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알파벳과 여신 - 여성 혐오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저자 소개


『알파벳과 여신』의 저자 레너드 쉴레인Leonard Shlain(1937~2009)은 미국의 신경외과 의사이며 발명가이자 작가이다. 1998년 발표한 이 책 『알파벳과 여신』을 비롯하여 『예술과 물리(Art & Physics) : 공간, 시간, 빛에서 평행 시각(1991)』, 『섹스, 시간, 권력(Sex, Time and Power) 여자의 성은 인간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2003)』, 『레오나르도의 뇌(Leonardo’s Brain) : 다빈치의 천재적 창조성의 비밀 (2014)』을 썼다. 인류의 문화와 예술과 역사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는 그의 책은 발표할 때마다 많은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권장 도서가 되었다. 탁월한 안목을 지닌 저자로서 그는 하버드 대학, 스미소니언 박물관, 린든 B. 존슨 우주 센터, EU 등 전 세계를 무대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책 소개


문자는 인류에 엄청난 혜택을 안겨 준 혁명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이토록 장대한 지식과 지혜를 축적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문명을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알파벳alphabet이라고 통칭하는 20여 개 남짓에 불과한 간단한 기호들로 인간의 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문자의 발명이 과연 우리 인류에게 혜택만 안겨 준 것일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류가 알파벳을 얻는 대가로 잃은 것은 바로 ‘여신女神’이라고 말한다. 그로 인해 알파벳이 인류에 안겨 준 것은 바로 ‘여성 혐오’와 ‘가부장제’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근본주의, 분파주의, 극단주의를 인류에게 심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알파벳이라는 혁명적인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의 뇌에서 어떤 신경 생리적 작용이 일어나는지 밝혀내고, 인류 전체의 문화, 역사, 종교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안겨 주었다는 것을 분석해 낸다. 이를 위해서 동서양의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무수한 역사적 사건들을 훑어 나간다.

필자가 보기엔 이 책의 내용이 우주의 상극 질서 아래 문명사에서 벌어진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원인과 태곳적 마고麻姑 대성모님의 여신 문화, 동방신선학교의 이미지 중심 수행 등의 진리 주제에 아주 근접해 있다고 생각된다.


목차


프롤로그
인류의 탄생
1. 이미지 vs 문자: 메시지와 형식
2. 사냥 vs 채집: 인류의 진화
3. 우뇌 vs 좌뇌: 인지의 분화
4. 어머니대지 vs 아버지하늘: 농경의 시작
5. 말 vs 글: 몸짓에서 언어로

비옥한 초승달
6. 쐐기문자 vs 마루둑: 성문법의 출현
7. 상형문자 vs 아톤: 형상이 없는 신

유대문명
8. 문명 vs 사막: 알파벳의 탄생
9. 엘로힘 vs 야훼: 유일신의 명령
10. 아브라함 vs 모세: 신화, 역사, 전설
11. 누룩 vs 페사흐: 권력쟁탈투쟁
12. 아담 vs 이브: 여성혐오의 기원

그리스문명
13. 카드모스 vs 유럽: 강간하는 신들
14. 동성애 vs 이성애: 고대그리스의 이면
15. 디오니소스 vs 아폴론: 여자뱀파이어들
16. 아테네 vs 스파르타: 법치와 화폐경제

아시아문명
17. 링감 vs 요니: 춤추는 힌두교
18. 윤회 vs 열반: 붓다의 깨달음
19. 음 vs 양: 한자의 원리
20. 노자 vs 공자: 유교, 도교, 불교

로마제국
21. 오르페우스교 vs 유대교: 모든 길은 로마로
22. 예수 vs 그리스도: 시간의 종말
23. 사도 vs 바울: 기독교의 형성
24. 정통교단 vs 영지주의: 교리전쟁
25. 순교 vs 개종: 100-500

암흑시대
26. 마리아 vs 3위1체: 500-1000

이슬람문명
27. 순니 vs 쉬아: 이슬람의 탄생

중세번영기
28. 신학 vs 철학: 1000-1300

르네상스
29. 개인주의 vs 상식: 1300-1500

광기의 시대
30. 프로테스탄트 vs 가톨릭: 종교개혁
31. 믿음 vs 증오: 학살전쟁
32. 마법 vs 과학: 집단여자사냥

과학의 시대
33. 태엽시계 vs 전자기: 1648-1899
34. 민족주의 vs 프로파간다: 1900-1945
35. 페이지 vs 화면: 1945-2000

에필로그
샤머니즘 vs 21세기: 옮긴이의 말


이미지와 문자는 음양의 상보적 문화



현실을 이해하는 이 두 가지 상보적인 방식은 통합과 대칭을 상징하는 태극과 비슷하다. 태극은 여성적 에너지와 남성적 에너지가 정확히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고대 도교의 상징이다. 이렇게 두 기운이 통합된 전체가 발휘하는 힘은 음과 양이 제각각 발휘하는 힘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은 문자에 의해 한 번, 이후 알파벳에 의해 또 한 번 파괴되었다. 이로써 우리 문화에서 양의 힘이 압도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다. - 책 16쪽

나는 단 하나의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알파벳의 발명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 - 17쪽


1960년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보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 문명의 형태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특정한 전달 방식이 집단에 뿌리내리고 나면 전반적인 문화적 인지 방식에 은밀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우리 문명에 뿌리박힌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문자文字가 얼마나 억음존양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됐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축 기울기가 3양 2음으로 자연 차원의 억음존양이 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면, 이 책에 의하면 문명 차원으로도 억음존양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문자가 제공한 셈이다.

문자와 이미지는 전혀 다른 피조물이다. 그들은 서로 보완해 주지만, 정반대의 인지 전략을 요구한다. 이미지는 구체적이다. 뇌는 형태를 만들어 내는 전체를 동시에 지각한다. 이미지는 개별 부분들이 대부분 한꺼번에 인지된다. 이에 반해 글을 읽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개별 문자를 눈으로 하나씩 훑어 가면서 단어의 의미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 연달아 늘어서 있는 ‘텍스트’를 읽어 내야만 비로소 ‘이해’가 생겨난다. - 19쪽


이 책은 음과 양으로 모든 개념들과 문명을 분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BS 다큐 〈동과 서〉에서는 전체를 바라보는 동양적 시선과 부분에 집중하는 서양적 관점을 다뤘는데, 같은 관점으로 문명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지를 인지할 때 뇌는 전체적, 동시적, 종합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와 달리 문자로 기록된 글에서 의미를 캐내야 할 때 뇌는 연속적, 추상적, 분석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미지는 여성적인 특징과 잘 어울리고, 문자는 남성적인 특징과 잘 어울린다. - 20쪽


저자는 약 5천 년 전 문자가 기록되기 시작하면서 여신女神들의 힘이 약해졌다고 한다. 수메르인들의 진흙판 글자가 시작되면서 여신이 몰락했다고 전한다. 알파벳의 사용이 마음가짐의 극적 변화를 가져오면서 나타난 1차적 반응이 가부장제家父長制의 등장이고, 곧 유일한 아버지 신을 섬기는 가부장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신 숭배, 여성적 가치, 여자의 힘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미지 속에 깃들어 있다. 반면 남신 숭배, 남성적 가치, 남자의 지배는 문자에서 나온다. 문자와 이미지는 남성성과 여성성처럼 서로 보완해 주는 대립쌍이다. 이미지를 희생시켜 문자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에서는 언제나 가부장제가 만연하다. 이미지가 문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에서는 여성적 가치와 평등주의가 꽃피운다. - 24쪽


그런데 책에서 말한 이미지 문화, 여신 문화를 복원하는 수행이 있다. 종도사님께서 내려 주신 동방신선학교의 수행법은 모두 주문을 바탕으로 하면서 생각으로 예식에 따른 이미지를 떠올려 실행하는 이미지 수행의 극치이다. ‘법신의 손을 이미지화해서 손을 잡아라.’라는 수행 방식도 그렇고, 광선 여의봉 수행을 할 때도 이미지화가 중요한 과정이다.

또한 이 수행의 핵심인 선정화仙定花는 여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마고 대성모님께서 내려 주신다. 이 책에서 이미지는 곧 여신 문화에 대한 것인데, 의원 도수 수행 자체가 이미지 수행이고 이 수행의 중심에 여신이 계시니 절묘하게 내용이 일치한다고 생각된다.

뇌와 시각세포, 생활 방식에 깃든 음양적 구조


뛰어난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거칠고 잔인한 ‘냉혈한’이 되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정하고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표에 몰입해야 하고, 채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인식해야 한다. …… 결국 남자와 여자는 주위를 관찰하는 시선, 생존 전략, 헌신하는 방식, 궁극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까지도 달라진다. 사냥 도살자와 채집 양육자로 나뉘어진 것이다. - 38쪽


필자가 보기엔 저자의 이런 관점을 모든 사람이 공감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이에 따라서 남성적인 것은 부정적인 것이거나 때론 악마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고, 여성적인 것은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것으로 느낄 수 있겠다. 책 전체에서 선명한 이분법을 계속 쓰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일부러 메시지를 명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극단적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뇌의 두 반구는 쌍둥이라 할 수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우반구가 언니다. 태아 단계에서 좌반구가 발생하기도 전에 우반구는 이미 제 모습을 갖추어 간다. - 42쪽

우뇌는 좌뇌보다 사랑, 유머, 심미적 평가와 같은 감정 상태를 자아낸다. …… 우뇌는 관습적인 추론의 규범을 무시한다. …… 감정 상태는 신에 대한 믿음을 품고, 농담의 핵심을 파악하고, 애국심을 느낀다. …… 이러한 감정 상태들은 최근 진화를 통해 획득한 ‘능란한 말재주’를 압도한다. - 43쪽


저자는 우반구가 먼저 생성되어 진화적으로 모든 것을 더 잘 능숙하게 처리한다고 주장한다. 우뇌는 감정을 통합하고,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악을 감지한다. 공간 감각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고, 수렴하는 여러 자극을 종합하여 감각 기관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런 표현들은 좌뇌를 남성적, 우뇌를 여성적이라고 보고 여성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감정 상태는 대개 선형적으로 진행되기보다, 한번에 경험한다. 웃긴 이야기는 듣는 순간 웃음이 폭발한다. 직관적인 통찰은 섬광처럼 찾아온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어떠한 상징화 과정도 개입하지 않고 실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 우뇌는 또한 보이지 않는 세계로 인도하는 문이다. 그곳은 믿음과 신비로움이 논리를 지배하는 의식이 뒤바뀐 영역이다. ……


이런 부분의 논리에서는 수행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잘 밝혀 준 조 디스펜자Joe Dispenza의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라는 책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두 개의 몸이 있다고 하는데,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물질적인 몸과 우주와 하나 된 영적인 양자장의 몸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알파벳과 여신』 책에서는 좌뇌가 생존과 이성 부분을 맡고, 우뇌가 깨달음과 영적인 부분을 맡는 것으로 되어 있어 거의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에 실린 뇌 그림은 재미있다. 좌뇌는 감옥처럼 사무실에 갇혀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우뇌는 연을 날리고 자연 속에서 소풍을 하며 명상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뇌의 두 반구만큼이나 시각세포視覺細胞의 막대세포와 원뿔세포가 좌뇌와 우뇌가 분담하는 작업과 제각각 대응한다는 내용도 자세히 분석한다. 막대세포는 빛에 극도로 민감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도 감지한다. 망막 주변부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는 이 세포는 희미한 빛 속에서도 시야 전체를 보며 이미지를 윤곽으로 파악한다. 막대세포는 우뇌처럼 실재를 ‘한꺼번에 한순간으로’ 인지한다.

반면에 원뿔세포는 황반이라는 망막의 중앙에 위치한 작은 점에 조밀하게 모여 있다. 색깔을 분간하고 선명도를 증대한다. 원뿔세포는 터널 속에서 밖을 보는 것처럼 실재를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며 본다. 원뿔세포는 형상을 보는 데 최적화되어 있고, 막대세포는 배경을 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책에서는 특히 ‘막대세포가 명상이라고 하는 상태를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 수행과 연관 지을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몸은 느슨하게 풀고 동공을 활짝 열어 시야 전체를 인지하는 명상은 막대세포의 선물이다. - 53쪽


여기까지의 내용을 도표로 정리해 보면 문자와 이미지에서 뇌의 구조,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가장 크게는 천지부모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있다. 문자와 이미지라는 분류 기준으로 문명의 모든 것을 음양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여신 문화와 마고성


여자와 여성적 신성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야생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깃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여자는 경작지의 주인이 되었고, 이로써 여자의 사회적 지위는 높아졌다. - 66쪽


저자는 풍요로운 결실과 가축 번식은 생명을 부여하는 자로서의 여자의 이미지를 더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고, 농사는 남자의 살육 본능을 억누르고 밭을 갈도록 길들여 갔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여자들이 신석기 시대의 종교를 창조해 냈고 농경을 발전시켰으며 수확물을 관리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로 인해 ‘신석기 시대에 조직적인 전쟁이 있었다는 증거는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는 『환단고기 역주본』 해제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서양의 고대 문명 연구가들은 인류 역사의 초기를 ‘황금 시대(the golden age)’라 부른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 시대 사람들은 금속 무기가 없이 오직 석기만 쓰면서 전쟁을 꾀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대규모로 살상하지도 않았고, 하늘과 땅에 애정을 듬뿍 쏟으며 살았다. - 『환단고기桓檀古記 역주본』 해제


책의 이 부분에서 1)‘여자들이 신석기 시대의 종교를 창조해 냈다.’, 2)‘여성적 신성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3)‘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였다.’라는 내용은 환국桓國 이전 마고성麻姑城 시대의 존재를 확인하게 한다.

마고성 율국 당시에는 여성이 제왕인 시대였습니다. 제왕의 명칭을 ‘황皇’이라고 했습니다. 이 황皇 시대가 15세까지 이어졌는데 지구의 기후 변화로 날씨도 안 좋아지고 해서 밑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 지역이 바이칼호 근처입니다. 『환단고기』에 나오는 12환국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 이렇게 해서 마고성의 율국에서 환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마고 문명 여신 문화에서 환국의 남성 문화인 제帝의 시대로 넘어가는데, 『환단고기』의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에 안파견安巴堅 환인천제가 부권父權을 세웠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이칼호 오른쪽에 선비국, 왼쪽에 수밀이국이 있었고 아래에 우루국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점차 환국의 열두 나라로 확장되어 나간 것입니다. - 『인간꽃』, 동방신선학교 매거진 창간호 56쪽


태고 시대 마고성 율국律國 당시에는 여성이 제왕인 황皇의 시대였다는 종도사님 말씀이 『인간꽃』에 나온다. 마고성에서 환국으로 넘어오면서 여신 문화 시대에서 남성 문화인 제帝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말씀이다. 『알파벳과 여신』 책에서 여자들이 신석기 시대의 종교를 창조했다는 주장은 이 말씀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동양 고대의 성씨 속에 숨어 있는 여신 문화


고대 중국의 성은 기본적으로 여자[女]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춘추전국 시대 이전에 생겨난 중국 최초의 8성(진주 강씨를 포함한 8성)은 모두 女를 포함하고 있다. …… 아내를 의미하는 고대 중국의 문자는 동등하다라는 뜻이었다. ‘여자’ 위에 ‘지붕’을 씌우면 ‘평안’을 의미한다. - 304쪽


희姬, 영嬴, 강姜, 요姚, 운妘, 규妫, 사姒, 임妊
춘추전국 시대 이전에 생겨난 중국 최초의 8성
(※참고 : 이덕일 교수는 중국의 8대 성씨가 모두 동이족 성씨라고 한다.)


본래 인류 성씨의 시조는 태호복희씨의 풍風씨인데, 후대에 풍씨는 대가 끊겨 사라지고 신농씨가 강姜씨를 쓰면서 현존하는 인류의 시원 성씨가 강씨라는 것, 그로 인해 상제님께서 강씨 성姓으로 오시게 된 배경은 책의 저자가 알지 못하겠지만, 진리와 직결되는 흥미로운 내용을 전하고 있다. 고대의 성씨에 모두 ‘여女’라는 글자가 포함된 것은 ‘모계 사회의 비밀 코드이고 성씨의 뿌리에 여신 문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촌 선仙 문화의 뿌리가 되시고, 현재 동방신선학교의 무병장수 수행 문화를 전수해 주시는 분이 마고 대성모님이기에, 쉴레인의 이 분석은 정말 놀랍다고 생각된다.

구전과 문자



칼 대신 펜을 잡음으로써 글에는 말과 다른 새로운 특성이 각인되었다. 바로 공격성이다. 5천 년 전 시작된 문자의 행진은 마침내 우뇌적 가치, 그리고 여신을 정복했다. - 82쪽


말을 하기 위해서는 발성 기관과 근육, 입의 양쪽 근육, 뇌의 양반구가 상당한 양의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지만, 글에는 연필, 펜에 손과 이를 통제하는 좌뇌만 개입해 대개 왼손은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자의 이런 공격성으로 좌뇌는 우뇌를 정복했다고 말한다.

이미지와 문자의 비교를 구전口傳과 기록에도 적용하는데, 문자 기록이 없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원형 문화의 유산을 이미지에 배치하는 것은 『환단고기』 역사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도사님께서는 2만 2천 년 전에 마고성의 마고삼신 할머니가 『천부경天符經』의 첫머리 열한 자인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석삼극析三極 무진본無盡本’을 직접 만드셔서 황손 자녀들을 길렀다고 하셨다. 『천부경』은 이후 환국 시대까지 구전되어 오다가 배달 시대에 문자로 옮겨졌다. 책의 논리대로면 이때 이미지에서 문자로 넘어가고 여신 시대에서 남성 문화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태호복희씨는 환桓의 광명 정신을 드러낸 분으로 역학易學의 효시인 복희팔괘를 그어 우주의 변화 원리를 음양 논리로 처음 밝혔다. 또한, 혼인 제도를 정하고, 글자[서계書契]를 만들고, 한자를 만드는 방법인 육서 원칙을 발명한 ‘문자의 아버지’다. 한자는 본래 한漢족의 문자가 아니다. 복희씨가 창안한 것으로 배달국에서 사용하던 여러 종의 문자 가운데 하나였다. - 『이것이 개벽이다』#}

이 책의 논법을 적용하면 문자가 탄생한 배달국 시대 이후로 여신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갔다고 볼 수 있지만, 책에서도 한자는 그림 문자로서 이미지적 성격이 강해 아직 여신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었을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한 태호복희씨가 그린 하도와 낙서는 뜻부터가 자연의 이치를 담은 도상, 그림, 즉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알파벳과 여신』 책은 마고성과 『환단고기』 역사에 절묘하게 적용된다.

수메르와 유대 문명 속의 문자


진흙판 위에 새겨진 문자(쐐기 문자)들의 정교한 나열 속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악마-여성 혐오가 숨어 있었다. - 112쪽


『알파벳과 여신』 책에서 6장 이후의 상당 부분은 서양의 문명 속에서 알파벳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방대한 내용으로 살펴보고 있다. 너무 많은 내용이므로 지면상 핵심만 정리해 보겠다.

서양의 수메르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 함무라비 법전은 문서화된 성문법의 출현이며 법전의 4분의 1이 여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인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문자가 여신 문화를 없앴는데 그 문자가 법제화되니 강력한 시스템으로 지배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사건의 핵심은 야훼가 자신의 선택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쓴 것을 ‘읽도록’ 요구했다는 점이다. …… 자신의 모습을 시각화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형상을 갖는 그 어떠한 것도 섬기지 말라고 명령한다. 시나이 사건 이후, 유일신은 모든 이미지를 배척하고 오직 글자로 기록된 것만을 인정했다. - 126쪽


8장 내용의 핵심은 야훼가 10계명이라는 문자를 이용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서양에서 알파벳으로 쓰인 최초의 책이 구약舊約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야훼-문자-구약’을 동일 선상에 놓고 성적性的 편향성과 죄악의 원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10계명 중 두 번째가 전통적으로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것인데, 저자는 이것이 이미지를 만들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다시 말하면 우뇌의 패턴 인식을 금지했다는 것인데, 저자는 서양 문명의 뿌리인 구약이 시작부터 사람들을 문자로 철저히 옭아맸다고 보고 있다. 유대인에게 성서는 유일한 책이었고, 그 이름 자체도 책(bible)이다. 이렇게 히브리 사람들은 문자에 기반한 종교를 만들어 냄으로써, 여신을 거부하고 시각 예술을 배제하였다.
10장에서는 아브라함에서 모세로 이어지는 종교의 역사를 살피는데, 가나안의 여러 종교와 야훼를 믿는 이스라엘 간의 전쟁은 신을 형상(이미지)을 통해 섬기는 가나안과 신을 문자를 통해 섬기는 이스라엘의 충돌로 묘사한다. 종교 전쟁의 본질을 이미지와 문자의 대결로 보는 독특한 시각이다.

12장에서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서 보는 여성 혐오의 기원을 살핀다. 구약의 저자들이 우주 창조 바로 다음 내용으로 여자의 권력부터 폐기했다고 말한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대작(구약)에서 여성의 지위의 몰락은 2페이지에서 시작되어, 사실상 3페이지로 끝난다. 우주를 창조한 뒤 가장 먼저 찾아온 골치 아픈 문제로 남녀 관계를 상정하고 이를 단숨에 정리해 버리는 것은, 이 문제가 구약의 저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는 것을 알려 준다. - 191쪽

실제로 갈빗대 하나가 없다고 해도 건강이나 근육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 야훼가 (남자의 갈빗대가 아닌) 한쪽 눈이나 폐나 손으로 여자를 만들었다면 여자의 가치는 훨씬 커졌을 것이다. - 192쪽


저자는 구약의 여성 문제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자를 남자와 일 대 일(1:1)로 성립할 수 없는, 하나의 개체도 못 되는 존재 또는 소유물로, 노예보다 못한 존재로 그리고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 아담과 이브가 똑같이 신을 거역하고 열매를 먹었는데 너무 불공평하고, 이브가 금기를 위반하고자 결정한 것은 마법의 열매를 먹기 전, 즉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을 때 이루어진 것인데 어떻게 이런 내용이 옳으냐는 주장이다.

책의 이 내용들은 상제님께서 금산의 한 예배당에 가셔서 목사의 설교를 들으시고 벼락을 내리시며 환부역조의 큰 죄를 꾸짖으신 공사(증산도 도전道典 5:17~18)를 생각나게 한다.

저자는 ‘여자를 갈비뼈로 만들었다거나 여자가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창세기 이야기는 오히려 여신에 경의를 품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이스라엘 문화에 여성적 가치가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알파벳이라는 도구는 오늘날 서구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 …… (그 후의) 서양의 역사는 말 그대로 His-story, 즉 야훼의 이야기일 뿐이다. - 202쪽


문자를 이용해 여신을 없앤 바울


바울Paul의 천재적 일면은, 기독교가 신뢰받는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신성한 텍스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독교에 대한 최초의 문서는 모두 바울이 쓴 것이다. …… 오늘날 기독교를 창시한 사람은 바울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 387쪽


저자는 바울이 텍스트, 즉 문자를 철저히 이용해 기독교를 설계했고, 의도적으로 여자의 설 자리를 없앴다고 주장한다. 야훼라는 유일신이 있는데 예수라는 신을 세워야 하니 기독교는 더 이상 일신교一神敎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게 되자, 바울은 이를 피하기 위해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인 동시에 하느님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성령聖靈을 세우는데, 저자는 바울이 이 자리에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있는데, 세 번째 자리가 어머니나 여자가 아니라 그냥 성스러운 영혼이라는 중성 명사를 사용했다. 즉, 바울이 삼위일체 교리를 여신을 없애는 수단으로 썼다는 놀라운 주장이다.

이러한 삼위일체는 기독교에서 여신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절묘한 한 수였다. - 394쪽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 폄훼된 과정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모두 여자의 생식 기관이 아닌 남자의 몸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서 양육된 적이 없다. 결국 위대한 어머니를 상징하는 세 여신 모두 어머니 없이 나고 자랐다는 놀라운 역설을 낳았다! …… 여신의 역할을 폄훼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신이 남신의 몸에서 태어났다고 꾸미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 220쪽


그리스 신화에서 중요한 세 여신이 모두 남신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기록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여신을 폄훼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일리아스Ilias〉는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다. 구약과 일리아스는 서양 문화의 근원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 어린 나이에 일리아스 같은 고전을 배우는 것은 정신 상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저자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자존감은 위축되고, 남자아이들은 가부장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향성을 드러내지 않을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구약과 그리스의 일리아스를 성차별주의자들의 교리라고 강력하게 얘기한다.

올림포스산의 최고신이며 존경받는 지배자인 제우스는 신화 속에서 끊임없이 성욕만 채우려고 하는 난봉꾼이라 표현한다. 저자는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강간범(제우스를 지칭)을 주신으로 모신 종교는 그리스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고 철저히 글로 여신을 지웠다면, 글과 그림(예술) 모두 활짝 꽃피웠던 그리스는 강간으로 여신을 무력화했다고 분석한다.

바로 강간범을 자신들의 주신으로 삼고 동성애의 미덕을 찬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여신은 무의식적으로 힘을 잃어 갔다. - 226쪽

서양 문명은 제각각 극단적인 관념을 고집하는 완고한 두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정신분열증을 앓는 외동아들이라 할 수 있다. - 228쪽


저자가 말한 두 아버지는 알파벳을 받아들인 이스라엘과 그리스라는 두 문명이다. 서양 문명은 시작부터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알파벳에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 부활하는 여신과 이미지 시대의 거대한 물결


저자는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사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지적한다. 뉴턴에 의해서 시작된 과학적 결정론은 세상을 거대한 태엽 시계로 생각하고 창조주가 태엽 장치를 만들어 감았으며, 이로부터 똑딱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뉴턴 역학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도 이 세상을 자연 선택으로 서로 먹고 먹히는 무자비한 세계로 인식하게 만들었는데,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이런 이론들이 정당화되기에 좋은 요소가 되었다.

산업혁명은 과학, 물리력, 자본, 수학,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물이었다. 공장 굴뚝이 뿜어내는 검댕 연기와 용광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초현실적인 시뻘건 불덩이는 자랑스러운 진보의 상징이었다. 광활한 숲을 깨끗이 벌목해 버린 과오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남자들은, 미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머니 자연을 마구잡이로 강간하기 시작한다. - 635쪽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산업혁명에서 나온 두 가지 혁신이 우뇌의 가치를 높여 주는 데 큰 공헌을 하는데, 바로 사진술寫眞術의 발명과 전자기電磁氣의 발견이라고 지적한다. 사진술은 이미지라는 충격을 주었고, 전자기의 발견은 파동으로 우주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가 자세한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우주를 기계로 보는 뉴턴 역학을 문자에 배속하고 우주를 일체의 파동으로 보는 양자 역학을 이미지로 설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2차 세계대전은 현대 문명에게 내려진 불세례였지만 이러한 갈등은 전 지구적 의식에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보여 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19세기에 등장한 강력한 두 가지 ‘여성적’인 힘, 즉 사진술과 전자기가 마침내 결합되어 1939년 ‘텔레비전’이 발명된다. - 677쪽


TV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거실에 사람들을 모았다. TV를 보는 뇌의 작용은 글을 읽는 것과 완전히 다른 패턴 인식을 활용한다. TV를 보면서 우뇌의 활용량은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좌뇌의 지배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쇄물은 핵분열 폭탄처럼 개개인을 뿔뿔이 흩어 놓지만, TV는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전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놓았다고 분석한다. TV를 볼 때는 명상할 때와 유사한 알파파와 세타파가 나와서 인류의 야만성이 누그러진다고 보았다. 이런 분석은 저자만의 독특한 생각인데 모두 명상, 수행으로 결국 연결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인쇄기는 문자를 쏟아 내지만, TV는 이미지를 투사한다. 그래서 TV의 인기는 이미지의 지배력을 엄청나게 높였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무수한 글과 책들이 있었지만, 원폭 투하 후 버섯구름 사진과 푸른 지구 사진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고 한다. 20세기를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이 두 장의 사진은 인류의 의식까지 변화시켰다. 여성 참정권 운동과 여성 사회 참여가 최초의 TV 세대에 일어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정보 인지에 있어 좌뇌에서 우뇌로의 중심 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TV 보급 이후로 미술관은 호황을 이루었고, 이미지로 가득한 광고, 화려한 차트, 그래프로 이루어진 프레젠테이션, 만화, 애니메이션, SF 영화 등 이미지의 융단 폭격이 이루어졌다. 일방통행의 TV에서 쌍방향 대화가 이루어지는 컴퓨터의 등장은 이미지 혁명을 더욱 증폭시켰다.

[#컴퓨터 작업 과정은 …… 여자와 이미지의 지위를 향상시킨다. …… 전자기와 이미지 복제술에 기초한 사이버 공간은 결국 여성적 세계관에 훨씬 가깝게 인류의 의식을 조정할 것이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과 인터넷은 모두 그물망이라는 여성적 함의가 짙은 메타포를 활용한다. - 692쪽 #}

결론 : 이 책이 후천 정음정양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태초에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자가 출연했고 이로부터 5,000년 동안 세상을 지배했다. 이제 이미지가 다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는 오랜 시간 무시되고 억압받아 왔다. 하지만 이미지의 시대에 여자는 자신의 잠재적 가치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누릴 것이다. …… 거대한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 에필로그


이 글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저자의 한마디이다. 이미지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21세기의 인류에게 새로운 황금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관용, 배려, 자연에 대한 경외와 같은 우뇌적 가치가 오랫동안 인류를 지배해 왔던 좌뇌적 가치를 압도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고, 이미지는 인류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들에서 필자는 이미지가 여성의 원한에 대한 해원의 장을 열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천 문자 계어인 후천 신자 계어인 (: 한자음 루비체로)
先天은 文字로 戒於人이요 後天은 神字로 戒於人이니라
선천은 문자로 사람을 훈계訓戒하였으나 후천은 신도神道로 경계警戒하여 사람을 가르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11:171:2)


이 도전道典 말씀은 『알파벳과 여신』 책에서 인류가 알파벳의 대가로 여신 문화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에 매우 부합되는 성구이다. 제목도 ‘신도로써 가르치는 후천의 교육법’이다. 선천에는 잘못하지 않도록 문자로 사람을 타일러 주의시켰다는 말씀은 알파벳이 종교와 정치와 법률로 사람을 훈계하고 가르쳐 교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책의 주장과 일치한다. 반면 후천에는 신도神道로 가르친다는 것인데, 후천은 음도의 세상이니 부활한 여신 문화와 본래의 아버지를 일체로 받드는 문화로 해석이 가능하다.

쉴레인은 책 곳곳에서 자신이 남녀 대결을 말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남성 속의 여성성, 여성 속의 남성성을 반복 언급하고,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와 문명의 시스템이 역사를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며 알파벳과 이미지의 균형을 갖춰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정음정양正陰正陽에 대한 저자만의 새로운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상제님께서는 여성이 억압받아 온 문제의 근원이 선천의 우주 질서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 주셨다. 여성에 대한 탄압과 억압 문제는 단순히 인습을 타파하거나 규범과 사회 제도를 개혁한다고 해서 온전히 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늘과 땅의 질서를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뜯어고치는 상제님의 새 우주 개벽 공사로만 해결될 수 있다.

이제 21세기의 세상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넘어 아이콘이라는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이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위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SF 영화의 홍수로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장면이 화면 속에 구현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기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를 무한히 생성하는 이미지 홍수 시대가 열렸다.

이미지가 곧 여신을 상징한다는 것의 의미는 후천 신선 문화를 여는 동방신선학교의 수행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적 차원에서 완전한 인류의 조상신이면서 전 인류에게 신선의 꽃을 내려 주시는 마고 할머니의 수행 문화가 영안을 떠서 직접 보는 이미지 수행의 극치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