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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문화산책 | 따스한 인간 꽃을 피운 우리 삶의 이야기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집



    이해영 (객원기자) / 서울관악도장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방안 꽃이 제일이니라. 다른 것은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하면 사랑이 멀어지는 법이나 사람은 볼수록 정이 드는 것이니 참으로 꽃 중에는 인간 꽃이 제일이니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자식을 낳아 보아라, 볼수록 새 사랑이지.” (증산도 도전道典 8:2:5~7)


    들어가며


    혹시 회전문을 보면 왈츠를 추면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밥집에서 우영우 김밥을 시키고 가지런히 놓고서 내용물을 확인해 보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어가 은연중에 나오는가? 내게도 봄날의 햇살 같은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내가 누군가에는 그런 사람인가? 친구들과 만나 우영우식 인사를 하는가? 바다를 보면서 나만의 고래를 찾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아직도 우영우 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중반 대한민국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났다. 자폐自閉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ASD)를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휴먼 법정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고, 사회적인 여러 편견을 허물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따뜻한 드라마였다.

    2024년 배우와 제작진 그대로 시즌 2가 예정되어 있으며 뮤지컬, 웹툰, 대본집 발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영우 신드롬을 이어 갈 예정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래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 우리 K-드라마를 넘어 새로운 K-콘텐츠 영향력과 그 이면에 나타난 우리 시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에 나온 대본집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곱씹어 보려고 한다.

    최고 화제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요인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라는 신입 변호사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맞닥뜨리며 대형 로펌law firm의 일원으로, 우당탕탕 하면서 한 명의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담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데 더 익숙하다.”라고 말하던 인물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여정을 담으며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준 드라마.

    공개 즉시 넷플릭스Netflix 한국 1위,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1위, 대만·일본·멕시코·홍콩 등 전 세계 20개국 넷플릭스 톱 10 1위 기록, 아시아를 넘어 아메리카와 유럽까지 이어져 신드롬을 일으킨 올 최고 화제작이다.

    신생 TV 채널 ENA에서 방영한 첫 회 시청률은 0.9%였지만 2회 만에 2배 이상 상승하였고, 최종화에서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KBS 2 TV 일일 드라마 <황금가면>의 최고 시청률인 17.0%를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2022년 8월 전 채널, 전 장르에서 TV 프로그램을 통틀어 역대 선호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록을 세우며,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는 가히 국민 드라마라고 할 수 있었다.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린 요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의 연기력이 우선 뛰어났고, 출연 배우들 모두 연기 측면에서 비판받을 부분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정명석 변호사 역을 맡은 강기영의 다양한 애드리브도 있는데, 이는 대본집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화에 한 사건을 다룰 만큼 극 전개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이 담백한 맛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매회마다 노인, 성性 소수자, 갑을 문제, 지역개발 문제, 입시 지옥에 시달리는 초등학생 등 사회적 약자에 관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 특히 일부 자폐인 당사자들에게 ‘살아도 된다는 용기를 준 작품’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장애인들에게는 자폐인을 비롯한 다른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선입견을 환기시켜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주인공이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사회에 용감하게 나와 내면의 갇혀 있는 그 무언가를 부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같이 공감하고 희열을 느꼈던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우영우 같은 능력을 지닌 자폐인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비판과 더불어 드라마를 위해 ‘설정된 내용’은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드라마로만 보면 납득이 되는 세계관은 그래도 매력적이다.

    결론적으로 이 드라마 속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고, 상호 존중과 연대와 인간미가 살아 있어, 사람을 존중하는 인존人尊의 따뜻한 세상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으며, 현 사회의 흐름을 잘 읽고, 이를 정교하고 부드럽게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시즌 2를 기다리는 행복한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본집으로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매력


    멈추지 않는 매력을 지닌 이 드라마는 드라마에서 다 보여 주지 못한 그 내면 세계를 ‘대본집’을 통해서 알게 해 주었다. 최근 출간된 문지원 작가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삭제 대본집 내용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보면, 영상에서는 놓쳤던 세세한 부분과 인물들의 서로 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작가가 고심하며 집필한 부분, 주인공 이름을 짓는 과정, 왜 ‘고래’여야 했는지 등 집필 의도와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본집의 백미는 기획 단계부터 각 인물에 대해 상세하게 작성한 등장인물 소개문이다. 드라마 속 매력적인 인물들에 대한 배경 지식과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성격은 어떤지 하는 부분을 알게 되면 드라마가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다.

    총 두 권으로 구성된 우영우 대본집은 문지원 작가가 우영우의 이름을 지은 과정, 우영우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처음에는 고래가 아니었다 등 창작의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마도 드라마 속 대사를 읽다 보면 드라마에서 느꼈던 감동이 다시 한번 찾아올 것이다.

    기러기 토마토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 역삼역! (제1화, 대본집 1권 44쪽)


    우리가 장애를 다루는 방식

    *사람 괄시하는 것이 제일 밉고, 음식 하시하는 것이 제일 못쓰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3:275:20)


    *태모님께서 치성을 맞아 신도들이 현물이나 성금을 가지고 오면 절대로 기록하지 못하게 하시거늘 성도들이 그 이유를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없이 사는 사람 괄시할 일 있냐.” 하시니라. (도전道典 11:191:9~10)


    과거 드라마나 영화 속 장애인 캐릭터는 분명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상황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는 상징적 인물로 표현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모습들이 달라졌다. 주체적으로 상황을 주도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녹아들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영희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우가 대표적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쌍둥이 언니 영희 역을 실제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겸 배우인 정은혜가 연기했다. 영희는 옴니버스omnibus 형태로 꾸며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당당히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했다. 더 이상 장애를 ‘연기’하지 않았다. 정은혜의 드라마 출연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고, 이런 장애를 가진 가정의 마음에 공감하고 몰입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장애인들을 잘 만나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도 이해해. 영희 같은 사람 못 봤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눈이 가겠지. 근데 왜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 길거리에서 못 보는지 알아? 나처럼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영희 같은 애들 시설로 보냈으니까. 한때 나도 같이 살고 싶었어. 근데 같이 살 집 얻으려고 해도 안 되고 일도 할 수 없고. 영희, 어쩌면 일반 학교에서 계속 공부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었어. 근데 일반 학교에서는 거부하고 특수 학교는 멀고 시내 가까운 데는 특수 학교 못 짓게 하고, 어쩌라고!

    - <우리들의 블루스> 15회 영옥(한지민 분扮)이 정준(김우빈 분)에게 다운증후군 언니인 영희(정은혜 분)에 대해 속마음을 토로하면서 하는 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영우가 사회와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를 보여 준다. 드라마 속 영우는 단지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 회사에 취업하고 사내 연애도 하면서 같은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작품 속에 존재한다.

    그를 질투하고 못마땅하게 하는 인물도 등장하지만, 스스로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이에 절대 굴하지 않는다. 특히나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서 ‘너’를 받아들이며 성장을 이루어 냈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같은 스토리라고 하지만, TV 드라마가 원래 현실을 기반으로 우리의 판타지를 표출하는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문제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共存하는 상생相生의 세상을 보여 주고 이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장이 펼쳐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영우를 알아보자
    영우 :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제3화, 1권 212쪽)

    영우 : 자폐를 최초로 연구한 사람 중 하나인 한스 아스퍼거는 자폐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말했어요.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모든 것이 반드시 열등한 것은 아니다.’, ‘자폐아들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험으로 훗날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 (제3화, 1권 211쪽)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영우는 스스로를 영리할 영怜에 어리석을 우愚가 더 울린다고 독백한다. 영리하고 어리석은 우영우(禹英祐,怜愚 1권 71쪽)라고 하면서. 그만큼 영우는 범접하기 어려운 강점과 함께 일반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소소한 약점을 한 몸에 지니고 있다.

    IQ 164의 지능과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 선입견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내는 게 영우의 강점이다. 여기에 기본적인 도덕심을 갖추었으며 정의롭고 귀엽다.

    반면 상대방 눈을 선뜻 맞추지 못하고 남의 기분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분위기를 읽어 내지 못하며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쿠션어를 전혀 쓸 줄 모른다. 낯선 공간을 두려워하고 건물 회전문에 진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감각이 예민해 종종 불안해하고, 몸을 조화롭게 다루지 못해 걷기, 뛰기, 신발 끈 묶기, 회전문 통과 등에 서툴다. 자폐 스펙트럼 외부와의 소통에 애를 먹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 영우는 흥미롭다. 깊은 내면을 가진 그는 극 중후반 이후에는 자신의 내면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마지막 회에서 회전문 통과에 성공하고 그가 느낀 감정이 ‘뿌듯함’이었다는 점에서 내면적인 자기 극복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럴 수 있는 요인은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영우와 주변 사람들과 관계


    {#*그 작배作配는 저희들끼리 스스로 지은 것이라 하니 대저 부모가 지어 준 것은 인연人緣이요, 스스로 지은 것은 천연天緣이라. 인연은 오히려 고칠 수 있으되 천연은 고치지 못하는 것이거늘 이제 인도에 거스르고 천연의 의를 저버리니 어찌 천벌이 없으리오. (도전道典 3:173:14~15)#]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했을 때, 우광호(전배수 분)가 ‘분식집을 부업으로 하는 전업 아빠’인 비혼부非婚夫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서울대 법대 후배인 태수미(진경 분)와 사랑에 빠졌고, 서툰 연애에 덜컥 아이를 가졌다. 법조계 명문가 딸 수미는 자신의 인생에서 광호와 아이를 지우고 싶어 했다. 이에 광호는 수미에게 간청하였다. “아이는 죄가 없다. 지우지 말고 낳아만 달라. 그러면 내가 아이를 데리고 법조계를 떠나 조용히 살겠다.” 고심 끝에 수미는 아이를 낳았고, 광호는 그 아이를 데리고 수미 곁을 떠났다.

    헌신적인 아버지로 살았던 광호는 아이의 이름을 영우라 지었다. 꽃부리 영英에 복 우祐. 꽃처럼 예쁜 복덩이였지만, 키우기 힘든 아이였다. 영우는 아기 시절 광호와 눈을 맞추지 못했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10대 때는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 늘 왕따였다.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세 들어 살던 집의 주인이 광호를 오해해 때리자 ‘상해죄’를 외치며 첫마디를 뗀 영우였다. 영우는 책을 전부 외웠고, 광호가 대학 시절 봤던 법률 서적을 좋아했다.

    좌충우돌 애지중지 고생하며 키운 딸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듯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입학이 어렵다고 소문난 서울대 로스쿨law school에 당당히 진학한다.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거대 로펌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우광호의 꿈이었을 변호사를 이제 영우가 달성한 것이다.

    자폐를 가진 상태로 보수적이고 엄격한 법조계에 뛰어들었지만 영우는 건강한 사회인이자 변호사로 성장했다. 마지막 회에 우영우 김밥집에서 법무법인 한바다 ‘정규직’ 변호사가 된 영우와 대화하면서 우광호는 훌쩍 커 버린 딸을 발견하게 된다.

    (아침에 우영우 김밥을 먹으면서 아침에 느낀 새로운 감정에 대해 묻는 영우에게 우광호는 기쁨, 자랑스러움, 기특함, 대견함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 본다.)

    광호 : 내 딸이 한바다의 어엿한 정규직 변호사라니, 아빠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음?

    영우 : 제가 찾는 정답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영우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영우가 분식집 밖으로 나간다. 멀어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광호가 나직하게 말한다.)
    다 컸네, 우리 딸.
    (제16화, 2권 585~586쪽)


    국내 작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미혼모(비혼모)’가 아닌,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부(비혼부)’ 소재는 굉장히 새롭다. 그리고 극 중 우영우가 홀로 자신을 키운 아버지를 향해 전한 진심은 가족 관계와 결혼 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영우 : 저는 결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폐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식을 한다면 ‘동시 입장’을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배우자에게 저를 넘겨주는 게 아니라 제가 어른으로서 결혼하는 것이니까요. 아버지는 ‘미혼부’라 결혼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제가 결혼한 뒤 혼자 사시기보다는 결혼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광호 : (피식) 우리 영우 …… 많은 생각을 했구나.

    혼자 남겨진 광호의 기분이 묘하다. 갖가지 감정에 왠지 눈물이 난다. 눈물을 삼키며 김초밥을 먹는 광호. (제2화, 1권 164쪽 ~165쪽)


    우영우의 ‘서브 아빠’, 정명석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영우의 멘토mentor는 정명석 변호사다. 명석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일명 소년 등과)하고 국내 2위 대형 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에서 일하는 시니어 변호사다.

    일에 너무 몰두하여 아내와 이혼하고 건강도 나빠졌지만, 똑똑하고 부지런하며 실력 있고 합리적인데다 배울 점이 많은 상사다. 부하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멘토링을 해 주는 상사로 한바다 대표 한선영(백지원 분)의 두터운 신임도 받고 있다. “장애가 있다고 일 못하는 것을 배려해 주지 않겠다. 오히려 더 제대로 가르치겠다!”라는 마음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이끌어 준다.

    정명석은 이상적인 상사이다. 특히 영우에겐 그렇다. 오죽하면 별명이 ‘서브 아빠’일까? 정명석은 극 초반엔 우영우의 능력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곧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우영우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며, 영우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그의 방식을 따라 주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준다.

    드라마 제6화에서 명석은 탈북자 계향심의 변호를 하던 중 ‘정의로운 의사들의 모임’ 임원 권병길을 증인석에 앉힘으로써 결국 한바다의 고객으로 만드는 데 실패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공익 사건 하다가 수십억짜리 고객을 놓쳤다고 격하게 힐난하는 동료 시니어 변호사 장승준(최대훈 분)의 화를 온몸으로 받아 막은 후, 죄송해하는 영우와 최수연에게 명석은 이렇게 말한다.

    명석 : 이게 내 잘못도 맞고 나 지금 되게 쪽팔린 것도 맞는데 …… 그래도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라고 생각하진 말자.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더라도 …… 암튼 열심히 하자.


    멘토라고 가르치려 들거나 권위주의에 빠져 있지 않고,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면서 부드럽게 상대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진정한 멘토의 모습을 명석에게서 엿볼 수 있다.

    우영우의 친구 둘 - ‘동 to the 그 to the 라미’와 봄날의 햇살 최수연

    *하루는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지혜로운 한 사람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가난으로부터 구제하고 나라의 인재로 만든 옛 이야기를 들려주신 후에 말씀하시기를 “친구를 잘 두면 보배요, 못 두면 수난이라. 친구를 삼으려면 아주 삼아야 하고 같이 죽고 같이 살기로 삼아야 하느니라. (도전道典 8:49:1~3)

    *형제가 환란이 있는데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해四海 내에는 다 형제니라. (도전道典 8:93:5)


    우리 영우에게는 진정한 친구 두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친구는 동그라미(주현영 분). 성이 동董씨로 희귀한 성씨다. 동그라미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자기 멋대로 하는, 소위 ‘또라이’로 불리는 친구다.

    둘은 고등학교 때 만났는데, 전교 1등 ‘찐따(과거에 장애인을 비하하며 부르던 용어)’ 혹은 ‘자폐’로 불린 영우를 괴롭히는 동급생을 혼내 주면서, ‘또라이’와 ‘찐따’는 한 쌍이 되어 험난한 학교생활을 함께 헤쳐 나갔다.

    그라미는 영우의 사회생활과 대인 관계에 대한 고민을 듣고 머리를 맞대며 해결책을 알려 주는데, 그냥 응원을 하게 된다. 또한 동그라미는 “우 to the 영 to the 우”, “동 to the 그 to the 라미”로 주고받는 전설의 우영우식 인사법을 같이하는 친구다.

    영우의 또 다른 친구는 서울대 로스쿨 동기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 분)이다. 밝고 따뜻하고 긍정적이며 착하다. 주변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다. 하지만 로스쿨이나 로펌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살기 참 피곤하다는 생각을 한다.

    악착같이 경쟁해야 하는 현실과 남을 도우려는 본성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천성이 착해서 영우의 부족한 점들이 먼저 보여 자기도 모르게 큰언니처럼 영우를 챙기고 도와준다. 이런 최수연에 대해서 영우는 슬쩍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영우 :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 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 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 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담담하게 늘어놓는 영우의 말에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수연. (제5화, 1권 358쪽)


    그리고 우영우의 엄마 태수미
    *뱃속 살인은 천인공노할 죄악이니라. 그 원한이 워낙 크므로 천지가 흔들리느니라. 예로부터 처녀나 과부의 사생아와 그 밖의 모든 불의아의 압사신壓死神과 질사신窒死神이 철천의 원을 맺어 탄환과 폭약으로 화하여 세상을 진멸케 하느니라. (도전道典 2:68:2~5)


    태수미는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선하게 보일 수도, 악하게 보일 수도 있다. 부, 명예, 좋은 집안, 미모에 실력까지 다 갖추고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다녔던 20대 초, 남자답고 씩씩한 우광호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덜컥 아이를 가졌다. 임신을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고, 광호에 대한 사랑도 식어 버렸다. 영우를 지우려(?) 했지만, 광호를 진심으로 사랑한 그녀는 광호의 부탁에 따라 아이를 낳아 보내 줬다.

    이 부분은 8회 소덕동 이야기 2에서 자세하게 나온다. 태수미는 아들 최상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게 원칙대로 혼내면서 키운 어머니이기도 했으나, 법무부 장관이 되려는 출세욕 앞에서 아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잘못도 시도하는 등 혹은 선하기도 혹은 악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영우와 아버지가 다른 동생 최상현은 국민 80%의 개인 정보를 탈취하는 범죄자가 된다. 자신의 커리어career에 눈이 먼 태수미는 법무부 장관이 되기 위해 자식의 범죄를 덮으려 든다. 하지만 태수미의 의도와 달리 상현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수하고자 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나 영우를 만나 도움을 청하는데, 이에 영우는 태수미를 찾아가 설득을 한다.

    여기서 영우는 눈도 잘 못 맞추며 어눌하게 말하지만 진심을 전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린다.

    영우 : 길 잃은 외뿔고래가 흰고래 무리에 속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외뿔고래와 같습니다.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우리 영우는 생각이 깊고, 계속 성숙해지고 있었다.

    영우 : 최상현 군은 태수미 변호사님이 좋은 엄마라고 믿고 있습니다.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제대로 혼을 내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그런 어머니라고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나의 엄마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식의 믿음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 최상현 군은 상처 입을 겁니다. 그 상처는 무척 아프고 오랫동안 낫지 않아요.


    상현의 대한 이야기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가 뒤엉켜 있는 영우의 말. 이를 듣는 수미의 마음이 아프다.

    영우 : 저에게는 좋은 어머니가 아니었지만 최상현 군에게만큼은 …… 좋은 엄마가 되어 주세요. (제16화, 2권 570~571쪽)


    영우가 생모 태수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역시 진심을 전했다. 처음 만나지만 핏줄이나 천륜은 그 무엇도 거역할 수 없음을 보여 주었으며,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명장면이기도 하였다.

    영우 : 아버지한테서 독립해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 한바다를 떠나려고 했던 건데, 기껏 아버지를 떠나 …… 어머니의 회사로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것도 나를 낳았지만 나를 버렸고 지금도 날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어머니한테요.


    영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란 단어에 수미가 감전된 듯 움찔한다.

    수미 : 저기, 나를 …… 원망했니?


    영우의 눈빛이 흔들린다. 대답을 하다가는 자칫 감정적으로 무너져 버릴까 봐, 마음을 다잡는다.

    영우 : 소덕동 언덕 위에서 함께 느티나무를 바라봤을 때 …… 좋았습니다.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1권 570~571쪽)


    정직하고 성실하며 정의로운 우영우 변호사


    이 드라마는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우영우가 대형 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의 변호사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영우와 한바다의 변호사들이 ‘한 화에 한 개씩의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이다. 매화 흥미진진한 새 사건이 도전장을 내밀면, 우리의 주인공은 언제나처럼 멋지게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보는 쾌감, 즉 ‘에피소드 중심의 휴먼 법정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

    1화 모두冒頭 진술에서 영우는 이렇게 발언한다.

    영우 : 모두 진술에 앞서 ……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권 77쪽)


    드라마 속 영우는 고집스러울 만큼 정직하고 성실하며 정의롭다. 또한 뛰어난 기억력으로 ‘법’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많이 알고, 맡은 사건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이 있다. 법률가에 대한 꿈을 가진 이라면 한 명의 롤 모델role model로 삼을 만큼 매 화마다 영우가 변호사로서 가진 장점을 충실히 표현되도록 드라마는 짜여 있다.

    또한 선악의 판단은 지금의 실정법 아래에서는 판사에게 맡기고 의뢰인의 이익과 상충되는 행동을 펼칠 수 없는 변호사적 윤리 입장과 변호사도 사람이니 선악 판단을 하여 변호할 대상을 가려 해야 하고 의뢰자의 이익과 반하는 행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념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혼자 사무실로 돌아온 영우.
    벽에 걸린 해바라기 그림 액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금강ATM 사장 진종의 손 편지와 테이프를 꺼내 벽으로 간다. 해바라기 액자를 떼어 내고 그 자리에 편지를 붙이는 영우.
    ‘변호사님은 소송만을 이기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진실을 밝히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까?’ 다시는 이 편지 앞에 부끄러운 변호사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이 영우의 담담한 눈빛을 통해 전해진다. (1권 366쪽)


    이런 변호사 우영우의 고민은 12화 ‘양쯔강 돌고래’ 편에서 자신이 믿는 사회 정의를 위해 변호해야 한다는 성향을 가진 류재숙(이봉련 분) 변호사를 만나면서 한층 더 건설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이는 앞으로 변호사 우영우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는 암시이며, 우리가 시즌 2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우 : 변호사는 변호하는 사람입니다.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뢰인의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입니다. 어느 의뢰인의 편에 서는 것이 더 멋있느냐에 대한 가치 판단은 변호사가 할 일이 아닙니다.

    재숙 : 하지만 변호사는 사람이잖아요. 판사나 검사하고는 달라요.

    영우 : 네?

    재숙 : 같은 ‘사’ 자 돌림이라도 판사랑 검사는 ‘일 사事’ 자를 쓰지만 변호사는 ‘선비 사士’ 자를 쓰죠. 판사랑 검사한테는 사건 하나하나가 그냥 일일지 몰라도 변호사는 달라요. 우리는 선비로서, 그러니까 한 인간으로서 의뢰인 옆에 앉아 있는 거예요.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당신 지지한다.’ 그렇게 말해 주고 손을 꽉 잡아 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 거죠. 그러려면 어느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자기 자신한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2권 282쪽)


    작가 소개 - 문지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쓴 문지원은 1982년 임술년 인천에서 태어난 대한민국의 시나리오 작가이다. 열세 살 때 영화 <그랑 블루>를 보고 ‘아, 나도 뭔가 저런 걸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한 이후, 지금까지 ‘뭔가 저런 걸’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영화 <증인>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증인>에서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증 소녀 지우(김향기 분)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 줬다. 영화에서 지우는 “엄마, 나는 변호사는 할 수 없을 거야. 자폐니까. 하지만 증인은 할 수 있어.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라고 했었다.

    문 작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또 한 번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증인>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결해 보는 시선도 많다. <증인> 속 지우의 꿈이 다른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마치 지우가 성장해 영우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두 작품 속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두 캐릭터는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우를 알아 가는 법 - 고래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극 중 사용되는 고래 CG 또한 퀄리티가 매우 높다. 상당한 액수의 제작비가 여기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고래는 극 중 영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소재로 선택되었다. 고래는 생김새부터가 아름답고 멋있어서 드라마의 미장센mise-en-scène(화면 구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가 컸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이다. 영우는 1화에서 이 부분을 고래 퀴즈로 알려 주었는데, 한바다 로펌에서 영우는 고래처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암시하고 있다.

    고래로부터 사건 해결의 영감을 받기도 한다. 극 중 나오는 고래 중 향유고래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Dick』에서 나오는 백경白鯨이다. 성격이 공격적이고 최상위급 포식자인 특징이 있고, 유대감이 깊어서 잘 따라오지 못하는 동료를 버리지 않고 기다리며 도와준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흑등고래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나 출근할 때 나온 고래로, 모성애가 강해서 24시간 내내 옆에 두고 보호해 준다. 이런 모성애를 악용한 인간에 의해 대대적인 학살을 당했다. 영우는 6화 ‘내가 고래였다’ 편에서 무표정하게 엄마 이야기를 한다.

    영우 : 고래 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수연 : 어휴, 하여간 인간들이란 ……

    영우 :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그 밖에 모계 사회를 형성하면서 무리 지어 다니며 다른 종류의 고래나 돌고래를 잡아먹는 범고래와 지구상 동물 중 가장 큰 대왕고래 등이 등장했다. 고래에 대해 알아 가면서 우리는 영우의 내면세계를 좀 더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덕동을 지키는 당산나무

    드라마 7~8화 ‘소덕동 이야기’는 1개 사건을 2화에 나누어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서 영우의 출생 비밀이 드러나고 생모 태수미와 첫 대면을 하기도 한다. 행복로 도로 건설로 인해 동네가 관통당해 버려서 이를 막으려는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도로구역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벌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소덕동을 지킨 것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당산나무다.
    이 당산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소송에 유리해졌다.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노력한 영우는 ‘이 나무는 오랜 세월 주민과 함께해 온 당산나무로 정신적 가치와 아름다운 모습이 하나 되어 지정된 것’이라 말한다.

    주택가 너머 야트막한 언덕 위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온 마을을 품을 것처럼 넓게 드리워진 가지와 잎이 예사롭지 않다. “와 ……” 영우가 조용히 감탄한다.

    (“나무가 위풍당당한 게 최소한 보호수라도 되어야 할 거 같다.”는 명석의 말에)

    한수 : 무관이면 어떻습니까? 소덕동 사람들 중에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놀지 않은 사람 없고, 기쁜 날 나무 아래서 잔치 한 번 안 열어 본 사람 없고, 간절할 때 나무 향해 기도하지 않은 사람 없어요. 감투 하나 못 썼지만 우리 마을 지켜 주는 당산나무입니다. 뭐 …… 행복로 들어서면 저 친구도 잘려 나가겠지만요.

    (이어 소덕동 언덕 위 느티나무 아래 넓은 그늘 아래, ‘소덕동 테레사’의 식혜를 마시며 ‘소덕동 유진 박’의 연주를 들은 변호사들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현수 : 변호사님들한테 소덕동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 줄까, 우리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종이에 적힌 숫자로만 놓고 보면 소덕동은 참 초라한 동네예요. 주민 수도 적고 땅값도 싸니까요. 그런데 직접 와서 보면 그렇지가 않거든? 김장훈도 살고 손흥민도 살고 테레사 부녀회장도 살고 유진 박도 사는 대단한 동네입니다. 보호수도 못 되는 주제에, 이 느티나무는 또 얼마나 멋있습니까? 그렇게 막 밀어 버려도, 막 사라져 버려도 괜찮은 동네는 아니란 말입니다.


    극 중에 나온 나무는 실제로 경상남도 창원에 소재한 팽나무라고 한다. 대본집에서는 느티나무라고 되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팽나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나무를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옛적 마을마다 있던 당산堂山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소덕동을 지킨 당산나무의 원형은 옛적 환국부터 시작하여 환웅천황의 배달국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환국의 우주 광명 문화인 신단수神壇樹 문화를 환웅천황께서 배달국을 여시면서 가져온 것이다. 이는 지상의 인간과 천상의 상제님을 하나 되게 매개하는 가장 성스러운 나무를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당산나무는 이 신단수의 후손이며, 마을의 당산나무는 곧 그 마을의 신단수라 할 수 있다.

    배달국 신시 시대 이래 민간에서는 가장 큰 나무를 택해 환웅상으로 삼고 제사를 지내 왔다. 이 신수神樹를 ‘웅상雄常’이라 한다. 상常은 항상 임재하신다는 뜻으로 우주 광명 문화, 신단수 문화를 열어 주신 환웅천황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신을 지상에서 맞이하는 제천 행사를 신단수에서 갖기도 하였는데, 우리가 아는 ‘당산제堂山祭’가 그 문화라 할 수 있다. 이 신단수 문화는 우주나무 또는 세계나무 등으로 전 세계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데, 이웃한 일본의 신사神社 문화에서 그 특징을 잘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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