인 영화보다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오락 영화를 찾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겠죠.
우리가 음식을 먹고 흡수한 에너지를 수곡지기水穀之氣라고 하는데 이 수곡지기로부터 생성된 진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에 흐르면서 수분대사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몸을 움직이고 생활하며 오장육부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노폐물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한의학에서는 담痰이라고 합니다. 담은 끈적하고 탁한 상태로 몸의 여러 부위에 고여 있다가 폐를 통해 가래의 형태로 배출되는데요. 한의학에서는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 하여 대부분의 질병이 이 담에서 비롯한다고 하였습니다.
담은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 스트레스, 체질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데 담이 쌓여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소화불량, 두통, 피로감, 통증,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비장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비장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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