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정보 오늘 플러스 | 우리말 시간 여행 - 오늘의 우리말 [밑져야 본전]

[STB하이라이트]
※ 말 속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우리말 시간 여행


오늘의 우리말 [밑져야 본전]





“그냥 한번 해 보자. 밑져야 본전이니까!”
이 말 많이 들어 보셨죠? ‘밑진다’는 건 뭘 잃는다는 뜻인데, 대체 본전은 어디 있던 걸까요? ‘밑지다’는 손해를 보다, 또는 본래 가진 것보다 줄어들다라는 의미예요. ‘본전’은 말 그대로 원래 가지고 있던 돈, 자산, 혹은 투자한 금액을 말하죠. 즉, ‘밑져야 본전이다.’는 ‘해 봐야 손해 볼 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 단순히 일상 속에서 생겨난 말일까요?
여기에도 역사와 문화가 숨어 있습니다.


조선 후기, 상업이 발달하던 시기. 보부상, 행상, 장사꾼들이 전국을 돌며 물건을 팔았어요. 이들은 거래할 때마다 주판알을 튕기며 외쳤죠.
“밑지면 안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렇게도 말했어요.
“밑져야 본전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은 단순한 손익 계산이 아니라, 잃어도 처음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심리적 낙관을 담고 있었죠. 결국 이 말은 조선 시대 상인의 삶의 태도, 거래 철학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날 새로운 일, 모험 혹은 고백을 하기 전에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하죠.
“회사에 제안했는데… 뭐,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고백했어! 밑져야 본전이었거든.”
‘밑져야 본전’은 이제 시작을 위한 마법의 말이 되었죠. 도전挑戰을 부추기고, 실패에 덜 흔들리게 해 주는 말이니까요. 한때는 상인의 속사정이었고, 지금은 도전의 주문이 된 말, ‘밑져야 본전’.


언어는 시대를 건너며 삶의 태도와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 됩니다. 밑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에 뭔가 망설여지는 일이 있다면, 이 말 한마디 떠올려 보세요.

“에이,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도전해 보는 거야! 아자!”
잃을 게 없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 이 한 걸음이 나를 바꾸는 시작일 수 있다는 뜻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