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2021 디즈니 애니메이션 오룡五龍과 지상낙원 이야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판타지 전설의 배경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ya and the Last Dragon〉은 디즈니가 최초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방대한 양의 사전 조사로 정평이 나 있는 디즈니 제작팀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문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꼽은 부분은 커뮤니티 문화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커뮤니티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지켜 가는 문화가 인상 깊었고, 그를 위해 이 지역 문화에 익숙한 아티스트를 제작팀의 주요 멤버로 꾸렸다. 보이스 캐스팅의 90% 이상이 모두 아시아 배경을 가진 배우를 썼다.
각본을 쓴 아델 림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의 후손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났으며, 공동 각본가인 퀴 응우옌은 베트남계 미국인이다. 동남아시아와 할리우드, 두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공동으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을 집필함으로써 영화는 지역색과 보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분열된 땅, 쿠만드라


500년 전, 전체 모양이 용 형상을 한 ‘쿠만드라Kumandra’라는 신비로운 이상 세계가 존재했다. 모든 사람이 사이좋게 하나 되어 살았고 눈과 비, 평화를 가져다주는 마법의 드래곤Dragon과도 같이 살았다. 지상낙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람들의 불신을 먹고 사는 드룬Drunn이 나타났고, 이들은 전염병처럼 모든 생명을 앗아 갔다. 드룬에게 먹힌 존재는 돌로 변하는데, 드래곤들은 인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룬에게 둘러싸인 마지막 다섯 마리 형제 용들 중 첫째가 자신의 모든 마법을 손에 모은 물에 담았고, 그것은 구슬이 되었다. 여기에 차례로 둘째, 셋째, 넷째도 자신의 마법을 담았다. 그리고 네 마리 용은 막내 용인 시수에게 젬(구슬)을 건네주고 자신들은 돌로 변한다. 시수는 그 젬의 힘으로 드룬을 날려 버렸고 돌로 변했던 모든 인간들은 살아났다. 하지만 드래곤들은 돌로 변한 채 그대로였고 시수도 강 어딘가로 흘러가 깊은 잠에 빠졌다고 한다.

시수의 희생으로 쿠만드라가 하나가 되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마지막 남겨진 드래곤 마법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쿠만드라 왕국은 드래곤의 신체 부위를 따라서 송곳니의 땅(Fang), 심장의 땅(Heart), 척추의 땅(Spine), 꼬리의 땅(Tail), 발톱의 땅(Talon) 등 다섯 개로 분열되고 말았다.

여전사 라야Raya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심장의 땅인데, 주인공 라야Raya의 아버지 벤자Benja가 이 땅의 족장이다. 심장 부족은 시수Sisu가 남긴 드래곤 젬(빛 구슬)을 수호하고 있다. 다른 부족들처럼 드래곤 젬을 탐내지 않고 오히려 쿠만드라를 다시 통일시키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벤자의 목소리 역할은 부산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 배우 다니엘 대 김Daniel Dae Kim이 맡았다. 이 영화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이상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진 부족장을 한국계가 연기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벤자는 쿠만드라를 재건하기 위해 모든 종족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여는데 송곳니 종족이 젬을 빼앗기 위해 성소에 침입하고 다섯 종족은 이를 서로 가지려다 젬이 다섯 조각으로 깨져 버린다. 그 즉시 드룬이 나타나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기 시작하는데 다섯 종족은 깨진 젬을 한 조각씩 가지고 달아난다. 아버지 벤자는 딸 라야를 살리기 위해 젬 조각을 전해 주며 물로 던진다. 아버지와 백성들이 돌로 변하는 것을 본 주인공 라야는 아빠를 살려 내기 위해 젬의 주인공, 마지막 용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거꾸로 흐르는 물의 정령, 여의주(Gem)


영화에서는 용의 여의주를 젬Gem이라 부르는데, 보석이라는 뜻이다. 용의 보석, 시수(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용)의 정령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빛 구슬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섯 마리 용이 모든 마법을 담아 탄생한 이 빛 구슬은 용의 구슬인 여의주라고 볼 수 있다. 구슬의 재료는 첫째 용이 자신의 손에 퍼 올린 물이었다. 물에 마법을 담아 여의주가 된다.

이 외에도 극중 젬이 물과 관련 있는 내용이 여러 장면 나오는데, 심장의 부족이 드래곤 젬을 모신 성소에 라야가 들어갈 때 물이 아래에서 위로 젬 쪽으로 거꾸로 모여 흘러간다. 이렇게 물이 모여, 젬은 계속해서 빛을 낼 수 있다. 라야가 잠든 시수를 찾아낼 때도 강 끝에 물이 흘러들어 가는 곳에서 제물을 올리고, 촛불을 켜고, 맑은 물 한 잔을 올리고 “저의 모든 걸 걸어서”라는 말을 하며 주문을 읽는다. 그러자 여기에서도 물이 거꾸로 흐르며 물방울들이 모여들어 시수가 부활한다.

영화에서 드래곤 젬 여의주는 물을 재료로 만들어졌고, 세상에 빛을 가져오는 존재이고, 주문 마법이 담겨 있다. 물, 빛, 주문 소리가 여의주로 연결된 것이다.

태을주는 여의주(如意珠), 여의주는 태을주니라. (증산도 道典 7:75:6)


태을주는 수기(水氣) 저장 주문이니 병이 범치 못하느니라. 내가 이 세상 모든 약기운을 태을주에 붙여 놓았느니라. 약은 곧 태을주니라. (道典 4:147:3~4)


상제님께서는 가을개벽기를 넘어설 수 있는 여의주가 ‘태을주太乙呪’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동시에 태을주는 수기水氣를 저장한다고 하셨다. 영화에서 그린 물, 빛, 주문이 태을주에 대한 말씀에 모두 들어 있다. 태을주는 몸에 천지의 수기를 축적시켜 주기 때문에, 태을주를 많이 읽으면 우주의 본체 생명인 태극수太極水 기운을 강력하게 받아 내려 몸의 저항력과 면역력이 강화된다. 천지의 추살 기운인 병란病亂이 본궤도에 들어설 때 반드시 천지의 바탕 주문인 시천주주와 태을주의 조화 기운을 우리 몸에 축적해야만 살 수 있다. 개벽의 관문에서 만나는 병인 시두時痘(천연두)도 몸의 수기水氣를 말려 버리는 병이다.

이 영화의 설정에도 물의 상징인 드래곤의 반대편에 드룬이라는 존재가 나오는데 시수가 다치고 젬이 빛을 잃어가자 온 세상의 물이 말라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역시 빛과 소리와 물이 여의주 하나로 연결되고 있는 설정이다. 드룬은 인간의 불신에서 탄생한 것이라 했는데, 그것이 장애물이 되어 생명을 앗아 간다. 모든 장애물을 없애 주는 만사무기萬事無忌가 태을주이고, 만사를 뜻대로 하게 해주는 만사여의萬事如意(주)가 태을주이다.

물을 주관하는, 마지막 용 시수Sisu


천자는 용봉龍鳳으로 상징된다. 용봉은 ‘상서로운 동물[길상물吉祥物]’로서 천지의 음양 기운을 상징하는 영물이다. 용龍은 음을 상징하는 신수神獸이고, 봉鳳은 양을 상징하는 신수이다. 그래서 용은 천지의 물의 조화를 다스리고, 봉은 불의 조화를 다스린다. 일월에 비유하면 용은 달의 광명을, 봉은 태양의 광명을 상징한다. 용봉이 음양陰陽, 수화水火, 일월日月을 나타내는 상징적 신물이기 때문에, 용봉은 인간 세상에서 천자天子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물을 다스리는 신으로 숭배되는 용은 가뭄이 들면 국가 차원에서 기우제를 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물을 두려워하는 드룬을 피해 물 위나 섬에서 산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이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그런 세계관 속에서 주인공 시수는 성스러운 물의 드래곤이다. 시수는 라야에게 자신이 수영을 엄청나게 잘한다고 소개하는데 실제 물속에서는 자유자재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첫 번째 여의주 조각을 만지자 큰오빠인 펭구의 능력을 흡수해 비를 내릴 수 있게 되면서부터 진짜 물의 드래곤의 모습을 보여 준다. 시수는 내리는 빗방울을 밟고 허공을 날 듯이 뛰어오른다. 빗방울을 차고 뛰어 하늘을 나는 모습이 용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다. 실제 용이 저렇게 하늘을 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아하고 멋진 동작이다.

용이 물을 끌어 올려 천하에 비를 주듯이 너희들이 나의 모든 행적을 잘 봐 두었다가 뒤에 전하여 천하를 밝히지 않는다면 내 어찌 천지 주름을 삼을 수 있겠느냐! (道典 2:101:5)


용은 한 잔의 물만 있어도 능히 천하의 비를 지어내느니라. (道典 6:109:4)


중간하늘에서 용이 물을 주는 것이니 용도 한 마리라야 제때에 물을 주지 두 마리가 되면 서로 미뤄서 가물게 되느니라. (道典 4:90:4)


이 성구들을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비를 내려 주는 자연신인 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농경 사회에서 가뭄은 큰 재앙이었다. 그래서 기우제는 나라 전체가 지내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 비는 생명과 풍요 그 자체였다. 그러니 드래곤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던 쿠만드라는 살기 좋은 이상 세계였고 용은 경배의 대상이었을 법하다.

다섯 용의 마법을 모아 새 세상을 여는 이야기


이 영화의 세계관에는 인간과 함께 살던 아주 많은 용들이 있지만, 드룬의 공격에 맞선 것은 주인공 용 시수다투SisuDatu의 네 명의 형제이다. 각각이 독특한 마법이 있다. 큰오빠 펭구는 비를 내릴 수 있고, 작은오빠 자간은 안개를 짓고, 큰언니 프라니는 변신하는 능력이 있고, 작은언니 암바는 빛을 발산한다. 그에 반해 수영을 엄청나게 잘한다는 것 말고는 마법이랄 게 없는 시수는 왜 마지막 드래곤이 되었을까. 시수의 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수Sisu : 그들이 날 믿어 줬을 때 상상도 못할 능력이 나한테 생겼어. 하지만 네가 만약 믿게 되면 그분(라야의 아버지)의 꿈도 되찾게 되는 거야, 쿠만드라.


믿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목화금수木火金水 오행에 배치되는 인도의 4덕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 여기에 더해 인의예지를 강력하게 키우는 힘이 있다. 바로 중앙의 토심土心, 바로 믿음[信]이다. 네 마리 드래곤은 목화금수로 해석할 수 있고, 모든 정수가 담긴 여의주를 받아 든 시수는 중앙의 토土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시수가 별다른 능력이 없음에도 중책을 맡은 것에 의아해하는데, 다섯 조각으로 깨진 젬에 손을 대자 하나씩 형제들의 능력을 흡수해 그대로 쓸 수 있게 된다. 4형제의 능력을 한 몸에서 다 쓰는 것을 보면 시수가 토심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시수의 진짜 능력은 모든 능력을 합해서 쓰는 것이었다.

토심은 상수로 말하면 동서남북 네 공간과 춘하추동 사계절을 조화하는 조화궁의 15수의 정신이다. - 『개벽실제상황』


아마도 그래서 시수가 여의주의 주인공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는 고구려 국통의 뿌리가 북부여 해모수라고 했고, 여기에 다섯 용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해모수께서 하늘에서 내려와 일찍이 웅심산熊心山(검마산)에서 사셨다. 부여의 옛 도읍(백악산 아사달)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무리의 추대를 받아 드디어 나라를 세워 왕이 되셨다. 이분이 부여의 시조이시다. 머리에 오우관烏羽冠을 쓰고, 허리에 용광검龍光劍을 차고,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다니셨다. - 『환단고기』 「고구려국본기」


동양에서 용龍은 상서로운 동물로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신도四神圖(사수도四獸圖)에 등장하고, 기린[麟]·봉황[鳳]·거북[龜]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로도 불리는데 동방東方을 주관한다. 또한 북부여를 연 해모수 단군이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오르내렸다고 한 것처럼 천자天子(왕) 또는 성인聖人의 상징이기도 하다.

천자께서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탔다는 것과 이 영화에서 다섯 용의 마법(도술)으로 새 세상을 여는 내용이 잘 연결된다. 예로부터 왕이 앉는 자리는 용상龍床, 옷을 용포龍袍, 얼굴을 용안龍顔이라 칭하는 등, 왕과 관련된 용어에 용龍 자를 넣어 존귀함을 표현했다. 이러한 용 문화, 용 신앙이 중국이나 인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나, 한민족의 활동 영역이었던 랴오닝성遼寧省 푸신시阜新市 사해査海 유적에서 발견된 7,600년 전의 용 형상은 중원 지역에서 발견된 어떠한 용 형상보다도 오래되어 고고학적으로 용 문화의 종주가 한민족임을 밝혀 주고 있다.

이마에 손으로 원을 그리는 인사법


이 영화는 매우 종교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계속 들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하는 예법이 그것이다. 이마 위에 양손으로 원을 만들어 올리는 인사법인데 이 예법은 용과 매우 관련이 있다.

첫째 용 펭구가 물로 여의주를 만들 때 손을 동그란 모양으로 모으는데 쿠만드라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자세로 경배의 인사를 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도 여의주를 모신 성소에서 심장의 부족장과 그의 딸 라야는 여의주를 향해 공손하게 이 예를 올린다. 라야가 시수를 부활시킬 때도, 시수가 용인 것을 알아본 동료들도 모두 같은 예를 올린다. 라야의 호적수였던 나마리도 시수를 보고 울면서 머리 위에 원을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다섯 부족의 모든 지도자와 사람들이 모였을 때 라야와 시수를 향해 머리 위에 원을 그리는 예법을 올리며 평화를 맞이하는데, 이 예법만 영화에 수십 번이 나오는 것 같다. 심지어 드래곤인 시수 자신도 연꽃을 물에 띄우며 세상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고 양손을 이마에 올린다.

이마의 제3의 눈에 해당하는 인당 위치에 손을 올려 예를 취하는 예법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예법인 읍배揖拜를 연상시킨다. 읍배 문화는 대표적인 신교 문화의 하나이며, 간소하게 예를 표하는 것이다. 공손하게 두 손을 합장하고 엄지를 양미간 사이에 위치하게끔 하고 반절을 한다.

증산도의 공식 예법인 사배심고四拜心告 시 맨 처음에 두 손을 합장하고 상제님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읍揖을 하는데 읍이란 모은다는 뜻이다. 즉 마음을 모으고 두 손을 마주 잡아 하늘을 사모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의 이 예법이 용과 관련 있고 이마의 인당에 손을 올리는 형식인 것을 볼 때, 동남아시아의 문화도 신교 문화와 역사의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다고 생각된다.

영화의 교훈 - 우린 다시 하나가 된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신교 문화와 수행, 그리고 우주 원리를 보여 준다. 드래곤 젬은 여의주, 드래곤 형상의 땅 쿠만드라는 가을개벽의 관문이며 후천 수도 태전을 둘러싼 금강의 용 형상의 물줄기와 연결 짓기에 잘 맞는 내용이다. 다섯 마리 용은 오행 사상을, 비와 풍요를 부르는 드래곤 시수는 천지의 물을 주관하는 자연신 용에 대한 면모를 보여 준다.

이런 많은 진리 요소들이 있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신뢰信賴와 화합和合이다. 영화가 제작되는 동안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발생했다. 재택근무로 성우들이 벽장 안에서 녹음하는 상황을 겪으며 돈 홀Don Hall 감독은 마치 영화 속 모습처럼 팬데믹 현실 세계에서 생명을 앗아 가는 드룬은 코로나19와 겹쳐졌고, 생존의 위협을 마주하며 그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불신이 커져 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신뢰와 화합을 키워드로 ‘서로 믿음을 회복하고 하나가 되었을 때 진정한 힘이 깨어난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제작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사람끼리 말을 하면서도 서로 속을 모르느니라. 사람이 사람 속을 모르니 인화(人和)하기가 제일 어려우니라. (증산도 道典 11:102:1~2)


선천에서 지금까지는 금수대도술(禽獸大道術)이요 지금부터 후천은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이니라. 피차 마음을 알아야 인화(人和) 극락 아닐쏘냐. (道典 11:250:8~9)


태모님께서는 인화人和라는 단어를 쓰셨다. 사람 인人 자, 평화로울 화和 자인데 가장 어려운 것이 인화라고 하셨다. ‘인화 극락’이라는 멋진 표현도 쓰셨다.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야 극락 세상이라는 말씀인데, 전제 조건은 피차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후천에는 사람과 신명이 합일되어 개개인이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알고, 천하 사람의 마음이 열려 우주와 교감하며 만물의 신성과 대화하는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의 만사지萬事知 문화, 고도의 영성 문화가 열리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여전사 라야와 마지막 용 시수의 조합


라야는 어린 시절 친구의 배신을 겪은 뒤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막내 드래곤 시수는 서로와 서로를 믿는 것, 신뢰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오빠와 언니 용이 자신을 믿고 마법을 모아 젬을 맡긴 것처럼 말이다. 신뢰라는 주제를 짊어진, 라야와 시수의 조합은 그런 의미에서 흥미롭다. 이야기 초반 라야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시수는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지만 여정 속에서 신뢰를 키워 간다. 라야와 시수는, 마침내 조각난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마음을 열어야만 가능한 쿠만드라를 복원한다. 이상 세계였던 쿠만드라는 지난 세월 서로의 욕심으로 분열돼 다섯 부족으로 갈라졌는데, 여의주도 다섯 조각으로 깨지면서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마지막 위기의 절정에서 라야는 가장 불신하던 나마리에게 여의주 한 조각을 내주고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자 나마리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도 그들과 같이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인화하기가 제일 어려우니라.” 하신 태모님 말씀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하나가 되었을 때, 이상 세계인 쿠만드라가 실현된다. 즉 인화 극락이 열리는 것이다.



■미륵불과 여의주
증산 상제님께서는 “내가 금산金山 미륵불彌勒佛이다. 나를 보고 싶거든 금산 미륵을 봐라. 금산사 미륵은 여의주를 왼손에 쥐고 있지만 나는 아랫입술에 가지고 왔다.”고 하셨다. 실제로 상제님의 아랫입술에 대추만 한 붉은 점이 있었다는 것을 여러 성도들이 증언하고 있다. 용을 그린 그림을 보면 용은 대개 여의주를 발로 잡고 있거나 입에 물고 있다. 인간으로 오신 상제님도 입 안에 여의주를 가지고 계셨다. 입은 본래 음식을 먹거나 소리를 내는 기관이니 주문 수행을 상징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본래 여의주는 마음의 소원을 만족시켜 주는 원망願望 성취의 보주寶珠로서 법 또는 불덕에 비유되거나 조화 권능을 상징한다. 미륵불이 계신 궁전을 ‘여의전如意殿’이라고도 하는데, ‘여의전’이란 ‘여의주를 가진 조화옹이 계시는 궁전’이라는 뜻으로 미륵불은 모든 것을 뜻대로 행하시는 조화주 부처님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륵불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 불상이 우리나라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 있는 금산사金山寺 미륵불상이다.

■빛과 소리와 수기水氣가 담긴 태을주太乙呪
주문이 천지 조화의 빛이니까 광욕을 하는 것이다.
- 2021.11.15. 종도사님 도훈


종도사님의 이 말씀은 빛의 샤워, 빛의 목욕을 하는 것이 주문 수행이라는 말씀이다. 인류 문명의 영원한 중심 주제 언어가 ‘환桓’인데, 환은 우리말로 빛이다. 태초 이래 동서양 성자들의 공통된 깨달음은 자연의 본래 모습이 빛과 소리, 즉 ‘광명과 말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성경 「요한복음」 1장 1절을 보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In the beginning there was the Word)라는 구절이 있다. 만물은 ‘말씀’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씀은 신의 생명의 소리, 창조의 섭리인 이법을 가리킨다. 이것을 동양에서는 ‘리理’ 또는 ‘도道’라 하고 서양에서는 ‘로고스Logos’라 하는데 로고스는 ‘빛Light’과 어원이 동일하다. 자연의 빛과 소리(말씀)는 신의 두 얼굴이다.

자연은 극대의 은하계로부터 극미의 원자 세계까지 소리로 충만해 있다. 생명의 변화와 에너지의 물결이 소리로 나타난다. 주문 수행을 통해 마음이 신의 지복의 경계, 즉 중도中道의 참경계에 머무르면 대자연의 신성 속에 깃든 평화의 노래, 영원한 생명의 소리인 천상의 ‘율려성律呂聲’을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주문은 신을 부르는 기도로서, 깨달음을 얻은 성인이 대우주 생명의 바다에 들어가 그곳으로부터 들려오는 하나님의 생명의 조화 소리를 듣고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다. 주문은 영적 에너지의 핵을 형성하는 신성한 음절들의 조합이며, 자연의 본성인 소리와 광명을 가장 효과적으로 체험하게 해 주는 매개체이다.

[낙원의 땅] 쿠만드라와 금강
‘쿠만드라Kumandra’는 전체 모양이 용의 형상을 한 신비로운 이상 세계였다. 드래곤의 신체 부위를 형상화한 다섯 개의 땅이다. 비와 축복을 가져다주는 용과 인간이 하나 되어 사는 지상낙원의 세계, 이와 같은 용 형상의 강물 줄기를 가진 땅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상제님께서 후천이 열리는 가을개벽의 관문 공사를 모신 금강錦江이다. 금강 하구인 장항에서 공사를 보신 이유는, 괴질 병겁이 최초로 발생하는 금강 하구가 바로 후천 가을 천지의 새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금강의 발원지는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의 신무산(해발 987m) 뜬봉샘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무산에서 금강 하구 둑까지는 장장 401㎞, 약 1천 리의 길이라고 하는데 ‘뜬봉샘’은 봉황이 하늘로 뜬 곳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금강의 또 다른 발원지로 덕유산, 마이산, 속리산을 들 수 있다).

뜬봉샘의 기원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얻기 위해 전국 명산의 산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으려고 신무산 중턱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백 일째 되는 날 새벽, 단에서 조금 떨어진 골짜기에서 무지개가 떠오르더니 그 무지개를 타고 오색찬란한 봉황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단 옆에 암자를 지어 상이암이라고 하고 그곳의 샘물로 제수를 만들어 천제를 모셨다고 전해진다. 샘에서 봉황이 떴다고 해서 뜬봉샘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금강이 발원한 장수로부터 마지막 물이 빠져나가는 군산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펼쳐 보면 전체 수계에 쌍룡雙龍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용담댐과 대청댐에서 호수를 이루는 물의 모습이 그것이다. 쿠만드라는 용 한 마리 모습의 땅이지만, 금강은 후천의 수도가 될 태전太田이라는 거대한 땅을 둘러싼 쌍룡 모습의 지형이다. 이 지리에 대해 안운산 태상종도사님께서 역사상 처음으로 밝혀 주신 내용이 『개벽실제상황』 책에 실려 있다.


세상만사가 다 순順해야 되지만, 지리地理만은 역逆해야 한다. 꼭 역해야 되는 이치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역을 많이 하는 곳이 바로 태전太田이다. 허면 여기 태전은 어떻게 생겼느냐? 태전을 둘러싼 금강 줄기가, 저 무주, 진안, 장수에서부터 추풍령, 속리산으로 해서 거꾸로 올라온다. 우리나라 물줄기의 대세가 전부 아래로 갔는데, 그 물은 거꾸로 치오른다. 추풍령이 태전 남쪽 아닌가? 헌데 금강 줄기가 거기서 위쪽으로 거꾸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올라오느냐? 무주, 진안, 장수에서 발원해서 거꾸로 올라와 금강으로 이어지고, 그 물이 공주의 고마나루까지 거꾸로 올라가서, 부여 저쪽에서부터는 냅다 구부러져서 저 장항, 군산 쪽으로 빠져나간다.

여기가 세계 통일 국가가 형성되기 위한 자리가 되느라고 그렇게 된 것이다. 지구촌 어디에도 이런 데가 없다. 속리산 이쪽으로 해서 무주, 진안, 장수 저쪽까지 얼마나 넓은가?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절반을 역逆한 것이다. 여기가 그렇게 범위가 넓은 곳이다. 지리학상으로 조선, 남북한을 통틀어 ‘대한민국이 지구의 혈穴’이다. 헌데 대한민국 중에서도 오직 이 중부는 그렇게 역을 했다. 본래 이 땅은 천지가 형성될 때부터, 후천 5만 년 세계 통일 정부가 될 기초가 마련돼 있는 곳이다. 알고서 보면 그렇다. 헌데 그 비밀을 누가 아는가? 그래서 상제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고, 바로 이 땅에 세계 통일 정부를 건설하게 된다. - 안운산 태상종도사님 말씀, (출처: 『개벽실제상황』)


음양합덕의 지리가 갊아 있는 마이산과 충청 지역은 태전을 중심으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 형상을 이루고 있다. 산맥과 강줄기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처럼 태극 모양을 이루고 있다. 전북 진안의 마이산은 금강의 수원지로서 그 물길이 태전과 계룡산을 돌아 서해로 흘러 수태극水太極을 이루고, 백두대간이 뻗어내려 마이산馬耳山으로 해서 대둔산大屯山, 계룡산鷄龍山으로 이어지는 맥은 산태극山太極의 형세를 이룬다.

용담 댐은 전라북도 진안군과 무주군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금강 상류를 막아 건설한 다목적 댐이다. 댐의 규모로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 1990년에 착공되어 장장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01년 10월에 준공되었다.

용담이란 용 룡龍 자에 못 담潭 자의 지명으로 ‘용이 자리를 틀고 있는 깊은 연못’이란 의미를 지닌다. 용담 댐이 생기기 전에는 용담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왜 이곳의 지명에 ‘못’이 들어 있는 용담인지 알 수 없었다. 용담이라 할 정도로 많은 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부터 이곳에 댐이 건설되기 시작했고 댐이 완성되자 금강의 상류에는 댐과 함께 용담호라는 거대한 연못이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이곳의 지명에 깊은 연못을 뜻하는 담潭 자가 들어가도록 이름 지었던 선인들의 선견지명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댐이 완성되고 수몰 지역에 물이 차오르자 용담이라는 말 그대로 용龍의 형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하늘에서 용담 댐 주위를 내려다보면 이 계곡 저 계곡으로 물이 굽이굽이 차오른 것이 마치 힘차게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영화가 쿠만드라라는 이상 세계를 용 형상의 땅에 실현하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라면, 우주의 가을 세상 지상낙원의 수도인 태전을 둘러싼 지형은 봉황을 상징하는 뜬봉샘에서 시작한 금강의 수태극 용 형상에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산태극 용 상징이 더해진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상제님이 금강 하구에서 금 도수金度數를 보셨는데, 군산의 금강 하구 둑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조형물이 있다. 재밌는 것은 영화에서 라야가 잠든 물의 용 시수를 찾아낸 곳이 강 끝이라는 것이다. 묘하게 도전 성구와 같은 흐름이다.

종도사님께서는 사람을 많이 살리는 것이 금 도수라고 하셨다. 인류 문명사의 발전 법칙으로 볼 때, ‘금 도수’의 ‘금金’은 지구에 세워지는 조화로운 새 문명, 동서양이 하나로 거듭나는 세계일가世界一家 통일 문명을 말한다. 한마디로 금金은 종교와 정치의 이상 낙원 시대가 열림을 뜻한다. (『천지성공』 책 참고)


장암에서 금 도수를 보심

상제님께서 군산 바닷가에 이르시어 내성을 옆구리에 끼시고 바다 위를 걸어 서천 장암(長岩)으로 건너 가시거늘 수부님과 성도들은 일렬로 상제님의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르니라. 상제님께서 장암에 이르시어 금 도수(金度數)를 보시니라. (道典 5: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