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배우는 우주변화의 원리 | 기울어진 하늘의 기둥과 땅의 벼리 - 개벽론開闢論(4) -

[한문화]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산과 들, 황금색 옷으로 갈아입은 너른 들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연을 보며 가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주의 사계절이 열리는 것도 자연의 변화를 보고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주의 사계절이 어떻게 열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천지개벽으로 열리는 우주의 사계절


개벽은 새로운 시공간의 열림


시공간은 순환의 일주기一週期를 끝내면 다시 새로운 일주기를 시작합니다. 동양에서는 시공간이 새로 열리는 사건을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고 하였습니다. 양[天]의 시공간이 열리는 것은 개開이고, 음[地]의 시공간이 열리는 것은 벽闢입니다.
*1)
『성경』의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요한계시록」 21:1)”는 구절에 나오는 ‘새 하늘과 새 땅’도 후천의 새로운 시공간이 열리는 걸 의미합니다. 시공간이 새로 열리는 개벽 운동이 일어나면 만물은 종種의 생성과 진화가 일어납니다. 우주 1년은 지구 생명체의 화생과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시공간의 개벽 주기입니다.
*1) 우주의 시간성은 하늘이 상징하고, 공간성은 땅이 상징한다. 우주宇宙라는 언어도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왕고래금위지주往古來今謂之宙 사방상하위지우四方上下謂之宇” ( 『회남자』「제속훈」)


개벽開闢이란 개념은 한마디로 말하면 우주 운동의 상象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 운동이 비록 천변만화하는 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것은 무엇 하나 할 것이 없이 일음일양一陰一陽하는 운동, 즉 우주가 일개일벽一開一闢하는 운동이다. 그러므로 개벽 운동은 일순간의 휴식도 없이 어떠한 곳에서나 어떠한 사물에서나 행해지지 않는 일이 없다. - 『우주변화의 원리』 391쪽


凡天下一切物(범천하일체물)이 有若開闢而存(유약개벽이존)하며
有若進化而在(유약진화이재)하며 有若循環而有(유약순환이유)하니라
무릇 천하의 만물이 개벽을 따라서 생존하고, 진화를 따라서 존재하며, 순환을 따라서 있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


그런데 증산 상제님께서는 “천지대운이 이제서야 큰 가을의 때를 맞이하였느니라.(도전 7:38:4)”고 하시면서 우주의 여름철 말에 살고 있는 인류가 후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의 가을철이 열리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걸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의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의 흐름은 자연의 변화를 보고 알 수 있습니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건 차가운 음陰기운이 초목의 성장을 성숙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을에 음기운이 들어온 이유는, 지축이 기울어진 지구가 공전궤도 상의 추분점을 지나서 일조량日照量이 적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지구의 자전축 경사와 공전궤도상의 위치로 인해 사계절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간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공간의 순환 변화를 통해 형성됩니다. 따라서 우주 1년의 사계절 변화도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공전궤도의 변동을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함께 일어나는 지축과 공전궤도의 변동


밀란코비치 빙하기 이론은 지구에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지구 공전궤도의 이심률離心率(Eccentricity), 자전축의 기울기(Tilt, Obliquity), 세차운동歲差運動(Precession, Wobbling) 등 세 가지 요소가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과 도달 위치를 변화시키며, 이로 인해 기후변화가 초래된다’고 합니다.

❶ 지구 공전궤도의 이심률은 평균 100,000년(95,000년~125,000년)을 주기로 하여 변하고 있습니다. 이심률이 낮을 때는 원형에 가까운 공전궤도를, 이심률이 높을 때는 타원에 가까운 공전궤도를 보입니다. 현재 지구의 공전궤도 이심률은 1.7%입니다.

❷ 지구 자전축의 각도는 약 41,000년의 주기로 약 21.5도~24.5도 사이에서 3도의 변화폭을 가지고 변합니다. 현재 자전축의 기울기는 23.4도이며, 서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❸ 마지막으로 지구의 세차운동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지구 자전축이 팽이처럼 흔들리며 회전하는 자전축의 세차운동 주기는 약 25,700년입니다.

❹ 그리고 자전축의 세차운동은 공전궤도의 세차운동과 동조하여 분점分點과 지점至點의 위치가 공전궤도상에서 평균 21,700년마다 한 바퀴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런데 지질학에서 밝힌 세 가지 요소 사이에는 큰 연관을 찾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100,000년⋅41,000년⋅25,700년⋅21,700년의 각 주기가 숫자상으로는 상호 간에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각각의 사건은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서로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필자는 지난 호에서 이들 값을 역학에 근거한 정도수正度數(129,600년⋅43,200년⋅25,920년⋅21,600년)로 바꾸면, 각각의 주기가 함께 발생하여 간섭을 일으킴으로써 천지개벽의 대변동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성자와 철인들의 예언이 있어 주목됩니다.
*2)

*2) 지구 자전축의 세차운동을 설명할 때는 주로 팽이의 회전을 예로 들고 있다. 팽이를 돌리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팽이의 축이 연직선상에 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팽이의 회전축이 연직 방향의 축에 대해 약간씩 경사진 상태에서 연직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게 된다. 이러한 팽이의 운동을 ‘세차운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팽이치기할 때 팽이의 회전 속도가 빠르면 곧게 서서 제자리를 돌고, 회전 속도가 느려지면 기울어진 채로 큰 궤도를 그리면서 도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팽이 회전축의 경사와 궤도의 모양(이심률)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지구의 자전축도 팽이처럼 공전궤도면의 연직축(공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세차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구의 자전축이 변동되면, 공전궤도의 이심률도 함께 변동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예언에 나타난 지축과 공전궤도의 변동


성자와 예지자들의 예언은 천지가 순식간에 개벽(변이)하는 격변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개벽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주요 사건으로 지축과 공전궤도의 변동을 들고 있는데, 이는 밀란코비치 이론에서 빙하기의 요인으로 거론한 요소와 일치합니다. 자전축의 기울기와 자전축의 세차운동은 지축의 변동과 관계가 있으며, 지구 공전궤도의 이심률과 공전궤도의 세차운동은 공전궤도의 변동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 지축 변동(극이동)
천체는 그 운행을 다시 시작할 것이며, 지구를 견고하고 안정케 하는 뛰어난 회전 운동은 영원히 그 축 위에 기울어진 채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미셸 노스트라다무스

극이 이동한다. 극이동이 생길 때 새로운 사이클이 생긴다. - 에드가 케이시

지구 극이동 자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마치 지구가 한쪽으로 넘어지는 것처럼 일어날 것이다. - 『우리들 사이의 이방인』, 루스 몽고메리

그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 - 『마태복음』 24:29


- 공전궤도 변동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처럼, 지구는 본래의 공전궤도를 이탈하여 요동칠 것이다. - 『우리들 사이의 이방인』, 루스 몽고메리

극이 이동한다. 극이동이 생길 때 새로운 사이클이 생긴다. - 에드가 케이시


우주의 주재자이신 증산 상제님께서도 ‘후천 가을 대개벽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한순간에 일어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축과 공전궤도 변동이 상제님의 주관하에 개벽의 실제 상황으로 벌어진다고 하셨습니다.

너희가 그토록 애태우며 기다리나 눈 한 번 깜짝하는 때에 개벽이 되느니라. (道典 7:3:2)

개벽은 기둥 하나 안고 도는 동안에 된다. (道典 7:70:6)

공부하는 자들이 ‘방위가 바뀐다’고 이르나니 내가 천지를 돌려놓았음을 세상이 어찌 알리오. (道典 4:152:1)


그런데 지축과 공전궤도의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인정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일어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지질학의 공식적인 학설로 자리 잡은 찰스 라이엘의 ‘동일과정설’과 찰스 다윈의 ‘점진진화론’의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동일과정설과 천지변이설을 적당한 선에서 혼합해서 만든 주장일 뿐, 본래의 천지개벽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역학으로 살펴본 하늘땅의 변화


역학에 나타난 축의 정경립正傾立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했던 동양에서 천체와 지구의 변동은 천지개벽이라는 이름으로 수천 년 전부터 연구되어 왔습니다. 특히 하늘땅을 가르는 축軸의 정립과 경사는 역학의 기본 전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역학에서 사용하는 주요 도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하도와 낙서
상생도인 하도河圖는 정십자의 형태입니다. 천지의 축이 정립되어 십토十土가 작용하는 후천 가을철 상생의 세상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상극도인 낙서洛書는 천지의 축이 기울어진 선천 봄여름철 상극의 세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낙서를 팔괘도로 나타낸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낙서의 중앙에 자리한 오토五土도 지축이 경사진 모습을 상징합니다.

오五 자는 전자篆字로서 ‘ ’로 쓴다. 왜 그와 같이 취상하였는가 하면 오五는 그 작용 가치가 십十에 비하면 반밖에 못 되기 때문이다. 오五 자의 복판에 있는 ‘X’ 자는 십자十字로서 볼 때 그것이 정중正中을 유지하지 못하고 유위維位로 경도傾倒되고 있는 상象에 불과한즉 이것만으로도 벌써 십자十字에 비하면 가치 타락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81쪽


- 오운도와 육기변화도
오행에서 토土는 변화의 구심점입니다. 그래서 목화금수木火金水의 변화는 사방위에 배치된 진술축미辰戌丑未의 조화 작용을 통해 일어납니다. 이때 축미丑未는 세로축(경축經軸)으로 체體가 되고, 진술辰戌은 가로축(위축緯軸)으로 용用이 되어 변화를 주재합니다. 즉 축미가 남북축이 되고, 진술이 동서축이 되어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술축미가 동서남북 사정방四正方에 위치한 것은 천지의 축이 정립正立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에 비해 진술축미가 사간방四間方에 위치한 것은 천지의 축이 경사傾斜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육기변화도를 보면 자오묘유子午卯酉가 사정방에 자리하고, 사토四土는 시계 방향으로 한 자리씩 밀려나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오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행으로 갑甲은 목木이고 기己는 토土이지만, 오운에서는 대화작용으로 인해 모두 토로 작용합니다(갑기화토甲己化土). 오운도에서도 갑토와 기토는 경축經軸에 자리하지 못하고 시계 방향으로 한 자리씩 밀려나 있습니다.

- 팔괘도
하늘땅을 가르는 축의 정경립을 반영한 것은 팔괘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팔괘도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복희팔괘도伏羲八卦圖는 고태극도를 괘상으로 옮긴 것으로 그 자체가 태극(씨앗)을 상징합니다.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는 씨앗 속에서 자란 생명이 태어나 분열 성장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는 생명이 통일 성숙하여 열매 맺은 것을 상징합니다. 즉 씨앗인 복희팔괘도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 문왕팔괘도와 정역팔괘도입니다. 그러므로 지축의 실제 변화도 문왕팔괘도와 정역팔괘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문왕팔괘도를 오행에 배속하면 감坎괘는 수水, 리離괘는 화火, 간艮괘는 양토陽土, 곤坤괘는 음토陰土가 됩니다. 그런데 문왕팔괘도의 중심축인 간괘와 곤괘는 사정방에 자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천 봄여름철에 천지의 축이 기울어진 상태를 반영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역팔괘도는 10건乾‧5곤坤이 경축에 자리하여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10과 5는 오행으로 토입니다. 이는 후천 가을철에 천지의 축이 정립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역학은 천지의 축이 경사진 선천 봄여름의 천문을 반영하여 구성되었으며, 천지의 축이 정립한 후천 가을을 지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4)

*4) 복희팔괘도는 우주 봄철의 생역生易이고, 문왕팔괘도는 우주 여름철의 장역長易이며, 정역팔괘도는 우주 가을철의 성역成易이다. 그런데 복희팔괘도는 정역팔괘도에 비해 건곤이 반대 방향으로 뒤집혀 있다. 이를 지축과 결부시킨다면 42,000년 전에 지자기地磁氣의 남북극이 뒤집힌 사건과 관련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주를 가르는 천지의 축


-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축
모든 천체는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하고 있습니다. 자전과 공전은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을 지축地軸(북극성의 축)이라고 하고, 지구의 공전축(태양계의 축)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 하여 천주天柱라고 합니다.

- 태양계의 공전축
지구와 관련한 중심축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태양계는 지구의 세차운동 주기와 같은 약 25,920년을 한 주기로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star cluster의 알시온Alcyone(알키오네)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태양계의 공전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태양계가 중앙태양인 알시온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건 마야인들만 알고 있었으며, 최근 들어서야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동양 역학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 은하의 중심축
지구와 관련한 또 다른 축은 우리 은하銀河(galaxy)와 관련이 있습니다. 별이 가득한 날 밤하늘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은하수가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은하수가 우리 은하에 속한 별의 집단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은 28수로는 기수箕宿, 12궁도로는 궁수자리 방향에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을 약 2억 6,000만 년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습니다.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는 축이 은하의 중심축입니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은하가 있습니다. 수백만 광년 내의 범위에 50개 미만의 은하가 모인 것을 은하군銀河群이라고 하며, 은하단, 초은하단으로 크기가 커집니다. 우리 은하는 라니아케아Laniakea 초은하단의 가장자리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소규모 은하군의 일원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므로 만물이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이치를 따르면, 우리 은하는 은하단이나 초은하단의 중심을 공전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초은하단도 우주의 중심을 공전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기울어진 하늘 기둥과 땅의 벼리


만물은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자전축과 공전축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즉 모든 축은 각각에 대하여 기울어져 있습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축에 대해 지축은 62.9도 기울어져 있으며, 공전축은 60.2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축은 공전축에 대해 23.4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하늘 축의 어긋남은 신화로 전해져 인류의 마음에 각인되었습니다.
*5)

*5) 우리 은하의 중심축도 은하단이나 초은하단의 중심축, 또는 우주의 중심축에 대해 기울어져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昔者共工與顓頊爭爲帝(석자공공여전욱쟁위제)
怒而觸不周之山(노이촉부주지산)
天柱折(천주절) 地維絶(지유절) 天傾西北(천경서북)
故日月星辰移焉(고일월성신이언)
地不滿東南(지불만동남) 故水潦塵埃歸焉(고수료진애귀언)
옛날에 공공이 전욱과 제위를 다투었을 때 공공이 격노하여 부주산에 부딪혔다. 그 때문에 하늘의 기둥이 부러지고 땅의 벼리가 끊어졌다. 그리하여 하늘이 서북쪽으로 기울었으며 일월성신이 서북으로 옮겨졌다. 또한, 땅이 동남쪽으로 내려앉아 물, 빗물, 티끌이 동남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 『회남자』 「천문훈」
*6)

*6) 전욱은 삼황오제의 한 분으로 하나라를 연 우임금의 할아버지이고, 공공은 물의 신으로 동이東夷의 신하라고 한다.



필자가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하늘의 기둥이 부러져 서북쪽으로 기울고, 땅의 벼리가 끊어져 동남쪽으로 내려앉았다’는 구절입니다. 왜냐하면 하늘의 기둥(천주天柱)은 지구의 공전축을 의미하고, 땅의 벼리(지유地維)는 지구의 자전축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7)

*7) 지구의 공전궤도는 일월성신이 걸어가는 길로, 지상에 사는 인류에게 일월성신은 하늘 그 자체이다.



위의 구절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지축을 기준으로 보는 것입니다. 지축이 향하는 북극성 방향이 북쪽이므로, 지구의 공전축은 지축에 대해 서북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하늘의 일월성신이 서북쪽으로 기울어진 결과, 관찰자가 서 있는 땅은 하늘에 견주어 동남쪽으로 내려앉았습니다(남북을 기준으로 보면 땅이 동북쪽으로 기울어짐).

둘째는 은하수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때는 은하수의 중심축이 향하는 방향이 북쪽입니다. 지구의 공전축은 은하수의 중심축에 대해 서북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축은 지구의 공전축에 대해 동북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동서를 기준으로 보면 동남쪽으로 내려앉음).
*8)

*8) 내용과 도표는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 전창선‧어윤형 지음’을 참고하였다.



하늘땅의 방위를 정하는 방법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둥근 지구에서 동쪽과 서쪽을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고,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구는 둥글므로 지상의 한 지점에서 관찰자가 정해지지 않는 한 동쪽과 서쪽은 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축이 동북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하늘에서 동쪽과 서쪽을 찾아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준에 따라 방위를 정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지축과 공전축의 방향을 정하는 법
방위를 정하는 첫 번째 방법은 관찰자를 기준으로 하루 동안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동쪽, 해가 지는 방향을 서쪽으로 삼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 년 동안 태양이 오르내리는 위치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을 정하는 것입니다. 지축과 공전축의 방향을 정할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때는 지축의 북극을 북쪽으로 정하거나, 공전축의 북극을 북쪽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하늘에 입체적 동서남북을 정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있는 태양의 위치를 아래로 놓습니다. 태양은 하지로 갈수록 점차 떠오릅니다. 그 방향을 동쪽이라 합니다. 하지를 지나며 다시 동지로 갈수록 점차 가라앉습니다. 그 방향을 서쪽이라고 합니다. -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 전창선‧어윤형


- 공전궤도의 방향을 정하는 법
세 번째는 공전궤도 상에서 방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밤이 가장 길어서 음기운이 강한 동지冬至를 북쪽에 배속하고, 낮이 가장 길어서 양기운이 강한 하지夏至를 남쪽에 배속합니다. 그리고 밤보다 낮이 길어지면서 양기운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춘분春分을 동쪽, 밤이 낮보다 길어지면서 음기운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추분秋分을 서쪽으로 정합니다.

천문으로 본 지축과 공전궤도


앞서 동양의 역학에서 사용하는 도표들이 하늘땅을 가르는 축의 정경립正傾立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축의 변동과 공전궤도의 변동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역학의 입장입니다. 하늘의 24절기(시간)와 땅의 지축(공간)을 모두 십이지에 배속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땅의 방위
땅의 지축을 십이지에 배속할 때는 앞서 언급한 두 번째 방위를 정하는 방법, 즉 일 년 동안 태양이 오르내리는 위치를 기준으로 방위를 정합니다. 이때는 공전축의 북극(황극黃極)을 북쪽으로 놓습니다. 그러면 북쪽은 자방子方, 남쪽은 오방午方, 동쪽은 묘방卯方, 서쪽은 유방酉方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지축은 축미방丑未方입니다. 따라서 현재 지축이 공전축에 대해 동북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하늘의 방위
하늘의 24절기를 십이지에 배속할 때는 세 번째 방위를 정하는 방법, 즉 공전궤도상에서 이분二分⋅이지二至를 기준으로 방위를 정합니다. 그러면 동지는 북쪽인 자방子方, 하지는 남쪽인 오방午方, 춘분은 동쪽인 묘방卯方, 추분은 서쪽인 유방酉方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전궤도가 정원형이 아닌 타원형을 이루고 있어서 근일점(1월 3일)과 동지(12월 21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태양이 동지점에 있을 때가 아닌, 소한小寒(1월 5일)을 지나 대한大寒(1월 20일)에 도착하였을 때 지상이 가장 추워집니다. 원일점(7월 4일)과 하지(6월 21일)도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태양이 하지점에 있을 때가 아닌, 소서小暑(7월 7일)를 지나 대서大暑(7월 22일)에 도착하였을 때 지상이 가장 더워집니다. 그래서 동지⋅하지⋅춘분⋅추분이 아닌 대한⋅대서⋅곡우⋅상강이 축미진술 방위에 위치합니다. 축미는 공전궤도의 축입니다. 따라서 현재 공전궤도의 축이 동북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울어진 심장과 신장


사람은 천지부모의 자식입니다. 아기가 부모의 영향을 받고 태어나듯이, 사람도 천지부모의 영향을 받아 태어납니다. 그러므로 소우주인 사람의 몸에서도 천지부모와 똑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9)

*9) 일반적으로 인체에서는 성인남면聖人南面에 입각하여 방위를 정한다. 인체의 수직면을 기준으로 방위를 정할 때는 아래쪽을 북쪽, 위쪽을 남쪽, 왼쪽을 동쪽, 오른쪽을 서쪽에 배속한다. 인체의 수평면을 기준으로 방위를 정할 때는 등 쪽을 북쪽, 배 쪽을 남쪽, 왼쪽을 동쪽, 오른쪽을 서쪽에 배속한다. )



인체에서 오장을 오행에 배속하면 간목肝木, 심화心火, 비토肥土, 폐금肺金, 신수腎水입니다. 그러므로 인체의 정면을 기준으로 간은 동쪽, 심장은 남쪽, 비장은 중앙, 폐는 서쪽, 신장은 북쪽에 해당합니다. 수와 화가 오행의 중심축인 것처럼, 인체의 중심축은 신장과 심장입니다. 그러므로 본래 심장은 정남방에 자리하고, 신장은 정북방을 중심으로 좌우에 한 개씩 자리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신장은 동북쪽으로, 심장은 서남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천지부모의 중심축이 동북쪽으로 기울어진 것에 영향을 받아서, 인체의 중심축도 동북쪽으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오장의 위치를 십이지로 살펴보면, 가장 뜨거운 심장은 미방未方에 놓여 있습니다. 미방은 24절기 중에서 가장 더운 대서大暑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이 때문에 심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져서, 마음과 생명이 한없이 분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차가운 우신右腎은 축방丑方에 놓여 있습니다. 축방은 24절기 중에서 가장 추운 대한大寒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이 때문에 오른쪽 신장이 지나치게 차가워져서, 육체는 좌우의 균형이 깨지고 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사람이 수행을 통해 심신의 균형을 회복하고 생명을 늘려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 운수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느니라. ··· 이제 만물의 생명이 다 새로워지고 만복(萬福)이 다시 시작되느니라. (도전 2:43:1, 7)


이제 인류는 천지가 성숙하는 후천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가을철에는 천지부모의 몸이 바로 서면서 음양의 균형이 회복됩니다. 이때 인간의 몸도 바로 서면서 성숙한 열매 인간으로 거듭납니다. 다음 호에서는 천지부모의 몸이 어떻게 바로 서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천지변이와 천지개벽
서양에서도 지구의 시공간 개벽은 큰 관심사였습니다. 지구의 대격변이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동물들을 제외한 모든 생명들이 대홍수로 멸망하고 오늘의 새 세계가 시작되었다’는 『성경』 속 ‘대홍수 사건’의 증거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열대 식물로 뒤덮여 있었고, 엄청나게 큰 코끼리, 거대한 하마, 그리고 덩치가 큰 육식 동물이 떼를 지어 살았던 유럽이 평원, 호수, 바다와 고원 등을 덮어 버린 광대한 얼음 아래 갑자기 묻혀 버리게 되었다. - 『빙하에 대한 연구』, 루이 아가시


‘현재 지구의 모습이 과거에 일어난 수많은 격변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보는 학설을 격변설激變說, 또는 천변지이설天變地異說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인 조르주 퀴비에(1769~1832)가 제창한 진화설로, ‘격변이 일어날 때마다 전 시대의 생물군은 거의 절멸되고 살아남은 생물들이 번식하여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기에 이른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특히 그의 제자인 루이 아가시(1807~1873)는 격변을 대규모적이고 전 세계적인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격변이 일어날 때마다 기존 생물이 전멸하고 모든 생물이 재창조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단지 아가시는 ‘홍수가 아니라 빙하가 격변을 일으켰다’고 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격변설은 근대 지질학을 창설한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1797~1875)의 동일과정설과 찰스 다윈(1809~1882)의 점진진화론이 널리 인정되면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동일과정설은 본래 영국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턴(1726~1797)이 주장한 가설입니다. ‘과거의 자연환경에 작용했던 과정이 현재의 자연현상과 같으므로, 과거 지질 시대의 지각 변화는 현재와 똑같은 과정과 속도로 일어났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후 지질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찰스 라이엘이 『지질학의 원리』(1830)에서 동일과정설을 채택하여 대중화시켰습니다. 그리고 1831년 찰스 다윈(1809~1882)이 비글호의 항해를 떠날 때, 선장 로버트 피츠로이가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를 선물하였습니다. 다윈이 5년 동안 항해하면서 탐독한 이 책은 진화론이 세상에 나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필자는 동일과정설이 학계에서 정설로 채택되는 과정을 보면서 과학적인 관찰과 검증보다 찰스 라이엘과 찰스 다윈의 권위가 더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대부분의 지질학자들이 격변설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960년대에 미국의 고생물학자 나일스 엘드리지(1943∼ )와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굴드(1941∼2002)가 ‘종의 진화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계통발생적 점진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단속평형설을 제시하였기 때문입니다. 단속평형설은 ‘종의 진화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적 변동이 없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다가,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존속 기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현저하고 급속한 종분화種分化가 이루어진다’는 가설입니다. 따라서 종교적인 믿음을 배제하고 격변설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생명체들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에 대규모 환경 변화가 일어나면 수많은 종의 멸종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과학적으로 합의된 바에 따르면, 지구의 역사는 전체적으로 느리고 점진적인 과정에 있으며, 때때로 지구와 생물들에 영향을 끼치는 자연적 격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구의 역사는 지구 환경의 격변과 멸종이 주기적으로 일어나서 생물종의 대량 절멸이 일어났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래에는 인간에 의해 발생한 지구 환경의 변화가 전 지구적인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구의 환경 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격변설(천변지이설)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동양의 천개지벽설(천지개벽)이 천지의 시공간이 새로 열리는 근본 이유를 밝혀 준다면, 서양의 천변지이설(천지변이)은 우주의 개벽 작용으로 인해 천지가 실제 변화하는 현상을 밝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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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산백과」‘천변지이설’, 「위키백과」‘격변설’과 ‘동일과정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