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배우는 우주변화의 원리 | 우주 변화의 원리로 본 신과 우주 - 종교 편 -

[한문화]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태고 시대부터 인류는 우주 변화의 실상을 풀어 줄 진리를 찾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류 문화가 꽃피었습니다. 그러므로 인류 역사는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 진眞’, ‘이치 리理’, 진리는 ‘참된 우주 변화의 원리’입니다. 지금까지 필자와 함께 『우주 변화의 원리』 책을 기반으로 진리 탐구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독자 제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진리를 탐구한 인류의 정신문화를 알아보며 연재를 끝마치겠습니다.

신과 우주의 신비


“우주는 조물주가 창조한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생겨나 진화한 것인가?”

태고 시대 이래 인류는 신과 우주의 비밀을 풀고자 고군분투했습니다. 종교와 철학, 과학을 통해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문화가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의문은 신비로 남아 탐구욕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필자도 이에 관한 의문을 풀고자 고심하였습니다. 그 끝에 당돌함을 무릅쓰고 다음과 같은 예화를 창안하였습니다.
*1)

*1) 그동안 필자는 진리를 탐구하고 직접 창안한 예화를 통해 『우주 변화의 원리』 책을 풀어 썼다. 필자의 소작이 아닌 예화는 대부분 인용 출처를 명기하였다.


대폭발설(Big Bang)에 따르면 ‘138억 년 전에 시공간조차 없었던 일종의 우주알(Cosmic Egg)에서 우주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때는 ‘시원始原 물질’(아일럼ylem)이 우주알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시원 물질은 우주가 운동하게 하는 동력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한 후에는 원소로 전환되어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 후 우주는 가속 팽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우주의 끝은 알 수 없지만, 경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경계가 확장되는 가운데, 그 안에서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씨앗이 팽창하면서 안쪽에서는 싹이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우주와 비슷한 형태를 자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씨앗 내부에서 새싹이 형성될 때, 이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알 속에서 생명체가 자랄 때도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우주는 크기가 커지면서, 그 내부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씨앗과 알은 크기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내부에서 새싹과 생명체가 자랍니다. 따라서 이들보다 우주의 실제 변화와 더 비슷한 걸 찾아야 합니다. 그럼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포유류의 자궁 안에서 자라는 생명체입니다. 생명체가 자람에 따라 자궁도 함께 커집니다.

인류가 바라본 신과 우주


우주의 창조를 재현하는 씨앗은 알(씨)과 수정란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류가 인식한 조물주(창조주)와 우주 만유의 관계도 이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 어미 새와 알 속의 새끼
첫 번째는 창조주와 우주의 관계를 어미 새와 알 속의 새끼로 인식한 겁니다. 어미 새는 알을 낳았지만, 알은 어미 새와 분리된 별개의 생명체입니다.
*2)
어미 새가 알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품에 안고 온기를 나눠 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알 속의 새끼는 어미 새가 품어 주거나 울음소리를 낼 때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어미 새가 먼저 다가가기 전에는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새끼에게 있어 어미 새는 알을 초월해 있습니다.
*2) 어미 새와 알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다. 그처럼 창조주와 우주 사이에는 절대무絶對無가 존재한다.


창조주와 우주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주가 우주를 창조하였지만, 창조주와 우주는 별개이므로 우주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단지 성령의 입김을 불어넣어 줄 뿐입니다. 이 세상에 문제가 있을 때는 중보자仲保者를 내려보내 해결하거나, 대재난을 일으켜 그동안의 역사를 완전히 파괴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주 만유는 창조주가 현시하거나 음성을 들려주기 전까진 실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단지 항상 존재한다고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할 뿐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 『성경』 「창세기」 1:1~4


창조주가 초월해 있다면, 피조被造된 현실 세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완전한 창조주가 불완전한 현실계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신이 곧 불완전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세계와 창조주와는 서로 넘나들 수 없는 단절된 상태가 될 것이고, 인류의 구원이란 불가능하게 된다. 여기에서 (헬레니즘 시대 최초의 신학자인) 필론Philon은 초월자 유일신과 현실 세계 간에 관계의 다리를 놓는다. 그 다리가 이른바 구세 사상과 동일 선상에서 이해되는 “로고스Logos”의 개념이다. …… 필론은 세계 안으로 들어온 “로고스”가 초월적인 완전한 유일신과 불완전한 현실 세계를 매개하여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창조주 유일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가르친다. - 문계석, 『서양 지성인과 만남』 516쪽


-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
두 번째는 조물주와 우주의 관계를 자식에게 몸을 먹이로 내어 주는 어미와 새끼의 관계로 인식한 겁니다.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의 건조 지대에 사는 주홍거미과의 벨벳거미에게는 자살적 모성 보호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어미는 자신의 몸을 녹여 새끼에게 먹이로 주고 껍질만 남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물주와 우주를 이런 방식으로 인식하는 건 신화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힌두교에서는 우주의 근본적 원리이자 지고의 우주적 정신 또는 존재인 브라흐만Brahman(범신梵神)이 암흑 속에서 스스로 출현하여 지地(프리티피)·수水(아파스)·화火(테자스)·풍風(바유)·공空(아카샤)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타트바tattavas)를 만들어서 우주를 창조했다고 합니다. 밤이 되어 브라흐만이 인격화된 남신 브라흐마Brahma가 잠이 들면 우주는 그의 몸으로 흡수되기를 반복하다, 다시 타트바로 해체됩니다. 브라흐만이 우주 자연 등 일체를 성립시킨 다음, 스스로 그 일체 속으로 들어갔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조물주의 몸이 변하여 우주 만유가 형성된 겁니다.

- 엄마와 자궁 속의 아기
세 번째는 조물주와 우주의 관계를 엄마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라는 아기로 인식한 겁니다. 엄마와 자궁 속의 아기는 별개의 생명체이지만, 탯줄로 이어져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기는 항상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한 몸으로 인식합니다. 아기가 커 나가면서 엄마의 몸도 함께 변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건강과 기분에 아기가 그대로 영향을 받습니다. 아기는 엄마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엄마의 분신입니다.
*3)

*3) 아기를 품은 엄마는 무無, 엄마의 자궁은 공태극空太極, 양막羊膜은 수태극水太極, 양수羊水는 태극수太極水(율려)라고 볼 수 있다. 조물주 삼신도 무無(본체무극)나 일一(태극)로 볼 수 있다. 삼신을 본체무극으로 보면 창조주의 성격이 강하고, 태극으로 보면 조물주의 성격이 강하다. 엄마가 양수羊水로 아기를 기르듯이, 삼신은 태극수太極水인 율려律呂로 우주 만물을 기른다.


조물주와 우주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물주는 우주를 낳아 기르는 부모로서 만물을 보살피며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우주 만유는 조물주가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알 수 있습니다. 우주 만유는 조물주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조물주의 분신입니다. 그리고 조물주는 우주와 함께 성장하는 신으로 여겨집니다. 만물의 성장에 관여하며 성숙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친근한 존재입니다.

어미 새는 창조주, 엄마는 조물주


- 신과 우주의 목적 (창조주와 조물주)
어미 새와 알은 서로 분리되어 있어서 부모와 자식이라는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창조주와 우주도 서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절대무絶對無에서 절대유絶對有를 창조한 것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단지 창조주의 전능全能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창조주는 전능하므로 우주를 창조하고 경영할 때 진리(자연 섭리)를 초월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이와 달리 엄마와 아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부모와 자식이라는 인과관계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조물주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질료(상대무相對無)에서 만물을 화생한 것에서도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물주는 우주와 하나이므로 진리를 바탕으로 만물을 낳고 기릅니다. 이렇게 우주의 변화 이법을 바탕으로 조화造化로써 만물을 낳고 길러 성숙시키는 조물주 하나님을 동양의 신교 문화권에서는 ‘삼신三神’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4)

*4) 만물을 생성하는 창조주의 작용을 창조創造라고 하고, 조물주의 작용을 화생化生이라고 한다. 그러나 화생보다 창조가 익숙하므로 본고에서는 화생을 창조로 표기하였다.


삼신이 조화로 만물을 빚어 내시니라.
(三神 有引出萬物)
- 『태백일사太白逸史』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

삼신은 천지만물의 조상이시다.
(三神 爲天地萬物之祖也)
- 『태백일사太白逸史』 「신시본기神市本紀」


어미 새가 알을 낳은 후에 어미 새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미 새 없이 알을 인공부화기에 넣어 놔도 부화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창조주가 우주를 창조했지만, 창조주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주는 창조주가 없어도 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자궁 속의 아기는 엄마가 없으면 성장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조물주는 부모처럼 항상 만물의 생사화복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아기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엄마가 울고 웃듯이, 만물의 성장에 따라 조물주도 함께 성장하며 울고 웃습니다. 아기의 정상적인 성장이 엄마의 목적이듯, 만물의 존재 목적이 조물주의 존재 목적입니다.

- 신과 우주의 형상 (신과 인간)
어미 새에게 남의 알을 줘도 자신의 알처럼 품습니다. 새끼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어미인지 아닌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을 품어서 부화를 시켜 주면 그만입니다. 창조주와 피조물이 서로를 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창조주가 만물에 자신의 형상刑象(Idea)을 부여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그것과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피조물의 입장에서도 애초부터 창조주의 형상을 알 수 없으므로, 자신이 창조주와 같은 형상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믿을 뿐입니다. 창조주의 형상을 알 수 없으므로, 아무리 노력해도 창조주의 형상과 같아졌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5)

*5) 플라톤에 따르면 이데아idea만 완전하고 영원불변한 실재이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데아를 본뜬 것에 불과하다(분유分有). 따라서 현상계의 만물은 결코 이데아가 될 수 없다.


이와 달리 엄마는 자신의 아기만 자궁에서 기를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는 혈통적으로 같을 뿐 아니라, 모습이나 행동도 닮습니다. 조물주와 만물이 서로를 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조물주가 만물에 부여한 형상은 자신의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만물은 조물주와 합일할 수 있습니다.

形於天地(형어천지)하여 生人(생인)하나니
萬物之中(만물지중)에 唯人(유인)이 最貴也(최귀야)니라
天地生人(천지생인)하여 用人(용인)하나니
不參於天地用人之時(불참어천지용인지시)면 何可曰人生乎(하가왈인생호)아
하늘과 땅을 형상하여 사람이 생겨났나니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니라. 천지가 사람을 낳아 사람을 쓰나니 천지에서 사람을 쓰는 이때에 참예하지 못하면 어찌 그것을 인생이라 할 수 있겠느냐! (도전道典 2:23:2~3)


신에 관한 다양한 관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의 존재 여부는 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신이 존재한다고 전제하면 유신론有神論이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무신론無神論입니다.

유신론 중에서 단일신론單一神論은 성부 하나님께서 군주처럼 성자와 성령을 다스리고 지배한다고 여깁니다. 여러 신들 가운데 최고의 신을 인정하는 것으로, 초기 유대교의 야훼 신앙이 대표적입니다. 다신론多神論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신들처럼 여러 신들이 있다고 여깁니다. 유일신론唯一神論은 오직 한 분의 초월적인 인격신만 인정합니다.

이신론理神論은 초월적인 자연신이 천지창조를 하고 나서 현실 세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세상사가 자연의 합리적인 이법에 따라 운행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범신론汎神論은 초월적인 창조주란 없고 우주 자연의 창조 변화 자체가 곧 신의 활동 모습(신즉자연神卽自然)이라고 주장합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볼 때, 신학은 유일신이 ‘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것은 유일신을 “완전한 인격자”로 간주하여 “전지全知”, “전능全能”, “전선全善”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 만일 전능한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이 세상을 보다 조화롭고 안정성을 가진 세계로 창조하지 않고 ‘왜’ 이렇게 파괴와 고통을 동반하는 세계로 창조했을까. 완전한 유일신이 전능하다고 하는 진술은 더 조화롭고 질서 있는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데,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러한 문제는 철학자와 신학자들에게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던 것이다.
- 문계석, 『서양 지성인과 만남』 555, 557쪽


유일신론은 신의 초월성만 중시하고 내재성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범신론은 신의 초월성을 부인하고 내재성만 중시하여 이 세상 만물 자체를 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범재신론汎在神論(만유재신론)은 유신론과 범신론을 종합하여 초월적인 신을 인정하는 동시에, 신이 온 세상 만물에 내재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하나님 안에 존재하지만, 하나님은 세상을 초월한다.”(The world is in God, but God transcends the world.)고 주장합니다.
*6)

*6) 신과 우주의 관계를 어미 새와 알 속의 새끼로 본 것은 유일신론,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로 본 것은 범신론, 엄마와 자궁 속의 아기로 본 것은 범재신론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무신론無神論은 신과 같은 초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힘의 개입이나 존재 자체를 부정합니다. 무신론 중에서 소극적 무신론은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적극적으로 논증하지는 않지만, 세상에 대한 신적인 절대적 힘의 개입은 부정합니다. 적극적 무신론은 신은 존재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며, 죽음이 곧 소멸을 의미한다고 여깁니다.

우주 변화의 원리로 본 종교의 출현과 사명


왜 유·불·선 삼도의 진리 세계는 네 가지 가르침으로 지상에 펼쳐지게 된 것일까? 결론을 말하면 이것은 천지의 조화 생명이 지니고 있는 ‘변화 정신의 본성’이 크게 사방위로 호흡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변화성을 타고 4대 성자가 지상에 내려왔다. - 『이것이 개벽이다』 <하>, 2013년판, 63쪽


필자가 진리를 탐구하면서 위의 글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주 변화의 원리를 공부하면서 숙고했던 내용을 몇 가지 적고자 합니다.

- 종교 문화의 삼 단계 변화
내 일은 삼변성도三變成道니라. (도전道典 5:356:4)
삼천三遷이라야 내 일이 이루어지느니라. (도전道典 6:64:8)


겨우내 잠들어 있던 씨앗은 봄에 싹이 터서 여름에 성장하고 가을에 열매가 열려 겨울에 다시 씨앗이 맺힙니다. 만물의 모체인 도道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인 도가 시중종始中終의 삼 단계 시간 변화를 하는 것을 삼변성도三變成道라고 합니다. 그리고 본중말本中末의 삼 단계 공간 변화를 하는 것을 삼천성도三遷成道라고 합니다.

이처럼 ‘하나인 도가 음중양陰中陽의 셋으로 드러났다 다시 하나인 도로 돌아가는 것’이 우주 변화의 실상입니다. 하나인 도가 셋으로 작용하는 일체삼용一體三用의 원리에 따라, 인류가 진리를 탐구한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인류 문화를 구성하는 종교宗敎와 철학哲學, 과학科學이 그것입니다. 진리인 도가 씨앗이라면, 종교·철학·과학은 뿌리·줄기·가지입니다.
*11)

*11) 종교는 도를 밝히는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므로, ‘마루 종宗’ 자를 붙여서 종교宗敎라고 한다. 철학은 진리를 밝히는 최고의 학문이므로, ‘밝을 철哲’ 자를 붙여서 철학哲學이라고 한다. 과학은 물질을 나누고 분석한다는 의미의 ‘조목 과科’ 자를 붙여서 과학科學이라고 한다.


인류의 정신문화인 종교도 삼 단계로 변화합니다. 씨앗인 도가 뿌리종교·줄기종교·열매종교의 생장성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입니다. 뿌리종교는 인류의 모체종교인 신교神敎입니다. 줄기종교는 축의 시대 이후 등장한 유불선儒佛仙입니다. 열매종교는 증산 상제님께서 열어 주신 후천 가을철의 무극대도無極大道입니다.
일체삼용의 원리에 따라, 뿌리종교가 줄기종교로 벌어질 때도 유불선儒佛仙 삼교로 분화됩니다. 그중에서 선仙은 영생을 추구하는 동선東仙(도교 계열)과 부활을 노래한 서선西仙(기독교 계열)이 있습니다.
*12)

*12) 『이것이 개벽이다』참고


도가 셋으로 나누어짐이 이치의 자연이니 유도 되고, 불도 되고, 선도 되는 것을 …….(道乃分三理自然 斯儒斯佛又斯仙) - 『정역』 「무위시」


- 성자의 탄신일
사람이 태어나면서 처음 호흡한 천기와 지기는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습니다. 명리학은 사주팔자를 통해 하늘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파악해서 완수하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각 종교를 연 성자들의 탄신일에 그들의 사명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는 게 필자의 입장입니다. “공자, 석가, 예수는 내가 쓰기 위해 내려보냈느니라.”(도전道典 2:40:6)고 하신 상제님의 말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자님은 음력 8월 27일, 예수님은 양력 12월 25일(동지), 석가부처님은 음력 4월 8일에 탄생하였습니다. [공자]께서 창시한 유교에서 가장 중시한 가르침은 ‘어질 인仁’입니다. 인은 오상지덕五常之德 중에서 봄의 덕성입니다. 그러므로 ‘공자님은 가을에 태어나서 봄의 종교를 열고 봄의 덕성을 펴는 걸 사명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여신 기독교는 성령으로 대표되는 7화火의 여름 종교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겨울에 태어나서 여름의 종교를 열고 사랑의 복음을 전하는 걸 사명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께서 창시한 불교는 서방 극락정토를 이상향으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석가부처님은 봄에 태어나서 가을의 종교를 열고 자비와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전하는 걸 사명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교의 시조인 [노자]께서 언제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은둔의 겨울 종교를 열었다.’는 점에서, 여름에 태어난 것이 아닐까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 각 종교의 목적
봄의 종교인 [유교]는 여름철의 무질서와 부조화에 대비하여 ‘극기복례克己復禮’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여름의 종교인 [기독교]는 꽃이 열매가 되듯이 가을철의 열매 인간으로 ‘부활復活’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가을의 종교인 [불교]는 무아無我를 깨우쳐 진공묘유眞空妙有의 불성佛性을 체득하고 겨울철의 ‘불종자佛種子’가 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겨울의 종교인 [도교]는 진아眞我의 태아인 도태道胎에서 법신法身을 기르고 출태시켜서, 봄철에 장생불사하는 ‘신선’이 될 것(우화등선羽化登仙)을 주장하였습니다.

도와 종교는 동일 원리의 체용體用적 표현인 것뿐인즉 모든 종교정신宗敎精神은 천변만화하는 도道의 정신이며, 도의 정신은 율려작용의 항존성恒存性의 완성이며 항존성의 완성은 명明, 즉 일월日月이 합명合明하는 변화의 귀결점이며 출발점인 바의 술오점戌五點이며 공점空點이며 건점乾點인 것이다. …… 불교는 정신의 완전 통일점인 공空에 기본을 두었고, 선교는 통일의 출발점인 무無에 기본을 두었고, 유교는 통일에서 다시 생의生意를 발하는 곳에 기본을 두었다. - 『우주 변화의 원리』 357, 361쪽


- 각 종교에서 숭상한 성수聖獸
본체인 도道와 그 작용인 종교宗敎를 십이지十二支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도는 중앙에 자리하고, 무형의 신神과 정신精神을 다루는 종교는 토土에 배속됩니다. 구체적으로 축토丑土에 동선, 진토辰土에 유교, 미토未土에 서선, 술토戌土에 불교가 자리합니다.

필자가 이렇게 종교를 십이지와 연관시키는 것은 각 종교가 숭상한 성수聖獸 때문입니다. [유교]는 십이지에서 용龍을 의미하는 ‘진토辰土’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용을 천자를 상징하는 성수로 여겼습니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顏, 옷을 용포龍袍, 정무를 볼 때 앉던 평상을 용상龍牀으로 부른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기독교]는 양羊을 의미하는 ‘미토未土’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양을 기르는 목자牧者, 신도를 양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양을 희생물로 삼아 천제를 올렸습니다.

[불교]는 개[犬]를 의미하는 ‘술토戌土’에 해당합니다. 그래서인지 불교에서는 개를 조상님의 환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도교]는 소[牛]를 의미하는 ‘축토丑土’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노자를 그릴 때는 청우靑牛를 탄 모습으로 그립니다. 도교 계통인 힌두교에서는 암소를 신성시하고 있습니다.

만물의 형성 요소로 본 종교의 사명


‘도道’는 우주 만물을 낳은 모체입니다. 신유학에서는 태극太極이라고 합니다. ‘태太’ 자에는 ‘콩’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씨앗을 통해 만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씨앗에는 씨앗의 형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물질은 에너지로 전환되어 콩이 자랄 수 있게 합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씨앗을 구성하는 에너지를 [기氣]라고 불렀습니다. 씨앗에는 콩 씨는 콩으로, 팥 씨는 팥으로 자라게 해 주는 DNA(유전자의 본체)가 있습니다. DNA는 콩의 설계도입니다. 동양에서는 씨앗에 내재한 생명의 설계도를 [리理]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리와 기가 있다고 해서 만물이 살아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썩은 콩에도 리와 기는 있습니다. 따라서 만물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리와 기를 하나로 엮어서 생명력을 부여하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 존재가 바로 [신神]입니다.

만물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는 신의 영적 작용인 마음[심心]이 있습니다. 인간의 영묘靈妙한 마음은 내면에서 몸을 주재하는 주체입니다. 특히 지각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능력을 정신精神이라고 합니다. 만물은 인간만큼 정신 작용을 하지 못할 뿐, 모두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 만유 전체는 시공을 초월하여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신리기心神理氣’는 만물의 형성 요소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만물의 구성 요소 중 하나만 가지고 이 세상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심론唯心論에서는 ‘일심一心’을 우주 만물을 낳은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유신론唯神論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신의 창조’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유리론唯理論은 우주의 본체가 오직 ‘리理’라고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을 수數로 본 피타고라스학파도 유리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기론唯氣論은 천지 만상을 ‘원기元氣의 조화’로 보고 있습니다. 유기론의 변형태인 유물론唯物論은 정신도 ‘물질의 운동’에 의해 형성된다고 합니다.

[종교]는 ‘신神’을 주로 탐구하였습니다. 신의 속성과 존재 목적, 신과 인간의 관계를 밝혔습니다. [철학]은 ‘리理’를 주로 탐구하였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동일한 변화 법칙을 밝혔습니다. [과학]은 ‘기氣’를 주로 탐구하였습니다. 우주와 물질(에너지)의 변화 원리와 우주 형성의 근원 물질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런데 각 종교도 만물 형성의 요소를 한 분야씩 맡아서 연구했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입니다. [유교]는 우주 변화의 법칙인 ‘리理’를 연구해서 밝히는 사명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신유학인 성리학性理學에서는 리理(태극)를 만물의 근원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만물의 형성 요소 중에서 리와 기만 가지고 논했기 때문에 우주의 실상을 모두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기독교]는 ‘신神’을 체험하고 밝히는 사명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유일신唯一神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철학을 신학의 시녀로 삼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조물주를 인간 만물과 분리하고, 인간 사후의 영혼과 만물에 깃든 신성神性을 우상으로 취급하며 부정하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불교]는 ‘심心’을 체험하고 밝히는 사명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우주 만유는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깨달아 여래와 보살이 될 것을 설파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생에게 현상 우주가 마음이 일으킨 허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도교]는 ‘기氣’의 운동을 밝히는 사명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천지의 정기精氣를 운용하여 장생불사의 신선이 되는 법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이 현실 도피로 인식되어 역사 개척의 동력을 상실하게 하였습니다.

각 종교는 삼신상제님으로부터 천명을 받고 자신이 맡은 전공 분야를 탐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분야에 대해선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탄압하고 부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분야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왜곡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목적지를 가려면 운전자[神]와 운전자의 생각[心], 자동차[氣], 지도[理]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각 종교는 이 중에서 한두 가지만 가지고 논했기 때문에, 도중에 길[道]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주의 여름철 동안 분열되었던 종교와 사상이 하나로 통일되어 열매 맺는 가을개벽기입니다. 이제 모든 문화의 진액을 뽑아 모아 가을철의 대도 진리인 증산 상제님의 무극대도無極大道로 통일하게 됩니다.

종교가 불원한 장래에 통일될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지人智가 이 정도까지 보편화될 때면 인간이 철학의 최고 목표인 명明을 가지는 것도 용이할 것이며 또한 신비의 문호도 개방될 것이다. - 『우주 변화의 원리』 361쪽


후천은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가느니라. 이제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의 삼도三道를 통일하느니라. (도전道典 2:19:7, 4:8:7)




◆천부경으로 본, 우주의 창조와 진화◆
道生一(도생일) 一生二(일생이) 二生三(이생삼) 三生萬物(삼생만물) - 『도덕경』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析三極無盡本(석삼극무진본) …… 一積十鉅(일적십거) 無匱化三(무궤화삼) ……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 - 『천부경』


『도덕경道德經』은 본체인 도가 만물을 낳는 과정을 ‘도道 → 일一 → 이二 → 삼三 → 만물萬物’의 한 방향으로 설명하였습니다. 도는 본체무극本體無極, 일은 태극太極, 이는 음양陰陽, 삼은 음陰·중中·양陽(또는 태극太極·무극無極·황극皇極)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주의 변화는 분열과 통일을 반복합니다.

우주 수학의 원전인 『천부경天符經』은 우주의 변화를 ‘무無 → 일一 → 삼三 → 십十 → 삼三 → 일一 → 무無’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無는 만물의 본원인 본체무극(0무극)입니다. 이때 무無는 아무것도 없는 절대무絶對無가 아니라 생명 에너지로 가득 찬 상대무相對無입니다. 그리고 십十은 분열分裂의 극에서 변화를 통일統一로 전환시키는 현상무극現象無極(10무극)입니다. 본체무극(무無)에서 시작된 천지 창조가 현상무극(십十)에서 완결되기 시작합니다.

본체무극 자리에 계시는 무형의 조물주 하나님을 삼신三神, 현상무극의 자리에서 우주를 주재하시는 유형의 통치자 하나님을 삼신상제三神上帝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삼신에게서 시작된 천지 창조가 삼신상제에 의해 완결되면서 우주가 분열에서 통일로 전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분야에 따라 분열과 통일하는 우주의 변화를 달리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학科學은 우주알이 대폭발(Big Bang)하면서 탄생한 우주가 분열하다 수축하여 붕괴(Big Crunch)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철학哲學은 본체인 일자一者가 현상인 다자多者로 분열되었다가, 다시 일자로 통일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종교宗敎는 신에게서 우주 만물이 ‘정신 → 영혼 → 물질의 단계’로 유출되었다가(존재의 하향도), 다시 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구원의 상향도). 신교神敎에서는 ‘삼신이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이법으로 우주 만물을 낳아 기르고(집일함삼執一含三), 성숙시켜 통일한다(회삼귀일會三歸一).’고 합니다. 관점에 따라 표현만 다를 뿐, 그 의미는 대체로 같습니다.

◆과학으로 본, 우주의 창조와 진화◆
- 우주의 창조
무無의 세계에서 자조하던 조물주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기 위해 최초의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0무극(미未)은 분열의 극에 이른 상태이므로, 음의 통일작용(신유申酉)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음형陰形이 양신陽神을 포위하기 시작(술오공戌五空)하여, 우주알이 형성(해자亥子)되었습니다. 조물주가 우주를 창조한 과정을 상수象數로는 ‘무無(0) → 일一’의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0무극에서 1태극인 우주알(수정란)이 형성된 것입니다.
*7)

*7) 일반적으로 우주알을 특이점特異點(singularity)이라고 한다. 대폭발 직전의 밀도와 온도가 무한대인 무한히 작은 한 점이다. 특이점의 크기를 0으로 보기도 하지만, 우주 자연에서 크기가 0(절대무)인 것은 없다. 따라서 아직 시공간이 나타나지 않은 플랑크 시기(0< X <플랑크 시간 약 10-43초, 플랑크 길이 10-35미터)를 특이점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엄마의 생명력으로 수정란이 커 나가듯, 우주알은 0무극의 생명 에너지를 공급받고 자란다.



- 우주의 탄생
소립자보다 작은 우주알이 대폭발(Big Bang)하면서 급격하게 팽창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고온·고밀도의 상태였으므로 전자, 쿼크, 빛과 같은 기본 입자들로 가득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지자 소립자가 결합해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탄생하고, 원자핵과 수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헬륨과 리튬 등의 원소들이 생겨난 후,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들이 생성되었습니다. 우주가 자기 조직화를 하기 위한 재료가 모두 생성된 것입니다. 상수로는 ‘일一 → 이二’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거나, 우주알이 수많은 원소를 낳는 건, 단 한 번 일어나는 창조 사건입니다. 우주알이 본체로 일자一者라면, 본체가 분열하면서 생성된 수많은 원소는 다자多者입니다. 만물을 낳은 일자를 1태극이라고 하고, 일자가 극미로 분열한 다자를 10무극이라고 합니다.

각각의 다자를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원자原子(Atomos), 브루노Bruno와 라이프니츠Leibniz는 단자單子(Monade), 화이트헤드Whitehead는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라고 하였습니다. 이들의 성질은 차이가 있지만, 모두 만물을 형성하는 최소 단위를 의미합니다.
*8)
일자가 스스로 변화하여 다자를 생성하는 것을 고대 인도 철학에서는 ‘전변설轉變說’이라고 합니다.
*8) 데모크리토스가 말한 원자는 본래 물질을 계속 쪼개다 보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아토모스atomos’를 말한다.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양자量子(Quantum)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이다. 양자가 파동성을 띠면 기氣로 작용하고, 입자성을 띠면 물질物質로 작용한다. 양자는 단자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결합체이다.


- 우주의 진화
중력에 의해 원자들이 밀집되면서 별, 은하, 은하단과 같은 거대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우주는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분열하고 수축합니다. 상수로는 ‘삼三 → 십十 → 삼三’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정란이 수많은 세포로 분열하면, 세포들이 결합하여 심장과 같은 장기들을 형성합니다. 이후에는 각각의 세포가 생성과 사멸을 반복하면서 장기들의 형상을 유지합니다.

마찬가지로 본체인 일자가 다자로 극미하게 분열되면, 다자들이 결합하여 결합체(Nexus)를 생성합니다. 다자가 개체로서의 일자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각각의 다자, 즉 단자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일정 시간 동안 결합체의 동일성을 유지합니다. 결합체가 동일성을 유지하는 과정이 생장염장입니다.

이때 각각의 단자는 매 찰나(플랑크 기간) 무로 소멸되었다가, 무에서 생성되기를 반복합니다. 매 찰나 단자가 무의 바다에서 생명 에너지를 머금고 창조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단자들이 결합하고 분리되면서 다양한 결합체를 생성하는 것을 고대 인도 철학에서는 ‘적취설積聚說’(적집설積集說)이라고 합니다.
*9)

*9) 전변설은 유신론, 적취설은 유물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도 매 순간 우주의 자녀인 만유 생명이 우주의 창조와 진화를 재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변설과 적취설 중 일면만 취해서는 우주의 실상을 바르게 알기 어렵다.


이상을 통해 본체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주 만유를 낳은 본체本體입니다. 0무극에서 화생된 1태극의 씨앗으로, 만물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우주 만유를 형성하는 실재實在입니다. 극미로 분열한 10무극의 단자로,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며 개체를 형성하여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단자도 본체처럼 만물의 형성 요소인 심신리기心神理氣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우주의 소멸
우주가 대붕괴(Big Crunch)하면서 근원으로 돌아갑니다. 0무극에서 생겨나서 0무극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상수로는 ‘이二 → 일一 → 무無’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의 순환 법칙에 따라 우주는 창조와 진화를 반복합니다.
*10) 빅뱅설은 우주가 탄생·분열·수축·소멸을 1회만 한다고 본다. 그에 비해 진동우주론은 우주가 생장염장을 무한히 반복한다고 본다. 빅뱅설과 진동우주론을 제창한 사람은 러시아의 이론물리학자인 조지 가모프George Gamow(1904~1968)라는 동일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