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B다시보기 | 상징으로 보는 여행 4회 - 합스부르크가의 발전과 ‘샤츠캄머’의 보물들

[STB하이라이트]

강사: 오동석 인문여행작가

이번 시간에도 유럽을 주름잡았던 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1. 신성로마 제국


신성로마 제국은 독일의 국가 원수가 황제 칭호를 가졌던 독일 제국 시대의 정식 명칭을 말합니다. 스페인은 약 700여 년 동안 이슬람, 즉 아랍의 영토였습니다. 이슬람인들이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피레네산맥을 넘어서 유럽 내부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카롤루스Carolus 대제(742~814)가 이것을 막게 됩니다.

이에 로마 교황청에서 카롤루스 대제가 카톨릭과 로마 교황청을 보호해 줄 인물이라 생각하여 서로마 제국을 부활시킨다는 의미로 황제의 관을 대관戴冠하게 됩니다. 이 초상화는 카롤루스 대제의 초상화이지만 머리에 쓰인 황제의 관은 당대의 관은 아니고 후대에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2. 제국의 보물 창고, 샤츠캄머


(1)제국의 보물 - 황제의 관
비엔나Vienna(Wien)에 가면 제국의 보물 창고라고 알려진 샤츠캄머Schatzkammer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세 역사에서 최고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다 있습니다. 직접 보면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보물들입니다.

황제가 되면 보물들을 받게 됩니다. 관이 있고, 금이 둘러싼 창과 칼 등 여러 가지 보물들을 받게 됩니다. 여기 이 사진에서 보이는 신성로마 제국 황제의 관이 가장 중요한 보물 중의 하나입니다.

이 관은 13~14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며, 가운데에 보면 자연석 보물 12개가 박혀 있는데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12지파와, 12사도로 해석을 합니다. 또 전체적인 관의 형태는 팔각으로 되어 있고, 관의 면에는 에나멜로 역사적인 인물들의 형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솔로몬Solomon이 있고, 다비드David(다윗)가 있고, 그다음에 예언자 에제키엘Ezekiel이 있습니다. 이 에제키엘은 죽을 운명을 신이 늘려 줬다고 해서 장수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예수Jesus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솔로몬처럼 지혜롭고, 다윗처럼 용감무쌍하며, 에제키엘처럼 장수를 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위대한 황제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2)제국의 보물 - 황제의 보주寶珠
이 사진에서 보이는 보물과 같이 유럽을 다니다 보면 지구 모양에 십자가가 올려진 형태의 그림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것은 지구 위의 십자가를 상징하며, ‘지상을 지배함’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신의 이름으로 지상 세계를 지배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3)제국의 보물 - 롱기누스의 창
이 사진에서 보이는 보물은 원십자原十字 형태를 갖고 있는데 보물 창고의 보물 중에서 최고로 진귀하고 중요한 창을 보관하는 보물입니다. 영화 ‘콘스탄틴Constantine’을 보면 악마에 빙의가 된 일반인이 멕시코에서 이 창을 발견하고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에 이 창이 등장합니다.

이 창이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로마 병사의 창으로 ‘롱기누스의 창(Lance of Longinus; The holy spear)’이라고 하며, 운명의 창(Spear of Destiny)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로마 병사는 훗날 기독교에 귀의해서 성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가면 캐노피 주변에 4명의 인물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중의 한 명이 롱기누스입니다.

이 롱기누스의 창이 운명의 창이라는 별칭처럼 카를Karl 대제가 롱기누스의 창을 들고 싸워서 47번의 전쟁에서 승리했는데 실수로 창을 떨어트렸을 때 죽었다고 합니다. 또 붉은 수염을 뜻하는 바르바로사Barbarossa라고 불리는 프리드리히 1세Friedrich I 황제가 전쟁을 하면서 강물을 건너다가 실수로 이 롱기누스의 창을 떨어트리고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롱기누스의 창은 나폴레옹Napoléon도 탐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를 정복하고 나서 제일 처음 하고 싶었던 일이 세상을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이 롱기누스의 창을 가지는 것이었는데 끝내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히틀러Adolf Hitler가 오스트리아의 보물들을 약탈한 이후로 전쟁을 계속 이겼다고 합니다. 약탈한 보물들을 자신의 거처인 뉘른베르크에 갖다 놓았다고 하는데 이 뉘른베르크는 신성로마 제국 황제의 거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히틀러가 뉘른베르크에서 잠시 떠난 사이, 연합군이 오스트리아의 보물들을 모두 가져가게 되고 여덟 시간 후에 히틀러는 권총으로 자살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합군의 패튼 장군이 이 보물들을 오스트리아에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롱기누스의 창에는 이런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4)제국의 보물 - 대관식 망토
로마 황제는 중요하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자색紫色의 옷을 입었습니다. 이 사진의 보물은 황제가 대관식을 할 때 입는 붉은색이 도는 자색의 망토입니다. 이 망토는 시칠리아에서 11세기에 아랍인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아랍은 수학, 과학, 의학 등이 고도로 발달한 선진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자신들과 다른 종교인 기독교 문화를 이끈 황제를 위한 망토를 아랍인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망토의 테두리에 아랍어로 ‘신성로마 제국 황제’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슬람을 숭상하는 아랍인이 만들고, 아랍어로 쓰인 망토를 기독교를 숭상하는 신성로마 제국 황제가 걸쳤다는 것입니다.

망토에 보면 가운데에 7개의 야자수 줄기가 있고 나뭇잎도 7수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사자獅子(lion)가 있는데 기독교 세계가 이슬람 세계를 지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5)제국의 보물 - 마노옥 쟁반
이 사진의 보물은 보물 창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물 중의 하나입니다. 로마의 수도가 옮겨 간 시기인 4세기에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에서 만들어진 옥玉쟁반입니다. 긴 쪽의 폭이 75cm, 짧은 쪽이 58cm 정도 됩니다. 옥쟁반엔 라틴어로 ‘자연의 신비에 경외감을 가져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6)제국의 보물 - 유니콘의 뿔
이 사진의 보물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계승자가 받았던 ‘유니콘의 뿔’이란 보물입니다. 이 유니콘의 뿔과 함께 모든 권력과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이 유니콘의 뿔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계승자임을 상징하는 보물인 것입니다. 저 뿔은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의 뿔이 아닌 일각고래(Monodon monoceros; Narwhal)의 뿔입니다.

(7)제국의 보물 - 대관식 옷
이 사진의 보물은 보물 창고에 들어가는 입구에 전시된 보물로 황제가 대관식에서 입었던 겉옷입니다. 완벽한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진 이 옷에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상징하는 독수리 다섯 마리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이 독수리는 동양에서 천자를 상징하는 봉황의 의미로 봐도 무관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높은 명예와 지위를 상징하는 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3. 막시밀리언 1세(1459~1519)


합스부르크의 가문 정책은 ‘결혼’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남들은 전쟁을 하든지 말든지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을 하라.’는 약간의 비아냥거림을 받은 인물이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입니다. 무능했던 군주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3세Friedrich III가 아버지입니다. 막시밀리안 1세는 무능한 군주였던 아버지의 이미지로 인해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람을 적재적소에 매우 잘 썼다고 합니다.

이 막시밀리언안 1세의 초상화는 독일 북방 르네상스의 대가인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가 그렸습니다. 초상화를 보면 큰 야망에 비해 겸손한 인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이 황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좌상단에 쌍두독수리와 관, 그리고 황금양털기사단(Knights of the Golden Fleece)의 황금양털 펜던트입니다. 초상화를 좀 더 보면 황제를 상징하는 자색의 옷을 입고 있고, 손에는 씨가 많은 석류를 들고 있습니다. 자손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막시밀리안 1세는 정략결혼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막시밀리안 1세와 결혼했던 3명의 부인이 있습니다. 막시밀리안 1세는 신성로마 제국 황제의 관을 쓰고 나서 ‘교황은 이제 필요 없다.’라고 선언하고 지금도 현존하는 황금양털기사단이라고 하는 유럽 최고의 엘리트 귀족 모임의 수장이 됩니다.

4. 황금양털기사단


이 사진에 보면 황금양털기사단에 속했던 가문의 문장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24개의 가문이었다가 70개의 가문으로 늘었고 현재는 51개의 가문이라고 합니다.

좋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부르고뉴Bourgogne에 선량공 필리프 3세Philippe III(1396~1467)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 인물이 황금양털기사단의 설립자이자 1대 수장이었습니다. 선량공 필리프 3세는 예루살렘을 이슬람에 빼앗겼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예루살렘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설에 따라 황금양털기사단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 속 황금양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살펴보면, 이아손Iason이 헤라클레스Heracles와 함께 아르고호란 배를 타고 흑해 동쪽 끝으로 가서 황금양털을 구해 와서 나라를 되찾고 번영하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황금양털을 찾는 기사단이란 의미로 황금양털기사단을 만든 것입니다. 이 기사단이 합스부르크 가문이 넓은 유럽을 지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왕궁이라든지 성에 황금양털기사단의 펜던트가 걸려 있는 곳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황금양털기사단에 속한 멤버가 그 지역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사단의 수장은 붉은 빛깔의 자색 망토를 입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