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영화 〈아바타Avatar〉 분석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영화 소개


〈아바타Avatar〉는 전 세계 박스 오피스Box Office 1위 기록을 보유한 영화다. 또 실질적인 3D 영화의 시작으로, 최초이자 최고의 사례로 꼽힌다. 29억 달러, 한국 돈으로 거의 4조 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한국에서도 외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다.

〈아바타〉 1편에서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Pandora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며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Jake Sully(샘 워싱턴 분)’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아 판도라로 향하고 나비족의 삶에 동화되어 인간들의 자원 수탈과 침탈에 맞선다.

〈아바타 2편: 물의 길(The Way of Water)〉은 황폐화된 지구를 버리고 대규모 우주선단으로 온 인간들에게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Neytiri(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 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 고래잡이로 상징화된 자연 파괴의 죄악 등을 그렸다.

감독 제임스 카메론



한국 시장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최초 개봉도 한국에서 하는 것이다. 왜냐면 한국 관객들이 전 세계 영화업계 표준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 2022.12.9. 제임스 카메론


이 말은 어느 정도 립 서비스lip service가 있는 말이겠지만, ‘테스트 베드Test bed’라는 용어가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다. 그동안 한국 관객들의 적극성과 문화 수준 및 영화 산업의 규모 등은 테스트 베드의 표준처럼 작용해 왔다.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최초 개봉을 하는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다.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은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 중 하나이자 ‘흥행의 제왕’이라 불리는 감독으로, 그가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기록하여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80년대 영화계에 입문해 미래 사회의 암울한 묵시록이 담긴 SF 액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에이리언 2〉, 〈어비스〉, 〈타이타닉〉, 〈아바타〉 시리즈 등을 만들었으며, 또한 이 과정에서 CG(Computer Graphic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영상 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아바타 시리즈 2편인 〈아바타 : 물의 길〉에는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황정록 시니어아티스트 등 VFX(Visual Effects)에 한국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많이 닿아 있다.

아바타


아바타라(산스크리트어: अवतार Avatāra) 또는 아바타Avatar는 신神의 화신化身(incarnation of God or god)을 뜻하는 힌두교 용어 또는 교의敎義이다. 신이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내려와 육체적 형상을 입는 것을 의미한다.

힌두교에서 ‘아바타’라는 낱말은 반드시 ‘신의 화신’을 의미하지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의 화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힌두교의 아바타는 신이 몇 번이고 다른 인간의 몸을 통해 올 수 있지만, 기독교에서는 오직 예수만이 육화한 신이라 한다. 그래서 기독교는 Avatar(화신)와 구분되는 incarnate(육체를 부여하다)나 embodiment(구체화)로 표현한다(육화肉化/성육신成肉身).

또 인터넷이나 게임 용어로는 사용자의 분신分身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를 아바타라고 칭한다. 영화에서 아바타는 인간과 원주민들의 DNA 혼합으로 양성된다. 나비족과의 소통을 위해 아바타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그레이스 오거스틴Grace Augustine(시고니 위버 분) 박사가 개발했다. 아바타는 조종사와 신경계가 동조되어야만 비로소 조종이 가능해진다.

독실한 힌두교인의 관점에서는, 컴퓨터 용어인 아바타와 영화 아바타에서 사용된 ‘아바타’라는 낱말은 지극히 신성한 말 또는 개념을 세속화⋅물질화⋅희화화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힌두교의 삼신(브라흐마⋅비슈누⋅시바) 중 비슈누Viṣṇu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큰 고난의 때에 현현하여 나타난다고 하는데, 역사 속에 열 번 온다고 한다. 아홉 번째 아바타는 석가모니로 힌두교에 불교 문화가 수용되었고, 열 번째로 오는 아바타는 칼키Kalki로 미륵불彌勒佛을 뜻한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힌두교의 첫 번째 아바타가 우리나라의 문화에도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고대 인도에는 사회적인 기본 생활 규범과 의례 등을 써 놓은 ‘마누Manu법전’이 있었는데, 마누는 인도 대홍수 신화의 주인공이다. 비슈누 프라나에는 비슈누가 마누에게 “대홍수가 나면 배를 타고 히말라야로 일곱 현인(칠성령 문화)과 함께 도망가라.”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때 비슈누가 물고기 아바타(마츠야)로 나타나서 마누와 일곱 현인을 태우고 간다. 이것을 상징으로 쓴 것이 유명한 ‘쌍어雙魚 문양’이다.

그런데 이 쌍어 문양을 쓰는 곳이 가야 허황후의 모국인 인도의 아유타국阿踰陀國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에는 상제님의 명으로 김수로왕과 허황옥許黃玉이 결혼을 하는 내용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고, 인도에서 온 허황옥을 증명하듯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정문에는 쌍어문이 그려져 있다. 한마디로 인도 비슈누의 첫 번째 아바타가 한국의 김해 김씨, 김해 허씨의 상징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의 꿈



“군 병원에 있을 때 나는 날아다니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난 자유로웠다.”
“모든 게 반대가 됐다. 꿈속이 현실이고 이쪽이 꿈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제이크 설리의 대사이다. 아바타에 동기화가 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의 삶과 아바타의 삶 사이에서 제이크가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영화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의 꿈으로 시작하는데,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시킨다. 중국 전국 시대의 인물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가 깼는데,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만물이 변화하는 도를 말하고자 하는 ‘호접몽’이 영화에 핵심적으로 도입돼 있는 셈인데, 공교롭게도 한국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겠지만 판도라의 주민은 ‘나비족’이다. 나비족과 나비가 된 호접몽, 한국인들에게는 묘하게 들릴 만한 내용이다.

더 기묘한 내용이 있다. 나비족의 성인식은 나비족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나비족이 성인식을 치르고 나면 홈트리Hometree 가지로 활을 만들 수 있으며 나비족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생긴다. 우리말의 나비, 즉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는 애벌레로 한 번 태어났다가 번데기를 거쳐 완전히 변화된 성충成蟲 나비로 두 번 태어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나비족의 구성원도 두 번째의 성례 의식을 거치며 인정을 받고 완전한 성인 전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나비 호접몽과 나비 변태)을 살펴볼 때 아바타의 ‘나비’라는 말은 한국어로 생각할 때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는 말이다.

“나비는 모두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두에게 인정받는 순간이다. 영원한 나비로...”


홈트리와 활



홈트리는 나비족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어우르는 집으로 거대한 나무이다. 나비어로 켈루트랄Kelutral이라고 하고 높이 약 460미터에 직경 30미터 이상이다. 중앙에는 줄기가 나선형으로 자라나 생겨난 천연 계단이 있고, 나비족들은 이를 이용해 나무 내부를 오르내린다. 그런데 나선형은 DNA의 모습이기도 하다.

“물의 전체적인 신진대사 과정은 초목의 신진대사 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 빅터 샤우버거


오스트리아의 산림 관리원이며 과학자였던 빅터 샤우버거Victor Schauberger(1885~1958)는 물의 본성이 나선형이며 소용돌이 운동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물이 나선형으로 움직이는데 나무는 그 물을 끌어 올려 생장한다. 그런데 홈트리는 나선형의 물처럼 나선형으로 자라난다. 물의 마법사라 불렸던 빅터 샤우버거의 말처럼 물의 움직임이 초목의 생장 모습으로 그대로 나타난 것이 홈트리의 나선형 줄기와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뒤에 언급하겠지만 홈트리 밑에 묻힌 광물인 언옵테늄Unobtainium(‘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은 초전도체인데 볼텍스(나선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나비족에게는 홈트리가 집이면서 신성한 나무인데, 지하에 엄청난 양의 언옵테늄이 매장되어 있어 인간들에게는 탐욕의 대상이다. 나비족을 몰아내기 위해 결국 무력으로 건십gunship을 이끌고 와 폭격을 가해 홈트리를 불태워 버린다.

나비족은 성인이 되면 홈트리 가지를 부러뜨려 개인용 활을 만들 수가 있다. 즉 성인이 되면 홈트리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제이크는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 진정한 나비로 인정받는다. 나비족이 말을 타고 달리며 화살로 사냥하는 장면에서 유목 민족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내 활을 가져가거라. ‘오마티카야’들을 부탁한다.” - 에이투칸



오마티카야Omatikaya의 부족장이며 네이티리의 아버지인 에이투칸Eytukan(웨스 스투디 분)은 홈트리가 무너지면서 부상을 당해 죽어가며 유언을 남긴다. 딸 네이티리에게 활을 전하며 오마티카야 부족을 부탁한다. 아바타 2편에서도 네이티리는 아버지에게 받은 활을 명예롭게 여기며 부족을 지키려 한다. 여기서 활을 전하는 것은 종통宗統의 계승을 뜻한다. 이처럼 아바타에서는 활이 나비족의 진정한 자격이며, 종통의 상징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올림픽에서 양궁대회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 한국인을 떠올리게 된다. 동방 배달민족이 ‘동이東夷’라 불린 것은 치우천황이 큰 활을 만들어 쓴 이후이다. 큰 활[大弓]의 위엄을 대단히 두려워한 한漢족은, 배달민족을 가리켜 ‘큰 활을 잘 쏘는 동방 사람’이란 뜻으로 동이東夷(=大+弓)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나비족이 그들의 키만 한 대궁을 쏘는 장면들은 인디언의 이미지와 연결되고, 그 이전 동이족과의 깊은 연관성을 느낄 수 있다.

환국의 환족은 약 1만 년 전부터 베링 해협을 건너 남북 아메리카 대륙으로도 이주하였다. 이것은 인디언의 언어, 혈액형, 체질, 치아, 문화 등을 연구한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독일의 고고학자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Humboldt(1769~1859)는 “아메리카의 많은 신화, 기념물, 우주 발생에 관한 사고는 동아시아의 것과 놀랄 만큼 흡사하다.”라고 주장한다.

영화 〈아바타〉는 백인의 인디언 학살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이 많다. 실제 나비족의 복장과 문신, 주술적인 행동들은 영화 〈포카혼타스〉나 〈늑대와 춤을〉이 생각날 정도로 아메리카 인디언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성한 에이와Eywa 여신과 연결된 홈트리 나무, 그리고 나무의 가지를 자신의 활로 만들어 한 명의 온전한 나비가 되는 나비족, 부족장의 권한을 이어받는 상징으로서의 활, 이 모든 것이 환국에서 건너간 한민족의 문화와 연결된다.

영혼의 나무



인도의 힌두 정신, 인도의 영혼을 상징하는 나무가 반얀 트리인데, 힌두 문화에 의하면 시바신이 사는 카일라스Kailas산에 천상의 반얀 무화과나무인 반얀 트리(신단수)가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나무를 상징한다. 이것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바타다. - 인도 첸나이 환단고기 북콘서트 1부


인간들의 공격에 홈트리를 잃은 나비족은 유일한 희망인 ‘영혼의 나무(Spirit Tree)’ 주변에 모인다. 영혼의 나무는 반얀 트리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반얀 트리Banyan Tree’의 원산지는 인도이며 뽕나뭇과에 열매는 보리수 열매와 비슷한 무화과나무속으로 뱅갈고무나무로도 불린다. 인도에서는 나무 자체를 신성시하여 여기에서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인디언 반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석가모니 부처도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서 성불하였으니 이런 사실도 고려된 설정이라고 생각된다.

인도 힌두 문화에서 불멸의 나무로 상징되는 반얀 트리를 영화에 쓴 것은 감독이 신단수神檀樹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화에서 영혼의 나무는 여신 에이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매개 또는 에이와 자체로도 묘사된다. 새하얀 가지와 잎을 신선의 수염처럼 늘어뜨린 모습이 신비롭고 신성하게 느껴진다.

‘오마티카야’들에게 나무란 건 굉장히 신성해. 우리가 알아낸 바로는 나무들끼리 전기화학적인 속도로 서로 교신을 한다는 거야. 사람의 뇌신경같이 말이야. 그리고 각각의 나무마다 약 1만 그루의 나무와 연결돼 있어. 그리고 판도라에는 1조 정도의 나무가 있다고. 나무가 사람의 두뇌와 같다는 거지. 이해해? 이건 네트워크야. 이건 나비족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라고. 온갖 정보와 기억까지도 주고받지. 방금 당신이 파괴한 밀림 같은 곳에서 말이야. - 그레이스 박사


그레이스 박사는 초거대 성간 기업인 RDA(Resources Development Administration : 자원개발관리단) 수장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판도라 행성은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이며, 하나의 생명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비족이 섬기는 여신 에이와는 이 거대한 네트워크 자체일 수 있다.
영혼의 나무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그레이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영혼의 나무, 여긴 그들에게 제일 신성한 곳이야. 적외선 이미지 속 플럭스 볼텍스가 보이니? 저기서 생물학적으로 정말 흥미진진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 그레이스 박사


첨단 기술에 쓰이는 초전도체 내부의 양자화된 자기력의 다발을 볼텍스Vortex, 플럭스Flux라고 한다. 그레이스는 과학자로서 영혼의 나무와 그 밑에 있는 언옵테늄의 신비로운 힘을 과학으로 이렇게 표현하는데 그녀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에이와를 직접 만나면서 이 모든 것이 영적인 힘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바타 2편에서 영혼의 나무는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제이크가 가족들을 물의 부족인 멧카이나Metkayina 부족에게 의탁해 피신시키는데, 이 멧카이나 부족의 신성한 장소인 ‘선조들의 만灣(Cove of the Ancestors)’ 깊은 수중에도 영혼의 나무가 있다. 오마티카야 부족의 ‘목소리의 나무’ 또는 ‘영혼의 나무’와 유사하게, 멧카이나 부족이 에이와의 신경망과 연결하여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주요 지점이며, 조상의 ‘영혼’을 저장하고 심지어 수중에서의 연결을 지속할 수 있는 산소까지 공급한다.

오마티카야 부족의 영혼의 나무가 있던 장소나 메카이나 부족의 영혼의 나무가 있는 ‘선조들의 만’ 모두 신성한 장소로 신단수를 중심으로 천제를 올리던 소도의 이미지가 강하다. 두 곳 다 신비한 힘인 볼텍스가 강하고, 언옵테늄의 영향으로 떠 있는 거대한 섬들이 있고, 아치형 원형 구조의 신비한 바위가 있다.

신성한 장소인 만큼 외부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며, 쳐들어가려고 해도 해당 지역은 폴리페모스Polyphemus(판도라의 모행성母行星)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자기 이상으로 탐지 장치가 먹통이 되어 버리는데, 마치 신성한 영역인 소도에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고 제사장과 삼랑의 출입만을 허용했던 『환단고기』의 역사 내용과 비슷하다.

상고 시대 우리 조상들은 ‘소도蘇塗’라는 특정 장소에서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올렸다. 초대 단군왕검이 천자로 추대되기 전 천제를 올린 장소인 ‘단목 터[檀木之墟]’는 고조선 최초의 소도라 볼 수 있다. 배달을 세운 환웅천황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왔는데, 그 신단수가 바로 소도의 상징이다.

북방 유목 민족은 이런 성수聖樹 문화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퉁구스 만주족의 일파인 나나이Nanai족은 천상과 지상에 각각 한 그루씩 세계수世界樹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성수는 우주의 축(Cosmic axis)으로서 신神이 내리는 하늘 나무로 받들어졌다. 성수 신앙은 세계 각지에서 민간 신앙으로 흡수되어(서낭나무⋅신단수⋅소도) 지금도 ‘세계수世界樹(위그드라실Yggdrasil)’라는 이름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이 개벽이다』에서는 성수聖樹 신앙과 삼신三神 세계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류 문명사의 초기부터 왜 이와 같은 성수 신앙이 절대자 신앙과 동시에 이루어지게 된 것인지 우주 원리로 명확히 밝힌다.

우주 일 년 법도에서 우주의 봄철은 인간이 처음으로 탄생하는 시원 시대로서 하늘(신)을 받들고 신을 삶의 영원한 이상으로 삼는, 목신사명木神司命의 천도 섭리(神尊=天尊)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동서양의 어느 지역을 불문하고 문명의 초기에는 인간과 신이 만나는 만남의 장(공간)을 기리는 상징적인 의식으로서 성수 신앙이 나타났던 것이다. 즉, 처음 창조의 시간대(우주 봄철)에 조화 기운[木氣]을 타고 태어난 인간이 지상에서 신명과 만나 신인합일을 이루는 신교의 영적 통로로서, 신이 내리는 거룩한 나무[聖樹]를 신앙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것은 미신이나 단순히 흘러간 원시 신앙의 형태가 아니다. 인간이 신성을 발현하여 신(우주 자연의 성신과 신도의 인격신을 포함)과 만나는 이러한 예식은, 고대 신교 문화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관건이 되는 가장 심오하면서도 소박한 삼신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 『이것이 개벽이다 상上』


나무 신앙은 자연스럽게 우주 봄철의 목신사명木神司命의 섭리를 생각하게 해 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조 그루 정도의 나무가 있는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나비족의 피부색이 파란색이다. 파란색과 녹색은 음양오행의 색 배치에서 목기운에 해당한다. 감독의 의도가 어떻든 나비족의 피부색은 우주 원리에 딱 맞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두 명의 구세주 설정, 제이크와 키리


통치자 제이크 설리

제이크 : 이것들은 뭐야?
네이티리 : 신성한 나무의 씨앗들. 순수한 영혼들이지.
​네이티리 : 그를 죽이려고 했는데 ‘에이와’님의 계시가 있었습니다.


네이티리가 제이크 설리를 처음 만났을 때는 화살을 쏴서 죽이려고 했었지만 화살을 조준한 순간 화살 위에 신성한 나무의 씨앗(나비어로 아토키리나Atokirina)이 내려앉자 그를 위기에서 구해 준다. 자신을 따라오는 제이크 설리를 내쫓으려고 했던 네이티리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들이 제이크의 몸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많이 달라붙는 것을 보고는 에이와의 계시라고 생각해 부족에게 데려간다.
(※참고 :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마치 자석에서 자기력이 뻗어 나온 모양처럼 되어 있다. 영혼의 나무가 있는 곳에 볼텍스가 있다는 설정이 있으니 그 신비한 힘을 그대로 디자인에 쓴 것으로 보인다.)


1편에서 제이크는 그 계시에 답이라도 하듯, 토루크 막토Torku Makto가 되어 나비족을 이끌고 인간과의 1차 전쟁에서 승리한다. 토루크는 익룡翼龍처럼 생긴 판도라 행성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제이크가 ‘토루크를 길들여 탄 자’를 가리키는 ‘토루크 막토’가 되어 큰 존경과 명예를 얻게 되는 것에는 일정한 복선이 깔려 있었다.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거대한 새 ‘이크란Ikran’을 타고 비행하는데 이크란보다 수배나 더 큰 ‘토루크’가 덮쳐 오는 장면이 나온다. 그 토루크가 곧장 제이크를 향해 날아오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미 이때 제이크는 토루크로부터 선택됐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네이티리 : 이건 ‘토루크’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토루크 막토였어. 마지막 그림자. 토루크에게 선택받으신 거지. 최초의 노래 시대 후로 딱 다섯 번 있었던 일이야. 토루크 막토는 위대했어. 슬픔의 시대에 부족을 이끌었지. 나비족 모두가 그 이야길 알아.


이 내용을 보면 결국 제이크는 여섯 번째 토루크 막토다. 최초로 인간이자 아바타 출신의 토루크 막토가 되었다. 제이크 설리의 가족은 아내 네이티리와 아들 네테이얌Neteyam, 로아크Lo’ak와 딸 투크티리Tuktirey, 그리고 입양한 딸 키리Kiri로 6명의 가족이 있다. 판도라 행성의 육상 동물들은 모두 다리가 여섯 개인데 대기 밀도가 높은 판도라에서 추진력을 더 얻기 위한 설정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와 판도라 행성 간의 거리는 4.4광년으로 광속의 70%로 날아가는 우주선으로 5년 9개월 22일이 걸리는데, 속도가 빠른 존재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면 실제로는 약 6년이라고 한다. 역시 6수에 맞추어져 있다. 아바타가 건십, 로봇 기계들과 싸우는 것처럼 기계와 인공지능에 맞서 싸우는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구원자 네오Neo는 여섯 번째 네오였다.

서양의 많은 영화들은 구원자에 대한 설정을 6수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설정들은 감독이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필자는 천부경天符經의 수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6수는 천부경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수이고 모든 수의 부모(1과 2)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식(3)을 나타내며, 이로써 완전한 전체를 이룬다. 1(천)+2(지)+3(인)=6 이것을 천부경에서는 대삼합육大三合六이라 했다.

대삼합육, 큰 삼이 합이 될 때 육이 나온다.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합덕이 될 때, 하나가 되는 우리의 큰 마음이 열릴 때 우주의 생명수, 6수가 열린다. 인간 삶과 우주의 목적은 삼합이다. 삼합이 될 때 우주의 영원한 생명수 6수가 생성이 되는 것이다. - 2014 세계환단학회 안경전 이사장님 말씀



오행으로 말하면 6은 음수陰水로서 물의 정신인 일양一陽을 담고 있는 물의 외형적 모습, 6각형 구조를 가리킨다. 또한 상제님께서는 천지 구원의 일꾼들에게 이 6수의 정신을 취하여 ‘육임六任 조직’을 짜도록 명을 내리셨다.

제사장 키리
아바타 2에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만나며 계시를 받는 또 하나의 인물이 나온다. 〈아바타 2편 : 물의 길〉 초반부에 키리가 풀밭에서 잠들어 있을 때 이미 이 씨앗들이 키리에게 내려앉아 있다.

키리는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입양한 딸로, 설리 가족의 장녀이자 4남매 중 둘째이다.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뇌사 상태에 있던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에게서 태어난 아이임이 밝혀졌다.

즉, 그레이스 박사의 딸인 셈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레이스 어거스틴 박사를 연기한 배우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가 그의 딸 키리를 그대로 연기했다. 키리는 그레이스의 분신이라는 설정이 1인 2역을 한 배역에도 있는 것이다.

난 그녀(에이와)와 함께 있어, 제이크, 그녀는 실존해. - 그레이스 박사


〈아바타〉 1편 후반부에서 그레이스 박사는 결국 총상으로 인해 사망하는데, 사망 직전까지 에이와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에이와를 보았다며 그녀의 곁으로 떠나는 듯한 묘사가 있다.

따라서 에이와가 그레이스를 그녀의 아바타로 옮겨 주는 것은 시간의 한계로 실패했지만, 그 대신 아직 살아 있던 그레이스의 아바타는 임신을 했기 때문에 에이와가 그레이스를 이 아이로 환생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는 그 아이가 에이와 자신의 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 시각으로 보면 키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에이와 여신의 화신, 유일한 아바타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녀를 느낄 수 있어요, 아빠. 에이와, 그녀의 호흡이 들려요. 그녀의 심장 박동이 들려요. 그녀는 아주 가까이 있어요. 그녀는 여기에 있어요. - 키리


멧카이나 부족의 영역에 적응하면서 다른 가족들은 바다에서의 잠수법을 배우느라 바쁜데 키리는 정확히 알려 주기도 전에 이미 장시간 잠수를 할 수 있었으며 판도라의 수중 생물들과 깊은 교감을 한다.

인간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배가 뒤집히면서 네이티리와 투크티리가 에어 포켓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키리의 진가를 보여 주는 신이한 능력이 발휘된다. 빛이 나는 수많은 물고기 떼가 그녀의 주위를 감싸고, 키리는 이 물고기들을 조종해 네이티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 해서 구출에 성공한다. 전투 중에는 자신을 잡으러 잠수선이 추격을 하자 말미잘처럼 생긴 해양 생물에 자신의 신경망을 연결해 잠수선을 파괴해 버린다.

이러한 장면은 키리가 얼마나 에이와와 가까운지 알 수 있는 광경들이다. 그런데 판도라 행성은 하나의 신경계처럼 움직인다고 하니, 이는 앞으로 아바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에이와에 직접 연결된 키리가 엄청난 신적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징표로 분석된다.

멧카이나 부족의 성지인 ‘선조들의 만’ 물속에 있는 영혼의 나무에 연결이 됐을 때 키리는 일시적으로 발작을 일으킨다. 이는 에이와와 그 누구보다 강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에 아직 몸이 감당이 안 되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들에는 신녀, 화이트 샤먼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사람들이 겪는 고통, 사고, 재앙 등을 막아 주고 원한을 풀어 주는 블랙 샤먼Black Shaman을 넘어서 천지 만물과 교감하는 신성을 가졌던 태고 시절의 샤먼이 바로 화이트 샤먼White Shaman이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아토키리나Atokirina인데 여기에도 ‘키리kiri’라는 말이 들어 있어 감독의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이며, 키리를 진정한 의미에서 에이와의 아바타로 낙점해 놓고 있는 것 같다.

제이크와 키리, 이렇게 남녀를 구원자로 내세우는데 남성은 통치자인 왕, 여성은 신교神敎를 받아 내리는 제사장 역할을 하게 되는 음양 구조가 영화의 기본 틀로 형성돼 있다. 오마티카야 부족도 남성 부족장 ‘에이투칸Eytukan’과 ‘차히크Tsahik’라 불리는 부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여성 샤먼인 ‘모앗Mo’at’이 부부로 부족을 이끌고 있다. 특히 모앗은 특별한 의식과 주문을 읽어 에이와의 계시를 해석한다. 2편에 나오는 멧카이나 부족도 남자는 부족장으로, 여성은 샤먼의 역할을 맡고 있다.

증산도 『도전道典』에도 천지의 부모님이신 상제님과 태모님의 천지공사에서의 역할이 분명히 나온다. 대우주 통치자이신 상제님께서는 이 같은 원시의 신성 문화를 회복하는 문을 열어 놓으셨으며 그것을 성취하신 분이 천지 무당 도수를 맡으신 태모님이시다. 천지부모님께서도 우주 정치와 제사장의 제정일치로 계신 것이다.

에이투칸, 그가 지도자고. 여자는 정신적 지주야, 주술사 같은. 쯔테이, 그가 다음 족장이 될 거야. 네이티리는 차기 ‘차히크’가 될 거야. 다음엔 둘이 짝을 이루게 돼. - 그레이스 박사


결론


이번 호는 아바타의 수많은 코드들 중 신단수와 샤먼 문화, 『환단고기』 및 천부경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여성 샤먼인 차히크와 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여신과의 접신, 즉 연결이 강력하게 되는 샤먼인 키리의 존재는 앞으로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끌고 갈 것이라 생각한다. 종도사님께서는 샤만(샤먼)이 삼신을 섬기는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환단고기』만이 그 삼신 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고 하셨다.

샤만이라는 말 자체가 삼+안, 삼+한, ‘삼신과 하나 된 사람’이란 뜻이다. 이걸 삼랑三郞이라고 한다. 우주의 조물주 삼신을 섬기고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실 시侍 자, 삼시랑三侍郞이라고 한다. 이 삼신 문화를 복원해 주는 지구촌의 유일한 역사 문서가 환단고기이다. - 특집 병란 개콘 1부 2회 종도사님 도훈


아바타 분석, 다음 회의 주제는 에이와 여신과 가이아, 삼 형제 바위와 바이칼, 언옵테늄과 제국주의, 인디언 학살, 고래잡이와 툴쿤 사냥, 암리타와 불로장생, 메디테이션 문화, 샤헤일루, I SEE YOU의 순서로 잡았다.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아바타 분석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