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 문화의 영혼, 떡 - 다큐 <떡의 나라> 리뷰

[진리코드로 문화 읽기]
한재욱 전임기자 / 본부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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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떡 / #떡국 / #시루떡 / #떡살 / #조상제사


들어가는 말



〈떡의 나라〉는 KBS 2TV에서 2025년 10월 6일과 7일 2회에 걸쳐 공개한 음식 다큐멘터리다. 한국의 깊고 다채로운 미식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며 호평받은 KBS의 ‘K-FOOD SHOW 맛의 나라’ 시리즈 중 국물⋅김치⋅반찬에 이은 네 번째 이야기다.

〈떡의 나라〉 1부 ‘백미백미白米百味’ 편에서는 흰쌀을 찌고, 치고, 지지고, 삶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떡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 나선다. 시기별로 가장 맛있는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먹는 계절 떡을 소개하고 전통을 지켜 온 숨은 장인을 만난다.

2부 ‘밥 위에 떡’에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떡의 역사를 살펴보고, 전국 팔도에서 다른 재료와 손맛으로 빚어낸 지역 떡의 다채로운 세계를 펼쳐 놓는다. 소박한 쌀 한 톨이 어떻게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지탱해 온 힘이 되었는지를 프로그램은 잔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보여 준다.

이번 호에서는 떡의 나라 1부 ‘백미백미白米百味’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맛의 완성체, 떡




떡의 시작은 흰쌀이다. 하얀 쌀로 백 가지의 맛을 만들어 내니까 ‘백미백미白米百味’라고 한다. 한국인의 주식 쌀이 만들어 내는 맛의 완성체가 떡이다. 우리는 축하할 일이 있으면 우선 떡부터 만든다. 허영만 만화가는 “한국인은 떡 안에 소망과 기원을 담고 있으니까 어찌 보면 떡이 한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일 겁니다.”라고 말한다. 흰쌀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맛, 쫀득하고도 찰진 맛의 정점. 정성으로 빚고, 넉넉함을 나누는 한국의 떡 문화. 〈떡의 나라〉는 이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다.

조선 시대 때 한 1,400종 이상의 토종 쌀이 있었다고 봐야 된대요. 쌀마다의 성격과 맛과 향미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떡이 되고 그 제법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떡이 다양하지 않았을까. - 서명환 전래 음식 연구가



밥보다 먼저 시작된 떡의 역사




우리가 떡을 밥보다 먼저 먹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쌀농사가 시작되면서 맨 처음 신석기 때에는 죽으로 만들어 먹었고, 그다음 청동기 때는 쌀을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쪄 먹는 떡이 있었어요. 밥은 섬세한 도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기 시대 때는 밥을 먹은 거죠. - 만화가 허영만


고구려 안악 3호 고분 벽화에 보면 부엌에서 어떤 여인이 시루에다 뭐를 잔뜩 넣고 찌는데 거기에 흐릿하게 꼬챙이가 꽂혀 있어요. 우리 어르신들이 옛날에 떡이 익었나 안 익었나를 보려면 대꼬챙이를 꽂아 봐서 익은 거다, 그렇게 판단을 하셨잖아요. - 정길자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병과) 기능보유자


삼국 시대 때도 시루는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된다. 시루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가열된 김이 안친 떡을 통과해 익는다. 그래서 김이 새지 않게 하려고 시루하고 솥 사이에 시룻번을 바른다. ‘번’은 당번이라는 ‘번’ 자이다. 김이 오르는 걸 지켜 준다는 뜻이다.

떡을 ‘찐다’고 하잖아요. 지금 지읒이 옛날에는 디귿이었어요. ‘찌다’가 쌍지읒인데 쌍디귿일 거라. “띠다로 하다가 떡이 됐다.”라고 국어학자들이 얘기를 하죠. - 정길자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병과) 기능보유자



떡과 함께 태어나고 죽는 한국인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는 떡 문화가 있다. 그런데 한국이 특이한 건 밥을 해 먹는 멥쌀로 떡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밀가루 떡으로 보통 ‘호떡’의 양식이다. 일본은 ‘모찌’, 찹쌀떡 위주다. 세 나라 중 우리나라는 가장 떡이 다양화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떡과 함께 태어나 떡과 함께 죽는다.’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아기의 생일이 돌인데,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돌떡#에 담았다. 돌떡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새하얀 백설기엔 순수함을, 쫀득한 인절미에는 끈기를, 알록달록 오색 송편에는 조화롭게 살라는 의미를, 붉은 찰수수경단에는 액운을 물리치려는 그런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혼인을 위해 “함 사세요.” 하고 외치면서 함函이 들어올 때 신부 집에서 준비해 먹는 떡이 #봉치 떡#(봉채 떡)이라고 한다. 찰떡을 두 켜로 찌는 찰시루떡은 부부가 찰떡같이 탁 붙어서 잘 살라는 의미라고 한다. 또 대추와 밤은 아들딸을 상징한다.
칠순, 팔순 잔치 같은 중요한 날에도 떡이 중심이고 제사상에도 떡이 올라간다.

한국인은 밥보다 떡을 먼저 먹었다!
한국인은 떡과 함께 태어나 떡과 함께 죽는다!



정월 떡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봄 떡, 여름 떡 가을 떡, 겨울 떡으로 계절마다 꼭 먹어야 되는 떡이 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음식이 떡국이다. 이것은 떡이 우리 음식 문화에서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다큐에서는 설 대목이면 매일 새벽 4시에서 7시 사이에 가래떡을 만드는 떡집의 모습을 보여 준다.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동안 매일 하루에 1,000줄씩 떡을 만든다. “여자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고 쓰인 이 집 가훈도 보인다.

예전 어른들은 방앗간에서 떡을 만들어 오면 길게 해서 주곤 했다. 여기에는 ‘길게 오랫동안 하얗게 때 묻지 말고 살아라.’라는 장수와 순수함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떡을 자르면 동그랗게 되는데 이는 엽전 모양과 같아서 ‘재복도 얻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떡국에는 만두를 넣어 먹는데, 만두는 ‘복을 싼다.’는 의미가 있다. 또 어른들이 ‘너는 떡국을 몇 그릇 먹었냐?’라고 묻는데, 이는 몇 살이냐는 질문이다.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는 뜻으로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부른다.

설날 떡국은 전국이 같지만, 지역마다 독특한 떡국이 있다. 닭떡장국, 매생이떡국, 굴떡국, 활전복떡국 등 떡국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그 지방에서 많이 나는 맛있는 재료들을 넣어 만들어 먹는다.

정월 대보름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소망을 담은 달집태우기가 하이라이트다. 이때는 시루떡을 해서 액운을 물리치고 건강과 복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 팥시루떡은 액운을 막고 복을 불러온다고 했다. 생일, 이사할 때, 잔치할 때도 시루떡을 푸짐하게 쪄 놓고 한 덩이씩 나누어 먹었다. 그래서 시루떡의 위상은 ‘한국 잔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약식藥食도 소개한다. ‘찌는 떡’ 중에서도 쌀알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만드는 ‘알떡’류로 분류된다. 밤, 대추, 잣 등 고명이 풍부하게 들어간다. ‘약藥’ 자가 붙은 이유는 옛날부터 귀하게 여겼던 꿀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월 삼짇날 떡



‘삼월 삼짇날’은 완전 봄이 왔기 때문에 들에 나가서 옛날에는 꽃놀이를 했어요. ‘봄을 제대로 즐기는 호사 중의 하나가 화전을 먹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봄에 나오는 한 편의 시를 먹는 느낌, 겨울을 견디고 땅에서 올라온 에너지들이 나물들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요리연구가 노영희


우리는 그 계절에 가장 맛있고 귀한 건 다 떡으로 만들었다. 봄 떡의 대표적인 재료가 바로 쑥이다. 다큐에서는 “단군 신화에도 쑥이 나오니 쑥떡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떡의 조상이 아닐까?”라는 얘기도 한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서 밝혀진 실제 역사에서는 신화가 아니라 웅족이 수행을 통해 환족의 백성이 되는 과정에 등장하는 쑥 이야기이다.

(환웅께서 웅족熊族과 호족虎族을) 신령한 주문의 도술로써 환골換骨케 하여 정신을 개조시키셨다. 이때 먼저 삼신께서 전해 주신 정해법靜解法(몸과 마음을 고요히 수행하여 해탈하는 법)으로써 그렇게 하셨는데,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 줄기를 영험하게 여겨 이를 주시며 경계하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것을 먹을지어다.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고 기도하라. 그리하면 참된 인간이 되리라.” - 『환단고기桓檀古記』 「삼성기三聖紀」 하下

예로부터 할머니들은 배가 아프면 쑥물을 먹고 나았고 간식으로도 먹었다. 봄에 해쑥이 나올 무렵 먹는 쑥떡은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맛에 쑥 향기가 물씬 난다.


5월 떡



5월이 되면 느티나무의 연한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떡으로 만드는 느티떡이 있다. 느티떡은 사월 초파일 날 스님들이 먹는 대표적인 절 음식인데 느티나무 잎이 억세지기 전 딱 15일간만 먹을 수 있는 귀한 떡이다. 느티나무 잎과 쌀이 조화를 이루면 향이 좋고 담백하며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나서 봄나물 같은 느낌을 받는다.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때가 음력 5월 5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단오절端午節이다. 여름을 맞기 전 파종을 끝내고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이때는 수리취떡을 집집마다 다 해 먹었다. ‘머리 수首’ 자를 쓰는 수리취는 나물의 왕으로 불렸다고 한다. 수리취떡에는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을 찍는데 동그란 수레바퀴처럼 인생이 술술 잘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여름 떡



옛날에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에는 여름에 떡 먹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우리 선조들의 떡 사랑은 아주 기발한 지혜를 만들어 냈다. 발효된 막걸리를 이용해 떡을 삭히는데(숙성) 제일 더울 때 상온에서 이틀, 사흘을 둬도 이상이 없고 떡이 쉬지는 않는다. 술떡이라 불리는 기정떡(증편)은 보기는 비슷해도 썰어서 입에 들어가기까지 딱 20시간 걸린다고 한다. 기정떡은 아주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먹는 것처럼 폭신폭신해서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맛이라고 표현한다.

유산균이 살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솜이불을 둘러씌우고 공기 입을 꽉 막고 그 위에 또 이불 세 겹, 네 겹을 덮어 줘 가지고. 열서너 시간을 지나면 만졌을 때 출렁출렁하는 그 느낌. 야, 이게 떡이 오늘 진짜 잘되겠구나. 떡이 잘됐을 때는 솜같이 이렇게 진짜 보기만 봐도 맛있고 공기층이 골고루 들어가 있는 거예요. 입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 기정떡 김용섭 명인



가을 떡 / 겨울 떡



떡이 가장 맛있는 계절은 햅쌀과 바로 수확한 햇곡식이 있는 가을이라고 한다. 가을하면 추석秋夕이고, 추석하면 송편이다. 또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떡으로 공주에서는 밤떡이 유명하다. 공주는 충남 부여군에 이어 전국 밤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밤 주산지이다. 공주 밤은 특히 더 단단하고 달고 맛있다. 공주의 알밤찹쌀떡은 특대 밤을 까서 통밤을 그대로 찹쌀떡 속에 넣어 만든다. 호박과 밤을 사용해 만든 호밤시루떡도 있다.

1년 중에 밤이 가장 긴 날 동지冬至에도 잊지 않고 먹어야 되는 떡이 있다. 예로부터 팥죽에는 찹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떡인 새알심을 넣어 먹었는데, 새알심은 나이 수만큼 먹어야 복이 잘 온다고 했다.

동지 팥죽은 마당이나 대문 근처에 이렇게 막 뿌려요. 팥의 붉은 기운이 악귀나 잡신을 다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또 팥죽을 먹으면 한 해의 나쁜 기운을 딱 털어 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그런 좋은 의미가 있으니까요. - 배우 류수영



떡은 한국 음식 문화의 영혼



이렇게 우리나라의 절기마다 먹는 떡은 다 의미를 담고 있다. 그냥 먹는 떡이 없다. 그래서 다큐에서는 “한국 음식 문화의 영혼 같은 게 떡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떡은 우리가 인공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는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다 자연에서 와요. 색소를 쓰는 것도 아니고 우리 자연에서 주는 거를 가지고 표현을 하고 맛도 느끼고 향도 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미학적으로 보면 너무 아름답잖아요, 예술 같잖아요. 그리고 그 역사가 얼마나 길어요. 우리 민족에 그대로 녹아져 내려 있는 게 떡인 것 같아요. - 전례 음식연구가 서명환



떡살



떡살은 절편, 절기 떡 등의 표면에 ‘복福’이나 ‘수壽’ 문양을 찍어 내는 전통 조리 도구로, ‘떡에 살(문양)을 박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주로 소나무, 박달나무로 만들고, 떡의 아름다움과 함께 무병장수, 다산,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떡살은 떡에다 살을 부여한다는 뜻이거든요, 말 그대로. 주름살, 부챗살, 창살 등처럼 의미를 부여한다는 거예요. - 김규석 전라남도 무형유산 목조각장


김규석 목조각장은 이 문양을 언어 표현이라고 본다. 결혼식에 쓰는 떡살(문양)이라고 하면 오로지 다산, ‘잘 살고 자식 많이 낳아라.’라는 의미에만 들어간다. 회갑에 쓰는 떡살이면 ‘오래오래 사십시오.’라는 장수의 의미로 백일홍 문양이다. 제사 때 쓰는 떡살은 윤회 사상, 정토의 의미로 수레 차 무늬가 들어가며, 돌고 돈다는 의미를 가진다.

떡살은 그 집안의 힘과 같은 의미를 가졌다. 함부로 문양도 못 바꾸는데, 만약에 ‘다 쓰고 닳아져서 바꿔야 되겠다.’ 하면 문중 계를 열어서 협의를 거친 후에 문양을 바꾼다고 한다.


조상 제사와 떡



그 옛날에는 조상을 섬기는 데 떡만큼 귀한 게 없었나 봐요. 신줏단지 그게 마루에 이렇게 있어요. 그게 아주 귀한 거라고 들여다보라고 그래서 봤더니 쌀이 있더라고요. 보릿고개 때 또 배고플 때 비상 양식을 비축하는 거거든. 굶으면 뭐 다른 거로 대체할 수 있지만은 제사에 떡을 하기 위해서는 쌀이 있어야 되잖아요. - 이영주 경주 최씨 정무공 14대 종부


다큐에서는 경주 최씨 종갓집에서 콩이나 밤 등을 넣어 찐 시루떡인 ‘모두시리’를 만드는 모습도 소개된다. 추석 차례를 지낼 때 송편과 같이 올라가는 떡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첫 곡식을 가지고 제일 중요한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놨다가 제사에 쓸 떡을 한다. 딱 추수할 때, 곡식이 익을 때만 해 먹을 수 있었으며, 좋아하는 재료를 모두 듬뿍 넣어 만든다는 의미에서 ‘모두시리’라고 부른다.

시루떡은 실패하면 또 쪄도 안 되거든. 한번 잘못하면 잘 안돼. 떡이 잘 안 익고 이러면 부정 타서 그렇다고 해요. 그래서 이렇게 줄을 쳐 놓으면 아무나 못 들어와. 제사에 떡이 안 익으면 안 되잖아요. - 다큐 내용


증산도 『도전道典』 말씀에도 중요한 공사에 참여한 여인의 성심誠心이 풀리자 아무리 하여도 떡이 익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의 어머니들은 불을 아무리 때도 떡이 익지 않는 체험을 종종 말한다. 부정을 타거나 신명이 기운을 막으면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여인이 불평을 품은 것을 사죄하고 나니 비로소 떡이 익었다는 내용이다.

*상제님께서 이환구에게 이르시기를 “네 아내가 49일 동안 정성을 들일 수 있는지 잘 상의하여 보라.” …… 상제님의 신성하심을 익히 들은 터라 굳게 결심하고 대답하거늘 …… 날마다 목욕재계한 후에 떡 한 시루씩 찌게 하시니라. 여러 날이 지나매 그 아내가 괴로워하며 불평을 품으니 이날은 나무 한 짐을 다 때어도 떡이 익지 않는지라. 환구의 아내가 크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니 …… “떡이 익지 않는 것은 성심誠心이 풀린 까닭이라. 네 아내가 심히 걱정하는 듯하니 내 앞에 와서 사죄하게 하라. 나는 비록 용서하고자 하나 신명들이 듣지 않느니라.” 하시니라. 환구가 아내에게 말씀을 전하니 아내가 깜짝 놀라 사랑에 와서 상제님께 사죄하고 다시 부엌에 들어가 시루를 열어 보니 떡이 잘 익었더라. (도전道典 5:12:2~9)


굄떡, 고임떡은 큰 제사에 정성과 예를 갖추기 위해 떡을 높이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백편, 인절미 등 편평한 떡을 층층이 쌓고, 맨 위에 화려한 웃기떡(개성주악, 흑임자화전 등)을 얹어 장식하며, 높을수록 깊은 정성을 의미한다.

예전엔 배부르게 먹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음력 10월 상달(上月)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가 지내는 묘사墓祀 때가 되면 온 동네 아이들이 떡 얻어먹으려고 산 밑에서 대기를 했다고 한다. 집안 잔치에는 떡이 빠지는 행사가 없었다.

항상 종가는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이니까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미리 쪄 놓았다가, 먼 거리를 오시고 이러면 떡을 내놓고. 이런 게 ‘아, 종가에서 이제 우리를 생각해 주는구나.’ 하니까, 그게 대접이 아닐까 싶어요. - 다큐 내용


끈적거리는 떡의 특성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 주는 끈기를 상징하는 것 같다. 떡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밥을 주는 것과 달리 “너 온다고 떡 했어.”라고 하면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달라진다. 우리 조상님들은 떡에 ‘이걸 먹는 사람이 부자가 됐으면 좋겠어. 건강했으면 좋겠어.’와 같은 바람을 담았다. 소망이 부여된 떡은 특별한 날에 해 먹어 불행해질 일이 없다.

『도전』에는 떡과 관련된 수많은 성구가 있다. 상제님께서는 천지에 제를 지내거나 신명을 대접할 때 항상 떡을 올리게 하셨고 천지공사天地公事의 중요한 제물로 쓰셨다. 『도전』에서도 떡은 그 자체로 소망과 바람의 결정체였던 것이다.

다음 호에는 〈떡의 나라〉 2부 ‘밥 위에 떡’ 편에서 다룬, 잔치와 일상 속 떡의 역사와 더불어 전국 팔도의 다채로운 지역별 식재료를 조명하려 한다. ■

한국 음식 문화의 영혼 같은 게 떡이 아닐까.
떡은 그 자체로 소망과 바람의 결정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