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을 대체할 새로운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130억 년 전 우주의 비밀을 찾아

[지구촌개벽뉴스]
사이언스⋅네이처 선정 주요 과학 성과
외계 생명과 우주 탄생의 신비를 찾아서
별의 탄생 순간과 목성의 오로라 포착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대성운’의 모습. 성운 너머 별들이 탄생하는 모습을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제임스웹 망원경이 다수 잡아냈다. (출처 : NASA)


2022년 주요 과학 성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 이하 ‘제임스웹’)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꼽은 2022년 주요 과학 성과에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우주 탄생의 비밀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임스웹은 기존의 허블 망원경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허블 망원경이 주로 가시광선을 이용하여 관측하는 반면 제임스웹은 적외선을 이용한다. 적외선의 장점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빛으로 상대적으로 우주 공간의 먼지구름을 더 쉽게 통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와 같은 행성이나 낮은 온도의 천체들은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더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제임스웹의 네 가지 임무


제임스웹의 임무는 크게 네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빅뱅 이후 우주에 생긴 최초의 별과 은하를 탐색하는 일이다. 먼 우주를 볼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보는 것이므로 망원경의 해상도로 볼 때 우주 초기의 천체들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은하가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의 연구를 위해서다. 가까운 은하로부터 먼 은하까지 관측함으로써 시간적 변화를 알 수 있다. 셋째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의 탄생이나 행성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일이다. 적외선의 장점을 통해 외계 행성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와 유사한 소위 ‘골디락스Goldilocks’ 행성을 찾아내고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서 골디락스는 영국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다. 소녀가 곰이 만든 뜨겁고, 차갑고, 적당한 수프 가운데 적당한 것을 먹었다는 데서 나온 말로 생명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조건의 행성을 말한다.

별을 낳는 독거미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타란툴라 성운(Tarantula Nebula)에서 별이 탄생하는 지역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주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곳이 우주로 향한 인류의 새로운 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름에 붙여 비유하자면 ‘별을 낳는 독거미(Tarantula)’인 셈이다. 사진을 보면 가운데 보석처럼 밝은 빛들이 보인다. 막 탄생한 수만 개의 별들이다. 주변에 붉은색으로 보이는 곳은 장차 별이 태어날 지역이다. 이전에는 우주먼지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았지만,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타란툴라 성운은 주변 은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이다. 그만큼 별이 많이 생성된다는 의미다. 우리 은하에는 이곳처럼 대규모로 별이 탄생하는 곳이 없다. 과학자들이 타란툴라 성운에 주목하는 것은 우주가 탄생한 지 20~30억 년밖에 되지 않은 이른바 ‘우주의 정오(Cosmic Noon)’ 때 별이 집중적으로 탄생하던 지역과 화학적 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사는 타란툴라 성운의 별 탄생 지역을 장차 제임스웹이 포착해 낼 실제 우주의 정오 지역과 비교하면 우주 진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목성의 새로운 얼굴


제임스웹은 목성의 새로운 얼굴도 잡아냈다. 사진에서 목성의 불안정한 대기와 ‘거대 폭풍’ 대적반大赤斑이 또렷하게 잡혀 있다. 대적반이란 목성 표면에 생성된 거대한 소용돌이다. 지구 세 개를 담을 정도로 크다. 제임스웹의 목성 사진이 기존의 것보다 특별한 건 극지방에 포착된 오로라에 있다. 목성을 원거리로 촬영한 사진에선 작은 먼지와 얼음 조각으로 구성돼 주위를 둘러싼 옅은 고리가 포착됐다. 목성의 위성 아말테이아Amalthea와 아드라스테아Adrastea도 한 사진 안에 담겼다.

제임스웹이 적외선으로 포착한 빛의 정보는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가시광선 영역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빛의 파장에 따라 긴 파장은 붉게, 짧은 파장은 푸른색으로 구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진 속 목성의 다른 색상이 드러났다.

제임스웹 발사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임케 데 파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이 정도로 사진이 좋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한 이미지 안에 목성의 고리, 위성, 먼 은하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제임스웹이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인간의 눈은 먼지보다 작다. 하지만 그 작은 눈에 온 우주가 비치고 마음은 그 모든 것을 담고도 남는다. 이제 제임스웹을 통해 인간 의식의 지평이 공간적으로도 확장되고 시간적으로도 우주의 탄생을 향해 과거로 과거로 더 멀어졌다. 130억 년이 넘는 인간의 서사를 드러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광막한 우주에 혼자라고 느꼈을지 모를 인간들에게 제임스웹이 앞으로 들려줄 우주 탄생과 지구 밖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