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배우는 우주변화의 원리 | 하늘의 별자리로 보는 인류의 정신문화 -신화 편(1)-

[한문화]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봄이 되면 봄의 옷을 입고 한 해 농사를 시작할 생각을 합니다. 가을이 되면 가을의 옷을 입고 농사를 갈무리할 생각을 합니다. 계절에 따라 옷을 달리 입으며 그에 맞는 행동과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인류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자연환경과 무관하게 사고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온 것 같지만, 실상은 천지의 율동과 여정에 따라 그에 맞는 의식儀式을 거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하늘의 별자리가 인류의 정신문화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피라미드에 담긴 신성 숫자


2021년 12월 25일, 성탄절을 맞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JWST)’을 우주로 쏘아 올렸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뒤를 이은 제임스웹은 약 138억 년 전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를 관측하고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찾는 등 천문학과 우주 연구에서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드디어 과학이 베일에 싸였던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역사적 순간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주의 신비를 모두 풀어 줄 것 같은 과학도, 정작 우리가 사는 어머니 지구와 도처에 산재한 고대 유적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피라미드도 그중 하나입니다. 피라미드를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집트의 대피라미드는 네 면이 정확히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습니다. 대피라미드의 밑면 둘레(921.46m)는 높이(146.73m)에 2와 원주율(π≑3.14)을 곱한 값(921.46=2×146.73×π)이라고 합니다. 이는 피라미드를 건설한 사람들이 원주율을 알고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은 『신의 지문』에서 ‘대피라미드 건축물 자체가 43,200분의 1로 축소한 지구 북반구의 투영도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피라미드 밑면의 둘레를 지구 적도의 둘레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북극으로부터의 지구 반지름으로 하면 그 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1)

*1) 1799년 6월 프랑스에서 미터법을 제정했는데, 여기서 미터는 파리를 지나는 사분 자오선 길이의 천만 분의 1로 정했다. 그런데 프랑스 과학자들이 미터법을 제정한 아이디어가 피라미드 건축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의 수치인 1로열큐빗(royal cubit)을 현재의 미터법으로 고치면 약 0.52356m이다. 따라서 대피라미드의 높이는 280로열큐빗(≑146.73m)이고, 밑면의 둘레는 1,760로열큐빗(≑921.46m)이다. 그런데 1로열큐빗에 6을 곱하면 3.1413m가 된다. 원주율 3.1416과는 불과 0.01%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즉 1로열큐빗은 1m가 지름인 원의 6분의 1(60도)에 해당하는 원주의 길이이다.



피라미드의 신비는 또 있습니다. 대피라미드 옆에 있는 카프레 피라미드의 원래 높이는 143.5m이고, 밑면의 길이는 216m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숫자를 멕시코에 있는 테오티우아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건축물의 길이와 건물들 사이의 거리는 ‘테오티우아칸 표준 단위’(STU : Standard Teotihuacan Unit = 1.059m)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한 면의 밑변 길이가 216STU이고, 달의 피라미드는 한 면의 밑변 길이가 144STU입니다. 그리고 태양의 피라미드 중심은 달의 피라미드 중심으로부터 남쪽으로 720STU 거리에 있습니다.
*2)
『주역』에서는 216을 건책수乾策數라고 하고, 144를 곤책수坤策數라고 합니다.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와 멕시코의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에 새겨진 숫자는 이들이 (건책수와 곤책수를 알았던) 고대의 단일 문명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2)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STU는 9, 18, 24, 36, 54, 72, 108, 144, 162, 216, 378, 540, 720이다.



신성 숫자에 담긴 천지개벽 소식


고대의 인류는 왜 피라미드에 신성한 숫자를 새겨 넣은 것일까요? 그레이엄 핸콕에 의하면 세계의 비밀 전승에는 72, 108이라는 숫자가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오시리스 신화 숫자는 12, 30, 72, 108, 216, 360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숫자가 지구의 세차운동 및 별자리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세차운동歲差運動은 흔들리며 돌아가는 팽이처럼 지구의 자전축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대인들은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춘분날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는 지점의 별자리가 변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세차운동으로 인해 춘분점은 해마다 황도대의 12궁도를 따라 천천히 움직입니다. 황도대에서 하나의 별자리가 차지하는 각도는 평균 30도이고, 태양이 황도를 따라 1도 이동하는 데는 72년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별자리를 지나려면 2,160년(72년×30도)이 걸리고, 한 바퀴를 도는 데는 25,920년(72년×360도)이 걸립니다. 25,920년을 대년大年(Great Year) 또는 플라톤년(Platonic Year)이라고 합니다. 2,160년을 대월大月이라고 하고, 72년을 대일大日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밀란코비치 빙하기 이론에 나오는 지구 공전궤도 이심률의 변동 주기⋅자전축의 기울기 변동 주기⋅자전축의 세차운동 주기⋅공전궤도의 세차운동 주기를 역학에 근거한 정도수正度數(129,600년⋅43,200년⋅25,920년⋅21,600년)로 풀어 왔습니다. 각각의 주기가 함께 발생하여 간섭을 일으킴으로써 천지개벽의 대변동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도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주기가 우주 1년에 포함된 주기라는 것도 밝혔습니다. 따라서 고대의 인류가 피라미드에 신성한 숫자를 새겨 넣은 목적은, 우주 1년의 각 계절과 달이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천지개벽 소식을 미래의 인류에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차운동 주기에 따라 열리는 새 시대


하늘을 수놓은 별들은 지구에 생명의 기운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특히 하늘에 펼쳐진 별자리 그림은 인류가 문명을 건설하는 데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인류 문화가 천문天文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文則天文(문즉천문)이니 文有色(문유색)하고 色有氣(색유기)하고
氣有靈(기유령)하니라
氣靈不昧(기령불매)하여 以具衆理而應万事(이구중리이응만사)라
문文은 곧 천문이니 문에는 색色이 있고, 색에는 기氣가 있고, 기에는 영靈이 있느니라.
기의 신령함(기 속의 영)은 어둡지 않아 모든 이치를 갖추어 만사에 응하느니라. (도전道典 8:25:2)


필자는 인류 역사와 정신문화가 지구 자전축과 공전축의 세차운동 주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태양계가 중앙 태양인 알시온Alcyone(알키오네)을 공전하면서 신성한 생명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 기간은 약 26,000년(정도수 25,920년)으로 태양이 황도 12궁을 도는 세차운동 주기와 같습니다. 이 때문에 고대 사회에서는 태양과 황도 12궁을 의인화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태양을 ‘태양신, 세상의 빛, 인류의 구원자’로 모시고 숭배하였습니다.

고대의 많은 신화들은 25,920년의 분점 세차 주기가 황금시대를 시작하게 할 것임을 암시한다. … 네안데르탈인들이 거의 25,000년 전에 사라졌고, 50,000년 전에 인류의 창조성과 영적인 행위가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보아, 분점 세차가 이 폭발적인 진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도 있다. - 데이비드 윌콕, 『소스필드』 270·273쪽

2만 6천 년에 걸친 북극성의 세차 주기를 황도 12궁의 12란 수로 나누면 대략 2,166년이란 기간이 나온다. 그런데 이것에 자극을 받은 점성가들은 세차 주기를 12시대로 나누고, 그 마지막 2,000년을 물고기자리의 시대라고 칭했다. 현재 우리는 물병자리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히피들과 밀교도들 또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것은 특정 종교의 흥망을 설명할 때 이용되기도 한다. 세차와 관련된 문화적 흔적에는 물고기자리 시대에 초기 기독교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던 물고기와 예수가 탄생하기 이전의 양자리 시대를 상징했던 양 등이 있다. - 스티븐 스키너, 『신성 기하학』 80쪽


서양 점성술에서는 태양이 지나가는 황도대에 있는 12개의 별자리를 황도 십이궁黃道十二宮(Zodiac)이라고 부릅니다.
*3)
각각의 별자리를 ‘궁宮(House)’이라고 하고, 태양이 별자리에 머무는 기간은 ‘시대(Age)’라고 합니다. 춘분날에 태양이 황소자리에서 뜨면 ‘금우궁金牛宮 시대’, 양자리에서 뜨면 ‘백양궁白羊宮 시대’, 물고기자리에서 뜨면 ‘쌍어궁雙魚宮 시대’입니다.
*3) 우리나라에서는 십이궁十二宮이 십이지신十二支神, 십이신장十二神將 또는 십이신왕十二神王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아칸소 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였던 아서 하딩은 1935년 저술한 《천문학Astronomy》에서 덴데라 하토르 신전의 12궁도를 기원전 2만 6000년경에 처음 고안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맹성렬, 『피라미드 코드』 45쪽


황소자리 시대(금우궁)


소는 고대 역사에서 힘과 풍요, 인내의 상징이었습니다. 고대 기록 중에서 최초의 것으로 알려진 별자리는 황소자리입니다. 서기전 13000~15000년경에 구석기인들이 그린 스페인의 알타미라Altamira 동굴 벽화와 프랑스의 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에는 황소자리의 원형이 담겨 있습니다. 서기전 9000~10000년경 유적으로 추정되는 튀르키예(터키)의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 비석에도 황도12궁의 몇몇 별자리가 등장합니다.

기독교의 『성경』에 따르면 6,000년 전 아담이 살던 시대는 태양이 금우궁金牛宮에 들어갔을 때라고 합니다. 이 시대에는 황소를 신으로 섬겼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대 이집트의 멤피스 지역에서는 성스러운 소 ‘아피스Apis’를 숭배하였습니다. 힌두교에서는 지금도 소를 신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비슈뉴Visnu 신이 현현한 크리슈나Krsna가 가장 아끼는 동물이 소입니다. 그래서 암소 자체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소 신앙은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풍속이었습니다.

제1왕조기 시작 무렵인 기원전 3100년경 고대 이집트에는 황소 숭배가 압도적이었다. 예를 들어 사카라에 있는 초기 왕조의 한 마스타바Mastaba는 황소들을 미라로 만들어 매장한 묘지로, 호루스와 결합한 오시리스신을 황소 모습으로 묘사한 아피스Apis를 최고 신성한 동물로 숭배했다. 신왕조기인 기원전 2000년경부터는 아문신을 양의 모습으로 묘사해 최고 신성한 동물로 숭배했다. 이러한 숭배가 일어난 시기는 각각 태양이 춘분 때 황소자리와 양자리에서 떠오르던 시기다. - 맹성렬, 『피라미드 코드』 45~46쪽


■ 바알Baal은 중근동의 농경신
당시에 셈족을 비롯한 고대 중근동의 여러 민족은 ‘바알Baal’을 모셨습니다. 바알은 고대 시리아(가나안 지방)에 기원을 둔 폭풍과 천둥, 구름, 풍요의 신이었습니다. 고대 팔레스타인 지방의 언어로 바알은 ‘주主, 왕자(세블Zebul), 모든 것을 소유한 자’라는 뜻입니다. 천둥으로 무장하고 번개를 떨치는 창을 잡고 암소에 올라탄 형상으로 표현됩니다. 헬레니즘 시대에는 그리스의 태양신과 동일시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 제우스Zeus도 바알 신의 변형으로 보입니다. 제우스는 천공을 지배하는 신으로 천둥과 번개를 뜻대로 구사한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는 ‘구름을 모으는 자, 번갯불을 던지는 자’ 등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에우로페Europe의 미모에 반해서 접근할 때는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합니다.

수메르 문명 시대의 중요한 도시였던 우르Ur의 한 신전 유적에서는 황금으로 장식한 수소(소의 수컷) 머리가 발견되었으며 시리아의 가스샤므라에 있는 고대 아쉬타르테 신전에서도 흙으로 만든 수소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증거들은 모두 소가 신전神殿과 관련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실제로 “GUT”라고 발음했던 고대 인도나 수메르의 신은 소머리였다. 이 “GUT”는 영어의 신을 뜻하는 “God”의 어원이 되기도 한다. - 이종헌 늘푸름 홍천한우클러스터 사업단 단장, 「소와 종교」


■ 동양의 우두인신牛頭人神, 염제신농
동양에서도 황소자리 신앙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한 분인 염제신농炎帝神農(?∼서기전 3078년)씨는 의약, 쟁기와 보습, 도기, 활을 발명하고 처음으로 시장을 열었습니다. 현전하는 최고最古 성씨인 강姜씨의 시조입니다. 염제신농씨는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우두인신牛頭人神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는 금우궁 시대에 황소를 태양신으로 신앙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4) 우리나라에서 우두머리(소머리)는 대장, 대표를 의미한다. 서울도 소뿔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소뿔 → 서라벌 → 서울).



인류는 수많은 신을 섬겨 왔습니다. 지금도 다신多神 신앙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12궁도의 시대(Age)에 따라 신앙의 대상이 바뀌는 경향을 보입니다. 새 시대가 도래하면 이전 시대의 신들을 모셨던 신전은 파괴되었습니다. 심지어 악마로 내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이런 경향이 거의 없습니다. 그와 반대로 지금도 인류 문명을 연 창시자로 숭상되고 있습니다.
*5)

*5) 그리스 크레타섬의 미노타우로스Minotaur는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우두인신牛頭人身의 괴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와 달리 동양에서는 신농씨가 우두인신으로 신격화되어 추앙받고 있다.


신과 악마는 백지장 차이에 불과하다. 어느 시대의 천사는 다른 시대에 가면 악마로 변하고 만다. 신석기 농경 시대의 신은 청동기 시대로 넘어오면서 악마로 변한다. …… 이러한 악마와 천사의 균열은 서양 기독교 속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육체는 서양 역사 속에서 죄악시될 수밖에 없었다. - 김상일, 『카오스와 문명』 255~257쪽


■ 이스라엘인의 바알신에 대한 보복
고대 가나안 지방에서 황소자리 시대의 주신은 농경신 바알이었습니다. 본래 바알의 아버지는 최고신인 엘El, 어머니는 바다의 신 아세라Asherah였습니다. 하지만 가나안으로 이주한 이스라엘인들은 원주민들에게서 농사짓는 방법을 배우면서 최고신 엘보다 농경신인 바알을 더 숭배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에 나갔을 때도 성스러운 소 아피스와 더불어 바알 신과 아세라 신을 섬겼습니다.

『구약성서』에는 바알 신앙과 야훼 신앙이 경쟁 관계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열왕기상」 18장에는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바알의 선지자들과 대결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엘리야는 혈혈단신으로 450명의 바알 선지자와 400명의 아세라 선지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 그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엘리야가 그들에게 이르되 “바알의 선지자를 잡되 그들 중 하나도 도망하지 못하게 하라.” 하매 곧 잡은지라. 엘리야가 그들을 기손 시내로 내려다가 거기서 죽이니라.
- 「열왕기상」 18:40


이스라엘인들의 바알 신앙에 대한 보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구약성서에 ‘땅의 주’라는 의미의 ‘세블Zebul’을 ‘똥파리의 신’이라는 뜻의 ‘바알세붑Baal-Zebub’(또는 베엘세불Beel-zebul)으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바알세붑을 마귀들의 제왕인 사탄으로 칭했습니다.

양자리 시대(백양궁)


기독교의 『성경』에 따르면 4,000여 년 전의 아브라함 시대는 백양궁白羊宮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황소자리 시대가 지나고 양자리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사람들은 황소를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관한 기록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세가 시내산(Mount Sinai)에서 하나님의 계율인 십계를 받으러 갔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송아지를 모시고 제사를 드렸습니다. 이집트에서 신앙하던 금송아지 아피스를 만들어서 숭배한 것입니다. 화가 난 모세는 금송아지를 불살라 가루로 만들고, 금송아지를 모신 사람들을 죽여 버렸습니다. 이후 모세의 율법에서는 주로 어린 양을 희생 제물로 올렸습니다. 이는 모세 자신이 양자리 시대의 메시아라는 걸 은연중에 드러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에 하나님의 어린양은 구세주로서의 예수를 상징하게 됩니다.

모세가 그들이 만든 송아지를 가져다가 불살라 부수어 가루를 만들어 물에 뿌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마시게 하니라. - 『성경』 「출애굽기」 32:20


■ 미트라 신은 양자리 시대의 구세주
미트라Mithra 또는 미트라스Mithras는 브라만교, 조로아스터교, 미트라교에서 신앙한 태양신입니다. 미트라의 이름을 전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서기전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리그베다Rig-Veda』입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의 신성 중 한 분신으로 여겨졌습니다. 미트라는 동양에서 미륵불彌勒佛(마이트레야Maitreya) 신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트라를 신앙한 지하 사원에서 발견되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의 배경에는 황소, 개, 까마귀, 뱀, 전갈, 사자, 물잔(물병)이 함께 그려져 있는데, 당시의 천구 적도의 별자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의 중앙에는 미트라 신이 칼을 들고 황소의 목을 찌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는 ‘미트라 신이 황소자리의 시대를 끝낸 양자리 시대의 구세주라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투우도 그 연장선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옛것의 파괴에 의해 명시된다고 믿었다. 황소자리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은 황소인데, 오늘날 학자들은 황소를 도살하고 있는 미트라스를 그린 제단 그림이 실은 황소자리 시대의 마감을 묘사하고 있는 거라고 이해한다. 뒤이어 도래한 숫양자리의 시대는 양으로 상징된다. 따라서 이 시대의 마감이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를 살해하는 것으로 명시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 티모시 프리크⋅피터 갠디, 『예수는 신화다』 123쪽


페르시아를 거쳐 로마 제국으로 전해진 미트라교는 1세기 후반부터 4세기 중엽까지 유행하였지만, 5세기 초에 기독교가 득세하면서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러나 수 세기 동안 두 종교가 로마에서 공존하면서 미트라교가 기독교에 흡수되었습니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무적의 태양신(솔인빅투스Sol Invictus) 미트라의 숭배자였고, 그의 영향 아래에서 예수는 솔인빅투스와 동일화되었습니다.
*6)

*6) 가톨릭의 교황이나 주교들이 대관식이나 미사 때 쓰는 주교관主敎冠의 이름이 ‘미트라Mitra’이다.


■ 양자리 시대의 염소신, 바포메트Baphomet
바포메트라는 이름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지식의 흡수’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바페baphe와 메티스metis가 결합되어 바포메트Baphomet가 되었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도시인 멘데스에서는 염소가 다산多産의 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그래서 바포메트는 ‘멘데스의 염소’(Goat of Mendes)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티로스Satyros(로마 신화의 판Pan)를 통해 바포메트가 어떤 신인지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사티로스는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입니다. 머리에는 염소의 뿔이 나 있습니다. 가축을 보살피고 풍년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의 시종으로서 무절제와 탐욕, 음란한 행위로 대변되는 신입니다.

북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인 킬러글린Killorglin에서는 지금도 매년 ‘퍽 페어Puck Fair’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행사에서는 ‘루이’로 명명된 야생 숫염소가 왕이 되어 3일간 이 지역을 통치합니다. 왕좌에서 호의호식하며 주민들의 추앙을 받은 루이는 축제가 끝나면 폐위되어 야생으로 돌아갑니다. 이 축제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가 ‘판Pan’에 관한 신화입니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 팬Peter Pan’도 ‘판’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염소의 신은 백양궁 시대에 신앙 대상이었습니다. 기독교의 어린양에 대한 숭배도 이때 기원한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대략 2천 년마다 점성술적으로 새로운 ‘큰 달Great Month’에 접어든다고 믿었다. 그들은 숫양자리라는 큰 달에 살고 있었고, 이것은 BCE 2000년경에 시작되었다. 숫양자리의 시대는 수컷 양으로 상징되었고, 디오니소스는 흔히 숫양의 뿔로 묘사되었다. 물고기자리의 새로운 시대는 BCE 145년경에 시작되었고, 현재 또 다른 새로운 시대, 곧 물병자리의 큰 달로 바뀌고 있다. - 티모시 프리크⋅피터 갠디, 『예수는 신화다』 121쪽





■ 투우鬪牛의 유래
붉은 천을 휘두르는 화려한 복장의 남자, 그리고 그 붉은 천을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뿔난 황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황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투우사의 묘기는 보는 이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합니다. 마타도르Matador(소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역할을 맡은 투우사)가 황소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죽이는 의식을 치르면서 투우는 끝이 납니다.

스페인의 투우鬪牛는 매년 봄, 부활제의 일요일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에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의 도시에 있는 투우 경기장(arena)에서 개최됩니다. 투우에 대한 기록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14세기 중반 이후입니다. 르네상스 시기인 16세기와 17세기에는 인기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투우는 본래 목축업의 번성을 기원하면서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우의 정확한 유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투우가 별자리 신앙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대의 종교에서 투우와 비슷한 상징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에서 황도십이궁의 수소좌는 토러Taurus라고 부른다. 투우를 가리키는 스페인 또는 이탈리아의 토-로Toro는 물론 수소를 가리키는 프랑스 말의 “taur-eau”로 천문학 용어인 “토러”에서 왔다. 우리말에 있어서도 소를 “Sol”, “SO”라고 한다. “T” 발음이 “S”로 약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천문을 관측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을 천군天君이라고 하고 그곳을 “소도蘇塗”라고 하였다. - 이종헌 늘푸름 홍천한우클러스터 사업단 단장, 「소와 종교」


■ 악마화된 염소신, 바포메트
시대가 바뀌면서 염소신 바포메트는 악마화되었습니다. 그 배경에 성전 기사단(템플 기사단)이 있다고 합니다. 성전 기사단은 십자군 전쟁에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후, 성전 기사단은 국가와 가톨릭교회의 권위를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와 정치 권력자들이 성전 기사단을 축출하기 위해 바포메트를 숭배한다는 혐의를 씌웠습니다. 이때부터 바포메트는 이단뿐만 아니라 반기독교 사상, 악마주의자, 흑마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바포메트는 실체가 없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1851년 프랑스의 오컬티스트이자 마술사인 레비Eliphas Levi가 처음으로 바포메트의 모습을 염소 이미지와 결부시켜 스케치로 남겼습니다. 이후 바포메트는 사탄의 우두머리 루시퍼Lucifer를 상징하는 역오각별(inverted pentagram) 안의 염소 문양이 되어 음모론의 대상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엄지와 둘째와 다섯째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수신호는 바포메트를 상징합니다.

펜타그램Pentagram은 본래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 그리고 머리를 상징하는 인간의 형상임과 동시에 인간과 우주의 신비를 담고 있는 소우주의 상징이다. 역펜타그램 또한 중세 서양의 마술사들 사이에 소우주를 의미하며 신비로운 힘의 원천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펜타그램의 목적은 지옥의 힘을 이용해 이 땅에 사탄을 불러오기 위한 악을 말한다. 서양에서 뿔은 일반적으로 악마를 연상시킨다. 마녀들이 숭배하는 검은 염소 또는 숫양의 머리를 가진 악마의 하나인 바포메트Baphomet와 역펜타그램의 결합은 사탄의 펜타그램을 의미한다. - 이영화 동양미래대학교 조교수, 「서양 악의 상징물에 나타난 조형성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