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나들이 [갓]
[STB하이라이트]


그리고 2025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 등장한 ‘사자 보이즈’가 갓을 쓰면서 다시 한번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는데요. 갓을 쓴 까치까지 등장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련 굿즈가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갓’이라는 말, 어디서 온 걸까요? 그리고 왜 시대를 초월해 전 세계인들이 이렇게 매혹되는 걸까요?
오늘의 단어는 바로 〈갓〉입니다.
단어 어원과 어형 변화
이제 ‘갓’의 어원을 살펴볼까요?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관冠을 “골소갈骨蘇曷”이라 기록했는데, 여기서 보듯이 ‘갓’이 ‘갈’, ‘깔’과도 같은 의미였다는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笠曰蓋 音渴[립왈개 음갈]” 〈1103 계림유사, 7a〉
“갇爲笠” 〈1446 훈민정음 해례본, 58〉
“갇爲笠” 〈1446 훈민정음 해례본, 58〉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고깔’이라는 단어입니다. 중세형은 ‘곳갈’로, ‘곳’은 ‘송곳⋅동곳⋅곶’처럼 뾰족한 것을 뜻하고, ‘갇(갈)’은 모자를 의미해요. 즉, ‘뾰족한 모자’라는 뜻이죠. 이두식 표기 과정에서 고소깔 → 곳갈 → 고깔로 변했으며, 오늘날에는 풍물놀이나 춤을 출 때 머리에 쓰는 모자를 가리킵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어 ‘갓’이 일본어 ‘かさ (kasa, 笠)’와도 대응된다는 사실이에요.(백문식, 2014:47) 이를 통해 ‘갓’이 우리말이면서 동아시아 여러 문화권에서 유사한 어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갓의 구조와 종류
갓은 크게 머리를 덮는 부분인 모자집(갓모자)과 얼굴을 가리는 양태(챙)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자집은 위보다 아래가 조금 넓은 원통형이고, 양태는 아래가 약간 우긋하게 곡선을 이루고 있어요.<흑립 기준> 이 미묘한 곡선 때문에 갓을 만드는 장인들은 ‘버렁잡는다’고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갓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어요. 재료에 따라 시욱갓(담요), 총갓(말총), 제량갓(제주 말총), 초갓(풀), 삿갓(대나무), 노갓(노끈) 등이 있었습니다. 신분에 따라서도 달랐는데, 진사립은 왕이나 귀인이, 음양사립은 양반이, 포립은 일반인이 착용했죠.
갓의 독창성
세계 각국에는 독특한 전통 모자들이 있지만 기능과 미를 겸비한 모자는 우리 갓만큼 되는 것이 드물죠. 19세기 『뚜르 드 몽드Le Tour du Monde』에 실린 샤를르 바라의 『조선 여행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세계 어디서도 이렇게 다양한 모자를 지니고 있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공기와 빛이 알맞게 통하고 여러 용도에 따라 제작되는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인들이 꼭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1892 『Le Tour du Monde』, Charles Varat, Voyage en Corée〉
〈1892 『Le Tour du Monde』, Charles Varat, Voyage en Corée〉
갓과 상투 - 우리 조상들의 멋
갓을 제대로 쓰려면 상투를 틀어야 했습니다. 상투는 머리카락을 모두 올려 빗어 정수리 위에서 틀어 감아올린 머리 모양으로, 성인 남성의 상징이었어요.
상투에는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상투를 하늘과 소통하는 ‘안테나’처럼 여겼어요. 정수리 위로 솟은 모양은 마치 북두칠성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었죠. 그래서 ‘상투(上頭)’를 북두칠성의 ‘상두(上斗)’와 연결해, 하늘과 인간을 이어 주는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갓’은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과 지혜가 담긴 전통문화의 상징입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죠. 중요한 것은 우리 것의 가치를 우리가 먼저 알아보는 일입니다.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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