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코드로 문화읽기 | 다큐멘터리 〈초원의 제국〉 리뷰(1)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다큐 소개


KBS 1TV는 역사 다큐멘터리 특별기획 2부작 〈초원의 제국〉을 2017년 3월 25일과 4월 1일에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눈부신 황금의 나라’ 신라新羅 천 년의 비밀을 찾기 위해 8,000킬로미터의 유라시아 초원길(Steppe Route)을 훑는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초의 실크로드, 초원길은 북방 유목 민족들이 황금을 동서로 나르던 황금길(Golden Road)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여 천 년의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황금길을 통한 교류에 있었다.”라고 지적한다. 이어 “광활한 유라시아의 초원길은 찬란한 황금 문화와 강력한 전사 문화를 전파해 주었고, 이 길의 종착지였던 신라는 세계적인 금관 문화와 독보적인 화랑 제도를 꽃피울 수 있었다.”라고 강조한다.

제작진은 유라시아 초원길의 웅장한 자연과 역사적 의미를 담기 위해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헝가리, 불가리아, 조지아 등 10개국 8,000킬로미터의 유라시아 초원길을 탐사했다. 다큐의 첫 장면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대릉원大陵苑에 있는 신라 왕족의 거대한 봉분으로부터 시작한다. 경주에서는 황금黃金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황금 유물이 발굴됐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황금으로 치장한 모습의 유골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황금’에 집중한다. 신라 황금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예상보다 훨씬 먼 곳의 유적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제1부 ‘천 년의 목격자’에서는 신라 금관에 새겨진 비밀 코드를 찾아 나선다.
제2부 ‘황금의 맹세’에서는 기원전 700년경부터 유라시아 중앙에 존재했던 전사 집단 코미타투스comitatus를 소개하고 그들과 신라 화랑花郞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스키타이


다큐 제1부는 스키타이Scythai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키타이는 기원전 8세기에 출현해 초원을 누비던 기마 민족으로 흑해에서 알타이 지방까지 원거리 교역을 하며 최초의 유목 국가를 수립한 초원의 지배자로 알려져 있다. 스키타이인들은 금으로 된 옷을 입고 천막을 금으로 치장했다. 칼의 손잡이를 금으로 만들고 말 장식에도 금을 최대한 많이 붙였다. 스키타이인들에게 황금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황금을 찾아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해발 5,600미터의 험준한 캅카스Kavkaz산맥은 황금을 품은 땅이다. 캅카스산맥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산맥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이루는데, 바로 스키타이 황금의 산지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러시아의 예르미타시Ermitazh 박물관에는 이곳이 자랑하는 표트르Pyotr 대제의 수집품이 있다. 표트르 대제는 시베리아 각지에서 발굴되는 황금 유물을 한곳에 모은다. 2,500여 개의 황금 유물이 전시된 표트르 대제의 컬렉션은 기원전 5세기 무렵 초원의 기마민족들이 남긴 황금 유물들이다. 특히 황금 빗은 스키타이의 모습을 생생히 전해 주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문자가 없어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스키타이의 역사가 섬세하게 새겨진 황금 유물 속에서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스키타이의 왕들은 죽어서까지 가져가는 최고의 부장품으로 황금을 선택했다. 스키타이에게 황금은 특별한 금속이었다. 그들은 황금 애호가였다.

유목 민족에게 황금은 왕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황금을 신성한 금속으로 여겼습니다. - 예르미타시 박물관 고고학자 옐레나 코롤코바


황금을 사랑한 스키타이의 고향은 초원이었다. 광활한 초원에서 말을 달리던 기마 민족인 그들은 압도적인 기동성과 강력한 군사력으로 초원을 지배했다. 전성기의 스키타이는 서쪽으로 유럽과 이집트까지 진출하고 남쪽으로 페르시아와 맞서기도 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스키타이 전사들은 상대에게 황금을 요구했다. 유목민이었던 그들에겐 영토보다 황금이 더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스키타이의 별칭은 그리스에서는 스키타, 러시아에서는 스키프, 이란은 스쿠다로 활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슈트shoot(쏘다), 슈터shooter(궁수)라는 언어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우리 민족을 동이족이라고 할 때, 활을 쏜다는 큰 활 이夷 자, 동이하고 같은 뜻이다. 현상적으로는 이 사람들이 동과 서에서 살았지만 뿌리는 같다. 스키타이를 동쪽에서는 삭 또는 색으로 불렀는데, 『환단고기』를 보면 이 ‘흉노의 조상이 삭정이다.’ 이런 말이 나온다. 스키타이 사람들이 이란 계열이고 서양 쪽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문화 정신은 전부 알타이 동방, 동북아 쪽의 문화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말 타고 뒤를 보면서 활을 쏘는 배사법, 이렇게 활을 쏘는 방식은 유목 문화에 널리 보편화돼 있는 건데, 이것은 말을 탈 때 발걸이(등자鐙子)가 없으면 자유자재로 할 수 없다. 쇠로 만든 이 발걸이 등자를 선비鮮卑하고 고구려高句麗가 A.D.(기원후) 3~4세기에 만들었다. 저기에 발을 걸고서 아주 강력한 고구려 기마 무사 군단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고구려와 선비에서 이걸 제일 먼저 만들어 냈다.
- 〈환단고기 북콘서트〉 카자흐스탄 편 1부


이 다큐는 동양의 역사 문서를 반영하지 않고 『환단고기桓檀古記』의 역사도 모른 채 서양에서 인식하는 유목 민족의 관점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양의 관점에서 최초의 유목 국가인 스키타이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그 시각으로만 유목 문화와 신라의 공통점을 이야기한다. 이는 동양 문화 속에 잠자고 있는 역사 문서를 연구하거나 만나 본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환단고기』에서는 스키타이를 동쪽에서 ‘삭索’이라 부르고 흉노凶奴의 조상이 삭정索靖인데, 삭정은 단군조선檀君朝鮮의 지방 장관인 욕살이었다고 기록해 놓았다. 『환단고기』는 흉노의 기원이 단군조선이고, 스키타이가 여기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사르마트 금관과 신라 금관



1세기경 스키타이의 후예 사르마트Sarmat족에 의해 제작된 금관에는 세 개의 특징적인 장식이 등장한다. 잎사귀가 달린 나무와 세움 장식에 나타나는 뿔이 달린 동물 및 관테에 새겨진 독수리까지, 이 세 가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된 신라의 금관과 너무나 흡사하다. 다큐에서는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가 무색할 만큼의 놀라운 유사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두 금관의 특징을 표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신라 금관에서 세움 장식의 곧은 기둥과 달개(금관의 장식)로 표현된 나무와 나뭇잎, 그리고 또 다른 세움 장식을 이루는 사슴뿔, 마지막으로 나무에 앉은 새, 이 세 가지 모두 사르마트 금관과 동일한 요소라는 것이다. 엄청난 거리로 떨어져 있던 이들은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신라는 초원길을 통해 유목 민족의 영향을 분명히 받았을 것입니다. 한국의 유물들에서 스키타이와 같은 초원 민족의 문화와 유사성을 가지는 요소들이 발견됩니다. - 예르미타시 박물관 고고학자 옐레나 코롤코바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유사성이에요. 두 금관은 초원길을 통해서 서로 연결돼 있어요. - 미국 덴버 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 사라 넬슨


다큐에서는 신라에서 서기 4세기에 등장한 황금 문화가 스스로를 마립간麻立干으로 칭한 김씨 세력의 집권과 함께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신라의 금관이 초원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못한다. 이것은 환단고기를 통해서 속 시원하게 알 수 있다. 『환단고기 역주본』(상생출판) 해제와 〈환단고기 북콘서트〉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신라 김씨의 시조는 북방 유목 민족 중 가장 강력한 흉노의 왕자였다. 신라 김 씨에 대해 신라의 30대 문무왕文武王이 직접 밝힌 내용이 있다. 문무대왕 비문에는 ‘신라 김씨의 조상은 북방 유목민 흉노의 왕손’이라고 기록돼 있다. 흉노족(훈족)은 금으로 사람 형상을 만들어 천제를 올리던 제천금인祭天金人의 풍속이 있었는데, 그 풍습의 실상은 삼신상제(천신)를 모신 천제天祭 문화와 환웅천황을 모신 웅상雄常 문화에서 기원한 것이다.

『한서漢書』 「김일제전金日磾傳」에 따르면 한漢나라 무제는 흉노의 제천금인 풍속에 따라 일제日磾라는 인물에게 김씨金氏 성을 하사했다. 김일제는 포로로 잡힌 흉노 좌현왕(휴도왕)의 태자인데, 그의 후손인 왕망王莽이 전한前漢을 무너뜨리고 신新 왕조를 세우면서 김일제 가문은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왕망이 패망하여 몰락하자 흉노 출신의 김씨 왕족들이 신라와 가야로 망명했다. 김일제의 5세손 김알지金閼智가 신라 김씨 왕조의 시조가 되고, 김일제의 동생 김윤의 5세손이 김수로金首露로 가야 김씨 왕조의 시조가 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신라 역사 역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김씨 왕족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북방 유목민으로 유럽을 평정한 흉노족의 왕손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상징, 나무


다큐에서는 사르마트 금관과 신라 금관의 공통점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첫 번째가 나무 상징이다. 초원길이 지나가는 키르기스스탄의 북부 샴시 계곡에는 고대 유목 민족의 여왕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왔다. 1958년에 이르러, 밭을 갈던 농부에 의해 이 전설은 사실로 밝혀진다. 농사짓던 농부의 콤바인 장비 바퀴가 빠지면서 무덤이 발견됐다. 발견된 것은 여성의 가면으로 얼굴 전체가 모두 금으로 되어 있었으며 콧대도 높고 입술까지 있었다. 제작진은 키르기스스탄에 위치한 비슈케크Bishkek 역사박물관의 지하 수장고에서 그 모습을 확인한다.

이 샴시 황금가면은 5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고고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신라 금관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샴시의 황금가면에는 나무 문양이 새겨져 있다. 신라 금관과 사르마트 금관, 그리고 샴시 가면에서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나무 문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큐는 바이칼Baikal 호수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한다. 바이칼의 샤먼이 알혼Olkhon섬의 세르게(솟대, 신단수의 상징) 앞에서 하늘에 기도를 올릴 때 두드리는 북에는 선명한 나무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들은 신성한 나무를 세워 놓고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민족들에 유전된 전설에서 나무는 풍요로운 생명을 의미했고, 하늘과 땅을 잇는 우주의 중심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라 금관에 세워진 나무의 모습은 신라와 초원길이 공유한 문화 코드다.

신단수神檀樹는 북방 유목 민족의 텡그리Tengri(천신天神)와 인간이 하나로 만나는 신神의 나무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太白逸史」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에는 “비서갑斐西岬은 대일왕大日王(환웅천황)께서 천제를 올리시던 곳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비서갑은 다른 말로 송악松岳을 의미하는데, 소나무 송松 자이다. 소나무의 우리말 별칭인 ‘솔’은 모든 나무의 머리,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텡그리의 대행자 칸Khan이 소나무를 베어다가 궁궐의 주요 건축재로 사용했다. 우두머리라는 뜻의 솔과 나무를 합해 소나무라 하는데, 이것이 신단수의 으뜸이 된 문화이다. 그러므로 비서갑이 바로 신목神木이고 신단수이다.

카자흐스탄 〈환단고기 북콘서트〉에서는 상제님의 신권을 대행한 최초의 동방 대칸은 거발환居發桓 환웅천황이시고, 이분이 전해 주신 우주 광명의 가르침에 대한 은혜가 우리들 가슴에 항상 살아 계신다는 의미로 웅상雄常을 모셨다고 한다. 웅상은 큰 나무를 환웅천황의 성령이 항상 임재해 계신다는 의미로 받드는 문화이다.

이 다큐에서는 나무라는 공통 코드를 통해서 유목 민족과 신라의 비밀을 풀려고 하는데, 그 해답은 『환단고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역사 문화의 원형 정신은 신라 육촌장이 살았던 지명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이 지명들은 한결같이 나무로 상징되는 신단수와 솟대, 소도蘇塗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박혁거세朴赫居世는 육부六部의 총왕’이라고 말했다. 신라의 기반이 된 여섯 부락은 육촌六村 또는 육부촌이라고 하였다. 박혁거세의 양아버지는 고허촌高墟村의 촌장 소벌도리蘇伐都利인데, 현재 진주 소씨晋州蘇氏들도 소벌도리가 조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진주 소씨의 족보에 “우리 소씨는 환국의 왕인 적제의 후손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진주 소씨가 환국桓國에서 왔고, 그 후손이 남쪽 경주로 와서 고허촌장 소벌도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초원길 유목 민족의 금관에 있는 나무 문양이 신라의 금관과 같은 양식을 한 이유는 이런 배경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상징, 뿔


다시 다큐로 돌아와 신라 금관의 미스터리를 푸는 초원길의 여정은 해발 3,100미터의 고개를 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곳은 험난한 러시아 알타이 공화국의 우코크Ukok 고원 지역이다. 여기에서 1994년 거석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해시계라고 한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돌에 새겨진 암각화 그림이다. 마치 사슴처럼 보이는 이 동물들은 뿔이 과장되게 그려졌다. 초원길이 이어진 우코크 고원에는 2,000여 개의 고분군古墳群이 있는데, 신라의 거대 무덤과 비슷하게 중앙에 목관을 놓고 위에 돌무더기를 쌓아 올린 고분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미라에서도 어깨의 피부에 뿔 달린 동물이 그려져 있다. 러시아 고고학자는 이것이 전사戰士를 상징하는 지금의 여권 같은 신분증이라고 말한다. 고위도의 유라시아 유목 민족은 오래전부터 순록을 목축해 왔고, 유목 민족들은 거대한 순록의 뿔이 전사에게 전투력을 더해 준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순록의 뿔은 신라 금관에서 사슴뿔의 세움 장식으로 표현되는 상징이다. 신라 금관의 사슴뿔은 추상적 상징으로 표현돼 있는데, 사실적 표현이 두드러지는 사르마트 금관보다 더욱 발달된 형태로 보는 견해도 있다. 『나는 박물관 간다』의 저자 오동석 인문여행작가는 이 뿔도 신단수에 대한 상징이라고 말한다.

신단수로 볼 수 있는 뿔이 새겨진 금관이 사람 몸에 세우는 솟대를 상징하는 상투 위에 쓰는 형태였다는 말인데, 신라의 금관은 그 자체로 완전히 왕이 쓰는 솟대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순록은 머리에 뿔을 세웠는데, 우리의 전통 상투 문화는 내 몸에 우주의 생명, 신성, 진리와 하나 되는 솟대를 세운다는 의미다. 우주의 통치자, 우주 생명의 원주인原主人인 삼신상제님과 한마음으로 산다는 표식으로 우리의 머리 위에 세우는 솟대 상투인 것이다.

세 번째 상징, 새


다큐는 유라시아 초원길의 카자흐족을 찾아가는데, 독수리를 이용하는 알타이의 사냥꾼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사냥꾼이 독수리를 데리고서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가며 노래를 하는데 노래 가사에 새와 금이 등장한다.

“독수리가 훨훨 난다. 초원을 돌면서 난다. 비행 후에 다시 둥지로 돌아온다. 금이 손에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법이다. 우리의 생은 짧으니 웃으면서 살아라.”


여기에 독수리와 금金이 나온다. 독수리는 여우도 사냥할 만큼 강한 동물이고, 스키타이 전사들은 금을 찾아 ‘황금의 산’이란 뜻의 이곳 알타이까지 오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금을 숭상하는 이 전사들은 독수리와 함께 초원을 누볐다.

독수리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존재입니다. 동물 중에서 가장 영험한 하늘의 친구이죠. - 알타이 독수리 사냥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친구인 독수리는 초원의 제국 스키타이 유물에서 반복하여 나타나는 요소다. 이는 초원길 전체에 유목 민족이 공유한 세계관의 상징이기도 했다. 독수리 문양은 아시리아, 히타이트, 동로마 제국, 오스만 제국, 이슬람 문화권 등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중 독수리를 상징으로 쓰는 대표적인 나라는 러시아다. 비잔틴의 문장을 가져온 것으로 쌍두 독수리가 동양과 서양을 지켜보는데, 동서양을 아우르는 강한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쌍두 독수리 문화 원형은 뭐냐? 불가리아의 릴라 수도원에는 쌍두 독수리 형태가 있는데 실체는 여의주를 입에 문 봉황이다. 쌍두 독수리 문화의 근원은 동방의 봉황 문화이다. 러시아의 국장으로 쓰이는 쌍두 독수리 문양은 동서의 창세 문화 환국으로부터 내려오는 천지일월, 우주 광명, 음양 광명 문화와 신의 아들 천자를 상징하는 용봉 문양에서 유래했다. - 〈환단고기 북콘서트〉 러시아 편


금악산이라 불리는 알타이와 한국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09년 당시 이병화 주駐카자흐스탄 대사가 카자흐스탄 문화공보장관을 만나러 장관실로 들어서자 장관은 이렇게 말하며 환영했다고 한다.

귀하는 단순히 카자흐스탄에 온 것이 아니고 알타이 지역에 살던 한 조상에서 나온 형제들의 땅에 온 것입니다. 당시 서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은 카자흐인으로, 동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은 한국인이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 - 헤럴드경제


천해天海와 금악산金岳山과 삼위산三危山, 태백산太白山은 본래 구환九桓에 속하니, 구황九皇 육십사민六十四民은 모두 나반과 아만의 후손들이다. -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太白逸史」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

금이 많이 난다고 하여 gold mountain으로 불리는 금악산金岳山은 천해天海, 즉 바이칼호 서쪽에 위치한 지금의 알타이산이고, 삼위산三危山은 현재의 간쑤성甘肅省 돈황현에 있으며, 태백산太白山은 백두산이다. 이 세 곳은 모두 환인천제의 환국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고조선古朝鮮 조에 ‘삼위태백三危太伯’이 기록됨으로써 이와 같은 사실을 명백히 입증하고 있다. 환국 시대 말, 인구 증가와 물자 부족 등으로 백성들의 삶이 어려워지자 서자부庶子部 부족의 환웅桓雄이 새로운 터전 개척을 갈망하였다. 이에 금악(알타이)산과 삼위산과 백두산을 두루 살펴본 환국의 마지막 임금 지위리智爲利 환인께서 백두산은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라 하고, 환웅을 동방 개척의 선봉장으로 세우셨다. 환웅이 무리를 이끌고 동방 백두산으로 떠날 무렵(BCE 3897), 반고盤固가 다른 한 무리를 이끌고 삼위산으로 향하였다. 『환단고기桓檀古記』 「삼성기三聖紀 하下」에서는 중국 한족漢族의 창세 신화에 등장하는 반고를, 환국에서 갈려 나가 한족 역사의 뿌리가 된 실존 인물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세 가지 상징의 의미



이제 세 가지의 상징은 하나로 통합된다.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세계수世界樹는 땅 밑에 있는 저승에서 순록이 있는 지상을 지나 하늘까지 닿는데, 가지에 앉은 독수리는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다. 이것이 초원 유목민들의 세계관이었다. 경주 노서동의 서봉총瑞鳳塚 금관에 내려앉은 새를 관찰해 보면, 신라 금관에 초원의 세계관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세계관은 후대의 유목 민족인 흉노와 선비족의 금관에서도 발견된다.

나무, 뿔, 새라는 세 가지 상징을 모두 품고 있는 핵심 상징은 ‘솟대’라고도 할 수 있다. 솟대[입목立木]는 소도임을 알리기 위해 그 앞에 세운 높다란 나무 기둥이다. 솟대는 조간鳥竿이라고도 하는데, 솟대 끝에는 이름 그대로 대개 새가 조각되어 있다. 새는 삼신상제님의 사자使者로서 하늘의 뜻을 전하는 신령한 존재로 숭배되었다. 솟대는 그 신조神鳥가 앉는 신간神竿이었던 것이다. 이때의 신조는 신교 삼신 문화의 상징물인 삼족오三足烏이다. 주로 마을 어귀에 세우는 솟대는 ‘우주나무’와 ‘하늘새’의 조합이다.

금관의 종주는 한국



다큐는 사르마트 금관에서 틸리아 테페 금관 – 샴시 황금가면 - 흉노 새 장식 금관 - 선비 금관 보요관步搖冠 – 신라 금관까지 하나의 길로 통하고 있다는 해석을 한다. 초원길 전체가 하나의 문화 코드로 이루어진 금관으로 연결돼 있었다.

단순히 권력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대 머리 장식은 민족의 세계관을 대표합니다. 왕관을 통해 그들의 믿음과 세계관을 알 수 있습니다.
- 예르미타시 박물관 고고학자 옐레나 코롤코바


어떤 연결망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인, 문화적인, 군사적인 교류가 있었을 겁니다. 한반도의 국가들과 초원의 유목민들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고르노알타이스크 대학교 박물관장 콘스탄티노프 알렉산드로비치


전 세계에 고대 금관이 열두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한국은 열 개를 가지고 있다. 열 개의 금관 중 신라 금관이 일곱 개, 가야 금관이 두 개, 고구려 금관이 한 개이다. 오동석 여행작가는 “전 세계 금관 열두 개 중 열 개가 우리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금관의 종주국이란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신라의 금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중앙아시아 사르마트로부터 영향을 받기보다는 고조선으로부터 계승된 관식 문화가 발전된 형태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한민족 특유의 복식 문화 중 상투 위에 쓰는 절풍折風이라 불리는 고깔 모양의 속관이 있습니다. 고조선 문화를 계승한 부여는 물론이고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가 공통적으로 절풍이라는 속관 위에 금관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속관과 겉관은 한민족만이 공유했던 복식 문화였다고 보여집니다. - 『나는 박물관 간다』

이 다큐에서는 초원과 신라의 연결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나, 이 문화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그 뿌리와 실상을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오동석 작가는 신라의 금관이 고조선에서 계승됐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북방 유목 문화의 기원은 어디일까? 몽골, 선비, 돌궐, 흉노의 기원을 밝히는 유일한 사서가 바로 『환단고기』의 「단군세기檀君世紀」이다. 여기에는 단군조선에서 흉노, 돌궐, 몽골 3대 유목 민족이 시작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식민사학에 의해 단군조선의 역사가 파괴된 결과 유라시아 유목 문화의 문화 근원 정신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초원길과 탱그리 신


초원길은 먼 옛날부터 중앙 유라시아의 초원을 가로지르는 유목 민족의 길이다. 유목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길이다. 그들의 인사법에서 중요한 것은 출신과 고향이 아니라 어느 길을 지나왔는가다. 유목 민족은 말을 타고 가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어느 길에서 오고 있어요?”, “우리는 OO길로 왔어요. 당신들은요?”, “우린 OO길을 따라 왔어요.” 이렇게 인사한다. 중앙아시아의 속담에 “천 명의 사람은 길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시간은 길이 됐고 역사의 목격자가 됐다.

동서양 유라시아를 잇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얘기한다. 북쪽의 초원길과 실크로드라 불리는 비단길, 그리고 바닷길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길 모두를 실크로드Silk Road로 부르기도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비잔틴 연구센터 피터 프랭코판 소장은 『실크로드 세계사』라는 책에서 “실크로드는 지구 동서양의 제국이 탄생하는 길이다. 전쟁의 길이요, 천국의 길이요, 지옥의 길이요, 패망의 길이요, 위기로 가는 길, 초강대국으로 가는 길, 황금의 길”이라고 했다. 그런데 종도사님께서는 이 길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음을 알려 주신다.

동서 문화의 교류 중심지 유라시아는 이곳을 지나 새로운 역사의 문을 여는 강력한 유목민 제국의 지도자들에 의해 그 역사가 뒤집어졌다. 유목 문화에 있어 이 대칸들의 탄생에 의해 강력한 창조적 파괴가 이뤄졌다. 그런데 그것은 어떤 역사적인 칸Khan이나 대왕님이 갑자기 나타나서 새로운 문화로 가는 게 아니다. 영혼의 중심엔 누가 있느냐? 바로 이 우주를 다스리는 신, 천신 텡그리가 있단 말이다. 텡그리와 칸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 유라시아의 역사를 실제로 만든 중심적 인물 대칸과 유목 문화 제국의 역사를 만들어 나간 동력원인 텡그리는 어떤 존재인가를 알아야 한다. - 〈환단고기 북콘서트〉 카자흐스탄 편 1부

종도사님의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강력한 창조적 파괴를 통해 인류 역사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던 유목 민족의 힘은 위대한 대칸이 한 명 등장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대칸과 모든 유목 민족이 받들어 모셨던 천신 텡그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텡그리 신은 환국 9천 년 역사 전통에서 말한 삼신상제님이시다. 이 다큐멘터리 1부의 제목이 ‘천 년의 목격자’인데, 초원길의 유목 민족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삼신상제님을 알지 못한다면 결코 역사의 목격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다큐멘터리 제2부 ‘황금의 맹세’ 속에 담긴 대칸과 그의 친위 전사 집단 코미타투스에 대해 살펴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