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드라마 <환혼> 분석(2) - 대호국의 상징 코드code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들어가는 글


<환혼>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뒤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이다.

20부로 편성된 파트 1은 높은 화제를 불러 모았고, 파트 2는 10부작으로 제작돼 오는 12월 방송 예정이다. 지난 글에서는 드라마 내용 중 수기水氣, 호흡법呼吸法, 정단精丹 등을 소개하며 작가진이 얼마나 상생방송과 증산도 신선도통수행법을 차용했는지 분석해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증산도 도전道典과 환단고기桓檀古記, 천부경天符經과 우주수학宇宙數學, 북두칠성北斗七星 등을 얼마나 배경에 깔고 있는지를 분석해 본다.

혼을 분리하는 시해선 이야기


<환혼> 전체에서 최고의 고수인 마의 이 선생은 100세가 넘었음에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데 15화에서 이유가 밝혀졌다. 과거 면벽 수련을 하느라 잠시 육신에서 혼이 빠져나온 사이 제자 허염이 그가 숨을 거둔 줄 알고 화장해 버려 어쩔 수 없이 근처 마을에서 동사한 거지 아이의 몸에 환혼한 것이다. 이 마의 이 선생의 일화는 증산도 『도전道典』에 나오는 ‘진묵대사의 참혹한 죽음과 서양문명 개척’ 내용을 참고한 것이라 본다.

이 선생 : 멈추어라! 이 경박한 놈. 네가 벌써 내 몸을 다 태워 버렸구나. 하마터면 내 지팡이까지 태워 먹을 뻔했구나. 에잇, 이 어리석은 놈! 나는 백 일의 면벽 수련 끝에 환수의 경지를 시험하려 잠시 몸에서 혼을 빼어 나왔던 것이다. 육신이 타고 있어 급히 다른 몸에 들어 달려왔는데 이미 늦었구나.

허염 : 그럼 이 애기 몸에 계신 분이 정말 스승님이십니까?

이 선생 : 그래. 허염 네놈 스승 이철이다.


여기서는 제자의 실수로 몸이 불태워지자 다른 몸에 들어가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상상력에 의해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에도 있고, 상제님 도전道典 말씀에도 있다.

진묵대사震默大師는 조선 중기 명종 17년 임술년(1562)에 태어나 인조 11년 계유년(1633) 10월 28일에 세상을 떠난 고승으로 고려 말 공민왕 때 나옹懶翁대사와 더불어 석가모니 후신불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진묵이 상좌上佐에게 단단히 이르기를 ‘내가 8일을 기한으로 하여 시해尸解로 천상에 다녀올 것이니 절대로 방문을 열지 말라.’ 하고 떠나거늘 …… 봉곡이 잠시 당황하다가 문득 진묵이 시해로 어디론가 갔음을 알아차리고 ‘서기를 못 받을 바에는 차라리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상좌에게 ‘어찌 시체를 방에 숨겨 두고 혹세무민하느냐! 중은 죽으면 화장을 해야 하느니라.’ 하며 마침내 마당에 나무를 쌓고 진묵의 시신을 화장하니 어린 상좌가 울면서 말리거늘 봉곡은 도리어 화를 내며 상좌를 내쳤느니라 …… 진묵이 소리쳐 말하기를 ‘내가 각 지방 문화의 정수를 거두어 모아 천하를 크게 문명케 하고자 하였으나 이제 봉곡의 질투로 인하여 대사大事를 그르치게 되었으니 어찌 한스럽지 않으리오. 나는 이제 이 땅을 떠나려니와 봉곡의 자손은 대대로 호미질을 면치 못하리라.’ 하고 동양의 도통신道通神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건너갔느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138)


진묵대사가 천상 문명을 지상에 이식하기 위해 ‘시해선尸解仙’(현대적 용어로 유체이탈)으로 천상에 올라간 사이에 김봉곡(조선 선조 때의 유학자)의 시기심과 질투로 인해 대사의 육신은 불타서 사라지고 말았다. 상제님께서는 진묵대사를 해원시켜서 선경 건설에 역사케 하셨다. (증산도 도전道典 4:14 진묵대사를 선경 건설에 역사케 하신 구절 참조)

또 달마대사達磨大師의 전설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달마는 남인도 향지국香至國의 셋째 왕자로, 후에 대승불교의 승려가 되어 선禪에 통달한 뒤, 대승선을 제창하여 중국으로 건너가 선법을 전파했다. 달마는 원래 잘생긴 풍모의 사람이었으나 유체이탈하여 도력을 펼치던 도중 다른 도사가 자신의 육체를 강탈해 가는 바람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 *달마대사의 환혼설 참조(『달마를 말하다』 참고)

이러한 내용을 드라마에 적용해 보면 달마대사의 이 일화도 ‘환혼’인 셈이다. 필자는 홍 자매 작가진이 진묵대사의 육신이 불태워진 도전 속 말씀과 달마대사의 혼을 옮겨 간 일화 둘 다를 15화에 녹여 냈다고 본다.

대호국의 최대 기관, 송림 이야기


드라마 대호국에는 송림, 천부관, 진요원 등의 기관들이 존재한다. 그중 송림은 대호국 최대 기업이라고 하고 상단과 의료 기관인 세죽원, 술사들의 교육 기관인 정진각, 훈련각 등이 속해 있다. 송림 안에서 영화 <닥터스트레인지>의 카마르 타지를 연상시키는 훈련 장면이 나온다.

입구로 들어갈 때 ‘송림’이라는 자막이 보이는데 소나무 여러 그루가 같이 보인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넣었을 것이라 본다. 한자 자막은 없지만 ‘송림松林’, 즉 소나무 숲을 의미할 것이다. 이곳은 술법, 즉 도술을 연마하는 곳이다. 따라서 송림은 소도蘇塗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소도의 상징이 솔나무이다. 솔방울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데, 솔이 소도 나무를 상징한다. - 2018년 4월 15일, 종도사님 도훈


종도사님께서는 ‘우리 머리의 송과체松果體는 우주의 삼신상제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차원 관문’이라고 하셨는데, 이 송과체가 솔방울처럼 생겼다. 또 『환단고기桓檀古記』에는 삼신상제님을 수호하는 관직인 ‘낭郞’들이 있었고, 낭들은 소도에서 삼신상제님께 올리는 제사를 주관하였으며 신교의 가르침을 받들고 경당扃堂에서 문무에 정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드라마에는 송림 안에 최대 교육 기관인 정진각과 의료 기관 세죽원이 있다. 극 중 송림을 ‘소도’로 본다면 정진각은 ‘경당’으로 볼 수 있다. 단군조선 시대의 경당은 인류 학교 문화의 고향이다. 완전히 『환단고기』 기록에 맞춘 설정이다.

단재 신채호는 “아사달阿斯達은 이두문에서 ‘스대’로 읽었는데, 고어古語에 ‘송松(소나무)’을 ‘스’라 하고 ‘산山’을 ‘대’라고 하였다. 지금의 하얼빈哈爾濱에 있는 완달산完達山이 곧 아사달이다.” 라고 하였다. (박병식, 『한국상고사』, 36~37쪽)


신채호 선생은 단군조선의 수도였던 아사달이 소나무 산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이 모든 내용들이 소도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진은 환단고기의 핵심 코드를 이처럼 알짜만 쏙쏙 뽑아서 드라마 설정 곳곳에 참으로 영리하게 배치하고 있다.

7수와 북두칠성 이야기


병든 몸을 가진 왕(극 중 첫 번째 왕, 고성)은 천부관의 관주 장강에게 7일만 서로 혼을 바꾸자고 명한다. 장강은 왕의 명이라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환혼술을 펼쳐 보인다. 환혼술이 진행될 때도 역시 물속(수기)에서 두 사람의 혼이 바뀌는 것으로 묘사된다. 7일이 지나고 다시 몸이 바뀌자 왕은 이렇게 말한다.

“꿈같은 7일을 보내고 가는구나.”(- 대호국 전왕前王 고성)


왕의 이 대사는 7수를 확실히 다시 한번 내세우는데, 북두칠성에 관한 드라마 설정에서 더 확실히 7수를 보여 준다.

“이곳 천부관에는 모든 밤의 별자리들이 기록되어 있단다.”(- 낙수의 아버지)


낙수의 아버지는 별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천부관 수성직 술사였다. 그가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기옥형璿璣玉衡처럼 생긴 구체 아래 물이 담긴 우물에 천문도를 띄우자 하늘에 천문도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선기옥형은 천체의 위치와 운행을 관측하던 기구로 북두칠성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북두칠성의 제1성에서 제4성까지를 선기璿璣라 하고, 제5성부터 제7성까지를 옥형玉衡이라 부른다. 

『도전道典』 5편 196장에서 상제님은 선기옥형 도수를 보셨는데 이는 ‘군사부일체의 새 시대를 여는 인사 문제’에 대한 내용이다. 이 드라마에서도 제왕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세상에 왕이 될 사람이 나옴을 암시하고 있다.

천기를 담는 칠성 중앙에 뜨는 별은 대호국 물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 담기는 날에 모습을 드러낸다. 나의 아들이 그 별 아래에서 태어날 것이다. – 1화 대호국 전왕前王 고성의 말


드라마에서 북녘 하늘에 북두칠성이 떠 있는 장면이 보인다. 그리고 칠성의 국자 모양 중앙에 커다랗고 밝은 별이 보인다. 이런 장면들은 우주 변화 원리의 기본 개념들을 모르고는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칠성은 숫자 7이다. 그런데 그 별자리를 보기 위해 아래 우물, 즉 물 위에 석판을 띄운다. 물은 오행 원리상 1과 6이라는 숫자가 붙는다. 1·6수 물에 석판을 띄우자 칠성이 나온 것은 7=1+6, 즉 7화火와 1·6(수水)라는 개념을 알아야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19화에서 주인공 장욱은 얼음돌(조화를 부리는 신물)의 결계結界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수기를 전부 써 버린다. 그러자 사람들을 가둔 결계가 사라지면서 비가 되어 내린다. 이때 장욱은 영적인 신비 체험을 하는데, 별처럼 밝게 빛나는 얼음돌을 손에 들자 자신을 중심으로 칠성 별자리가 펼쳐진다. 자신이 하늘의 칠성 국자 모양 안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장욱 자신이 제왕성인 것이다. 모든 술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하늘에 칠성과 그 중앙의 제왕성이 뜨자 모두들 놀라워한다. 이 장면은 드라마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이면서 예언이 이뤄지는 장면이다.

“제왕성이다. 제왕성이 떴어.”(- 호연법사)


“하늘에 있는 모든 별[성신星辰]은 칠성이 주장하느니라.”(도전道典 4:141:2), “북두칠성이 내 별이니라.”(3:89:6)고 하신 증산 상제님의 말씀과 같이 칠성은 우주를 경영하는 통치자 하나님이신 상제님이 계신 별이다. 때문에 칠성은 천상 별들의 황극皇極 자리로서 건곤천지乾坤天地와 일월日月, 오행五行 기운을 다스리는 우주의 중심별이다.

팔괘와 낙서, 천부관 이야기


극 중 천부관은 대호국 내의 천기를 살피고 기록하는 왕실 직속 기관이다. 이름이 천부관인 것으로 보아 천부경天符經의 상징을 쓰려 한 것 같다. 천부경 코드를 썼다는 다른 증거는 또 있다. 천부관 입구에 낙서洛書와 팔괘八卦 상징의 깃발이 있다. 천부관 부관주의 방에도 원십자原十字를 상징하는 아亞 자 문양과 역시 낙서, 팔괘 상징이 있다.

우주 통치자 삼신상제님께서 환국 때 인류 최초의 우주론 경전 천부경天符經을 내려주셨고, 배달국 초기에 환웅천황이 삼일신고三一神誥를 내려 주셨는데, 5세 태우의 환웅의 막내아들, 곧 열두 번째 왕자님 태호복희씨가 천부경을 도통해서 1~10수를 동서남북에 배치해 상생의 법칙을 보여주는 하도河圖가 나왔다.

자연의 법칙에는 상생相生을 성립시켜 주는 상극相克의 이치가 있다. 천부경과 하도에 정통했던 시조 단군왕검께서 우주 상극의 이치를 밝힌 낙서洛書를 완성하여 우임금에게 내려 주셨다. 하도에서 우주 봄철의 팔괘도인 복희팔괘伏羲八卦가 나왔고, 주나라 창건자 문왕이 낙서를 근거로 밝힌 우주 여름철의 팔괘도 문왕팔괘文王八卦가 나왔으며, 충청도 연산에서 김일부가 완성한 우주 가을철 팔괘인 정역팔괘正易八卦가 나왔다.

환국·배달·조선 7천 년 역사에서 동방 인류의 창세 역사의 황금시절에 나온 천부경, 하도, 낙서와 복희팔괘·문왕팔괘·정역팔괘라는 삼역괘도三易卦圖의 정수를 뽑아서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안운산 태상종도사님께서 완성하신 ‘우주 일 년宇宙一年’ 도표이다. 이것이 우주수학宇宙數學의 성립 과정이다.

드라마 <환혼>은 이 우주수학에서 특히 낙서와 팔괘를 상징으로 쓰고 있는데, 드라마의 세계관이 발해 유민의 이야기라고 하면서 실제 역사가 아닌 에스에프SF로 가상 세계를 그리고 있는 만큼 낙서와 팔괘도 원본 그대로를 쓰고 있지 않다.

천부관 안에 있는 디자인을 보면 문왕팔괘를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키고, 그 상태에서 좌우를 뒤집었다. 팔괘 바깥에는 낙서 그림이 있는데 이 낙서도 180도 뒤집었다. 현실 세상에는 없는 판타지 세상, 일종의 평행우주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를 추구해 진리 상징들을 비껴 쓰긴 했지만, 우주 여름철의 분열 성장하는 원리를 나타내는 문왕팔괘를 썼고, ‘인간 역사가 후천의 완성 세계를 향해 발전해 가는 성장 과정의 원리’를 담고 있는 낙서를 썼다. 드라마는 환혼술을 둘러싸고 영생을 누리려는 세력과의 상극적인 경쟁이 주 내용인데 상극의 이치를 담은 두 상징을 쓴 것은 작가진이 최소한 이 원리를 알았다는 뜻이 된다.

대중에게 이런 상징을 알린 측면에선 작가진에 감사할 만하지만, 반면에 옥의 티라 할 만한 내용도 동시에 있다. 천부관에는 밀실이 있는데 문왕팔괘, 낙서의 상징이 있는 빛나는 결계를 통해 이곳에 들어갈 수 있다. 안에 들어가면 어두운 밀실이 있고 바닥에 역시 문왕팔괘와 낙서 그림이 있다.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천부관 부관주 진무는 소수의 사람들이 영생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고한 백성들을 잡아다 이 팔괘, 낙서의 상징 위에서 수기를 흡수해 죽인다.

상제님의 명에 의해 하늘(천지신도天地神道)에서 자연의 신비를 개명開明할 수 있도록 신물神物로 드러내 준 것이 바로 하도와 낙서인데, 드라마의 이 장면은 진리 상징에 먹칠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있었다. 오징어 게임은 천지의 신성한 상징 원방각圓方角(○□△)을 내세웠으나 역시 사람이 많이도 죽는 게임의 디자인에 썼다. 과연 이런 드라마들은 인류의 원형 문화를 드러낸 공덕이 있는 것일까, 진리를 모독한 죄악을 범한 것일까?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3과 8의 상징 코드 이야기


극중 송림은 결계가 쳐져 있어서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 8각형 모양의 ‘영패’를 8각형 상징에 갖다 대면 두 개의 기둥에 불이 들어오고 송림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낙수는 이걸 보고 이렇게 말한다.

“그건 분명 송림의 결계를 풀고 들어갈 수 있는 영패야.”(- 낙수)


영패는 마패처럼 신분증 역할을 하는데 중앙에 삼태극三太極(3)이 있고 겉은 팔각형八角形(8) 모양이다. 송림의 상징도 영패와 같은 모양이다. 왕의 처소에는 백제금동대향로같이 생긴 향로와 8각형의 그림이 있고, 촛불이 16개가 놓였다. 역시 8수 상징이다. (*환단고기 북콘서트 경주 편 2부 팔관회 설명 참조)

드라마 <환혼>의 상징물들은 <환단고기 북콘서트> 가야 편, 경주 편의 종도사님 말씀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송림이 그러한데, 앞에서 송림은 소도蘇塗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환단고기 북콘서트> 가야 편과 경주 편에 의하면 소도는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올리는 신성한 지역이었는데 모든 신과 부처와 성인의 근원이 삼신상제님이시다.

그런데 그 신선의 상징수가 8수이다. 극 중에서 삼태극 팔각 상징을 통해 송림에 들어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8수가 삼신상제님을 모시는 소도의 상징 송림에 들어가는 열쇠임을 연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군조선의 소도제천蘇塗祭天 문화에서 신라의 팔관회가 나오고 화랑도 문화가 일본에 전해져 하치만八幡 신앙이 되었는데 하치만은 8개의 깃발이라는 뜻이다. 일본에 있는 10만 개 신사 중 46%, 즉 절반이 하치만 신사이다. 그 신사 문화의 뿌리가 우사하치만宇佐八幡 신궁이다. 그래서 우사하치만 신궁은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이라 불린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하치만 신은 한국 땅에서 건너온 응신왕應神王이라고 한다. 이 응신왕은 의려국(서부여)의 태자 의라依羅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최초의 통일 왕조를 건설한다.

“의려국의 왕(의라)이... 마침내 바다를 건너 왜인을 평정하고 왕이 되었다. 스스로 삼신三神의 부명符命에 응한 것이라 하였다.”(-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太白逸史」 대진국본기大震國本紀)


삼신의 부명에 응했다 하여 응신왕이라고 했다. 응신왕 자체가 삼신의 명을 따랐다는 뜻이다. 또한 하치만 신사의 기와에는 삼태극 상징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응신왕을 모신 신사가 8수 상징의 하치만 신사이다. 모든 것이 3과 8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필자는 <환혼> 작가진이 너무도 영리하고 화려하게 환단고기의 3과 8의 심볼을 드라마에 적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환혼還魂’이라는 제목에 담긴 진리코드


이 드라마의 제목 <환혼還魂>은 ‘죽은 이의 넋이 살아 돌아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020년 처음 저작물 등록이 되었을 때는 바꿀 환換 자를 썼으나 추후 제작 단계에서 돌아올 환還 자로 변경되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유추해 본다.

주인공 장욱의 아버지 장강은 대호국 최고의 술사이다. 장강은 병든 임금(대호국 전왕前王 고성)의 명으로 7일 동안 혼을 바꾸는 환혼술을 펼쳐 보인다. 장강의 몸에 들어간 임금은 곧바로 장강의 부인 도화를 취한다. 임금은 자신의 아들이 제왕성의 기운을 받아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알고 최고의 술사였던 장강의 몸과 왕인 자신의 혼을 이은 후손을 낳고 싶었던 욕심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 임금의 명이라 거역하지 못했던 장강은 부인도 빼앗기고, 아들도 잃은 셈이다. 결국 임금은 장강의 씨를 바꾸는 환부역조換父易祖를 범했다.

이렇게 뿌려진 죄악의 씨앗이 커져 드라마가 전개되고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시즌 2로 이어지고 있다. 상제님께서는 환부역조하는 자, 즉 아버지를 바꾸고 조상을 바꾸는 자는 모든 것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가을 개벽철에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크게 경계하셨다.

이때는 원시반본原始返本하는 시대라. 혈통줄이 바로잡히는 때니 환부역조換父易祖하는 자와 환골換骨하는 자는 다 죽으리라.” (증산도 도전道典 2:26:1~2)


드라마 <환혼>은 환부역조의 코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작가진은 『환단고기桓檀古記』와 상생방송, 그리고 증산도 『도전道典』의 중요 키워드를 곳곳에 적절히 배치해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한 가지 설정을 더 소개하겠다.

우리 대호성엔 네 가지 계절에 아름다운 이들이 있는데, 그들을 천하 사계라고 하지. 봄에 생기를 닮은 진씨 집안의 영애, 진초연. 여름에 활기가 넘치는 박씨 집안의 박당구. 황금빛 가을처럼 고결한 서씨 집안의 천재 서율. 그리고 겨울 눈처럼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장씨 집안의 장욱이 있지. 진씨, 박씨, 서씨, 장씨 이 네 집안이 대호국에서 가장 큰 술사 집안이야. 그 자제들이 천하 사계이고. - 1화


1화에서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춘하추동 사계절을 주인공 4명으로 상징시켜 놓았다. 증산도 진리의 핵심은 인간 농사를 짓는 우주 일 년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라마 <환혼>에서 보았던 수기와 정단 만들기, 호흡 수련, 진묵대사의 시해선 이야기, 송림에서 본 소도 상징, 숫자 7과 북두칠성, 천부경과 낙서, 문왕팔괘, 3과 8의 상징, 환부역조 등의 키워드를 보면서 독자들은 확실하게 알았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증산도 진리의 핵심 주제들을 가져다가 뼈대와 살을 만들었다는 것을.

마블(Marvel Comics) 영화들을 제작하는 디즈니에도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세계관으로 만드는 엄청난 팀이 있다고 한다. 마블과 쌍벽을 이루는 DC(DC Comics)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콘텐츠도 그 이야기의 힘이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이미 증명돼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꾼들과 작가들, 감독들은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이야기, 상징 체계를 수집해 진리에 대한 허락을 받은 적도 없이 스리슬쩍 돈을 벌고, 흥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톨릭의 사제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것은 모두 ‘이야기’의 문제다 …… 우리는 아직 멋진 ‘새 이야기(new story)’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이법에 따라 천지가 인간을 내고 길러 성숙시키는 시간의 큰 주기인 우주 1년! 이것이 바로 현대인이 갈구해 온, 대자연과 인간 삶의 문제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새 이야기’인 것이다. 상제님의 천하사 일꾼들은 이제 우주 일 년의 새 진리를 천하 만방에 광포廣布하여 전 인류에게 새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체적인 이야기꾼이 되어야 할 때이다.



참고 【달마대사의 환혼설】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제일 유명한 설은 이러하다. 달마대사가 한 곳을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길가에 가로놓여 있어 사람들이 감히 구렁이를 타 넘어가지 못하고 모여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은 지 오래돼서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달마대사는 악취 나는 구렁이를 치워 주기로 결정했다. 구렁이가 하도 어마어마하게 큰지라 힘으로 들어 올려 내다 버릴 수는 없었다. 대사는 숲속으로 가서 몸을 숨기고 유체이탈로 그의 영혼이 구렁이 몸속으로 들어갔고 구렁이를 움직여 멀리 개천가로 옮겨 놓았다. 그런 다음 자기의 육신을 놓아두었던 숲속으로 돌아가니 자기의 몸 대신 배불뚝이 형상을 한 못생긴 육신이 하나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사가 뱀을 움직이고 있던 시간에 라마승 한 명이 숲속을 지나가다가 잘생긴 육신을 보게 되었다. 평소 자신의 몸이 못생긴 것을 유감으로 생각했었던 라마승은 자신의 것을 벗어 놓고 대사의 육신에 영혼을 넣어 가지고 떠나갔던 것이다. 달마대사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영혼을 라마승의 못생긴 육신 속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그의 형상이 현재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그런 못생긴 모습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참고 【선가仙家의 8수】
3과 8은 하도에서 동방의 목木 기운에 배치된다. 3목이 솟구치는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한다면 8목은 생명의 몸체를 상징한다. 때문에 육체를 갖고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선가仙家에서는 8을 매우 중요한 수로 여겼다. 당나라에 팔신선八神仙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대우주 또한 크게는 팔방위八方位로 펼쳐져 있으며, 그 변화의 몸짓이 여덟 가지 모습[팔풍八風]으로 나타난다.

이 변화의 원리를 보여 주는 것이 팔괘도八卦圖다. 팔괘도는 생장성의 삼수 정신에 따라 복희팔괘伏羲八卦(봄), 문왕팔괘文王八卦(여름), 정역팔괘正易八卦(가을) 세 가지가 있다. 우주는 각 계절의 시간 정신에 맞춰 그 변화 원리를 바꾸는데, ‘가을에 정역 시대가 열린다.’는 말은 우주 자체도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이상적인 생명의 몸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혼>은 수기를 모으는 수행을 통해 몸을 바꾸고 영생하는 주제를 담은 드라마이니, 신선을 상징하는 팔괘의 8수를 일부러 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