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핵폭발의 500배 대폭발로 사라진 화산섬, 통가

[지구촌개벽뉴스]

▶ 통가 해안가 쑥대밭·화산재 범벅…쓰나미의 참상
▶ 지각 활동 활발해진 ‘불의 고리’
▶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 화산 폭발



화산재가 뒤덮은 ‘잿빛’ 섬으로 변한 통가


2022년 1월 15일(현지 시각)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부근의 해저화산이 폭발을 했다. 이번 폭발로 통가 해안과 주택 등이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이 위성 사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의 위성 사진과 지난해 12월 촬영된 위성 사진과 비교했을 때 도시 전체가 잿빛 화산재에 뒤덮여 있다. 그리고 유엔UN의 위성 사진 분석 기구인 유엔활동위성프로그램(UNOSAT)이 공개한 위성 사진을 보면 통가의 최대 섬 통가타푸 등에서 붕괴한 것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시설이 확인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통가 해저화산의 폭발 위력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500배 강력하다는 분석을 했다. 1월 25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 과학자 제임스 가빈은 통가 해저화산이 “히로시마 핵폭발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역학 에너지를 방출했다.”라며 “이번 폭발로 방출된 에너지양이 TNT 폭탄 4~18메가톤이 폭발한 것과 같다.”라고 위력을 비유했다.

또한 가빈은 비교를 위해 앞서 크게 폭발했던 화산의 위력을 설명했다. 가빈에 따르면 지난 1980년 폭발한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24메가톤급이었으며,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로 알려진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은 200메가톤급 폭발이었다.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화산 폭발의 위력이 규모 5.8의 지진과 맞먹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빈과 연구팀은 지난 2015년부터 화산 폭발로 훙가통가섬과 훙가하파이섬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생긴 화산 지반을 조사해 왔다. 연구팀은 이번 해저화산 폭발로 두 섬 사이에 있던 지반이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한편 통가 인근 해저에서 폭발한 화산의 영향으로 최대 40km 상공에서 화산재가 떨어졌으며, 최대 15m 높이의 쓰나미가 닥치며 통가와 외부를 잇는 유일한 광섬유 해저 케이블도 끊겨 버렸다. 화산 구름이 약 170개 섬 전체를 덮었으며, 10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000년에 한 번 관측되는 통가 화산 폭발 규모


국내외 전문가들은 통가 해저화산 대규모 분화에 대해 “1,000년에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거대 폭발”이라고 평가했다. 화산학자인 로빈 조지 앤드루스 박사와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등이 이 같은 의견을 표했다. 홍 교수는 “물이 있음에도 그걸 뚫고 화산재가 공기 중 약 20㎞까지 관측되는데, 이 정도 분출은 1,000년에 한 번씩 지구상에서 관측되는 아주 큰 분출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질학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산 상태가 불안정한 만큼 향후 더 큰 규모의 화산 폭발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태평양 조산대가 지진 위험지대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최근 지진 발생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전 세계 화산의 75%가 몰려 있으며 전 세계 지진의 80%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22일에는 일본 규슈九州 동쪽 해상에서 규모 6.6 지진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북쪽 해역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규모 6.3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앞서 1월 초부터 대만과 일본 혼슈本州, 페루, 인도네시아 인근 등에서 규모 6.0 안팎의 비교적 강도 높은 지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안전지대가 아닌 한반도


1월 22일 오전 1시 8분께 일본 규슈 동쪽 해상에서 일어난 규모 6.4의 지진은 한반도 남부 지역에서도 진동이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새벽 부산과 양산, 경남, 전남 등 지역에서는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양산의 한 시민은 “오전 1시 13분께 진동이 느껴졌다. 맘 카페 등에도 지진 글이 많이 올라왔다.”라고 전했다. 전남소방본부에는 이날 오전 1시 14분과 1시 16분께 “아파트 부근에서 땅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국내 지질 전문가에 따르면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한반도 주변에는 해저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에선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가 활화산으로 분류돼 있으나 화산활동이 거의 없는 화산체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분화 시기도 1,000∼5,000년 이상 전이며, 뚜렷한 활동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 해저화산 폭발의 영향도 미미한 수준이다. 한반도는 일본 열도가 대각선 형태로 가로막아 지진해일이 덮칠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그러나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후지산은 잘 알려진 활화산이면서 300년 동안 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분출할 수 있다.”라며 “지진이 후지산과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 가능성은 낮지만, 간접적으로 화산 분화를 자극하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후지산 분화는 일본 전문가들이 전부 위험성에 동의하는 문제이며, 도시화·산업화에 큰 피해를 줘서 우리나라에도 경제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라며 “인류가 자연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만큼 분화 시나리오 연구 등 선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