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도시타카의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를 읽고

[진리코드로 문화 읽기]
한재욱 전임기자 / 본부도장


책 추천의 이유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다른 피조물들과 분리하고 특별한 왕좌에 앉히기 위해 분투해 왔다. 신을 닮은 지성, 도구를 제작하는 능력(Homo faber), 상징을 창조하고 유희를 즐기는 속성(Homo ludens) 등 인류를 정의하는 숱한 표제어들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동물계에서도 발견되며 무색해질 때마다, 인류가 최후의 요새처럼 움켜쥔 영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언어(Language)’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Politica)』에서 단호한 선을 그었다.
“동물의 소리(Phone)는 단순한 즐거움과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정적 신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만이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분별하고 이를 논할 수 있는 언어(Logos)를 지닌다.”

이 선언 이후, 서구 지성사는 ‘동물은 기계처럼 자극에 반응할 뿐, 고도의 사유를 담는 언어는 부재하다.’는 도그마를 견고히 구축했다. 근대의 문을 연 데카르트 역시 동물을 ‘영혼 없는 정교한 자동인형(automata)’으로 격하하며 신체적 반응과 진정한 언어의 차이를 강조했다. 다른 동물들의 소통 방식은 단순한 ‘신호 전달(Signaling)’일 뿐, 문법적 규칙에 따라 무한한 의미를 창조하는 ‘언어’의 범주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전통적 믿음이 그동안 대세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스즈키 도시타카鈴木俊貴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준교수의 저서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오팬하우스, 원제: 『僕には鳥の言葉がわかる』)는 이 철옹성 같은 인간 중심주의의 성벽을 가장 가볍고도 유쾌한 날갯짓으로 허문다. 저자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숲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실험실에서 우리 주변의 흔한 텃새인 ‘박새’의 속삭임을 채집했다.

여기서 예견하지 못했던 놀라운 진실을 규명해 냈다. 새들도 인간처럼 명확한 ‘단어’를 구사하며, 이를 일정한 ‘어순 규칙’에 따라 문장으로 조립하여 소통한다는 사실이다. 위 내용은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베스트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조류 관찰기를 넘어, 인류가 스스로 가두어 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독선적인 인지 세계를 통렬히 비판하고, 미지의 영역이었던 ‘동물언어학(Animal Linguistics)’의 찬란한 개막을 알리고 있다.

책의 323쪽에는 특별 부록으로 박새의 울음소리와 뜻을 표시해 QR 코드로 들어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참고로 필자가 들어 본 바로는 일본어판 책에 있는 발음보다 한국어 발음이 훨씬 원래의 새소리에 가깝다.


박새의 소리에 담긴 언어



동물이 소리를 내어 소통한다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꿀벌은 8자 춤(Waggle Dance)을 추며 꿀이 있는 방향과 거리를 정밀하게 알리고, 돌고래는 초음파 클릭 음을 통해 동료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기존의 생물학계는 이를 고도로 양식화된 ‘본능적 자극-반응 체계’나 단순한 화학적⋅물리적 정보의 교환으로 해석했다. 동물의 울음소리는 고통이나 두려움, 혹은 성적 흥분과 같은 ‘감정 상태의 직접적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스즈키 교수는 이 가설의 틈새를 정교한 관찰과 실험 설계로 파고든다. 연구의 주인공인 박새는 몸길이 14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새이지만, 뱀과 매, 족제비, 까마귀 등 수많은 포식자에게 둘러싸여 생존을 위협받는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 가혹함이 박새로 하여금 극도로 정교하고 분화된 경보 체계, 즉 ‘언어’를 발달시키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언어학에서 단어란 특정 물리적 대상을 추상화하여 지시하는 기호다. 예를 들어 인간이 ‘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눈앞에 뱀이 없더라도 머릿속으로 길쭉하고 기어다니는 생명체의 형상을 떠올리는 인지적 작동이 일어난다. 이를 인지과학에서는 ‘심적 표상(Mental Image)’이라 부른다.

스즈키 교수는 박새가 내는 “츠르르르르(뱀이다)” 소리가 단순히 ‘무섭다!’라는 감정 표현을 넘어, 박새들의 뇌리에 ‘뱀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소환하는 지시적 단어임을 증명해 냈다.(일본어 책에서는 “쟈르쟈르”라고 되어 있다.)


저자는 박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인공 새집 근처에서 스피커로 “츠르르르르” 소리를 재생했다. 소리를 들은 부모 박새는 즉시 땅바닥과 나무 아래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수색 행동을 시작했다. 이 순간, 저자는 미리 준비해 둔 나뭇가지(검은 실을 묶어 멀리서 뱀처럼 스르륵 위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고안한 모형)를 나무줄기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박새들은 움직이는 나뭇가지를 진짜 뱀으로 오인하고 격렬하게 경계하며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다가왔다. 반면, 똑같이 움직이는 나뭇가지라 할지라도 스피커에서 “삐-쯔삐(경계해)”나 다른 천적 경고음을 재생했을 때는 박새들이 움직이는 나뭇가지를 완전히 무시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새는 “츠르르르르”라는 청각적 자극을 접했을 때, 단순히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릿속에 ‘길쭉하게 기어 올라오는 뱀’이라는 구체적인 시각적 검색 이미지(Visual search image)를 장착한 채 수색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기호(소리)와 표상(이미지)의 연결 구조. 이는 인간이 명사를 사용해 지식을 표상하고 소통하는 방식과 완벽하게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동물과 대화하는 과학계의 시도


과학계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시대’를 향한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제레미 콜러Jeremy Coller> 재단은 동물의 말을 해독할 수 있는 연구자에게 1000만 달러, 약 137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십 년간 축적된 동물 발성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면, 소리 속에 숨겨진 의미 단위를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적인 목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위 재단에서는 2026년 ‘콜러 두리틀’상(Collier Dolittle Prize) 수상자로 AI를 활용해 금화조錦花鳥(Zebra finch)의 울음소리를 해석한 미국 과학자 줄리 엘리Julia E. Elie 박사를 선정하고 1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상賞 이름은 <제레미 콜러> 재단에서 ‘콜러’라는 성姓을 가져왔고 동물과 대화하는 박사가 나오는 영화 <닥터 두리틀Dolittle>(2020)에서 ‘두리틀’을 따와서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15년에 걸쳐 다양한 상황에서 금화조가 내는 소리를 녹음해 방대한 울음소리 데이터를 모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울음소리를 분류하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금화조가 내는 11개의 핵심 울음소리와 뜻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울음은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연락 울음(Distance call)’이었다. 울음소리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렸다는 것이다. 둥지를 지을 때 짝을 부르는 ‘둥지 울음’,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위험을 알리는 ‘경고 울음’, 동료끼리 가볍게 소통하는 ‘수다 울음’도 있었다.

과학계가 주목하는 동물 언어의 핵심 타킷은 고래이다. 고래는 인간처럼 발성을 모방하며 학습하고, 복잡한 패턴과 배열을 사용해 의사소통하는 동물이다. 이 때문에 언어적 구조—즉 ‘문법’을 가졌을 가능성이 가장 큰 종으로 평가받는다. 국제 프로젝트 세티CETI는 향유고래의 ‘코다coda*’를 AI로 분석하고 있으며, 빠르면 2026년 첫 해독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은 2026년 11월 ‘돌핀젬마DolphinGemma’를 공개했다.
*코다coda - 향유고래들이 집단 간 소통을 위해 내는 특정한 리듬의 클릭 음(딸깍거리는 소리) 집합을 의미한다.


이는 40년에 걸쳐 수집된 방대한 돌고래 음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미의 새끼 호출 휘파람, 먹이 탐색 시의 클릭 음을 분석해 의미를 추정하는 AI 번역 프로그램이다. 돌고래의 언어적 단위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 기술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와일드 로봇The Wild Robot〉(2024)이 바로 이런 내용이다.


동물 통사론의 발견: ‘피-쯔삐’와 ‘치치치치’가 만드는 결합 규칙


이 책의 절정이자 저자가 동물행동학을 넘어 전 세계 언어학계를 뒤흔든 결정적 발견은 바로 ‘동물 통사론統辭論(Animal Syntax)’의 규명이다.

언어의 본질은 개별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복합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생산성(Productivity)’에 있다. 전통 언어학자들은 두 단어를 합쳐 하나의 상위 의미 단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통사적 연산인 ‘결합(Merge)’ 능력이 오직 인간에게만 고유하다고 보았다.
스즈키 교수는 박새가 이 ‘결합’의 규칙을 야생에서 상시로 사용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박새들은 홀로 대항하기 힘든 포식자인 때까치나 매가 나타나면, 힘을 합쳐 포식자를 쫓아내기 위해 ‘경계하며 모이는’ 행동(Mobbing, 집단 괴롭힘 행동)을 취한다. 이때 박새들은 다음과 같이 두 개의 단어를 연달아 외친다.

삐-쯔삐(주변을 경계하라) + 치지지지(이쪽으로 모여라)

이 결합된 호출 소리를 들은 숲속의 박새들은 즉각 사방을 극도로 경계하며, 동시에 소리가 나는 진원지로 모여들어 천적에 맞서 대열을 정비한다. 즉, 개별 단어의 지시 내용이 논리적으로 결합하여 “주변을 경계하며 이쪽으로 모여라!”라는 하나의 완성된 문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것이 진짜 문법적 결합(Syntax)인지, 아니면 단순히 두 소리가 무작위로 연속해서 난 것뿐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언어학의 가장 강력한 도구인 ‘어순 전도 실험(Word-order Reversal Experiment)’을 적용했다.

저자는 컴퓨터 음향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리의 순서를 인위적으로 뒤바꾼 기괴한 합성 음원, 즉 “치지지지(모여라) 피-쯔삐(경계하라)”를 제작하여 숲속의 박새들에게 들려주었다. 구성 성분인 단어 자체는 완전히 동일하다. 만약 박새들이 문법적 어순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별 단어의 청각적 노출에만 무조건 반사식으로 반응한다면, 이 전도된 소리를 듣고도 경계하며 모여들어야 했다.

그러나 박새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역순의 소리를 듣고 어떠한 행동적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무시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는 박새의 인지 구조 속에 소리의 선후 관계를 규율하는 엄격한 ‘어순 규칙(Ordering rule)’이 깊게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의미가 올바르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단어들이 반드시 통사론적 규칙에 부합하는 올바른 위치에 배열되어야 한다는 점을 박새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박새들의 ‘외국어 습득 능력’이다. 숲에는 박새뿐만 아니라 박새과에 속하는 진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등 다양한 종의 작은 새들이 섞여 살아간다. 이들은 종이 다르기에 사용하는 소리 신호도 다르다. 예를 들어 진박새는 경계 신호로 “토토토” 혹은 “디디디” 같은 독자적인 소리를 낸다.

스즈키 교수는 박새가 진박새의 경보음인 “토토토”를 들었을 때도 그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진박새의 단어와 자신의 단어를 결합한 이종 간의 통사 규칙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추가 실험으로 밝혀냈다. 진박새의 “토토토(경계)”와 박새의 “치치치치(모여라)”를 결합한 합성 음원에도 박새들은 정확하게 ‘경계하며 모여드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조류의 뇌 속에서 언어 처리가 단순한 특정 주파수 대역에 대한 본능적 청각 트리거를 넘어, 다른 종의 단어적 의미까지 기호적으로 연산하여 문법적으로 재조합하는 고차원적인 지적 과정(Semantic-syntactic processing)을 거치고 있음을 웅변한다.

“삐-쯔삐 + 치지지지”
(주변을 경계하면서 이쪽으로 모여라.)

새들은 소리 신호가 같지 않은 ‘다른 종’의 언어와 자신의 단어를 문법적으로 재조합하여 말을 만들어 낸다.



신체와 진화의 제스처: ‘어라, 먼저 들어가세요’



스즈키 교수의 탐구는 음성 언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4년, 그의 연구팀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박새의 ‘날개짓 제스처’에 관한 연구는 동물 소통의 지평을 신체 언어 영역까지 확장했다.

공동 주거를 하는 박새 부부는 먹이를 물고 새집 입구에 동시에 도착했을 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신체적 제스처를 취한다. 특히 암컷 박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날개를 가볍게 앞뒤로 파닥이는 특정 동작을 보이는데, 이 행동이 나타나면 옆에 있던 수컷 박새가 먼저 둥지 안으로 쏙 들어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인다. 암컷은 수컷이 일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린 후 뒤이어 들어간다.

이 날갯짓은 단순히 비행을 위한 준비 동작이나 근육의 경련이 아니다. 저자는 수많은 비디오 분석과 대조 실험을 통해 이 행동이 인간의 가장 격조 높은 에티켓인 “어라, 먼저 가세요.(After you)”와 정확히 일치하는 양보의 지시 제스처(Gestural communication)임을 밝혀냈다.

암컷이 수컷에게 양보를 제안하고, 수컷은 암컷의 신체 신호를 정확히 해석하여 행동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상호적 행동은 그동안 인간과 유인원에게서만 관찰되던 고도의 ‘상호 주관성(Intersubjectivity)’과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의 편린이 조류의 세계에서도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강력한 방증이다.


‘인간만의 로고스’라는 우물에서 도약하기



인류가 다른 동물들의 언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자신들만이 언어를 갖는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은, 스스로 만든 거대한 오만의 우물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없다. 우물 안에 있어도 괜찮은 것은 올챙이 때까지뿐이다. 이제 우리는 서둘러 그들의 손을 잡고 우물 밖으로 꺼내 주어야 한다.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100쪽


저자의 이 외침은 기술 문명의 비대화 속에서 오만해진 현대인들의 심장을 아프게 찌른다.
우리는 흔히 앵무새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안녕!”이라고 말할 때 비로소 그 새가 영리하다고 평가한다. 즉, 인간이 규정한 언어 장벽의 규격에 동물이 얼마나 근접해 오는지의 척도로 동물의 지능을 재단하는 오만을 저질러 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물고기에게 나무 타기 능력이 없다고 낙제점을 주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다.

박새는 이미 숲이라는 장엄한 텍스트 속에서 구렁이가 나타났을 때 내는 “쟈르-쟈르-”와 하늘의 매가 지나갈 때의 “히-히-히”를 냉철하게 구분하여 생존을 도모해 왔고, 때로는 다른 종의 조류들과 문법을 교환하며 생태적 연대를 맺어 왔다. 인간이 보기에 단순한 아침의 지저귐, 혹은 소음 섞인 배경 음악 정도로 여겨졌던 작은 새들의 수다가 사실은 숲 전체를 관통하는 치열하고 정교한 ‘정보 교환의 대서사시’였던 셈이다.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넣으면 생성형 AI가 가상의 텍스트를 순식간에 출력해 내고, 메타버스와 가상 현실 속에서 인간끼리의 가벼운 텍스트 파편에만 매몰되어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스즈키 도시타카의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한 앎과 응시의 가치’를 복권시킨다. 어릴 적 과학 도감에 실린 설명과 실제 눈앞의 곤충이 다르면 도감 여백에 연필로 자신만의 발견을 직접 덧써 내려가던 저자의 순수한 관찰주의는, 간편하게 가공된 가짜 지식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대자연을 향한 미지의 설렘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귀를 열면 비로소 확장되는 세계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 최재천 교수가 추천사에서 “내가 가장 시기하고 질투하는 학자”로 스즈키 교수를 지목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현장주의 생물학자로서 누구나 날마다 접하는 가장 흔한 존재로부터 이토록 거대하고 우아한 자연의 비밀을 이끌어 낸 그 집요한 천재성에 대해 보내는 가장 격조 높은 존경의 표현이다.

『도전道典』 3편 150장에는 상제님께서 수도 공부를 시키신 김호연 성도에게 신안神眼이 열린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까치, 까마귀 등 새가 날아와 ‘내일 어디서 누가 오는데 이러저러하다.’고 일러 주는 것을 다 알아들으니 모르는 것이 없더라.”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의 저자 스즈키는 20년 연구를 통해서 박새의 말을 조금 알 수 있게 됐지만, 증산도 빛꽃 수행을 알았더라면, 그래서 인간 내면의 본래 빛을 회복해 새와 짐승과 대화하고 사물의 실상을 볼 수 있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도전道典』 2편 11장과 12장의 내용도 떠올랐다. 여기엔 상제님께서 신축년 7월 7일 대도통을 하시어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여시고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하시며 우주의 조화권능을 뜻대로 행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상제님께서 대우주의 절대자임을 밝혀 주시며 대원사大願寺를 나서시는데, 갑자기 골짜기의 온갖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어 반기면서 무엇을 애원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상제님께서 이들을 바라보며 말씀하시기를 “너희들도 후천 해원을 구하느냐?” 하시니 금수들이 알아들은 듯이 머리를 숙인다. 이에 상제님께서 “알았으니 물러들 가라.” 하시자 수많은 금수들이 그 말씀을 좇는다. 모악산, 숲의 모든 짐승들이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이신 상제님을 인간보다 먼저 알아본 것이다.

지상에 내려오신 하나님을 못 알아뵙고 동물들이 먼저 알아봤다는 이 사건만 보더라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던 인류가 지닌 영성과 문명의 한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말씀이 『도전道典』 2편 30장에 나와 있다.

“서양의 문명이기文明利器는 천상 문명을 본받은 것이니라. 그러나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만 정통하였을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 내어 천지를 흔들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 모든 죄악을 꺼림 없이 범행하니...” (도전道典 2:30:8~9)

이 성구는 너무도 적나라한 인간 문명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에서 전하는 중심 메시지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본고를 살펴본 독자분들이라면 이 책을 제대로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유드린다. “인간 문명은 이제 그만 오만의 우물 안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라는 저자의 경고를 곱씹는 계기가 되시길 바란다. ■


인류는 다른 동물들의 언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자신들만이 언어를 갖는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제 그만 거대한 오만의 우물에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