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 문화의 영혼, 떡 - 다큐 <떡의 나라> 리뷰 2

[진리코드로 문화 읽기]
한재욱 전임기자 / 본부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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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망개떡 #송기떡 #찹쌀떡 #떡메 #시루


지난 호에 살펴본 KBS 2TV 음식 다큐멘터리 〈떡의 나라〉 제1부 ‘백미백미白米百味’ 편에서는 1년 열두 달 시기별로 가장 맛있는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먹는 계절 떡을 소개하고 전통을 지켜 온 숨은 장인들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호에는 제2부 ‘밥 위에 떡’ 편의 내용을 소개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떡의 역사를 살펴보고, 전국 팔도에서 각기 다른 재료와 손맛으로 빚어낸 지역 떡의 다채로운 세계를 소개한다. 소박한 쌀 한 톨이 어떻게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지탱해 온 힘이 되었는지를 이 프로그램은 잔잔하게, 때때로 유쾌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 다큐의 핵심 내용을 증산도 『도전道典』 내용과 함께 정리해 보려 한다.


들어가는 글



옛날에는 생일이나 잔치나 다 동네잔치이지 자기만을 위한 잔치는 없었다. 잔치가 벌어지면 동네 사람들과 걸인들까지 다 와서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떡은 기본적으로 나눠 먹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식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생겨난 아름다운 식문화#였다.

한국인에게 떡은 그냥 음식이 아닙니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우리가 그 귀한 쌀을 가지고 찌고, 지지고, 구워서 가장 맛있는 상태로 만든 것이 바로 떡이니까 우리는 떡의 민족, 떡의 나라인 셈이죠. - 허영만 만화가


“어떤 나라의 문화를 보려면 그 나라의 속담을 보라.”는 말이 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그림의 떡이다.’, ‘어른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우리 속담에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떡이다. 여기서 떡은 가장 좋은 것을 뜻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도 한다. 금방 쪄 낸 시루떡, 꿀떡, 찹쌀떡은 너무 맛있어서 ‘밥 위에 떡’이라는 말을 쓴다. 좋은 거에 또 좋은 것이 더해졌을 때 쓰는 말이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떡이란 정말 특별한 존재이다.

다큐를 살피기 전에 『도전道典』 속에서 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지 잠깐 보려 한다. 증산도 『도전道典』에는 떡과 관련해 아주 많은 말씀들이 있다. 천지공사에서 신명 대접을 하기도 하시고, 어린 호연과 정겹게 떡을 나눠 드시는 장면도 있는데 특히 #‘후천선경의 설날’ 공사#에서 드신 떡국에 대한 말씀은 천지의 틀을 바꾸시는 데 떡이 쓰인 장면이라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초하룻날에 상제님께서 “떡국을 지어 올리라.” 하시거늘 다시 끓여 올리니 다 잡수시고 말씀하시기를 “새해의 떡국 맛이 좋구나. 설 잘 쇘다. 이건 내 설이다.”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내 세상에는 묘월卯月로 세수歲首를 삼으리라.” 하시니라. (도전道典 5:21:2~4)

상제님께서는 설날에 떡국을 드시지 않고 2월 초하룻날에 떡국을 드셨다. 이 공사는 후천선경의 설날 공사로, 지금은 인월寅月(현재의 음력 1월)로 세수歲首(한해의 첫머리)를 삼고 있지만, 개벽 후에는 묘월卯月(현재의 음력 2월)을 한 해의 첫 달(정월)로 삼는다는 말씀이다. 시공 궤도가 바뀌어 음력과 양력이 같아지면서 새해의 첫날도 바뀌게 된다고 하신 것이다. 전 인류가 새로운 시간의 틀 속에서 생활할 것임을 천지에 선포한 이 공사를 보실 때도 떡국을 드시면서 집행하셨다. 다큐에서 우리는 떡의 민족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상제님께서도 이처럼 중요한 공사를 떡과 함께 보신 것이다.


추석 송편



다큐 2부의 시작은 송편이다. 떡을 만드는 사람도 떡을 사 먹는 사람도 가장 바쁜 날이 추석이다. 소문난 송편 맛집에는 새벽부터 줄을 선다. 추석날은 전국이 말 그대로 송편 대란, 송편 전쟁, 송편 워War의 날이다.

다큐에는 충남 서천 송림리 마을에서 모싯잎을 삶아 송편을 만드는 모습이 나온다. 송림리松林里는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본래 ‘송편’이라는 단어도 ‘소나무 송松’ 자에 떡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편’이 합해진 것으로, 솔잎으로 찌는 떡이라는 뜻이다.

둘이 먹다 하나 탈영해도 몰라. 죽었다고 하면 너무 저기하고, 쫀득쫀득하니 둘이 먹다 옆에서 서방님이 넘어져도 몰라요. - 송림리 주민


어른들은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딸을 예쁘게 낳는다.”고도 했다. 송편은 보통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반달은 곧 보름달을 향해 가는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소나무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므로 우리 선조들은 추석에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떡은 우리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지역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가 다 들어가 있거든요. 산에 나는 나물도 들어가 있고 바다의 해초도 들어가 있고 이렇게 다양한 변주가 있으니까 우리나라 떡의 종류가 250가지나 된대요. - 허영만 만화가



자연의 지혜와 정성이 빚어낸 의령의 명물, ‘망개떡’



망개떡은 옛 가야 시대부터 이바지 음식 등으로 사용되며 오늘날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우리 떡이다. 이는 멥쌀로 만든 반죽을 청미래덩굴 잎으로 싸서 찐 떡이다. 청미래덩굴을 경상도 지역에서 ‘망개나무’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망개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망개떡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청미래덩굴 잎(망개 잎)에 있다. 깊은 산을 헤매며 채취한 야물고 깨끗한 청미래덩굴의 잎사귀는 단순한 포장재 이상의 역할을 한다. 청미래덩굴 잎은 천연 방부제 역할로 옛날부터 음식을 덜 상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떡의 신선도를 지켜 준다. 청미래덩굴 잎을 소금에 염장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이제는 1년 내내 변함없는 망개떡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망개떡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은 바로 팥소이다. 팥을 아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기계에 여섯 번 이상 가는 정성을 들인다. 여러 번 갈아 낸 팥소는 종잇장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초콜릿처럼 밝고 고운 빛깔을 띤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싱그러운 청미래덩굴 잎 향과 멥쌀 피의 쫄깃함, 그리고 달콤한 팥소의 조화가 일품이다. 과거 밤거리를 울리던 “망개~ 망개떡!”이라는 정겨운 외침처럼, 망개떡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최고의 전통 별미이다.


송기떡




이어 송기떡도 소개한다. 쌀이 귀하던 산간 지역에서 선조들은 소나무로 눈을 돌렸다. 봄철 나무가 물을 가득 머금었을 때 채취한 소나무의 속껍질(송기松肌)은 선조들의 든든한 비상식량이 되어 주었다. 소다를 넣고 서너 시간씩 푹 삶아 내야 비로소 부드러워지는 송기떡은 한 입 베는 순간 입 안 가득 쌉싸름한 솔향기와 함께 아련한 향수를 남긴다.

송기떡(松肌餠)’ 또는 ‘송피떡’은 송기(소나무 속껍질)로 떡을 만들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봄철 보릿고개 때 배를 채울 곡식이 부족해지면, 쌀을 아끼고 양을 불리기 위해 소나무 껍질을 섞어 먹던 슬픈 역사(구황救荒 음식)에서 유래했다.

소나무는 부위마다 다른 약효를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선약仙藥으로 여겼다. 염제 신농씨가 지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사람의 수명을 늘리는 120가지의 상약上藥 가운데 솔을 제일 첫머리에 놓을 정도로, 가장 흔하면서도 귀한 약재로 쓰였다.

증산도 『도전道典』 9편 111장에도 송피로 떡을 만든 호연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호연이 송피를 손으로 일일이 벗기신 상제님의 노고를 생각해 송피 개떡을 만들어 상제님께 올린다. 상제님께서 “아이구, 우리 호연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 줄 알꼬?” 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어려운 시절 배를 굶주리던 백성의 음식을 상제님도 드셨다는 내용이 애틋하게 와닿는다.

*하루는 상제님께서 밖에 나가시어 송피를 한 망태기 해 오시거늘 호연이 “이걸 무엇 하려고요?” 하고 여쭈니 “너 송피떡 하라고.” 하시니라. …… 가을에 하루는 상제님께서 “시월이 덧없다.” 하시며 언덕 밑으로 가시어 수리취를 뜯어 오시거늘 호연이 “그걸 뭣 하려고 그래요?” 하니 말씀하시기를 “이것으로 떡을 하면 쫄깃쫄깃하니 동네 사람들에게 갖다 주려고 그런다.” 하시니라. (도전道典 9:111)

지난 호 1부에서 소개한 수리취떡에 대한 말씀도 있다. 수리취는 나물의 왕으로 불렸다고 한다. 상제님께서 수리취떡을 시월에 해 드셨는데, 우리 민족은 10월을 가장 으뜸의 달로 여겼다. 한 해의 기운이 다시 본체로 환원되어 새해를 여는 기운이 갊아 드는 달이란 뜻에서 시월을 상달(上月)이라 하고, 1년의 머리(세수歲首)로 삼았다. 그래서 매년 10월에는 삼신상제님께 감사와 보본의 천제, 농공제農功祭를 올렸다.


염원을 담은 쫀득함, ‘찹쌀떡’



찹쌀떡 하면 합격, 수능. 그래서 시험 보는 사람한테 ‘척 붙어라, 찰싹 붙어라.’ 하는 의미로 엿만큼이나 많이 주고받는 것들이 바로 찹쌀떡이죠. 돌떡처럼 떡에 바람을 담아요. 우리가 뭐, 갈비찜에다가 바람을 담지는 않거든요. 미역국에도 바람을 막 담지는 않아요. 이렇게 염원을 담은 음식이 또 떡인 거 같아요. - 류수영 배우


떡은 쌀을 찌고 치대는 긴 정성과 노동의 산물이다. 합격이라는 결실을 위해 찹쌀떡을 주고받는 행위는, “시험에 찰싹 붙으라.”는 언어적 유희를 떡의 끈기 있는 성질과 결합함으로써, 추상적인 소망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이는 무형의 간절함을 유형의 음식에 담아 상대에게 선물함으로써 그 기운을 전달하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중요한 삶의 마디마다 떡을 빚었다. 돌떡을 나누어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고, 고사떡을 나누어 복을 기원했던 것처럼, 떡은 그 자체로 ‘기도祈禱의 음식’이다. “바람을 담는다.”는 표현은 떡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제의祭儀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 준다.

찹쌀떡은 그 찰기만큼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결속하겠다는 깊은 인간적 신뢰, 그리고 안녕과 성공을 비는 마음이 뭉쳐진 결정체인 셈이다.

떡은 그 자체로 ‘기도의 음식’이다.
우리는 떡의 민족, 떡의 나라인 셈이다.



잔치의 서막을 알리던 둔탁한 울림, ‘떡메와 인절미’



동네 귀퉁이에서 들려오던 떡메 소리는 마을 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멥쌀은 찰기가 없어서 찹쌀만을 전용으로 사용하여 치고 또 친다. 인절미는 떡메로 내리칠수록 조직은 촘촘하게 엉키며 쫄깃해지고, 중간중간 들어가는 물은 질감을 한없이 부드럽게 만든다. 다큐에서는 떡메로 수없이 치고 고소한 콩고물을 묻혀 완성하는 인절미에 대해 일종의 분자 요리로 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도전道典』 2편 92장에는 떡판에다 메로 떡을 치는데 떡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 상제님께서 떡을 이미 잡숫고 계시는데, “메 들고 떡 치다가 떡 잃어버리는 놈이 어디 있느냐. 정신을 그렇게 잃느냐!” 하시며 웃으신다. ‘마음을 놓지 말라’는 성구 제목으로 볼 때 신명과 사람을 대접하기 위해 떡을 칠 때 정성을 다하라는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도전道典』 10편 78장에도 비슷한 성구가 있는데, 누가 떡을 치고 있으면 느닷없이 “야, 이놈아! 다른 신명도 좀 주워 먹게 헤치면서 쳐라. 잡신이 좀 주워 먹게!” 하신다. 역시 신명들이 떡을 좋아하고, 떡을 칠 때 잡신도 좀 주워 먹게 헤치면서 치라고 하시는 걸로 볼 때 신명 대접과 제사에 의미를 둔 말씀이라 여겨진다.

『도전道典』 7편 68장에는 인절미를 허공에 던지신 공사도 있다. 상제님께서 “인절미를 그릇째 다 가져오라.” 하셨고, 가져다드렸더니 양손으로 번갈아 인절미를 잡고 어깨 너머로 연신 던지시거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인절미를 받으려고 두 손을 모으고 뛰어다니는데 허공에 던지신 인절미는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성구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신명들을 대접하신 공사로 볼 수 있다.


약이 되는 치성 음식, 떡



『도전道典』에는 떡과 관련된 참 많은 성구들이 있다. 호연이가 배고프다고 하면 상제님께서 원평장에 가서 떡을 사다 주시는 장면도 있고, 천제를 지내거나 신명들 대접을 할 때는 떡이 항상 등장한다. 도깨비들을 대접할 때도 시루떡이 꼭 올라갔다. 측간에 빠지면 측신을 대접하기 위해 시루떡을 해 먹는 내용도 있다. 태모님께서는 누가 큰 병을 앓아 치병 치성을 올리게 되면 꼭 시루떡을 차리게 하셨다.

*태모님께서 누가 중병을 앓아 치병 치성을 올릴 때면 반드시 시루떡을 준비하게 하시고 치성이 끝난 뒤에는 시루째 들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큰길에 나가시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떡을 조금씩 떼어 전부 나누어 주시니라. 이에 떡을 받아먹은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 모두 가벼운 감기 정도로 병을 앓으매 치성을 모신 사람은 자연히 병이 낫거늘 이는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중병을 여러 사람에게 조금씩 분산시켜서 낫게 하심이더라. (도전道典 11:297)

중병을 분산시켜 낫게 하시는데 시루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도전道典』 11편 401장 6절에는 “치성 음식은 약이 되고 복이 되니 뚤뚤 뭉쳐 두지 말고 한 명도 빠짐없이 고루 나누어 먹으라.” 하신 태모님 말씀이 나온다. 천지에 올리는 치성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약藥이 되고 복福이 된다고 하신 것이다.


천하에서 제일 큰 그릇은 시루(甑)



*상제님께서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시루떡이 익는 이치를 아느냐? 시루떡을 찔 때에 김이 시루(甑) 가장자리부터 오르나니, 그 떡이 가에서 익어 들어가 가운데는 마지막에 익는 법이니라. 가운데만 다 익으면 시루의 떡 익히는 일이 모두 끝나느니라. 세상에 시루만큼 큰 그릇이 없나니, 황하수의 물을 길어다가 부어 보아라. 아무리 부어도 시루에 물을 못 채울 것이로다. 시루는 황하수를 다 먹어도 오히려 차지 않으니 천하의 그릇 중에 제일 큰 것은 시루니라.” 하시니라. (도전道典 2:38)

이 다큐 〈떡의 나라〉에 소개하는 수많은 떡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시루떡이고, 잔치나 제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천상에 계신 상제님께서 ‘증산甑山’이라는 존호를 가지고 인간으로 오셨다는 점이다. 시루 증甑 자에 뫼 산山 자이니, 증산은 곧 시루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을 시루산이라 하였으며 산봉우리 가운데서도 주봉을 시루봉이라 불렀다. 즉, 시루는 최정상을 뜻한다.


또한 시루는 본래 모든 곡식을 한데 모아 떡을 익혀 내는 그릇이다. 상제님의 존호 ‘증산’은 가을철에 생명을 완성, 조화, 통일, 수렴시키는 정신을 나타내며, 모든 것을 익혀 성숙시키는 무상의 조화 권능을 상징한다. 한마디로 증산에는 ‘무궁한 조화권으로 가을 대개벽의 이상을 인간 역사 속에 실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탄강하신 객망리의 주산(뒷산)이 증산(시루산)이다. 상제님께서 당신의 도호를 ‘증산’이라고 하신 것은 선천 문화의 모든 법을 수렴하여 푹 찌고 익혀서 통일, 완성시키겠다는 가을의 추수秋收 정신을 담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의 고승 진표眞表 대성사는 미륵 천주께서 동방의 조선 땅에 강세해 주실 것을 기원하며 모악산 금산사에 밑 없는 시루[甑]를 걸어 놓고 그 위에 미륵불상을 세웠다. 그리고 중국 명明나라 때의 철인 주장춘朱長春은 지맥地脈의 왕기旺氣를 타고 장차 진인이 출세하실 것을 「진인도통연계眞人道通聯系」에서 예고했는데, 그 결론에서 “생증산生甑山하여 천지문호모악산하天地門戶母岳山下에 도출어오야道出於熬也라.”라고 했다.

이러한 진표 율사의 행적과 「진인도통연계」 문헌에 비추어 보면 상제님께서 시루 증甑 자로 오시는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오熬’는 ‘볶을 오’로 만물을 익히는 진리를 뜻하고, 음식을 익히는 시루는 바로 오도熬道를 상징하며, 선천의 미성숙된 모든 종교와 문화의 내용을 볶고 익혀서 성숙하게 한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는 지정학상으로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요충지이며, 지구촌에서 모든 종교와 철학과 과학을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종도사님께서는 한반도가 모든 선천 문화의 진액을 거둬 완성시킬 수 있는 커다란 시루라고 하셨다.

이렇게 떡은 상제님 천지공사에서도 천지와 신명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태어나면 백일 떡 돌떡, 돌아가시면 제사 떡으로 한국인은 떡과 함께 태어나 떡과 함께 죽는다. 밥도 되고, 떡도 되고, 디저트도 되고, 선물도 되고, 덕도 쌓는 음식.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음식이며, 함께 빚고 함께 떡메를 치면서 이웃과 온기를 나누던 교류의 음식이 떡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떡을 통해 서로에게 마음과 정, 그리고 축복의 말을 건네 왔는지도 모른다. 한국 음식 문화의 진정한 혼魂, 그것은 다름 아닌 ‘떡’이 아닐까 싶다. 〈떡의 나라〉 다큐를 통해 한국인과 떡의 끈끈한 관계를 느껴 보시길 바란다. ■

“시루떡이 익는 이치를 아느냐?
천하의 그릇 중에 제일 큰 것은 시루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