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건강칼럼 | 오장육부를 다스리면 건강을 찾는다 - 현대인의 신腎

[건강]

- 신장 건강을 해치는 색욕色慾, 정精을 보전해야 산다.


신장은 오장육부의 뿌리


신장腎臟은 우리 몸에 두 개가 존재하고, 그 생김새가 붉은 콩이나 팥과 비슷하여 콩팥이라고도 한다. 우리 몸에서 배꼽 뒤편의 허리 부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리학적으로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생성하고, 혈액 속의 나트륨이나 칼륨 등의 농도를 조절하여 산염기, 전해질 대사 등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체내 수분량 및 혈압 조절, 골수에서 적혈구를 생성하는 것에도 관여한다.

오장육부 중에 중요하지 않은 기관은 없지만, 신장은 오장육부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더욱 중요하다. 동의보감에는 “腎者主水, 受五藏六府之精而藏之”라 하여 신장이 오장육부의 정精을 저장한다고 하였다. 한의학적으로 신장은 골수骨髓와 귀[耳], 수액대사水液代謝를 주관하는 여러 기능을 담당하지만 신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정精을 저장하는 것이다.

정精이란 무엇인가?


정精이란 무엇인가? 『황제내경』에 “兩精相薄謂之神”이라 하였다. 남녀가 정情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면 난자와 만나 수정이 된다. 수정란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여 점점 자라 약 2~3주 정도 지나면 심장이 만들어지고 뛰기 시작하는데, 이 태아의 몸에 신神이 깃들면서 새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 정精은 새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에너지이며, 인간 몸의 근본이 된다.

정精은 우리 몸의 형체를 구성하는 것뿐 아니라 오장육부 활동의 근본 에너지이다.

정精에는 선천지정先天之精과 후천지정後天之精이 있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아가 만들어질 때 부모(천지)로부터 받는 근원적인 정精을 선천지정이라고 하며, 인간이 나고 자라면서 음식과 호흡을 통해 스스로 생성하는 정精을 후천지정이라고 한다. 후천지정은 생활환경이나 음식 등에 의해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선천지정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충되지 않고 선천지정이 다 소모되면 수명을 다하게 된다. 정精은 인간의 생명 유지와 정신, 신체 활동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한의학을 비롯한 동양철학, 도가에서는 정精을 보전하고 수양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나아가 정精은 단순히 한 인간의 수명과 건강의 차원을 넘어 보다 더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행촌 이암이 집필한 고조선의 역사서인 『단군세기』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其精之永續也는 與蒼生으로 同其業也니라.” 이는 “인간의 정精이 자손에게 이어져 영원히 지속함은 창생과 천지의 이상세계를 이루어 가는 과업을 함께하고자 함이다.”라는 뜻이다.

인간의 몸체는 소우주라고 하나 형체形體의 한계로 인해 영원히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품은 정精을 사용하여 자손을 낳고 기름으로써 그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고 땅 위에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수만 년 전 조상들의 유전자가 내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부모(천지)로부터 정精을 받아 태어난 인간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면서 세상을 발전시키고, 자손을 낳아 정精을 후대로 이어 간다. 이렇게 인류의 문명과 정신문화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천지의 이상 세계를 건설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정精이 파괴되고 신장이 병들면?


그런데 정작 현대 사회에서는 정精에 대한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이 득세한 요즘, 사회 문화 전반에는 쾌락주의가 만연하고, 정精의 개념조차도 모르거나, 정精을 소모시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남녀의 신체 노출이 인기를 얻고, 대중매체에서는 의사가 자위행위를 통해 정액을 주기적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精을 보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몸의 정精이 파괴되고 신장이 병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피로감이다. 신장은 오장육부의 정精을 저장하고 있으며, 각 장부 및 신체 기관은 이 정精을 바탕으로 기능을 한다. 또한 신장은 오행五行에서는 수水에 해당하는데, 수水의 성질에 의해 신장의 기능 또한 음陰과 양陽으로 나뉜다. 신장의 음陰적인 기능은 바로 정精을 응축하고 저장하는 것이며, 양陽적인 기능은 응축된 정精을 발동시켜 오장육부 활동의 근원이 되는 불기운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각각 신음腎陰과 신양腎陽이라고 한다. 정精이 소모되면 가장 먼저 신양腎陽이 약해지면서 신체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신장이 오행에서 수水라면 그 반대편에는 심장心臟이 있다. 심장은 오행에서 화火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신神이 기거하는 곳으로 인간의 정신 활동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심장과 신장은 항상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활동하는데, 신장의 정기精氣가 부족하게 되면 심장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받지 못해 정신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의 정신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정精이 손상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유정遺精과 몽설夢泄 등을 이야기하였다. 유정遺精은 평상시에도 정액이 저절로 새어 나가는 증상으로 소변의 색이 탁해지거나 조그만 자극에도 사정이 되는 증상을 말한다. 몽설夢泄은 말 그대로 꿈을 꾸면서 사정이 되는 것으로 젊은 남성에게 가끔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나 나이 든 사람에게 나타나거나 횟수가 빈번하면 병적인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머리가 빠지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증상도 신장 및 정精의 손상과 관계있는 것으로 본다.

또한 신장은 허리 부위에 위치하고 있어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요통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신장에 저장된 정精은 평소 혈액 속에 녹아 전신에 운반되어 우리 몸의 관절과 근육을 자양하는 원천이 되는데, 정기가 부족하면 관절 및 디스크, 인대의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통증 및 관절염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신장과 정精의 손상 정도가 심해지면 신장腎臟의 생리학적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여 몸이 붓거나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단백뇨 및 혈뇨 등 소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신장이 혈액을 정화하는 일을 못 하게 되는 것을 신부전이라고 하는데 신부전이 장기화되어 만성 신부전에 이르면 신장은 재생되지 않고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혈액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할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된다.

멀쩡하던 신장 조직이 어떤 원인에 의해 갑자기 파괴되면서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급성신부전이다. 급성신부전의 첫 번째 원인은 신우신염이다. 신우신염은 그 자체로는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이지만 신우신염이 심해져 요관폐쇄가 일어나면 신장 조직이 파괴되어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심한 탈수와 출혈이다.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 심한 구토나 설사 등에 의해 탈수가 발생하는 경우에 신장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인은 감염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신장 조직에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감기나 폐렴 이후에 갑자기 신부전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약물이다. 양약 중 신독성이 있는 진통소염제나 항생제 등이다. 이러한 원인을 평소 잘 알고 있으면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신장이 파괴되어 신부전 환자로 평생을 살게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신장과 정精을 상하게 하는 것은?


그러면 어떤 행동들이 신장과 정을 상하게 할까? 불교에서는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 즉 빛⋅소리⋅냄새⋅맛⋅만지는 느낌에 집착하여 야기되는 오욕五慾을 말한다. 또 명예욕名譽慾, 재욕財慾, 식욕食慾, 애욕愛慾 등 인간은 원초적으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며 살아간다. 이런 욕망 내지 욕구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동력원이 되기도 하고, 역사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창조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욕망이 과도하게 되면 결국 정精을 소모하고 파괴시켜,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모든 욕구 중 정精의 소모와 가장 큰 관련이 되는 것이 성욕性慾일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만물은 자신의 정精을 소모하여 자손을 낳는다. 성욕은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욕구이며, 모든 인간은 결국 성욕의 산물인 만큼, 인간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욕구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욕으로 인해 정의 소모가 과도한 경우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수명도 단축된다. 이는 남성은 물론 여성에도 해당된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월경과 임신, 출산을 통해 평소에도 정혈精血을 소모하도록 되어 있고, 성욕이 발동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과 애액愛液 등도 정精의 소산이기 때문에 성욕을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精爲寶, 寶持宜秘密, 結嬰尙未可, 何況空廢棄”라 하여 ‘정精은 보배와 같고 은밀히 간직해야 하며, 자식을 낳은 데 쓰는 것도 아까운데 어찌 헛되이 버릴 수 있겠는가’ 라고 말했다. 특히 기력이 쇠퇴하기 시작하는 40세 이후에는 성욕으로 정精을 소모하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하며, 정수精髓가 다하는 64세 이후에는 성욕을 끊어야 생명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술에 취하거나 병, 외상 등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성교를 하는 것은 정精을 크게 상할 수 있으므로 경계하였고, 한번 성교를 한 후에는 음식이나 약을 통해 정精을 보충하고, 정기精氣가 회복되는 3~7일간은 다시 성교를 하지 않을 것을 권장했다.

생활 습관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도 정精을 소모시키거나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오장五臟의 오행五行 관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의 화火가 왕성하면 화극금火克金의 원리에 의해 폐가 상하고, 폐의 금생수金生水 작용이 방해를 받아 신장의 수기水氣가 마르게 된다. 신장의 수기가 마르면 정精도 손상되는 것이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오래 한다거나, 과로, 말을 많이 하는 것, 스트레스 등의 자극이 모두 심장의 화火를 부추겨 신장과 정精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외상이나 과도한 신체 노동도 정精을 상하게 한다. 생리학에서도 심한 탈수나 출혈이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며, 동의보감에서도 심한 노동이나 물에 빠지는 것이 신장腎臟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정精은 우리 신체의 근본인 만큼 몸을 혹사시키는 모든 자극들이 정精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신장과 정기를 보전하고 강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신장과 정精을 보전하고 튼튼하게 할 수 있을까? 서론에도 언급했듯이 인간의 정精에는 선천지정先天之精과 후천지정後天之精이 있는데, 선천지정은 어머니의 배 속에서부터 받아 간직하고 있는 것이며, 후천지정은 사람이 생활하면서 호흡으로 받는 천기天氣와 음식으로부터 오는 지기地氣를 통해 만들어진다.

사람은 평소에 주로 후천지정을 에너지로 하여 정신과 신체 활동을 영위하지만, 후전지정이 고갈되거나 몸과 마음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고요히 잠들어 있던 선천지정이 흐트러지면서 소진된다. 또한 남성의 경우에 성적인 흥분을 통해 사정을 할 때, 여성의 경우는 평소 월경 및 임신, 출산 과정 등에서 선천지정을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정을 보전하는 방법은 먼저 호흡을 통해 천기를 받고, 음식을 통해 지기를 흡수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후천지정을 생성하여 쌓아 나가는 것이다. 호흡은 우리 몸의 기氣의 순환을 제어하는데, 각종 스트레스나 정서적 자극에 의해 호흡이 불규칙해지면 몸의 기氣 또한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정도가 심할 경우 정精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항상 평온한 마음으로 호흡을 고르게 해야 하는데, 이것을 조식調息이라 하였다. 음식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향미가 강한 음식에는 정精이 적게 포함되어 있고, 담백한 음식에 정精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였다. 정精이 가장 풍부한 음식이 바로 오곡五穀, 그중에 쌀이다. 흰죽을 끓일 때 나오는 하얀 진액 속에 정精이 가장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음식도 담백하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중요한 것이 바로 성욕의 조절이다. 성적인 행위는 남녀 모두 정精을 소모시키는 대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젊고 건강한 사람도 과도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며, 몸이 약하거나 나이가 든 이들의 경우 특히 성욕을 경계해야 한다. 몸이 허약한 남성 중에 오히려 성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장 및 정精이 손상되어 심장의 화기火氣가 왕성해져 생기는 증상으로 상화망동相火妄動이라 하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성적인 행위뿐 아니라 평소 성적인 생각이 자주 드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 몸의 정精은 마치 맑은 물처럼 고요히 고여 있는데 성性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이 고요함이 깨지고 정精이 새어 버리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병의 치료나 평소 건강 증진을 위해 신장腎臟과 정精을 보충하고 강화시키는 처방이 다수 존재해 왔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옥고나 공진단 등의 처방도 그러한 종류이다. 신장의 음기陰氣를 보충하는 약재로 대표적인 것이 숙지황이며, 산수유와 오미자, 천문동 등도 신음腎陰을 보강하여 정精을 굳건히 해 준다. 신장의 양기陽氣를 보충하는 약재로 대표적인 것이 녹용이다. 평소에 몸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 이런 약들을 틈틈이 복용하게 되면 정精을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이런 처방들이 현대 사회에서 일종의 정력제로 사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성욕의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약의 도움으로 정이 쉽게 보충되면, 다시 성욕이 강해져 정精을 더 낭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정精은 현대 사회의 면역력의 개념과도 상통한다. 『황제내경』에서는 “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 하여 정기正氣가 몸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으면 삿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정기正氣란 정精을 바탕으로 오장육부의 기운 순행이 원활한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정기正氣의 전제 조건이 바로 정精이다.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질병들이 창궐하는 요즘, 정精을 보전하고 강화하는 것은 단순히 건강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