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시간이 다르다! 빛과 특수상대성 이론

[기고]
영화 〈인터스텔라>는 현대과학을 양분하고 있는 물리법칙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 중에서도 ‘상대성이론’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 중에 우주에서 1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구에서는 7년이 흐른다는 내용이 쉽게 다가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지구에서의 시간이 우주에 있는 주인공의 시간보다 빨리 흘러 주인공과 주인공 딸을 생이별시키고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한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빛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 보자.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이 상대론相對論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들어가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 이전 상대론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1564~1642)이다. 그는 1632년에 출판한 「두 체계에 관한 대화」라는 책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天動說을 비교했다. 갈릴레이는 밖을 볼 수 없는 갑판 아래의 방에서는 어떤 실험을 하더라도 배가 움직이고 있는지 서 있는지를 알아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서 있는 상태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상태는 물리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주 공간에 나만 남고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면 내가 서 있는지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갈릴레이의 주장에도 의문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기준점 없이 움직이는지 정지해 있는지 알 수 없는 나 혼자 있는 우주 공간에서 어떤 불빛이 다가온다. 한 우주선에서 나오는 빛이다. 우주선에는 사람이 타고 있고 나는 그 우주선을 바라본다.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은 내가 다가오고 있다고 얘기하고,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 말일까? 두 사람 말이 다 옳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움직이는 것의 속도는 상대적이다. 갈릴레이 상대론에 의하면 측정하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양은 속도뿐이어야 한다. 일정한 속도 100km/h로 가는 차를 일정한 속도 50km/h로 가는 차에서 보면 50km/h로 가는 것으로 본다. 정지해 있는 사람이 본다면 100km/h로 본다. 이처럼 물체의 운동은 관측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으로 측정되고, 이를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라고 한다.

갈릴레이와 아인슈타인,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빛


열일곱 살의 아인슈타인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빛과 같은 속도로 빛을 따라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지나가는 빛을 보면서 날아간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그때 거울을 본다면 거울에는 내 얼굴이 보일까? 아니 거울에는 빛이 도착하지 않았을 테니 내 얼굴이 안보일까? 혹시 먼 과거가 보일까?’ 이 질문들이 지금의 위대한 아인슈타인을 있게 했다. 빛이 무엇으로 이루어져있고, 빛의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과학자들 사이에 여러 주장을 불러왔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1642~1727)은 빛이 입자粒子(Particle)임을 주장했다. 이는 18세기 한 과학자의 실험에 의해 위기를 맞았다. 토마스 영Thomas Young(1773~1829)의 이중슬릿 실험으로 빛의 파동波動(wave)적 성질이 밝혀졌다. 빛이 입자라면 빛의 에돌이현상(회절回折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빛이 에돌이현상을 보였다.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파동을 전달해주는 매질媒質(매개하는 물질)이 있다고 생각한 학자들은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과학자들은 빛의 매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매질을 에테르ether라고 칭했다. 에테르의 존재를 밝히던 중 미국의 두 과학자에 의해 빛은 매질이 없이 진행하는 파동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빛은 어떤 운동 상태에서든 그 속도가 같다는 것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자극했고, 빛은 왜 상대적이지 않은지 고민했다. 갈릴레이의 말처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간다면 상대적인 속도가 0이 되어 빛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빛의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재 과학자의 기발한 발상: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앞서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물리량이 동일하다는 것과(갈릴레이 상대론) 빛의 속도는 어떤 운동 상태든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단히 살펴봤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가정假定이 된다. 이 가정을 옳게 하려면 변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즉 운동상태의 변화에도 속도값이 변하지 않는다면 빛의 운동상태가 달라짐에 따라 다른 무언가가 같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변할 수도 있음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특허국의 일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온 무언가를 의심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는 시계,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 그 시간은 절대적인 시간을 측정하는 것일까? 아인슈타인이 시간을 의심하고 나니 모든 것이 실타래 풀리듯 했다. 아인슈타인은 기차를 예로 들며 특수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한다. 그 당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었던 기차에 특수한 장치가 있다. 기차의 한 가운데 빛을 내는 장치가 있고 앞뒤로 반사기가 있다. 기차가 정지해 있다면 기차 안의 사람이나 밖에 있는 사람이 볼 때 빛이 반사되는 시간은 같다. 하지만 기차가 빛의 속도와 같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면 기차 안의 사람이 보는 빛은 동시에 반사되지만, 기차 밖의 사람은 뒤로 향하는 빛이 먼저 반사됨을 본다. 앞에서 반사되는 빛은 기차가 앞으로 움직인만큼 더 이동해야 반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에게 동시가 되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시가 아니다. 결국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흘러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왔던 시간이 상대적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일은 동시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동시성의 상대성


우리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정지한 기차의 중앙에서 나오는 빛의 반사와, 기차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일 때, 빛이 서로 다른 시간에 반사됨을 봤다. 즉 빛이 시간차를 두고 도착함을 보게 된다.

어떤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은 관측하는 사람의 운동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이를 특수상대성 이론의 결과인 동시성의 상대성이라고 한다.

쌍둥이의 우주여행: 쌍둥이 역설


인터스텔라 내용을 잠시 떠올려보자. 우주에서 1시간이 지구에서의 7년이라는 말을 듣고 7년을 허비하지 않으려 주인공은 갖은 애를 쓴다. 그리고 딸의 늙은 모습을 보는 젊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떠오른 내용이 있다. 그것이 바로 쌍둥이 역설이다. 쌍둥이 역설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나온 얘기이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쌍둥이 A와 B가 있었는데, A가 빛의 속도의 0.8배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타고 16광년 떨어진 별로 향하게 되었고, B는 지구에 남아 있다고 가정한다. A가 별에 도착했을 때, A 자신의 나이는 20살을 더 먹게 되었지만 B가 보았을 때 A의 시계는 12년이 흘러있다. 그리고 A가 다시 지구로 돌아왔을 때, 또 A는 지구로 오는 데 20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B가 볼 때 A는 12년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이 결과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토대로 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A의 기준으로 보면 자신은 60살이 되었는데 B는 44살이 된 것이며, 지구에 있는 B가 A를 보면 A의 시간이 느리게 간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A가 정지해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B가 있는 지구가 빛의 속도의 0.8배로 멀어져 가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A는 정지해 있고, B는 빛의 속도의 0.8배로 운동을 하며 16광년 멀어졌다 오게 된다. 그래서 B가 있는 지구가 16광년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 B 자신의 시계는 20년이 흘렀지만 A가 본 B의 시계는 12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지구가 다시 A가 있는 쪽으로 갈 때까지 B는 20년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A가 본 B의 시계는 12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즉 B의 기준으로 보면 자신이 60살인데 A는 44살밖에 되지 않은 것이며, 정지한 우주선의 A가 B를 보면 B의 시간이 느리게 간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역설이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해 해소되었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특수상대성 이론이 공표되고 10년 후에 나온 이론이다. 빛과 공간, 중력의 효과가 만들어내는 상대성에 대한 내용은 다음 회에 만나보기로 하겠다. (정리 / 박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