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 2

[이 책만은 꼭]
이해영 객원기자 / 서울관악도장


이 책의 특징



2024년 우리 한국 문학에는 뜻깊은 일이 많았다. 주지하다시피 한강韓江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시인이자 승려이고 독립운동가인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의 『님의 침묵』 발간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할 만한 저작물이 나왔는데 바로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이다.

이 책은 만해 한용운의 살아 있는 전기이자 그의 방대한 『한용운 전집』에 대한 전면적 해부이고, 그의 시집 『님의 침묵』의 심층 구조적 독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한용운 전집』 전체를 소화하고 분해하여 되씹어 내놓은 것으로, 기존의 만해에 대한 담론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평론이라 할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이라고 하면, 3.1 만세 혁명의 주역으로서 민족 대표 33인 중의 한 명이고 『님의 침묵』이라는 선시禪詩를 쓴 시인 정도로만 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되면 만해가 조국의 암울한 시대를 앞장서 돌파해 나가는 선구자이며,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시인詩人임을 알 수 있고, 깨달음으로 삶을 변혁시키는 불퇴전의 선승禪僧이자 한학漢學, 불학佛學, 서양학을 아우른 탁월한 민족의 지성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은이 도올 김용옥


철학자 도올檮杌 김용옥金容沃은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등 90여 권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의 인기 도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민중과 소통했다. 최근에는 한국 역사의 진보적 흐름을 추동하여 왔다. 유교의 핵심 경전인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사서四書와 『효경』의 역주를 완성하였다. 그의 『중용』 역주는 중국에서 번역되어 중판을 거듭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신학자로서도 권위 있는 성서 주석서를 많이 저술하였고 영화, 연극, 국악 방면으로도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현재는 우리나라 국학國學의 정립을 위하여 한국의 역사 문헌과 유적의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또 유튜브 도올TV의 고전 강의를 통하여 한국의 뜻있는 독서인들을 지속해서 계발시키며 쉼 없이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그의 저서로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금강경 강해(개정판)』, 『우린 너무 몰랐다』, 『노자가 옳았다』, 『동경대전 1·2』, 『용담유사』, 『도올 주역 강해』, 『도올 주역 계사전』은 모두 그가 새로운 국학의 여정을 밟고 있는 역작들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만해 한용운은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안중근 의사와 동갑내기이며 본관은 청주淸州이다. 부친은 응준應俊이고 모친은 온양 방씨로 차남이다.
19세에 1차 출가하여 27세 때 강원도 인제 백담사에서 수계하고 29세 때 건봉사에서 정만화鄭萬化 대선사의 정식 인가를 받고 용운龍雲이라는 법명과 만해萬海(卍海)라는 법호를 받았다.

31세 때인 1909년 표훈사 강원의 강사가 되었다. 이때 당대 금강산과 설악산 일대에 널리 알려진 교학의 대가 이학암李鶴菴 스님 밑에서 불교 경전, 교리 논저에 대한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대승기신론』, 『능가경』, 『원각경』, 『화엄경』 등의 방대한 불경을 공부하였다. 또한 량치차오梁啓超의 『음빙실문집飮氷室文集』 등을 접하면서 근대 사상을 다양하게 수용하였다.

1909년 『조선 불교 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 집필해 이듬해 탈고하였고, 1910년에는 한문으로 된 불경을 우리말로 옮기는 불교의 대중화 작업에 주력하였다.
1919년 3·1 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해 독립선언서 끝에 공약 3장을 추가했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였으며, 이후 체포되어 투옥 생활을 했다. 옥중에서 「조선 독립의 서書」를 완성하였다. 당시 일본 검사가 독립 선언을 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조선인이 조선 민족을 위하여 스스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백번 말해 마땅한 노릇, 감히 일본인이 우리를 재판할 자격이나 있느냐!”라며 호통을 치고, “할 말이 너무 많으니 차라리 서면으로 답하겠다.”라고 해서 완성된 문장이 「조선 독립의 서書」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전달되어,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 25호(1919. 11. 4. 대한민국 원년元年 11월 4일)에 전문이 게재되었다.

옥살이를 마친 후에는 만해 언어의 정화精華라 할 수 있는 『님의 침묵』을 출간하였다. 『님의 침묵』은 아름다운 우리말과 한글 그리고 충청도 사투리와 토속어로 당시 조선 사람들의 민중 정서를 담고 있다. 이후에도 독립운동기구 신간회 창설에 참여하였고, 불교 혁신에 관련된 내용과 소설 등의 집필을 계속하였다.


1938년부터는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에 반대하여 학도병 거부 운동을 벌였고 징용이나 보국대 또는 일본군을 찬양하는 글을 쓰지 않았으며, 강연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강연 협조 등도 거부하였다. 또한 1937년부터 강요된 신사 참배와 일장기 게양을 거부하며 조선총독부의 일본식 호적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았다.
그는 일제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비타협적인 독립 사상을 견지하였다. 중풍으로 고생하던 만해는 광복을 1년 앞두고 1944년 6월 29일 성북동에 지은 집 심우장尋牛莊에서 승랍 49세, 세수 66세로 입적하였다.

『임꺽정林巨正』의 저자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1888~?)는 “7,000 승려를 합하여도 만해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 만해 한 사람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 아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다. 민족 사학자 위당 정인보鄭寅普(1892~?) 선생은 “인도에는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 청년들은 만해를 본받아야 한다.”라고 했고, 산강재 변영만卞榮晩(1889~1954)은 “한용운 선생의 몸은 모두 담력으로 이루어졌다(龍雲一身, 都是膽也).”라고 했다.

중요 내용 정리


보통 우리 문학사에서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를 우리나라 신체시新體詩(혹은 신시新詩)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 문학 평론의 거두인 백낙청은 신랄한 평론을 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한국 최초의 근대 시인이요, 3.1 운동이 낳은 최대의 시민 시인”을 만해 한용운이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단순히 “근대 시인”일 뿐 아니라 옛 한국 마지막의 위대한 전통 시인이라고 하였다(책 333~334쪽에서 ‘『창작과 비평』 14호 487~488쪽 「시민 문학론」’ 내용을 인용한 부분).

이 책은 도올이 만해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인생 역정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20세기 한국 문단의 위대한 인물들이 스케치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이후 「승무」라는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쓴 조지훈趙芝薰(1920~1968)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부터 만해의 지성과 항일 정신을 존경해 왔던 조지훈과 그의 고려대 국문과 제자들 그리고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이 함께 나서서, 잊힌 만해의 작품들을 수집하고 편집하여 1973년 『한용운 전집』을 6권으로 출간하였다.

조지훈은 『한용운 전집』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은 근대 한국이 낳은 고사高士였다. 선생은 애국 지사요, 불학의 석덕碩德이며, 문단의 거벽巨擘이었다. 선생의 진면목은 이 세 가지 면을 아울러 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 혁명가와 선승禪僧과 시인의 일체화 - 이것이 한용운 선생의 진면목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도올이 평가하는 독립운동가로서의 만해
도올은 이 책의 서두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호시탐탐 이 땅을 노리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우리의 적입니다. 과거의 죄악을 반성하지 않는 한 일본은 적입니다. 여러분! 친일파들을 물리칩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도올은 만해의 삶과 사상을 통해 대일 항쟁기 소위 민족 지도자라는 이들의 변절이 얼마나 덧없고 그 해악이 얼마나 큰지 만해라는 좌표를 통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만해를 통해서 비로소, 『독립선언서』를 짓고도 자기 이름을 명단에서 빼 달라고 비굴하게 요청한 육당이나, 창씨개명에 앞장서서 본인의 이름을 카야마 미쯔로오香山光郞로 바꾸고, 황민화 운동, 대동아공영권을 지지하며 조선의 젊은이들이 일본군으로 나아가 싸울 것을 독려한 춘원이나, 타쯔시로 시즈오達城靜雄로 이름을 바꾸고 카미카제 같은 전쟁 범죄를 찬양하며 조선 청년들의 전쟁 참여를 독려한 미당 서정주徐廷柱 등등의 민족 지도자들의 삶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만해의 시가 오늘까지 살아 있지 아니하면, 일본 식민지강점 시대의 암울한 저류를 흐르던 우리 민족의 정의감이 그 좌표를 잃고 증발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 책 158쪽


3.1 운동인가 3.1 혁명인가?
아무래도 만해가 민족 지도자로 부각된 것은 1919년 3.1 독립 만세 의거에서 공약 3장을 쓰고, 이후 혹독한 일제의 탄압에도 굽힘이 없이 지조를 지킨 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올은 우선 우리가 흔히 쓰는 ‘3.1운동’이라는 용어는 ‘3.1만세혁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3.1운동”이니, “3.1만세 사건”이니 하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3.1운동이 마치 “새마을운동”과도 같은 캠페인으로 인지되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표현은 “3.1혁명”이나 “3.1만세독립혁명,” 혹은 “3.1만세혁명”이고, 좀 마일드하게 표현하면 “3.1독립만세의거”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

3.1만세 혁명이 혁명의 자격을 지니는 것은, 당시 세계사의 새로운 흐름인 민족국가(nation state) 의식의 최전위를 과시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튼 사건이다. 조선의 만세 혁명은 전 세계의 3분의 2가 식민지로 덮여 있었던 제국주의 시대상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20세기 민족해방운동의 선구적 봉화였다. 소복을 입은 한국 민중이 일본에게 병탄되어 식민지로 전락된 지 9년 만에 전 국민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일제히 전 세계를 향하여 이와 같이 외쳤다는 것은 유례를 보기 힘든 민족의식의 개벽 사건이었다. - 책 238쪽


실제로 3.1 만세 혁명은 인도의 간디Gandhi가 주도한 비폭력 저항과 중국의 5.4 운동 등에 영향을 준 세계사적 대사건이었다.

만해의 한글 사랑
도올은 『님의 침묵』에 담긴 고도의 상징성과 압축적 의미 체계와 낭만적인 자극성이 만해의 여러 작품 중에서 제일이라고 하면서 시적 생명의 금자탑이 한글로 이루어졌다고 극찬하고 있다.

실제 만해는 『님의 침묵』을 쓴 다음 해인 1926년, 세종대왕 훈민정음 반포 여덟 회갑(480주년)을 기념하여 조선어연구회가 주동이 되어 제1회 ‘가갸날’을 제정한 것에 관하여 글을 싣기도 하였다. 당시 한글을 ‘가갸글’이라고 해서 ‘가갸날’이라 칭했는데, 1928년부터는 1906년에 주시경이 제안했던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한글날’로 명명하였다.

도올은 만해의 시詩 언어는 우리말의 끝없이 풍요로운 부사와 형용사가 만 갈래로 펼쳐지고 있으며, 한시漢詩는 한시대로 우리말 시詩는 우리말 시대로 전혀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평한다.


『님의 침묵』



처음에 저자는 『님의 침묵』에 대한 해설을 하다가 만해의 다면적 생애 전체를 다루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님의 침묵』은 기획된 연작시 88편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의미 전달이 쉽다고 언급했다.

시집 『님의 침묵』은 출간되자마자 심오함과 매력적 문체로 여러 번 중판되었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도올은 그중 몇 편을 골라 해설하였고, 본서에서 도올의 해설로 이해하게 된 시를 독자의 상식으로 깔고, 다른 시들은 읽어 가면서 자신만의 만해관을 정립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만해에게 님은
다만 여기에서는 『님의 침묵』을 관통하는 주제라 할 수 있는 ‘님’에 대한 해설만 실어 보기로 한다. 우선 만해 자신이 이 ‘님’에 대해서 대답을 해 주고 있다. 『님의 침묵』 도입부에 해당하는 군말(군더더기 말)에 나온다.

군말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그리워하거나 아쉬워하다’라는 의미)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마치니)의 님은 이태리(이탈리아)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 ……


님의 의미를 도올은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님”은 순수한 우리말이며 그 용례는 고조선 시대로부터 일상적인 것이다. 요⋅순을 부를 때도 우리는 “욧님금⋅순님금”이라 불렀는데 님금은 “임금”을 의미한다. “임금”은 우리말 옛 표기에 니질금尼叱今, 니사금尼師今이라 쓰였는데 “尼叱, 尼師”는 “닏”의 표기가 된다. 닏은 님이요. 님은 “主”의 뜻이다. …… 대체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다(남광우 편저 『고어사전』). “님”은 상하 관계에서도 쓰였지만, 수평적 대등 관계에서 더욱 많이 쓰였다. ■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다시 네 개의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책의 처음부터 10장 정도까지는 만해 한용운이라는 인물과 사상의 궤적을 다루었다면 이후에는 『님의 沈默』에 나오는 주요 시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시간을 써 놓는 습관이 있었던 만해 덕분에 더욱 정밀해지고 그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연보가 있다. 이 부분만으로도 이 책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만해가 태어난 해인 1879년부터 시작되어 20세기를 관통하는 “만해 한용운 연표”에는, 만해를 위시한 무수한 민족혼을 지닌 선구자들이 우리 민족에게 밀어닥친 엄혹한 충격과 절망 속에서 그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 영웅적 고투가 처절하게 펼쳐져 있다.

마지막에는 『님의 沈默』 1926년 초판본이 원래의 모습 그대로 실려 있다. 이를 통해 시인의 감성이 오롯이 담긴 시어 그대로를 감상해 볼 수 있다.


1권 목차
서시序詩: 이 시대가 만해를 부릅니다
제1장: 동심의 세계
제2장: 조지훈의 예혼藝魂 여로旅路
제3장: 조지훈과 만해, 나의 고려대학교 교수 시절
제4장: 조지훈과 고려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이 주동이 된 『한용운 전집』 발간
제5장: 만해의 정신세계: 한학과 불학의 융합
제6장: 만해의 감성 세계
제7장: 만해의 불교 수업
제8장: 3·1만세혁명, 여운형과 만해
제9장: 『십현담 주해』,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제10장: 만해의 한글사랑
제11장: 기독교의 한글 성서, 찬송가 운동
제12장: 님은 무엇일까?
제13장: 이별의 미학
제14장: 타고르라는 이국색異國色의 정체
제15장: 만해의 타고르 평가, 만해가 발간한 『유심』

2권 목차
제16장: 만해의 논개 사랑
제17장: 선사禪師의 설법
제18장: 첫 키쓰
제19장: 나룻배와 행인
제20장: 님의 얼굴
제21장: 계월향을 위한 노래
제22장: 꿈이라면
제23장: 나의 꿈, 오서요
제24장: 사랑의 끝판
제25장: 독자에게
『만해를 부른다』 독자들에게
만해 한용운 연표
님의 沈默 초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