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줄로 마음을 울리는 신비의 악기
[음악산책]

글·박승은(서울 노원도장)
지금의 우리 생활문화는 서양문화 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러다 보니 국악보다는 서양음악을 즐겨듣고 서양악기에 친숙하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국악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바람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악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누명을 완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정통국악보다는 대중들이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크로스오버 음악(같은 뜻은 아니지만 퓨전음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중 해금음반을 소개하려고 한다.
단 두 줄로 모든 소리를
먼저 해금이라는 악기부터 설명하자면, 팔음(八音) 중 사부(絲部)에 속하는 찰현악기(擦絃樂器)이며 계금, 깡깡이라고도 한다. 국악기를 만드는 8가지 기본 재료를 모두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공명통에서 주아(周兒)까지 명주실로 만든 2현을 걸고, 이를 활대로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다. 조선 중기 이전에는 개방현(開放絃)을 그대로 조율하며 줄을 당기지 않고 짚어 연주하였으나, 그 뒤 줄을 당겨 쥐고 조율 및 연주를 하게 되어 농현(弄絃)이 자유로워지고 표현력이 풍부해졌다. 20세기에 들어와 산조음악의 발달과 함께 독주곡인 해금산조가 등장하여 독주악기로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해금이라는 악기는 알고 보면 못하는 음악이 없고 못 내는 소리가 없다. 거기다가 표현력이 기가 막혀 사람의 심금을 그렇게 울릴 수가 없다. 그러나 해금을 잘 연주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그만 악기라 쉽게 될 것 같지만 까다롭기 그지없고 힘겨운 악기다. 해금 연주가는 많아도 해금 명인이 드문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김애라와 해금
정수년, 강은일, 김애라, 꽃별 등 대표적인 해금연주가가 있는데, 그 중 김애라의 첫 번째 앨범인 국악 뉴에이지 음반
김애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음악을 정도(正道)로 배운 연주자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은 크게 궁중의 음악인 정악(正樂)과 서민적인 민속악(民俗樂)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김애라는 이 두 가지 장르에 모두 능통한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창작곡 연주 역사가 짧은 국악계에서 선두주자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관현악단과의 수많은 협연과 두 차례의 개인 독주회를 통하여 이미 그의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2003년 그녀의 첫 번째 독집앨범
이 앨범은 국악을 기조로 한 현대적 어법의 대중음악을 담고 있다. 나아가 살아있는 현장에서 다른 장르의 음악양식과 기꺼이 교감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광의의 현대 재즈이기도 하다. 정통 국악의 세계에서 출발, 전혀 이질적인 최신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김애라가 걸어 온 길은 그래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년 넘도록 이 자그마한 악기를 지니고 살아온 그녀가 말하는 해금의 매력은 무엇일까.
"마치 사람이 말을 하는 듯한 독특한 음색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서양의 바이올린과 종종 비교되지만 해금은 훨씬 깊이가 느껴지는 악기예요. 해학과 슬픔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요. 한번 듣는 것보다 두 번, 두 번보다는 세 번 들을 때 더 와 닿습니다."
모든 국악기가 우리의 고유정서인 한을 노래하나, 이 해금이라는 악기는 우리 마음의 연못 속 가장 밑바닥에 돌로 감춰져 있는 순수자아를 끄집어내어, 수면 위에서 온 연못을 진동케 하는데 탁월하다. 그래서 해금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순해지며 차분해지고, 이유 없이 슬퍼지기도 한다. 내 마음의 순수한 의식 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을유년을 맞이하면서 해금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참자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1. a day in the life 어느 멋진 날 (작곡 이재준 기타 정재일)
2. in loving memory 추억 (작곡 홍성규, 바순 정수은, 피아노 곽유니)
3. the blue romance 힘든 사랑 (작곡 조원행, 피아노 곽윤찬)
4. grayish sky 잿빛 하늘 (작곡 노영심 피아노 노영심)
5. always somewhere 언제나 (작곡 이재준)
6. rain story 4월 어느 날 (작곡 조원행, 피아노 노영심)
7. a lighthouse 하얀 등대(song for jiyeon 지연의 노래) (작곡 이재준 기타 정재일)
8. reflex 거울 앞에서 (작곡 홍성규 피아노 홍성규)
9. chaos 혼란 (작곡 조원행 피아노 김경희)
10. a miracle 기적 (작곡 유근상 타악 박재천 기타 이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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