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과잉 열기 분석, 인플루언서 전성시대

[지구촌개벽뉴스]

인플루언서 과잉 열기 분석


인플루언서Influencer 전성시대

꿈의 직업은 유튜버, 21세기판 아메리칸드림
구독자가 곧 돈이 되는 SNS
인플루언서를 추앙하는 팔로워는 외로움의 시대를 반영



삼각대 위 스마트폰을 이용해 팔로워들에게 손을 흔들며 스트리밍을 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


요즘 10대들의 장래 희망 1순위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이다. 전국교직원노조 경남지부가 발표한 ‘2023 경남 초등학생 생활 조사’를 보면 미래에 하고 싶은 직업으로는 유튜버, 운동선수, 선생님, 연예인, 프로게이머, 의사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플루언서 중에 유튜버가 대세가 되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 요즘 직장인들의 2대 허언이 ‘퇴사할래.’와 ‘유튜브할래.’라고 한다.

인플루언서는 크리에이터*라는 말과도 통한다. 모두 디지털 플랫폼에서 유명세를 이용해 돈을 벌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인플루언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인플루언서는 디지털 소비자가 선호하는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자이다. 둘째로 그들은 수많은 팔로워follower를 보유한 셀럽(celebrity, 유명 인사)으로서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린다. 셋째로 자신이 보유한 플랫폼(채널)을 통해서 메시지를 직접 유통한다는 것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MZ 세대에게 인플루언서는 ‘21세기판 아메리칸드림’과도 같다. 현재 교보문고에서 ‘인플루언서’를 키워드로 넣으면 1,200여 건의 서적이 검색된다. 지난해 대구사이버대학에는 최초로 인플루언서 학과가 신설됐다.


*크리에이터Creator : 유튜브 등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 개인의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이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는 창작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팔로워 수가 곧 수익


이런 과잉 열기의 가장 큰 이유는 영향력이 곧 돈이 되는 SNS 시대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수가 수익으로 직결된다. 인플루언서를 인류학적으로 연구한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의 저자 정연욱 작가는 이런 세상을 “유명해지는 게 지상 과제가 된 시대”라 진단했다. 정 작가는 16개월간 325명의 MZ 세대 인플루언서를 만나 참여 관찰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부를 무기 삼아 소비 생활을 전시하는 물질파, ‘벗어야 산다.’는 신념으로 몸매를 과시하는 육체파, 정보와 지식으로 세상만사를 논평하는 정신파로 인플루언서의 콘셉트를 분류했다. 이들은 유명해지기 위해 자신의 남다른 모습을 과시하고, 팔로워는 그런 이미지를 추종한다.

인플루언서를 추앙하는 시대의 자화상


인플루언서를 추앙하는 팔로워는 외로움의 시대를 반영한다. 영국의 한 보험회사 조사에 따르면, 33세 이하의 여행객 중 40%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만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를 갈망하고 전시하는 데 집중하고, 타인도 부러워하게 만드는 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 평론가로 활동하며 MZ 세대의 삶의 방식을 관찰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쓴 정지우 변호사는 “인플루언서들이 대단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제공하는 건 단지 어떤 이미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각자도생 시대에 인플루언서가 주도하는 트렌드에 동참하면서 그 공간성에서 느끼는 가상의 소속감을 추구하게 된 것”이라 분석했다.

유튜브로 무거운 내용도 가볍게 전하는 지식의 ‘스낵화’


소비나 생활 문화뿐만 아니라 지식도 유튜브에 의존하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6,000명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였다. 성인 둘 중 한 명은 1년간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시대지만 지식⋅교양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은 새로운 ‘지식 소매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면보단 영상에 익숙한 MZ 세대가 지식의 ‘스낵화’(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달하는 것)를 무기로 내세운 지식 유튜브를 도서의 대체제로 인식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지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는데 지식 유튜버들은 다양한 책들을 종합⋅정리해서 짧게 전달해 주니 간편하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다.

인플루언서 전성시대는 새로운 소통의 장


세탁공이 일하는 세탁소에 옷이 아무리 많아도, 세탁이 끝나고 임자가 나타나서 옷들을 찾아가면 세탁소는 텅 비게 마련이다. 무분별하게 인플루언서들이 주는 정보로 속을 채우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좇는 사람은 이 세탁공과 같이 공허하다. 그런데 인플루언서라는 말의 의미 그대로 SNS가 발달할수록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미지는 이렇게 사는 게 좋은 것이고 이런 제품이 더 훌륭하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강요하고 있다.

한편 철학, 예술부터 음식, 패션, 자동차 등의 인류 문화가 여기까지 발전해 온 데에는 인류가 관심을 갖고 비평을 통해 끊임없이 더 좋은 것을 찾아 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SNS라는 거대한 소통의 장에서도 건강한 비평이 일어난다면 선한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 속에서 사람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면 건강한 비평도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시대에 맞는 사람도 길러지리라 본다. (이강희 객원기자 / 본부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