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넓어지고 있는 AI의 활약 범위 시, 작곡, 그림까지… 못하는 게 없는 AI

[지구촌개벽뉴스]

▶ 인간 고유 영역인 예술 분야로 확장하는 AI
▶ 원하는 장르, 내용만 입력하면 완성되는 AI 작품
▶ AI 작품에 창작성^저작권 논쟁



국내 최초 AI가 쓴 시집 출간, 총 53편 수록


인간이 오랜 기간 스스로 해 왔던 일들의 주체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예술 분야는 아무리 AI라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 카카오의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시詩 쓰는 AI 모델인 ‘시아SIA’의 첫 번째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8월 8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시아는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개발된 시를 쓰는 AI 모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함께 이 모델을 개발했다. 시아는 1만 3,000여 편의 시를 읽으며 작법을 익혔다. 주제어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시아가 입력된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곧바로 시를 짓는다. 시 한 편을 완성하는 데 1초 정도면 충분하다.

AI가 쓴 시집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의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중국에서 출간한 사례가 있다. AI가 시를 쓰고 시집까지 낸다는 건 그만큼 AI 기술이 고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AI가 언어 학습을 통해 사람과 유사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작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AI 작곡가, 10분이 채 되지 않아 한 곡 뚝딱


국내 AI 작곡 스타트업 회사로는 포자랩스를 비롯해 업보트 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마인드, 뉴툰 등이 있다. 기술 수준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업, 방송국, 아티스트 등과 협업하며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준환 포자랩스 매니저는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의 장르와 분위기 등을 선택하면 10분이 채 되지 않아 AI가 이에 맞게 작곡해 준다.”라고 했다.

포자랩스에 따르면 이곳의 작곡 AI는 그동안 사람이 작곡한 노래 63만여 개를 학습했다.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실제 작곡가들이 이곳에서 근무하며 데이터용 음악을 작곡했다. 현재까지 AI가 작곡한 음악은 최소 3만 2,000곡으로, 지금도 AI는 계속해서 새로운 곡을 만들고 있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몇천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자신만의 음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람들의 또 다른 창작 활동을 돕고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대회에서 우승한 AI가 그린 그림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온라인 게임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제이슨 앨런(39)이 인공지능(AI)을 통해 그린 그림으로 제출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1등을 수상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작품은 화가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일반적인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앨런이 작품 제작에 사용한 건 국내에도 이미 알려져 있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텍스트로 된 설명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이미지로 변환시켜 준다. 몇 달 전 이를 사용한 뒤 생성된 그림에 감탄했던 앨런은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전’에 디지털아트 부문이 있음을 확인한 뒤 미드저니를 이용해 3개의 작품을 생성했다. 그리고 이 중 하나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출품해 우승을 차지했다.

AI로 만든 이미지가 예술가의 작품을 판단할 때 적용하는 기준인 창작성과 예술성에서 인정을 받아 1등에 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출품작이 창작력이 발휘된 ‘예술품’인지, 아니면 AI가 만든 ‘제품’인지를 놓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미술전을 개최한 콜로라도 농무부는 앨런이 출품자 이름에 ‘미드저니를 통한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 via Midjourney)’이라고 공개했다며, 디지털아트 부문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예술적 관행을 허용한다.”라고 밝혔다. 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확장된 예술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부문의 심사위원들은 미드저니가 AI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단, 이들은 “알았더라도 앨런에게 상을 줬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콜로라도 농무부는 밝혔다.

AI 작품에 창작성·저작권 인정해야 할까?


점점 AI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담긴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과연 어디까지 AI 작품을 인정할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AI 작품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측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 곳곳에 인간이 개입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유의 창의성에 따른 새로운 창조물이라기보다 인간이 제공한 정보의 조합일 뿐이라는 것. 또 AI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작가로서의 해석이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AI의 창작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은 다르다. 현대 미술의 ‘사진’이라는 장르처럼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창의성도 결국 성장하면서 습득한 수많은 정보들을 조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AI의 창작물 역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AI의 작품을 ‘작동한’ 사람의 저작물로 해야 할지, AI를 ‘학습 시킨’ 사람의 것으로 할지, 아니면 아예 AI를 만든 사람의 것으로 해야 할지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AI 창작물은 저작권 침해 조건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간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AI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AI를 통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AI는 기존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유사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저작권 침해부터 창작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까지 AI 창작물에 대해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이미 인간의 문명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AI와 인간의 동거, 행복한 삶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불편한 동거가 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도덕적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