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랑 인터뷰 | 증산도는 절체절명의 우주적 응급상황에 맞춰 늘 깨어서 준비하는 응급실 같아

[일심포교핵랑]
청주중앙도장 하민석 태을랑

이번 달 <태을랑 인터뷰>에서는 청주중앙도장에서 신앙하고 있는 하민석 도생을 만났습니다. 한국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데요. 수행과 촬영차 들르는 태을궁, STB 상생방송국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지금 근무 여건이 좋아 굉장히 은혜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두루 사람들을 만나며 살릴 생生 자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염원을 가진 하민석 태을랑의 이야기 들어 보시죠!

Q 가족들의 입도 과정이 궁금합니다


2009년, 매일 200여 명의 환자들을 만나고 그중 절반에게 신종플루 확진을 알리던 그 시절, 저녁도 거르고 일하던 제게 초밥 등을 챙겨 주던 배려심 깊은 의대생 후배가 있었습니다. 증산도에 심취한 저에 대한 평판을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었지만, 직접 자신이 겪어 본 제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지 그녀는 계속 저와 돈독한 소통을 이어 갔습니다. 차츰 인연이 깊어져 그 의대생이 의사가 된 해에 인턴 생활을 하던 저와 결혼을 했지요.

상제님 신앙을 직접적으로 권유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든 그저 주문을 읊조리는, 걸어 다니는 MP3 남편이었어요. 같이 어디를 가든 틈이 생기면 장소를 마련해 배례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답니다. 저렇게 뜻한 바를 우직하게, 꿋꿋하게 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뭐든 이루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네요.

어느 날 제 외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어 아내와 함께 장례식장이 있는 전라도 광주로 향했어요.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던 그날 밤, 정읍 휴게소를 빠져나와 광주로 가는 길에 자연스레 이야기를 꺼냈어요. “저 정읍이 어떤 땅인 줄 아느냐? 상제님 진리를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보천교의 터전이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남다르게 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와 맞닿아 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대의 본질과 우리 인생의 목적 등을 조곤조곤 풀어냈습니다. 제 이야기에 온전히 공감한 아내는 도장에서 팔관법 공부에 돌입했고요. 그해 2014년 갑오년 늦가을에 도문에 정식으로 입도를 했습니다.

도 닦는 것에 심취한 아들에 대한 부모님의 우려와 노심초사는 복학 후 의사 고시 합격으로 불식시켜 드렸습니다. 기독교 문화가 지배적인, 폐쇄적인 의대 사회에서 저의 거침없는 천하사 행보가 좋게 보일 리 없었는데요. 같은 의대에 다니는 제 형님이 당시에 꽤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제가 어느 날 작정하고 의사 고시를 앞둔 형님에게 증산도의 진리를 조곤조곤 설명을 한 적이 있었어요. 우주 일 년을 필두로 개벽 실제 상황, 시두 대발과 의통까지 2시간 가까이 쭉 이야기를 뽑았습니다.

처음엔 푹신한 소파에 등을 기대고 편히 듣다가 몸을 앞으로 바짝 기울여 경청한 형님이 나중에 일러 주었는데요. 그 당시에 제가 전한 생생한 개벽 소식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2주 동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더랍니다. 의사가 된 후, 전 공중보건의사로 3년 동안 군 복무를 했고요. 형님은 비뇨기과 전공의 생활을 했습니다. 주간 격무에 이은 당직과 회식 등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형님이 어느 날 제게 요청을 했어요. “민석아, 네가 하는 그 도를 나도 닦을 수 없을까?”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진료까지 받던 형님에게 태을주와 운장주 등을 알려 주었어요. 형님은 일심으로 수행에 임했고, 차츰 심신이 안정되었으며 2006년도에 도문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 태을궁에서 입도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형님이 절 꽉 안으며 그러더군요. “네가 나를 입도시키려고 9년 동안 정성을 들였구나.” 그렇게 둘도 없는 형님이 입도되면서 전 천군만마를 얻었습니다. 형님이 몇 년 전에 부모님을 입도시키면서 입도한 순간부터 늘 염원해 온 가가도장 천륜 포교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어요.

Q 증산도 진리를 어떤 경로로 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영적 세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천주교 성당에 다니시는 친할머니 슬하에서 어린이 성서를 뒤적거렸고요. 초등학생 시절엔 제 발로 교회에 나가서 개신교 문화에도 풍덩 빠진 적이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하나님 만나게 해 달라고 고사리손 모아 기도를 했죠. 그런데 바이블을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의아했습니다. 뭔가 앞뒤가 안 맞고, 왜곡되고 삭제된 대목들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솟구치는 의구심을 후련하게 풀어 주는 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시절엔 불교에 심취하게 됩니다. 서교의 타력 신앙이 아니라 자력으로 수행하여 내면의 광명을 밝히는 진리 체계가 한결 더 깊고 넓게 와닿았어요. 그 시절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서점에 들러 명상과 수행, 종교와 철학, 역사와 예언 관련 서적들을 두루 섭렵하며 탐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에 뿌려진 진리의 여러 면모들에 조금씩 더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도덕 선생님의 책상에서 책 한 권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파란 바탕에 노란색으로 박힌 ‘개벽’이란 두 글자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냉큼 집어다 해우소에서 펼쳐서 <다이제스트 개벽>의 주요 대목들을 쭉 훑어보았어요. 빠르게 흡수가 되면서 그동안 서점에서 두루 빨아들였던 진리의 파편들이 바르게 재구성되었습니다. 하여,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치며 해우소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기존에 탐구한 진리들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의구심들이 후련하게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역사의 진실과 진리의 진면목이 선명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모자이크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딱 채워지는 듯한 짜릿함과 통쾌함이 있었습니다. 이런 명명백백한 진리를 호호탕탕하게 선포하는 증산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당시에 청주 시청 인근에 있던 도장 앞까지 갔었는데요. 신발장만 기웃거리다가 돌아섰습니다. 도장에 성큼 들어설 용기가 그 시절엔 솟구치지 못했거든요.

그 이후 저는 공주 한일고를 다니면서 범상치 않은 선배를 만나 단학 수련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매일 아침마다 수련을 하며 수행자의 삶을 일상으로 구현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올 김용옥, 오쇼 라즈니쉬의 저서들을 두루 탐독하곤 했어요. 동서고금의 사상과 철학을 넘나드는 통섭적 시각을 흠모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통독한 개벽 책의 ‘병란과 의통’ 이야기가 늘 뇌리에 박혀 있었습니다. 의학을 전공하는 것이 미래의 병란 대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요. 그래서 의대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대 입학식 날, 대학 교정을 둘러보다가 동아리방 건물 인근에 펼쳐진 패널들을 목격하였습니다. 수행 전후의 오라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반가운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아는 체를 했습니다. “이거 키를리안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죠?” 운운하며 개벽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을 토해 내는 대학 새내기가 신기했던지 홍보하던 선배님이 동아리방 방문을 권유했고, 전 순순히 응했습니다. 그러면서 증산도의 진리 세계에 본격적으로 풍덩 빠져들었어요. 책으로 접했던 것 이상으로, 그간 상상해 왔던 것 이상으로 증산도 진리는 완벽했고, 흡족했습니다.

예과 2학년 여름방학 때, 한동석 대성사의 『우주 변화의 원리』를 도반들과 통독하고서 확고부동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역천불변의 자연 섭리인 증산도 진리를 널리 전하겠노라 굳게 다짐하고 개척포교 현장에 투신했지요. 경험 많은 선배 일꾼을 따라 대학 캠퍼스를 누볐습니다. 학우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그 포교 현장에서 매 순간 제 눈과 귀가 진리에 풍덩 빠져들었고, 제 자신이 새롭게 포교되었습니다.

Q 가장 인상적인 도전 성구 말씀은요?


정심정도로 믿어라

증산께서 하루는 복남에게 말씀하시기를 “어설피 믿다 뒈지려거든 아예 믿지를 말아라. 천지에 서약을 했으면 정심정도正心正道로 믿어 나가야지, 믿는다고 말만 하고 허영 떨고 훔쳐 먹고 그러면 천지에서 벌을 더 준다.” 하시고

이어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을 살면서는 죄를 지어도 남 모르게만 하면 그만인 줄 알아도 죄진 사람은 천상에 가면 모든 게 다 드러난다. 죽으면 편할 줄 알고 ‘죽어, 죽어.’ 하지만 천상에 가면 모든 것이 다 무섭다. 믿으면서 지은 죄는 사하지도 못하느니라.” 하시니라.
(도전道典 1편 42장)


도전 1편 42장의 성구 말씀이 제 천하사 신앙의 모토입니다. 복남에게 전하신 증산 상제님의 일침이죠. 천하사 하면서 서약한 일들이 성사되는 여정을 쭉 돌아보면, 다 저 정심정도의 확신이 절대적 관건이었습니다. 늘 눈에서 섬광이 뻗치셨던 안운산 태상종도사님의 일심 정성은 제 천하사 포교의 영영(0.0) 좌표입니다. 당신께서 입버릇처럼 하셨던 말씀을 지구촌 판몰이 포교 시운에 새삼 되새깁니다. “나는 한 생애에 변심을 해 본 적이 없다. 꿈속에서도 포교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진리를 전해 주고 싶다는 전도 의식, 심혈이 경주하는 정성으로 산다.” 더불어 안경전 종도사님의 다음 말씀 또한 천하사의 충맥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구촌 사람들은 살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는 진리를 선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포교는 지구촌 창세 이후로 가장 소중한, 성자보다 억만 배 소중한 절대 영역이다.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대사명자의 천명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사부님께서 저에게 해 주신 말씀이 있는데요. 2015년 1월에 신입신도 교육이 태전 상생관에서 있었는데, 그날 갓 입도한 아내와 함께 사부님 도훈을 감사히 경청했지요.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느라 도정 흐름을 발 빠르게 따라가진 못하던 시점이었는데, 종도사님의 도훈을 통해 새삼 초심을 되살렸습니다.

교육 후 태을궁 로비에 제가 서 있는데, 사부님이 다가오셔서 저에게 한마디 해 주셨습니다. “민석아, 네가 못할 게 뭐가 있냐?” 그 짧은 한 말씀이 만사무기 만사형통의 만트라로 제 골수에 사무치더군요. 하여, 그 시점 이후 다시 새롭게 육임 포교 판을 짜고, 상생방송의 여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묵은 기운을 떨구고 새로이 기지개를 폈습니다. 그때 이후로 그 한마디 말씀을 제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박아 두었어요. 언제나 생생하게 그 말씀이 살아서 늘 제게 크나큰 힘을 주고 있습니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수행 체험이 있나요?


9월 17일 토요일, 무병장수 후천 삼신조화 신선문명 도통 수행법을 함께 닦을 전국의 도생님들과 태을궁에 모여 150살 수명줄을 전수받고 종도사님 도훈을 듣는 중에 데자뷰deja vu 현상을 겪었습니다. 오후 8시 10분경 태을궁 통로에 앉아 단상 위를 바라보는데, 그 순간의 종도사님 말씀과 제 마음속 생각에서 기시감旣視感이 강하게 솟구쳤습니다. 태광령 삼신, 미래 망량님께서 미리 심어 두신 압축 파일을 기억해 내는 짜릿한 전율에 휩싸였어요. ‘선천 오만 년 윤회의 지난한 여정에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쭉 달려왔구나.’ 하는 자각이 샘솟았습니다.

그다음 주 일요일엔 상생개벽뉴스 속 상생라이프 코너에서 ‘명상의 의학적 효과’를 이야기했는데요. 그날 촬영장에서도 데자뷰 현상을 또 겪었습니다. ‘판몰이 시간대에 상생개벽뉴스 제작에 동참하는 것도 미리 정해진 일이었고, 주어진 흐름대로 잘 타면서 가고 있구나.’ 하는 각성을 다시금 했습니다.

올해 4월에 함께 브롬톤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던 차명호 도생을 도문으로 인도했습니다. 차 도생은 6월에 입도식 후 상생월드센터 착공식 천지보은 대천제에도 함께 참여했고요. 입도 직후 신안공부 9기에 동참하여 선려화 예식까지 마쳤습니다. 10월엔 의원도수 2차 수행 과정 3기에 지원하여 태을궁에서 150살 수명줄도 받았지요.

매일 자축인시 수행을 함께 하며 기운을 나누던 중 차 도생이 작년 이맘때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 하나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제가 차 도생에게 150살 이상 사실 분이라고 누차 이야기하고 다녔었는데, 그게 딱 1년 뒤에 인사人事로 성사가 된 것이었죠. 일꾼이 뜻을 세우고 일심으로 밀어붙이면 반드시 천지도수와 맞물려 모든 게 성사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Q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의 순간을 봐 왔는지, 많은 죽음을 보면 죽음에 대해 담담해지시나요?


의사들의 업무 중 하나가 진단서 발급인데요. 응급실에서 제가 수시로 발급하는 서류가 사망진단서, 사체검안서입니다. 일터에서 죽음을 보는 일이 일상의 일부죠. 한 사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생을 위해 피땀을 흘리다 더 이상 가망이 없을 때 사망 선고를 합니다. “모씨, 모시 모분에 사망하셨습니다.” 이렇게 선언을 하면 그 순간부터 보호자들이 망자를 붙잡고 통곡을 합니다. 이제껏 참으로 많은 죽음을, 다채로운 형태로 목격을 하였는데요. 그러다 보면 많이 무뎌집니다. 감작이 되어 담담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였던 2011년, 11월 5일 정오경에 혼수상태의 한 살배기 여아가 구급대의 CPR(심폐소생술)을 받으며 ER(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붉은 피가 새어 나오는 찌그러진 머리와 붉게 얼룩진 얼굴의 일그러진 표정엔 극한의 고통이 실려 있었어요. 가게 앞에서 천진하게 놀다 택배 트럭의 바퀴에 깔린 아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은 무력했습니다. 사망 선고 직후, 아기를 부둥켜안은 엄마는 “오늘이 우리 아기 태어난 날이란 말이에요.”라며 오열했어요.

가을의 낙엽 보듯 응급실에서의 죽음에 무뎌졌던 제 가슴도 그 절규엔 무너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더 민감해져 수시로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러면서 살릴 생 자 공부에 대한 각오를 또 새로이 다지게 되더군요. 이럴 때마다 종도사님의 절규를 되새깁니다.

“이 가을 우주의 질서 상생은 살릴 생 자 공부다. 진정으로 생명을 건져 내려고 하는 그 착한 한마음으로 도심주가 열리고 수행이 깊어지고 그 열매도 커진다. 그냥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사무치게 해야 한다. 나의 생각과 의지와 열정이 이 하늘과 땅, 우주에 메아리칠 정도로 사무쳐야 한다. 열정이라고 하는 패션passion이 자비인 컴패션compassion으로 연결이 된다. 자비라는 말이 패션에서 나온 말이다. 열정이 없으면 자비로운 큰마음을 가질 수 없다. 조금 하는 척하다가 끝나고 조금 힘들면 중도 하차하고 무대에서 사라져 버린다. 가을 우주 새 세상을 직접 건설하는 우리 일은 주인 의식으로 해야 한다. 그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 자연의 마음으로 해야 진정으로 일꾼이 되고 도덕군자가 된다. 죽어 가는 인간 생명 건지는 것보다 더 큰일이 어디에 있는가!”

Q 평등한 죽음을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요? 불행한 현장에 있으면, 일상의 행복이 더 크게 다가오시는지요?


의학적 죽음은 평등합니다. 하지만 개별적 죽음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평등하지 않지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중년 남성, 열악한 형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경을 헤매는 독거노인, 산업 현장 재해로 안타깝게 숨을 거둔 젊은이, 무더운 여름에 열사병으로 숨을 거둔 폐품 수집하던 할머니 등등.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받을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을 때 그 죽음 또한 평등하지 못하지요. 이런 순간들을 목도할 때마다 선천 우주의 상극과 원한에 대해 사무치게 각성하게 됩니다.

심폐소생술 등을 익혀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 등을 평등한 죽음을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손꼽을 수 있겠지만, 총체적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대목들이 많지요. 개벽의 필연성, 해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상제님께서 인간으로 오셔서 세상을 진단하시고 천지공사 처방을 내리실 수밖에 없었던 입장도 한결 깊게 통찰하게 되더군요.

불행한 현장에 있으면, 살아서 깨어 있는 매 순간의 소중함이 더 깊게 자각되긴 합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자주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에 잠식되어 행복을 망각하곤 하지요. 수행으로 잡념을 떨구고 심신을 정화할 때, 한결 더 깊게 행복을 감지하고 만끽하게 됩니다. 생존 수행의 시간대에 사부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신선도통 수행법이 일상의 행복을 증폭시켜 줍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Q 응급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해 주고 싶으세요?


중학교 3학년 때 절 일깨워 제 인생을 뒤집어놓은 책, 개벽 책을 요약한 『다이제스트 개벽』처럼 응급실은 인생을 요약한 ‘다이제스트 인생’입니다. 인생의 압축판이에요.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온갖 인간 군상을 상대하며 생로병사의 희로애락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공간입니다. 멱살도 잡히고 물어뜯기기도 하는 등 욕받이 무당이 되어야 하는 게 응급의학과 의사의 삶인데요. 이 고생을 왜 하나 싶다가도 그걸 다 잊게 하는 순간들이 옵니다. 어렵사리 한 생명을 소생시켰을 때의 보람과 쾌감은 그 어느 기쁨과 비교할 수 없지요.

더불어 증산도가 꼭 응급실(ER)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밤낮없이, 휴일 없이 항상 불 밝히고 환자를 맞이하는 ER처럼, 그 어떤 병증을 가진 이들도 모두 수용하여 케어하는 응급실처럼 증산도는 절체절명의 우주적 응급 상황에 맞춰 늘 깨어서 준비하는 곳이잖아요. 세상 사람들의 각양각색 의문도 풀어 주고 심신의 각종 애환과 고통도 궁극적으로 치유해 주는 증산도 도장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ER입니다.

Q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해 주세요


입도한 순간에 서약한 그대로, 참사람을 듬뿍 살리고픈 꿈을 더욱 가열하게 현실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올해 조화선 문명 명상포럼의 태전충청 지역 회장도 맡게 되었는데요. 종도사님께서 전국을 순회하며 펼치시는 무병장수 선려화 치유수행 강연회에 깨어 있는 황금인맥들을 많이 인도하여 함께 삼신조화 도통 수행법을 닦으며, 가을 우주의 새 세상을 힘차게 건설하고자 합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각지에 도장을 세우고 일꾼들을 양육하고자 하는 포부도 더불어 품고 있습니다. 제가 2017년부터 쭉 촬영해 온 <톡톡 증산도>를 유튜브로 줄기차게 시청해 온 호주 멜버른의 한 도생이 저의 꿈 실현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멜버른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케빈(김경환) 도생은 일본인 아내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처음 <톡톡 증산도>를 보았을 때, 천상에서 신선들이 도담을 나누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매일 소통하며 수행을 독려하고 천하사 의지를 북돋고 있습니다. 앞으로 케빈 도생과 같은 일꾼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올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기분 좋게 쿵쾅거립니다.

Q 인터뷰를 마치며


최근 지구촌에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연이어 터졌었는데요. 이태원 할로윈 참사, 인도 현수교 참사 등의 소식들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고생하고 있는 하민석 도생의 이야기가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증산도를 응급실에 비유한 내용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전 세계 각지에 증산도가 널리 퍼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하민석 태을랑의 미래에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하겠습니다.^^



『도전^환단고기^우주변화의 원리』 책 추천사
의예과 1학년 때 입도한 후 초발심 배터리가 다 닳아서 휘청일 때, 의식을 새로이 일깨워 천하사 일꾼의 길로 당당히 나아가게 한 책이 한동석 대성사의 『우주 변화의 원리』였습니다. 자연 섭리로 명명백백하게 규명되는 종통맥 등을 자각한 후엔 무한한 확신이 솟구쳤습니다.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 격무에 시달려 느슨해진 일꾼 의식과 흐트러진 수행 기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반복해 들었던 것은 종도사님의 <천부경 특강>이었습니다. 나아가 『환단고기 역주본』 원전 공부를 매주 이어진 강독회를 통해 꼼꼼하게 하면서 다시금 천하사 의식이 훌쩍 도약하였습니다.

“원전原典 공부를 해야 한다. 원전 공부를 해야 이 세상 문제, 진리 문제, 역사 문제의 중심 주제가 정리된다. 원전 공부를 해야 깨달음 문명사의 원액을, 정수를 직접 체득할 수 있다. 천부경의 일시무시일을 깨달으면 다 끝나는 것이다. 일시무시일의 심원한 경계에 다다르기 위해 9천 년 역사가 펼쳐졌다. 선천 문화 최초의 경전이 천부경이고, 마지막이 도전이다. 환단고기는 우주의 혼백이고, 도전은 우주의 정신이다!”

종도사님의 이 말씀을 깊은 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대전 한국병원 ER을 지키며 새삼 절감하였습니다. 진료 와중에 원전 공부의 묘미에 깊이 빠져들었고, 도의 원전 『도전』을 초심으로 다시 파고들었습니다. 환단고기 주요 문구와 도전 성구를 정갈하게 필사하고 암송하였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염념불망 시천주주, 태을주 송주와 더불어 우주의 정신과 혼백을 골수와 세포에 새기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진리의 삼박자인 이신사理神事에 두루 통해야 활연관통의 대자유인이 되는데요. 이법을 꿰뚫는 『우주 변화의 원리宇宙 變化의 原理』와 역사의 진실을 소상히 밝히는 『환단고기桓檀古記』와 신도 세계의 진면목을 일깨우는 『도전道典』, 이 세 권이야말로 ‘일시무시일 석삼극무진본’의 노른자 필독서라고 자부합니다. 삼신일체 칠위 성령님들을 매 순간 찾듯이, 매일 찾아보고 곱씹어야 할 필독서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