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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개벽뉴스]

    미군이 떠난 뒤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 20년 만에 무너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
    ▶ “복수는 없을 것” 탈레반의 당초 공언과 상반된 행동
    ▶ 이슬람 율법(샤리아법)하에서 이루어지는 공포정치



    아프가니스탄, 다시 탈레반의 나라로.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그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이 지목되었고, 미국은 그를 보호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탈레반Taliban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 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 of Afghanistan)’이 수립되었다.

    그렇게 20년이 지난 후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를 결정했다. 애초에 전쟁의 목적이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을 다시 공격하는 기지로 사용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충족되었다는 이유다. 바이든은 “우리는 10년 전에 빈 라덴에게 정의를 실현했는데 그 뒤로도 10년 동안 더 아프간에 머물렀다.”라며 “그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을 이유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5월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다.

    미군 철수 시작과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무너졌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20년간 미국에 훈련받은 아프가니스탄의 35만 명 정부군이 8만 5,000명에 불과한 탈레반에 단 3개월 만에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다. 8월 15일(이하 현지 시각), 탈레반은 수도인 카불Kabul에 입성하였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부인, 참모진과 함께 항공편으로 우즈베키스탄에 급히 도피했다. 그리고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한다는 발표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은 붕괴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카불 국제공항은 탈출하려고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 가운데 탑승하지 못한 사람 중 상당수가 비행기의 날개와 바퀴에 매달렸는데, 비행 중에 그들 중 일부가 떨어지는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작업에 빠르게 착수했다. 전 정부 인사들과의 회담을 준비하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면령을 발표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여성 권리 존중, 극단주의 거부 등의 조건을 제안하였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탈레반의 행동이 달렸다.”고 밝혔다.

    보복 없다던 탈레반의 두 얼굴


    8월 20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자신들에게 저항했던 지방 경찰청장을 체포해 두 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로 처형한 뒤 그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은 사면령을 선포하고 이전 적들에 대한 복수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주요 도시 점령 전부터 미리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보복·색출 작전에 돌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탈레반이 순찰대를 구성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대의 남성을 찾아 구금한 뒤 순서대로 처형한다고 보도했다. 또 미군 등에 협력한 아프간인 색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에서 미국인들이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구타를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탈레반이 강조하는 샤리아법


    미군이 점령했을 당시에는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 인권이 보장되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20년간 점진적으로 개선된 여성 인권이 악화하여 외출할 때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한다. 가족인 남자와의 동행이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고, 12세 이상의 여자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 이슬람 율법(샤리아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전쟁미망인과 미혼 여성, 13세 이상의 여자아이들은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해야 한다. 탈레반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연소인 18세(한국 나이)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24)는 탈레반 재집권 이후 뉴욕타임즈에 기고문을 보내 “아프가니스탄의 자매들이 걱정된다.”며 “강국들이 여성과 어린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말랄라는 15세 당시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하교하는 길에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

    한편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미군의 철수에 긍정적이었던 여론이 사태의 악화에 따라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유력 언론들은 ‘아프칸을 탈레반에 넘겨주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현재 탈레반은 통치 체제 등 새 정부의 구체적인 형태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샤리아법의 세부 사항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력 균형자였던 미국이 떠나고 그 자리에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중동의 정세가 거센 폭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율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는 시대정신에 뒤떨어진 낡은 것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이념일지라도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원리주의’로 향한다면 지난 역사의 비극을 몰고 왔던 전체주의全體主義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니겠는가?

    ■시사용어사전■ 샤리아Sharī‛ah
    샤리아는 이슬람교의 율법이며 규범 체계다. 샤리아를 구성하는 4대 법원法源은 꾸란(코란Koran)과 하디스Hadīth, 이즈마Ijmā, 끼야쓰Qiyās이다. ‘샤리아’는 ‘길’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샤리아법은 이슬람 세계 전반의 생활 방식을 규제한다. 샤리아법은 극단적인 엄벌주의로 사형은 물론 투석형, 참수형, 태형, 손목·발목 자르기 등 전근대적인 형벌이 규정돼 있다.

    특히 여성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은데 탈레반은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어 여성 인권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탈레반의 가혹한 규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꾸란(코란)엔 ‘여성은 가족이 아닌 남성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여러 이슬람 국가들에서 여성이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히잡Hijab’을 착용해야 하는 배경이다. 반면 탈레반은 이를 더 까다롭게 적용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Burka’를 착용하도록 강제한다. 또 여성의 법정 증언 능력을 남성의 절반만 인정한다.

    ■시사사전■ 무슬림 여성들의 전통 의상
    이슬람 여성들은 신체 노출을 피하고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전통 의상을 입는다. 부르카Burka, 니캅Niqab, 차도르Chador, 히잡Hijab 등 네 종류로 나뉜다.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고 눈 부위까지 망사로 덮는 가장 엄격한 복장이다. 이슬람권에서도 아프가니스탄 등 일부 지역에서 소수만 입는다.

    니캅은 부르카에서 눈을 가리는 망사 부분만 없는 복장이다. 니캅도 부르카로 통칭해 부르기도 한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많이 착용한다.

    히잡은 대표적인 이슬람 전통 의상으로 머리카락과 어깨, 목 등을 가리는 헤어 스카프다. 상체는 가슴까지 가리고 얼굴은 내놓는다.

    차도르는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망토형 겉옷으로, 안에는 보통 양장을 입는다. 이란과 이라크 등지에서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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