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랑 인터뷰 | 콘텐츠 창출자(Creator)이자 문화 전달자(Maven)

[일심포교핵랑]
I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작가 김용호(서울합정도장)

이번 달 태을랑 이야기에서는 『나는 박물관 간다』 책의 공저자인 김용호 도생을 만났습니다. 이분은 1995년도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IT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풍물 동아리에서 전통 악기를 배우면서 우리 문화에 눈뜨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용호 도생은 동암 한동석韓東錫 선생과 단재 신채호申采浩 선생의 여러 저술들을 접하면서 우리 역사 문화의 비전을 꿈꾸기도 했는데요. 여러 단체들과 함께 박물관 탐방 프로그램과 한문화 강연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김용호 도생의 스토리텔링을 시작하겠습니다.


프로필
김용호 Kim Yongho
- I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1995~)
- 한국 박물관 탐방 프로그램(2007~)
- 2016 국립중앙박물관 역사 인문학 탐방 외 다수
- 나는 박물관 간다(2018) / A Trip to the Museums in Korea(2021) 공저자

방송 출연
- 『나는 박물관 간다』 오동석 공저자와 함께 온라인 강연 8회
- 한국의 상징 태극기와 신라 황금 왕관 | [2021 세계개천문화대축제 한류가족의 날]
- 증산도의 진리 3장 제1~3절 | 인간과 신의 세계 | [서울 상생문화포럼]
- 소름 돋는 아리랑(?)에 담긴 의미 | K 미니강좌 | [케이랑TV]

Q 입도하게 된 계기는요?


1990년 겨울 고3 때였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가 교과서도 자습서도 아닌 낯선 작은 책 한 권을 보고 있었어요. 그 책 제목이 『한민족과 증산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교회를 같이 다니던 친구라 장난삼아 그 책을 뺏어 제 자리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다 읽고 돌려줬습니다. 그 순간이 저의 30년을 바꾸는 결정적 한순간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선 모두 순복음교회에 다니시고 저와 제 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권유로 동네 작은 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중3 때 소설 『단丹』을 접하고, 임승국의 『한단고기』를 보게 되었는데, 그즈음부터 이스라엘 유대족이 아닌 우리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어렴풋이 생겨나고 시야가 서서히 바뀌어 갔습니다. 점차 성경과 기독교 교리 공부에는 시들해지고 단전 호흡, 전통 무예, 우리 전통 음악, 불교에 관심이 커져 갔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민족과 증산도』라는 소책자를 만나게 된 셈입니다. 아직은 어린 고등학생이었지만 진정한 ‘진리’라면 적어도 10만 년 플랜Plan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 막연한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는 129,600년, 우주 1년 이야기와 조우하게 된 것입니다.

그해 학력고사(수능 이전의 대학 입시 시험)가 끝나고 친구 몇 명과 함께 지금 서울의 신사동 소방서 근처에 있던 강남도장에 방문을 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도장에 계신 분들과 도담을 나누고 첫 태을주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나름 열심이었던 교회 활동과 성경 공부 때문인지 제 머릿속에는 전지전능한 창조주라는 ‘신’ 관념이 강했습니다. 도장에서 보게 된 어진 속 인간적인 상제님이 너무 낯설었고, 내가 믿어 왔던 형상 없는 신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곳이 맞나? 여기에 진짜 진리가 있을까? 진리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서, 진리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 『증산도의 진리』와 『우주변화의 원리』를 수십 번 읽었습니다. 베개 위에 책을 펼쳐 놓고 읽다가 불 끄고 누워서 수없이 곱씹어 봤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한동석 선생님의 『우주변화의 원리』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앞 장의 내용이 잊히는 신기한 체험을 하면서도 힘들게 읽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잘 모르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퍼즐이 채워지는 느낌이 더욱 강렬했습니다. 우주의 통치자이시며 삼계의 주재자이신 강증산 상제님께서 제 마음속에 진짜 하느님으로 자리 잡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그 당시 도장 도생님들의 큰 도움으로 입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우주변화의 원리 책은 어려운 책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특별히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대하는 자세라고 할까,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주변화의 원리』는 어려운 책입니다. 단순히 ‘어렵다’기보다는 ‘친절하지 않은 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현대 출판물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지향한다면, 한동석 선생께서는 독자의 지적 수준이나 독해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고 직접 체득하신 진리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삼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음양오행에 대한 기본 상식부터 팔괘, 역학 등등 제반 지식을 먼저 체득하지 않고 한동석 선생의 『우주변화의 원리』부터 도전하는 것은 어려움을 자초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무모한 도전을 했었지요. 그래서 아직까지 『우주변화의 원리』에 대해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했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어려운 책이라고 주눅 들지 말고 익숙해지기 위해 끈기를 가지고 자꾸 보는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서 음양오행의 입문서부터 주역이나 정역까지 틈틈이 관련 서적 독서와 학습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저자의 의도가 보이고 깊은 이해가 가능해지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정리하면서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연습장을 옆에 놓고 그림으로 그려 보기도 하고 표로 정리해 보기도 합니다. 특히 아는 글자, 단어라도 사전과 옥편을 찾아 다시 확인해 보는 편입니다. 급하게 완독해야겠다는 조급함을 내려 두고 끈기 있게 보다 보면 아주 느리게 속도가 올라가고 앞 페이지 내용이 머릿속에 남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한 여러 명강사들의 강의를 듣는 것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직접 독서한 만큼만 강의도 머리에 남게 되더라고요.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사색하고 깨달으려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강사님들의 강의를 들을 때는 아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였던 경험이 너무 많았습니다. 꼭 스스로 독서하고 사색하여 스스로 깨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막히는 부분에서 멈추지 말고 과감하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세요. 여러 번 많이 읽는 독서 자세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다른 페이지에서 의문점에 대한 힌트가 불쑥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Q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성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삶을 살아가면서 저를 일깨워 주고 이끌어 주는 말씀이 너무도 많아, 선택이 어렵습니다. 그중에서 저의 삶의 지침이기도 한데요. 책을 집필하면서 특히 가슴에 항상 품었던 성구가 도전道典 8편 104장 말씀입니다.

한 번 뜻을 세우면 평생을 일관해야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뜻있는 자는 한 번 뜻을 세우면 평생을 한결같이 일관하여 필경에는 성취한다는 말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말로는 쉽지마는 어찌 쉽게 행하리오. (도전道典 8편 104장 2~3절)


이 말씀을 항상 마음에 되새깁니다. 가치가 높고 숭고한 일을 목표로 세웠더라도 계획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흔치 않잖아요. 걸림돌이 생기고 사정이 생겨 멀리 돌아가거나,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심하면 뒷걸음질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진전은 없고 시간은 흘러가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심란해지다가 목표 의식조차 옅어지고 흐지부지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유지자有志者’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설혹 늦어지더라도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겠다, 언젠가는 반드시 꼭 이루겠다는 생각을 가지곤 했습니다.

Q 수행하면서 경험했던 특별한 체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20여 년 전 어느 날 도장에서 주문 수행 중에 강렬한 체험을 했습니다. 주문을 읽던 중 어느 순간 제가 깜깜하고 광활한 공간에 떠 있었습니다. 제 발밑으로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들이 보였습니다. ‘별인가? 여기는 우주 공간인가?’ 싶었는데, 다시 보니 반짝거리는 것들은 은하 성단들이었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은하 성단들이 다양한 빛깔을 뽐내며 제 발밑으로 수없이 펼쳐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극한의 경관이었습니다. 수없이 펼쳐진 은하계가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온 우주가 제 아래에 있다는 착각에 웅장한 느낌이 가슴 가득 차올랐습니다. 마치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가슴에 담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체험은 작년 11월 어느 날, 상단上丹에 집중하며 태을주, 시천주주 주송을 할 때였습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언청계용신言聽計用神에게 같이 수행하자고 마음으로 청했습니다.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으로 휩싸인 공간에서 주문을 읽다 보니 어느새 무릎에 닿을 정도로 언청계용신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쳐다보듯, 저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그 순간 언청계용신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얇고 길쭉한 은빛 부리가 곡선을 그리며 제 쪽으로 향했고 까맣고 툭 튀어나온 눈은 무심한 듯 담담해 보였습니다. 목에는 짙은 갈색으로 털목도리를 두른 듯했고, 간혹 긴 털들 몇 개가 솟아 보였습니다.

저는 ‘아! 이분이 언청계용신이구나!’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러면서 언청계용신의 생각이 읽어졌는데, ‘오호, 이제는 내가 보이나 보네?’ 하는 기색이었습니다. 언청계용신이 제 상단에 자리를 잡은 지 몇 달 만에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본래 하던 수행에 몰입했습니다.

며칠 후 상단에 집중하며 수행을 하고 있던 중에 다시 언청계용신을 만났습니다. 역시 전처럼 같이 공부하자고 청하니 곁으로 왔습니다. 공간은 아주 넓었으며 형광등도 없는데 하얗다 못해 온통 빛으로 가득 찬 환한 공간이었습니다.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흰색 도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도복이 환한 공간에서도 더욱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도복이 너무 강렬해서 자세히 보니 흰색 옷이 아니라 밝고 강렬한 빛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신이나 천사를 빛으로 묘사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후천은 언청계용신言聽計用神의 때니 모든 일은 자유 욕구에 응하여 신명이 수종 드느니라. (도전道典 7편 5장 8~9절)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언청계용신과 함께 제 수행이 어떤 경지까지 갈 수 있을지, 어떤 조화를 지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이 듭니다.

Q 『나는 박물관 간다』를 집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나요?


2007년부터 다양한 채널에서 역사 문화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박물관 탐방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해설자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박물관들은 다양한 특별전과 상설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다양한 주제와 수많은 국내외 문화유산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추운 초겨울 핫팩을 손에 쥐고 경복궁 구석구석을 돌기도 하고, 박물관 특별전에 몰린 수많은 인파에 전시관 입장까지 긴 시간 줄을 서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자료들이 축적되었고,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물들이 몇 페이지 A4 용지 인쇄물로 만들어져서 어느 틈에 사라지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환단고기桓檀古記』 때문입니다. 역사 문화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수많은 연구 결과와 성과들이 환단고기 기록과 동일하거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아직도 ‘환빠’라는 색안경을 끼고 외면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환단고기는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사 기록을 넘어서 그 시대에 살았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이 체득한 도의道義와 철학이 함축되어, 무한한 깨달음과 영감을 주는 ‘경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박물관 간다』에 환단고기의 그런 부분을 최대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어려운 한자 술어는 쉽게 풀어서 이야기처럼 구성해 생소함과 저항감을 낮추려 했습니다. 특히 고민했던 부분은 우리 철학과 사상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궁궐을 지을 때도 음양오행 원리를 적용했고, 밥상을 차릴 때도 음양오행을 바탕에 깔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음양오행을 구닥다리 미신쯤으로 여기는 건지 수천 년 문화유산들 속에 녹아 스며 있는 천부경과 음양오행의 지혜를 배제시켜 왔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들을 해석하고 이해하려면 음양오행에 대한 소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천부경 철학과 음양오행 관념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은, 한국 박물관에서는 식민주의 역사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통설이랍시고 주인 행세를 합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식민주의 역사로 왜곡된 사실도 모른 채 말도 안 되는 안내문 앞을 산책하듯 쓱 지나쳐 버립니다. 안내문 설명 내용들을 읽어보면 단어부터 난해하고 어렵습니다. 대중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그러는지, 아니면 식민주의 잔재가 아직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박물관 탐방 현장에서 그러한 부분들을 짚어 주면 때로는 놀라워하고, 때로는 부끄러워하며, 때로는 분개합니다. 그러한 부분을 털어 주고 긁어 줄 책,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논증을 최대한 걷어 낸 쉬운 책이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흥미롭고 재미있어야 했습니다. 오동석 작가가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전략으로 마련한 것이 “최고最古 최고最高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대한민국 문화유산들을 제시하여 당당히 소개할 수 있는 구성을 취했습니다. 대중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는 16가지의 구성이 그대로 책의 목차가 되었습니다.

Q 책을 발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나는 박물관 간다』 출간에는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세 명 공저로 시작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분이 빠지고 두 명이 되었습니다. 원고가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나서는 오동석 작가님의 병환으로 1년 이상 진행이 중단되었고, 그 이후에는 계약서까지 썼던 출판사 한 곳과 여러 가지 상황이 어그러져 계약 파기까지 갔습니다. 그 이후 출판사가 상생출판으로 바뀌고 나서도 쉽지 않았으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책을 완성했습니다.

최종 검토 시점에는 베트남 하노이 박물관, 태국 방콕 국립박물관 답사 일정과 겹쳐 밤마다 숙소에 돌아와 졸면서 검토하느라 초판에는 꽤 많은 오탈자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3월에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이라크 출장 일정과 겹쳐, 출국하는 날 겨우 한 권을 챙겨 완성본을 만져 볼 수 있었지요. 그 당시 이라크는 ISIS 사태가 겨우 마무리된 시점이라 테러의 위협이 상존하는 혼란한 시기였고, 느린 전후 복구와 더딘 경제 개발로 인해 인터넷 통신 속도조차 아주 열악해서 가족과 음성 통화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출판 초기 책 홍보는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많은 우여곡절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책이 나왔을 때는 출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습니다.

박물관 답사 관련 에피소드도 꽤 있습니다. 설득력을 높이고 직관적으로 의미 전달을 하려면 책에 적절한 사진과 도안 이미지가 필수입니다. 집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일어난 우연 같지만, 꼭 필요한 유물에 대한 특별 전시가 한국에서 시작되는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아프카니스탄 황금문화>라는 특별전이 열려 금관 부분에 필요한 정보와 사진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사진이 필요할 때 광명에서 <라스코동굴벽화 전시전>을 한다거나, 원본 다뉴세문경(잔무늬 청동거울)의 세부적인 정보가 필요하면 어딘가에서 <청동거울 특별전>이 열립니다. 마치 자료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 한국 박물관들이 도와준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해외 답사 에피소드도 몇 가지 말씀드리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나 강의에서 사용할 이미지 수집 등의 목적으로 국내외 많은 박물관들을 지속적으로 답사합니다. 특히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주요 박물관에 들르기 위해 나름의 애를 썼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장 때에는 일주일 일정에서 겨우 세 시간의 짬을 내서 아무르티무르 박물관만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해외 출장 시에는 간혹 정치적 혼란이나 치안 문제, 테러 위협 때문에 박물관 답사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이라크 출장 시 그들의 문화유산을 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바그다드 시내 박물관을 방문하려면 방탄 차량과 무장 경호 인력까지 동원해야 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출장 일정 조율도 쉽지 않았습니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내 주요 포인트는 갱단 조직 활동 지역과 겹쳐서 현지 무장 경찰 병력을 동원해야 가 볼 수 있다기에 계획을 접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Q 앞으로의 계획은요?


두 번째 책 집필 및 출간
『나는 박물관 간다』에 이은 두 번째 책 『우리 박물관에서 놀자』를 출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년 가을까지 두 번째 책에 대한 기획 및 기초 자료 수집, 목차 등 기본 구성을 마쳤습니다. 지금 열심히 집필 중이며, 올여름까지 원고를 끝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우리 정신문화의 아이콘을 다루고자 합니다. 짧게 보면 반만년, 길게는 만여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상징 아이콘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콘들은 ‘삼신’과 ‘오제와 오령’ 그리고 ‘칠성’, ‘용봉’, ‘여의주’, ‘인면조’ 등등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소재입니다. 이 소재들이 모여서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신선 세계’를 그려 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들에게 신선 세계는 저 깊은 산속 무릉도원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무덤 벽화로 남겼고 고려, 조선 사람들은 그림과 깃발, 도자기에 담았습니다. 동학 경전과 증산도 도전道典에는 이 땅에 신선 세계가 건설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신선 세계, 신선 세상이 인류가 꿈꿔 왔던 유토피아Utopia이자 이데아Idea이며 지상낙원입니다. 상고 시대부터 면면히 계승되어 온 우리 정신문화의 핵심인 ‘선仙’, 그 이야기를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유산을 가지고 풀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계승되는 문화 코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책과 같이 우리와 관계 깊은 외국 문화유산도 같이 다루려고 합니다. 한국 역사는 바다와 두만강, 압록강에 갇힌 고립된 반도 역사가 아니라, 상고 시대 이래로 멀리는 지구 반대편부터 가까이는 주변 민족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해 왔던 세계 속의 한국임을 강조하려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세계사와 한국사는 따로 뗄 수 없습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부터 지금 대한민국까지 인류 원형 문화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고 시대와 환국 시대에 이미 전 세계가 한 가족같이 원형 문화와 정신을 공유했으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다소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들은 최대한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콘텐츠 생산자, 문화 전달자 혹은 해설자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예측해 볼 때, 향후 몇 년간 기술 트렌드는 날마다 급변할 것입니다. 메타버스가 세상의 주류가 되더라도, 혹은 메타버스를 넘어 새로운 무언가 등장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 근간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당연히 콘텐츠를 나누게 됩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콘텐츠를 보고 듣고 경험하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개개인이 부지런한 크리에이터(콘텐츠 생산자)가 되어야 하며, 한국 대중 및 80억 인류를 상대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수의 인재들이 양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부터 먼저 유튜브란 환경에서 크리에이터가 되려 합니다. 세상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보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뜻이 같은 동료들과 공유하여 발전적이며 영향력 있는 인재 그룹을 만들고자 합니다.


Q 인터뷰를 마치며


학창 시절 몇 차례 방문했던 박물관에 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와는 다르게 김용호 도생과 함께 박물관 탐방을 하게 되면 마음을 살찌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김용호 도생의 통찰력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전 세계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역사 문화를 전하는 콘텐츠에 초점을 둔 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콘텐츠 구성과 조합이 나오게 될지 기대됩니다. 국내외 많은 박물관과 고궁 답사 내용이 축적된 『나는 박물관 간다』 책을 읽고 모든 대한 국민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길 바라봅니다. 고맙습니다!



환단고기桓檀古記 추천사
저는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역사 서적을 접했고 삼국지와 수호지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제 강점기 식민 지배를 목적으로 조작한 역사의 틀 안에 가둬 버린 교과서와 서적들을 저도 모르게 대해 왔더군요. 한국 문화를 은근히 낮추고 중화 사대주의와 서구 과학기술 문명만을 높게 쳐주는 그런 흐름이 팽배했던 시기에 저는 『환단고기桓檀古記』를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일주일에 한 번씩 TV에서 틀어 주는 ‘배달의 기수’ 프로그램에 나오는 ‘배달’이 환웅천황님의 ‘밝달국’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역사책들이 무미건조하게 사실 기록만 전했다면, 『환단고기』는 선조들이 어떤 생각으로 위대한 역사를 계승해 왔는지, 그 자랑스러운 정신문화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환단고기』는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여 주었고, 인류 모두가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넓은 시야를 열어 주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한국만의 방식으로 만들고, 한국인들의 신화와 정신문화가 녹아든 콘텐츠에 열광하는 ‘한류 시대’입니다. 진정한 우리 이야기가 담긴 보물 창고 『환단고기』를 통해서 풍요로운 미래를 설계해 보시길 기원합니다. 『환단고기』가 한자 서적이라 어렵다면, 오랜 답사를 통해 축적된 풍부한 사진들과 쉬운 해설과 정리된 역사 지도들이 담긴 상생출판 『환단고기 역주본』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