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陰陽으로 돌아가는 우주, 닫힌 우주에서 열린 우주로

[팔관법으로 톺아보는 『개벽실제상황』]

들어가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인류 태고 문명이자 인류 문명의 모태인 신교神敎와 생활 문화인 신교에서 숨 쉬듯 모셨던 상제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 상제님의 반려자이신 태모 고 수부님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이제 상제님께서 주재하시는 이
천지의 변화 원리
에 대해서 살펴볼 차례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인간을 소우주小宇宙, 소천지小天地 또는 영보국靈寶局이라 하였다. 우주를 그대로 담고 있는 우리 인간을 알기 위해서도, 음양과 오행의 법칙으로 둥글어 가는
우주 변화의 원리
와 태상종도사님께서 최초로 그려 주신 우주관의 결론
우주 1년 도표
에 대한 이해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수적인 일이다.


진리를 찾아 나선 우리 인생


‘나는 누구인가?’
‘우리 인간은 왜 태어나는가?’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저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그리고 현재를 사는 우리 인간까지 수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한 소식을 듣기 위해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고뇌해 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다르지 않은 물음과 의문을 가슴속에 지닌 채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세속적인 삶에 끌려다니게 되면서부터 이런 질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 때문에 태어나 무엇을 위해 사는지, 삶의 목적과 명분을 뚜렷이 찾을 수 있다면, 공자가 말한 ‘조문도朝聞道 석사가의夕死可矣(아침에 도를 깨친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의 경지에 다다른 게 아닐까? 만일 진실로 아침에 도를 깨쳤다면, 그 이후의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과 대면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내가 들은 도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고, 모든 이들이 깨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옳을 것이다. 이것이 밝달국 환웅천황께서 열어 주신
홍익인간弘益人間
의 심오한 경지에 근접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이 인간을 낳아 기르는 깊은 뜻을 안다면 우리는 어떤 고난과 형극의 길도 감내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살다 간 여러 성자도 인류에게 사랑과 자비, 구원의 도덕을 가르쳤다. 그들의 가르침도 그 시대에 맞게 불변의 위대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문명 속에 복잡하게 얽힌 온갖 모순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광활한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고 있는 첨단 과학도 인간 내면세계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종교, 과학, 철학 등 그 무엇도 지구촌 70억 인류의
‘진리에 대한 갈증’
을 충족시켜 주고 있지 못한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공허함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가톨릭 사제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가 언급한 다음과 같은 지적에 귀 기울일 만하다.



이것은 모두 ‘이야기(story)’의 문제다. 우리는 두 이야기 사이에 있다. ‘옛 이야기(old story)’는 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우리가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멋진 ‘
새 이야기(new story)
’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 『The Cultural Creatives』(Paul H. Ray and Sherry Ruth Anderson)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르침의 한계를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절실하다. 대자연과 인생의 목적, 우주의 신비와 우리 인류의 참된 구원과 미래에 대한 의문 등 지금까지 감춰진 모든 궁금증을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풀어 줄 새 이야기! 그 새로운 진리 이야기는 상제님의 강세로 시작되었고, 이제 구체적 스토리의 토대를 들여다볼 기회가 왔다. 그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 시대


우리는 왜 자연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가?
인간과 만물은 자연 속에서 태어나 살다가 돌아간다. 따라서 우리 삶과 문명에 대해 명쾌하게 한 소식을 전해 주는
새 이야기는 대자연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래 천지자연을 뜻하는 ‘우주宇宙’란 집 우宇 자, 집 주宙 자로 인간과 만물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 전체를 말한다. 인간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 조물주의 본래 마음[성性]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하늘과 땅과 인간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라 하였다. 이를 일찍부터 깨달은 동방 한민족은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받들어 왔다
천지부모天地父母
.

우리 인간은
천지가 변화하는 시간대의 큰 틀을 알고 그에 맞춰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때의 정신에 순응하며 살아야, 진정 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크게 열고, 광대무변한 대자연 속에서 태어난 ‘삶의 목적’을 확연하게 깨칠 수 있다.

자연 속의 두 기운, 진리의 기본 틀 음양陰陽
일찍이 동양에서는 대자연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그 결론으로 ‘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 한 번은 음 운동을 하고 한 번은 양 운동을 하면서 생성⋅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근본 질서인 도道(『주역』 「계사전」)’라고 하였다. 음陰과 양陽, 이것이 인간과 만물을 지어 내는 자연 속의 두 생명(기운)이다. 우주는 서로 다른 이 음양이라는 두 기운이 대립하고 조화하면서 만물을 생성해 나가는 것이다.

음양陰陽 운동의 가장 큰 주체는 하늘과 땅
이다. 하늘은 생명을 내려 주고 땅은 생명을 낳고 길러 낸다. 대자연 속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하늘과 땅의 거대한 품속을 한 시도 떠날 수 없다.
하늘과 땅은 만물 생명의 근원이자 진리의 원형
이다. 이 하늘과 땅을 대행하여 음양의 조화 기운을 내보내는 주체가
해와 달[일월부모日月父母]
이다. 해는 빛을 통해 양기陽氣 변화를 주도하며 달은 인력引力을 통해 음형陰形의 변화를 주도한다.

이런
일월의 음양 변화
로 낮과 밤이 순환하면서 하루의 질서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만물이 탄생, 소멸한다. 음양 기운에 의해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태어나며 남녀가 결합, 조화됨으로써 생명 창조의 역사가 이루어졌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 음양을 상징하는 일월과 오행을 상징하는 다섯 봉우리 그리고 물과 소나무가 그려져 있으며, 임금이 임하는 장소라면 어느 곳이나 어좌御座 배경에 설치되었다. 오직 조선에서만 제작된 그림이다.(국립고궁박물관)


인간의 몸 역시 유형인 육체와 무형인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신도 유형인 정精과 무형인 신神이 결합한 것이다. 이 정과 신이 일체가 되어 ‘인간 생명 운동의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인간 생명은 호흡 운동과 기혈 운동의 음양 변화로 지속된다. 음양의 변화로 사물에는 겉과 속, 안과 밖이 있으며, 공간은 위아래, 앞뒤, 좌우가 있다. 음양은 상대성相對性을 큰 특징으로 하면서, 대립성對立性과 제약성制約性, 호근성互根性과 상보성相補性, 순환성循環性 및 동시성同時性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모든 변화의 기본 틀, 음양오행 운동
음양 운동은 현상계에 나타나는 모든 변화의 기본 틀
이다. 미세한 원자 세계로부터 광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가 ‘일음일양 운동’ 아님이 없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와 사물, 인간 역사 등 우주 안의 현상 세계가 전부 음양 짝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천지 안의 만사 만물은 물론 신의 세계에 대해서까지 음양적으로 사고를 해야 한다.

이제 우주는 어떻게 음양 기운을 천지 공간에 퍼뜨리며 창조 활동을 지속하는지 살펴보자. 이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어렵다. 반드시 마음의 눈(심안心眼)을 떠서 천지의 거대한 생명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천지일월의 음양 조화는 ‘
물과 불[수화水火]
’의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나타난다(태수太水, 태화太火). 이 수화의 생명이 우주 변화를 이루는 중심축이다. 수화가 다시 음양의 변화 운동을 통해 목화금수木火金水의 사상四象으로 펼쳐지면서 만물이 탄생⋅성장⋅성숙⋅폐장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질서
를 빚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목木은 인간과 만물을 싹트게 하는 생명으로 봄을 낳고, 화火는 분열 성장시키는 기운으로 여름을 만들며, 금金은 만물을 성숙시키는 생명으로 가을을 창조하고, 수水는 폐장⋅휴식하게 하는 기운으로 겨울을 이룬다. 그런데 이 사상의 힘만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약하다. 목화금수, 이 네 가지 기운이 순환하면서 만물의 생명 창조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음양의 상극相克(相剋)을 조화시키는 능력을 지닌 ‘변화의 본체’ 기운
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토土
기운이다. 사상과 토를 합한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를
오행五行
이라고 한다. 이 오행의 상호 작용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부연하자면 오행은 만물을 낳고 기르는 다섯 가지 기운이 모이고 흩어지며 순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목화토금수는 나무나 불 등 현상계의 사물이라기보다는 무형적인 생명 기운을 일컫는다. 그렇다고 현상적인 면을 무조건 배제하는 게 아니니 무형과 유형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간략히 살펴본
음양오행으로 돌아가는 우주 변화의 원리는 인생과 만물이 변화하는 순서이자 질서이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법칙이자 절대적인 이법理法
이다(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동석 선생이 지은 『우주 변화의 원리』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음양 변화의 다른 말, 순역順逆 운동 - 원시반본
음양 변화는 ‘
순역順逆 운동
’이기도 하다. 즉 봄여름철에 초목의 수액이 뿌리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가지와 나뭇잎이 벌어져 무성하게 자라는 것과 같이, 본래의 자리에서 멀어지면서 분열 성장해 가는 양陽의 과정은 거스를 역逆 자의 ‘
역 운동
’이다.

반면 분열의 극에서
극즉반極則反
하여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와 수렴하는 음陰 운동은 순할 순順 자의 ‘
순 운동
’이다. 이때 근원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
원시반본原始返本
’이라 한다. 원시반본은 ‘시원을 헤아려 근본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이 연재뿐 아니라 증산도에서 다루는 가을 대개벽의 모든 문제를 바르게 보는 핵심 주제이다. 이 역시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다.

인간과 자연이 길러 내는 네 박자 리듬, 생장염장生長斂藏



이제 우리는 천지가 음양 운동을 바탕으로 해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스스로 ‘생명 창조의 춤’을 추고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법칙은 무엇일까? 알고 보면 인간의 모든 역사는 바로 이 우주 변화의 이법을 탐구하는 머나먼 여정이었다. 이 이법은 오직 천지를 주재하시는 상제님만이 밝혀 주실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54년 전 동방 조선 땅에 인존 천주님으로 강세하신 증산 상제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고 길러 내는 자연의 근본 이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내가
천지를 주재主宰
하여 다스리되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이치
를 쓰나니 이것을 일러 무위이화라 하느니라. (도전道典 4:58:4)


우주의 통치자이신 상제님께서 이렇게 대자연의 변화 섭리를 밝혀 주시기 전까지 어떤 과학자, 철학자, 성자도 명쾌하게 이를 드러낸 자가 없었다. 인류의 구도 여정에 큰 빛을 열어 준, 우주 변화의 이법에 대한 가장 간명하고도 결론적인 해답이 ‘
생장염장生長斂藏
’이다.

생장염장! 천지 안의 모든 생명은 바로 이 생장염장의 이법으로 태어나 변화해 간다.
생生
은 목木 기운에 의해 천지가 인간과 만물 생명을 낳는 봄의 원리이며,
장長
은 봄에 태어난 생명이 불기운[화火]에 의해 분열 성장하는 여름의 정신이다.
염斂
은 금金 기운에 의해 만물이 열매 맺는 가을의 변화 원리요.
장藏
은 수水 기운에 의해 폐장하는 겨울의 변화 섭리이다.

지구의 1년 사계절뿐만 아니라 하루(아침 점심 저녁 밤), 인간의 일생(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죽고) 등 자연의 변화는
생장염장이라는 네 박자의 이치에 따라 무궁하게 순환循環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천지가 생장염장의 이법에 따라서 인간 생명과 문명을 내고 기르는
더 큰 시간의 주기
가 있다. 그것이 바로 증산 상제님께서 처음 드러내 주신,
인간 농사를 짓는 우주 1년
의 창조 법칙이다.

우주 1년의 비밀



지구에 1년이 있듯이
우주에도 1년 사계절의 창조 주기
가 있다. 우주 1년은 지구 1년을 확대해서 생각하면 매우 이해하기 쉽다.

봄이 오면 천지는 조화造化로써 인간과 만물을 낳고, 여름에는 봄철에 낳은 것을 길러 전 지구에 퍼뜨린다. 이때 인종도 다양해지고 문화도 다양하게 꽃핀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농부가 알곡을 거둬들이듯이 천지는 인간과 문명을 성숙시켜 그 알맹이를 거둬들이고, 겨울에 이르면 다음 해 봄을 준비하기 위해 휴식을 한다. 우주 1년은 천지가 끊임없이 인간과 문명을 낳아 기르는 생장염장의 한 주기이다.

따라서 인간과 문명의 시원사를 알고자 한다면 우주의 봄철 이야기를 알아야 하고, 인류 문명의 급속한 발전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여름철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류 문명의 완성에 대한 한 소식, 새로운 소식을 들으려면 우주의 가을이 온다는 ‘가을개벽 소식’에 깨어 있어야 한다. 지구상에서 문명이 사라져 버리는 빙하기의 비밀은 우주 겨울철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이제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숱한 자연의 변화 현상을 비롯하여 광대무변한 우주의 탄생과 기원 등이 우주 1년 순환 원리에 숨어 있다. 우리가 살면서 갖게 되는 온갖 의문들, 즉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났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 삶의 종점은 어디인가?’ 하는 인간의 목적과 각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의 해답도 여기에 들어 있다.

신과 인간의 관계, 우주의 존재 목적, 인간 성숙의 문제, 궁극의 깨달음의 문제 등 크고 작은 진리적 의혹을 총체적으로 풀 수 있는 대도의 가르침, 그 핵심이 바로
우주 1년 사계절
에 담겨 있다. 이제야
현대인이 갈구해 온, 대자연과 인간 삶의 문제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새 이야기
가 나온 것이다.

우주 1년의 한 주기는 얼마일까?
그렇다면 우주 1년의 한 주기는 얼마일까? 지난 19세기로부터 약 2백 년에 걸쳐 지구과학자와 지질학자들이 남극의 두꺼운 빙하를 뚫고 뽑아낸 얼음 기둥을 조사한 끝에, 빙하기의 주기가 약 12만 년에서 14만 년임을 알아냈다. 또한 저명한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지에는 헝가리에 있는 풀라Pula 분화구의 꽃가루 분석을 통해
지구 환경의 큰 변화 주기가 ‘12만 4천 년’
이라고 규명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Nature, Volume 397, Number 6721, 1999, 685~688쪽).

서양 과학이 약 12만 년 전으로 제시한 우주 1년의 시간을 동양에서는 일찍이 동양의 수학인 상수학象數學을 근거로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다. 중국 북송 신종神宗 때의 도학자
소강절邵康節
(소옹邵雍, 강절은 시호諡號, 1011~1077)은
우주 1년을 129,600년이라고 규명
해 냈다. 증산 상제님께서 “알음은 강절의 지식이 있나니 내 비결이니라.”(도전道典 2:32:1~2)라고 하신바, 소강절은 동서양을 통틀어 처음으로 인간과 만물 농사를 짓는 신비로운 우주 창조의 주기인 ‘대개벽의 1년 시간대’를 명쾌하게 제시한 것이다.

천지인이 129,600수로 통한다
그렇다면 이 129,600수는 어떻게 나온 것인지 도표로써 살펴보자. 지축이 동북으로 기울어진 현재는 1년이 365와 4분의 1일이지만, 본래 천지 변화의 정도수正度數는 360이다. 지구 1년을 보자. 지구는 하루에 360도 자전하면서 1년 360일 동안 태양을 안고 돌아간다. 360도 곱하기 360회 하면 총 129,600도를 도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지 일월의 변화도 360년을 1주기로 360회 순환 반복한다. 이로써 우주 1년 4계절의 시간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129,600수는 천지의 열매인 인간 몸의 생명 활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체의 맥박(혈맥)과 호흡(기맥), 즉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두 음양 맥의 도수를 합치면 하루에 129,600회로 이는 『동의보감』 등 의서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인의 평균 수치와 같다. 결론적으로
129,600수는 바로 천지와 인간 생명을 관통하는 음양 변화의 기본 도수
이다.

선후천으로 순환하는 우주 1년
우주 1년은 크게 양의 시간대인
봄여름 선천先天
과 음의 시간대인
가을⋅겨울 후천後天
으로 나뉜다. 129,600년 가운데 선천 봄여름이 64,800년, 후천 가을⋅겨울이 64,800년이다. 이것은 ‘
자연의 선후천 시간
’이다.

그런데 자연의 선후천과는 다르게 인간이 역사 무대에서 활동하는 문명의 선후천 시간이 있다. 그
문명의 선후천 시간
은 봄에서 여름까지 선천 5만 년, 가을에서 겨울 초까지 후천 5만 년, 모두 10만 년이다. 나머지 약 3만 년은 인간과 일체 생물이 지구상에 살 수 없는 기나긴 빙하기이다.

개벽의 의미
천지개벽天地開闢도 음양이 사시四時로 순환하는 이치를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도전道典 2:20:4)


여기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개벽’이라는 두 글자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야 할 것 같다.
개벽開闢
은 본래 ‘천개지벽天開地闢’에서 온 말로 ‘하늘 땅이 처음으로 열린 시원 개벽’을 의미한다. 즉 ‘카오스chaos(무질서)에서 코스모스cosmos(질서)가 열림’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도전道典』 2편 20장 말씀에서의 개벽은 그런 뜻만이 아니다. 상제님께서는 음양 운동에 따라
천지가 4계절로 새로운 시간 질서를 열며 돌아가는 그 변화의 마디를 ‘천지개벽’
이라고 하셨다. 봄개벽, 여름개벽, 가을개벽, 겨울개벽이 있는 것이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선천 봄개벽과 후천 가을개벽이다. 선천 봄개벽은 천지에서 인간을 낳아 기르는 주기인 우주 1년의 시작을 의미하며, 후천 가을개벽은 인간과 만물이 성숙하여 열매 맺는 ‘개벽 운동의 완결판’이다. 선천 봄여름은 양陽 운동, 역逆 운동의 때이고, 후천 가을⋅겨울은 음陰 운동, 순順 운동을 하는 때이다. 선후천 개벽은 그 기운이, 천지 질서가 한순간에 정반대로 뒤집히는 변혁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선천 개벽은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의 사건이므로 어떤 인간도 직접 체험하지 못한다. 반면
곧 닥칠 후천개벽은 여름철 말에 사는 지구촌의 모든 인간이 살아서 직접 극복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대변혁
이다.


생장염장으로 돌아가는 우주의 목적


우리가 알고 있는 1년은 농부가 양식을 얻기 위해 초목 농사를 짓는 지구 1년이다. 그렇다면
우주 1년의 목적
은 과연 무엇일까?

증산 상제님께서 밝혀 주신 천지의 1년을 초등학생으로부터 철학자, 과학자, 종교가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상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 주신 분이 계시다. 바로 증산 상제님의 도업을 한평생 인간 역사에 실현하신 안운산安雲山 증산도 태상종도사님이시다. 일찍이 태상종도사님은 우주 1년 사계절의 이치와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천지도 목적이 있다. 그래서 질서 정연하게 둥글어 가는 것이지 그냥 그 속에서 생명이 왔다 가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이 뭐냐 하면 지구년은 초목 농사 짓는 것이고, 우주년은 사람 농사 짓는 것이다. 지구 1년이 생장염장하는 것을 보면, 봄에 씨 뿌리고 싹을 내서 여름철에 성장시켜 가을철에 추수를 한다. 그것과 같이 우주 1년은 사람 농사를 짓는다.

우주 1년 4계절은 대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천지의 주인공인 인간 농사를 짓는 시간의 큰 주기이다. 이제 가을이 되면 우주는 선천 봄여름 철에 낳아서 길러온 다양한 문화를 성숙한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일, 결실하여 참된 인간 열매, 즉 참인간 종자를 추수한다.

인간 농사! 이것이 우주가 끊임없이 생장염장으로 순환 변화하는 존재 이유이다. 나아가 우주가 인간 농사를 짓는 목적은 바로 가을철에 인간 생명을 추수하고 성숙한 문명을 내기 위해서이다. 천지는 오직 가을철에 ‘인간 열매’를 추수함으로써만 그 뜻을 성취하는 것이며, 인간은 우주의 가을철에 결실 문명을 만나 천지의 열매가 됨으로써만 천지와 더불어 영원한 성공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가을로 들어서는 때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우주 1년 가운데 어느 시점에 살고 있는가? 눈치 빠른 독자는 이미 알아챘을 것이지만, 인류는 지금 우주의 가을로 전환하는 시점에 살고 있다.

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 운수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느니라. (도전道典 2:43:1)

천지대운이 이제야 큰 가을의 때를 맞이하였느니라. (도전道典 7:38:4)


일찍이 인류 역사상 이 같은 말씀을 한 이가 없다. 동서양 어떤 성자도 인류에게 닥쳐올 대변혁의 실체가 우주에 가을이 오는 것임을 몰랐다. 우주의 가을철이 오고 있다는, ‘
천지의 계절이 바뀌고 있다.
’는 한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선천의 종교, 철학, 과학 그 어디에서도 다 같이 무지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가을개벽, 이것이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핵심 주제이자, 이 연재에서 다루고 있는 주된 담론이다. 가을개벽은 인류 역사에 어떤 변혁을 가져다줄까? 그 해답은 상제님 말씀에 있다.

천지의 대덕大德이라도 #춘생추살#春生秋殺의 은위恩威로써 이루어지느니라. (도전道典 8:62:3)


춘생추살! 천지는 봄철에 은혜로써 만물을 내지만, 가을에는 봄여름에 생장시킨 생명을 씨종자만 남기고 다 죽인다는 말씀이다.

이에 대한 태상종도사님의 말씀도 있다.

알기 쉽게 지구년을 봐도, 봄에 물건 내서 여름철에 기르다가, 가을이 되면 풀 한 포기 안 남기고 다 죽이지 않는가? 이게 초목개벽이다. 마찬가지로 우주 1년에서는 인간개벽을 한다. 그러나 천지에서 다 죽이는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천지에서 십 리에 한 사람 볼 듯 말 듯하게 다 죽이는 때에도 씨종자는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가을의 대통일
! 바로 이것이
우주의 후천개벽이 지향하는 궁극 목적
이다. 앞으로 가을개벽의 숱한 파괴와 죽음을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인간의 가치관과 인간 삶의 모든 것이 비약한다. 생장의 극에서 성숙으로, 분열의 극기에서 대통일로 차원 전이를 한다.
가을개벽은 인류 문명의 틀이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뒤바뀌는 대극점
이다.

다음 시간에는 선천에서 후천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 음양오행과 수數에 담긴 시간의 비밀에 대해 『개벽실제상황』에서 다루는 내용을 통해 짚어 보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