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건강칼럼 | 오장육부를 다스리면 건강을 찾는다 - 현대인의 비위脾胃

[건강]

- 비위 건강을 해치는 식습관 및 음주


천기와 지기를 받는 인간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데, 사람에게 있어 천기를 받는 방법은 호흡이고, 지기를 받는 방법은 먹고 마시는 것이다. 황제내경 영추편에는 “위胃는 오장육부의 바다와 같다.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야 오장육부가 위에서 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호흡은 공기만 있다면 의식하지 않아도 호흡근의 움직임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반면, 음식은 사람이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고 음식을 먹는 행동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 모두 개입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생활환경 및 기호에 따라 천차만별의 식습관이 만들어진다.

비위의 역할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음식물의 정기精氣와 에너지를 뽑아내어 인간의 신체와 정신 활동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기까지는 소화, 흡수, 운반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장부 생리로 살펴보면 위胃는 먼저 입을 통해 들어오는 음식물을 받아 저장한다. 그리고 부숙腐熟이라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의 형체를 걸쭉한 죽과 같이 영양분이 흡수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준다. 이후 소장小腸에서 영양분의 청탁淸濁을 분별하여 맑고 정미精微로운 물질은 비脾의 운화運化작용을 통해 전신으로 보내지며, 남은 찌꺼기(조박糟粕)는 대장大腸으로 보내져 배설된다. 위胃는 음식물의 저장과 부숙腐熟, 하강下降에 역할을 하고 비脾는 음식물의 정기精氣를 상승上昇시키고 전신에 수포輸布시키는 역할을 하여 음양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비위脾胃는 오장육부 생리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인생세간하자미人生世間何滋味오 왈의왈식曰衣曰食이요 의식연후衣食然後에 왈색야曰色也라. 사람이 세상 사는 재미는 무엇인가. 입고 먹는 것이요 의식 연후에는 음양의 낙이니라.”(증산도 도전 3:290)라는 말씀을 통해 사람이 가진 원초적인 욕구 중 식욕에 대해 언급하셨다. 식욕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로, 태고 시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가 존재해 왔다. 특히 현대 사회는 물질적인 풍요와 무역의 발달로 인해 구하지 못하는 식재료가 많지 않고, 조리 기구의 발달로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세계의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갖가지 대중매체에서 음식기행 및 요리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넘쳐 나면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듯 ①식욕을 과도하게 탐할 경우 비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 ②잘못된 식습관이나 몸에 맞지 않은 음식도 비위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③잘못된 자세나 스트레스도 비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 현대 생활에서 비위에 해를 입히는 여러 가지 원인과 비위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성


동의보감에는 “반나절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면 기가 쇠약해진다.”(내상편)고 하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식습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식사이다.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은 너무도 다양하다. 직업이나 취미, 개개인의 생활 리듬에 따라 수면과 식사 습관이 천차만별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루에 한 번도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세 끼 혹은 네 끼를 먹는 이들도 있다. 보통 사람은 하루 3회의 식사를 하는 것이 정상인데, 하루 2회 정도 제대로 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면 비위 건강에 크게 나쁘지 않다.

식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시간의 공복 후 폭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공복이 6-8시간 지속되면 위장에 음식이 남아 있지 않아 기가 쇠약해지기 시작하는데 기가 약해지면 위장의 소화효소 분비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폭식을 하게 되면 위장이 들어오는 음식을 감당하지 못해 체하게 되고, 위벽이 손상받게 된다. 위벽이 손상을 받아 위염이 발생하면 회복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며, 이때는 음식 조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통증 등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불규칙한 식습관이 계속되면, 반복적인 소화불량 및 만성 위염이 발생하고 결국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등 큰 병으로 전변될 수 있다.

또한 식습관 중 중요한 것이 무엇을 먹느냐이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현대사회의 음식 문화는 정말 다채롭다. 다양한 식사에서부터 기호 식품, 군것질, 음주 등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기본적으로 음식은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에 우리 몸에 필수적이지만 잘못된 음식 섭취는 비위 건강에 좋지 않다.

잘못된 음식 섭취


가장 흔하게 비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음식이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들이다. 라면, 피자, 치킨 등 흔하게 섭취하는 인스턴트 식품들이나 최근 유행하는 매운 음식들 모두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 이런 음식들을 후미厚味라고 일컫는데, 후미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장에 습열濕熱이 쌓이게 되고 이 기운이 비위의 활동을 방해하여 여러 증상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또한 최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단 음식과 커피도 위장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과자나 빵, 초콜릿 등이 눈과 혀를 유혹하지만 이런 음식은 대부분 당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탕과 과당 등 당 성분은 밥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과 달리 이미 1차로 분해가 이루어진 물질들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빠르게 흡수할 수 있어 먹으면 일시적으로 몸에 힘이 나고 정신이 맑아진다.

예전에는 설탕이, 비위 기능이 많이 떨어져 단시간에 기운을 돋우어야 하는 환자에게 약으로 쓰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단 음식이 필요 이상으로 넘쳐 난다. 단 음식에 들어 있는 설탕 등 당분은 분해 흡수의 대사과정 없이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해 주기에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장의 대사능력은 약해진다. 결국 단 음식에 중독되어 단 것을 먹지 않으면 피로와 무기력감이 쉽게 나타나게 되고, 이는 비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커피의 경우 차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성분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면서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하여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염 및 식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카페인은 심장 근육을 수축시키고 뇌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도 하는데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두근거림 및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비위 건강을 해치는 또 한 가지 원인은 과도한 음주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술은 대독대열大毒大熱이라 하여 과도한 섭취를 금했다. 술의 알코올 성분이 위벽을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공복 상태에서 갑자기 술을 마시거나 폭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 행동, 과음, 잦은 음주 등이 모두 위염의 원인이 되고 심할 경우 위궤양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의 원인 중 30~60%가 음주이기 때문에 평소 과음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연동운동을 방해하는 요인


위胃는 명치에서부터 배꼽 위까지 윗배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공복 시에는 위가 수축하여 크기가 크지 않으나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위가 늘어나 배꼽 아랫부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위장은 식도를 통해 들어온 음식을 위액과 섞고 소화시키기 위해 마치 파도의 출렁임 같은 운동을 하는데 이를 연동운동蠕動運動이라고 한다. 이 연동운동은 심장처럼 위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으로 이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야 소화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이 연동운동이 방해를 받으면 위에서 음식의 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화불량이 발생한다.

위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하는 요인 중 첫째는 바로 자세이다. 평소 앉은 자세에서 장시간 일하는 현대인들은 습관적으로 목을 쭉 빼고 구부정한 자세를 계속 취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척추가 구부정해지면서 어깨가 안쪽으로 말려들어 가고 가슴을 웅크리게 된다. 그러면 명치 부위가 압박을 받고 위장이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지게 된다. 음식이 들어차 커진 위가 작은 공간에 꽉 차 있게 되면 위장의 운동은 당연히 방해를 받고 소화불량이 일어나기 쉬우며, 위장 내부 압력이 증가하여 위산 역류도 쉽게 일어난다. 또한 멋을 위해 배가 압박을 받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우에도 복부의 장기가 위로 밀려 위장을 압박할 수 있다.

위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하는 또 한 가지 원인은 스트레스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때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식사 전후로 스트레스를 받아 체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간위불화肝胃不和, 간기범위肝氣犯胃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비위 기능이 방해를 받는다는 뜻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이 긴장하고 기를 소통시키지 못해 위장의 기운도 정체되어 소화불량 등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간과 위장은 상복부의 공간을 같이 사용하고 간이 위장을 덮어 누르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으며, 생리적으로도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소화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 또한 심리적인 긴장 상태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데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소화기관의 운동성은 떨어지게 되므로 위장의 연동운동 역시 방해를 받는다.

위장약의 주의할 점


식습관, 자세,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소화불량 증상이 생기면 흔히 우리는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서 복용하거나 심할 경우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게 된다. 소화불량 증상에 처방되는 양약은 크게 소화효소제, 위장운동 촉진제, 제산제, 위산분비 억제제가 있다. 소화효소제는 위장에서 분비되는 효소를 약으로 복용하는 것으로 과식했을 때 복용하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자주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위장의 효소 분비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위장운동 촉진제의 경우 교감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여 부교감신경을 항진亢進시킴으로써 위장운동을 도와주는데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신체의 활력도도 떨어지게 되므로 장기간 복용은 좋지 않다. 최근 문제되는 것이 위산분비 억제제이다. 위산분비 억제제는 위장에서 위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단하여 위산분비를 억제한다. 이는 소화불량으로 인해 위염이 발생하였을 때 위산에 의해 위염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위장점막의 회복을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위산분비 억제제를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산은 음식의 소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분비되어야 하는 물질이다. 또한 위산은 위에서 칼슘 등 미네랄 성분과 비타민 B12의 흡수를 돕는다. 약에 의해 위산분비가 강제로 억제되면 음식을 분해할 위산이 부족해지고, 당연히 소화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특히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식을 하는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약을 복용하고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위염이 심해 내시경상 출혈 소견이 있거나 위궤양이 있는 경우에는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다만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할 경우 절대 과식하지 않고 소식하도록 신경 써야 하며, 한방 치료를 병행하여 최대한 위장 점막이 빨리 회복하도록 함으로써 약 복용 기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비위를 강화하는 좋은 습관


비위 기능을 강화시키고, 소화를 도와주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규칙적인 식사와 과식하지 않는 식습관, 음주 및 위장에 좋지 않은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되도록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도 좋다. 또 식사 후에 따뜻한 손으로 배꼽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마사지해 주는 것도 위장 운동을 촉진시키는 좋은 습관이다. 또한 소화불량이 생겼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그때그때 위장 상태를 정상화한 후 다음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화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식사를 하게 될 경우 위염이 발생할 확률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고 소화가 다 되었다는 느낌이 없다면 식사를 한 끼 거르는 것도 좋다.

한방에서 쓰이는 소화와 관련된 약들은 위장의 운동이나 효소 분비를 강제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고, 비위脾胃와 장腸의 습과 한열을 조절하여 소화를 돕기 때문에 양약에 비해 내성이나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 예를 들어 창출, 후박, 진피, 감초로 이루어진 평위산平胃散은 한방 소화제의 대표 처방으로 위장의 습을 제거하고 위기胃氣를 하강下降시켜 소화에 도움을 준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소화제를 상비해 두고 소화불량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복용하면 비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