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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한의학건강칼럼 | 오장육부를 다스리면 건강을 찾는다 - 현대인의 폐肺


    - 폐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공해


    한재환 / 숨쉬는한의원 천안점 대표원장

    폐주기肺主氣


    『황제내경』에서는 “폐주기肺主氣”라 하여 폐肺는 기氣를 주관하며, 우리 몸의 모든 기는 폐에 속한다고 말한다. 기氣는 우주를 구성하는 유무형의 에너지의 본체이며, 우리 몸의 형체 유지와 모든 생리 작용 역시 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폐는 단순히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기주머니가 아닌, 모든 생리 작용의 추진에 관여하는 중요한 장기라 볼 수 있다.

    폐의 두 가지 기능


    폐는 목화토금수의 오행五行에서 금金에 속한다. 금은 수렴하는 기운이다. 따라서 폐의 형태는 오장육부 중 가장 위쪽에 위치하여 오장육부의 덮개 역할을 하는데, 오장육부의 생리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열이 뇌가 위치한 머리로 올라가는 것을 막아 준다. 폐가 호흡 활동을 하면서 외부의 공기가 폐로 순환되면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체내의 열기도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이것이 체온 유지에 중요한 한 축이 되는 것이다.

    기능적으로 폐는 크게 숙강肅降 작용과 선발宣發 작용을 한다. 숙강 작용이란 말 그대로 기운을 내리는 것인데, 숙肅의 의미는 엄숙하다는 뜻이다. 기운의 청탁(맑고 탁함)을 엄숙히 분별하여 탁한 기운은 체외로 배출시키고 맑은 기운의 정수만을 아래로 하강시켜 신장腎臟에 이르게 한다. 이는 호흡으로 들어오는 천기天氣의 청탁뿐 아니라 음식으로 들어오는 지기地氣의 청탁도 포함된다. (본지 2021년 8월호, 비위 편의 소화 생리 참조)

    선발 작용은 말 그대로 퍼뜨리는 것이다. 폐로 들어온 천기와 지기는 폐의 선발 작용에 의해 전신으로 보내진다. 이는 각 장부, 근육, 피부와 모발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폐의 역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먼저 모발이나 피부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폐의 통로는 코와 목구멍이므로 폐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경우 코와 목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기침과 코 증상(코막힘, 콧물 등)이다.

    대기오염과 미세 먼지 극복하기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은 이면에 환경 파괴와 공해를 탄생시켰다. 생활의 필수품인 전자 제품,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공장의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물건을 주문하면 하루 만에 받는 편리함을 위해 유통회사의 수많은 트럭들이 도로에 매연을 내뿜고 있다. 지구의 공기를 정화시켜 주는 나무와 해양생물들도 점차 그 수가 줄어 가고 있다. 환경 파괴와 공해는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왔고, 우리의 건강을 파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이나 음식, 주거 등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체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다만 2000년대 중반부터 미세 먼지 이슈가 대두되면서 대기오염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졌다. 대기오염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과거에는 주로 도심지나 공장 지대 위주로 대기오염이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인접국의 여파로 인해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대기오염이 나타나고 있다.

    미세 먼지는 각종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일반 먼지와 다르게 미세 먼지는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인체에 들어와 쌓이게 되는데, PM 2.5(먼지 입자가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 또는 ‘극미세먼지’)의 경우 폐포에까지 침투할 뿐만 아니라, 혈관으로 들어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미세 먼지가 몸에 주는 가장 흔한 피해가 바로 염증炎症이다. 미세 먼지가 인체로 들어오면 면역 세포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일을 하게 되는데, 이때 부작용인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우리 몸의 각 기관에서 이러한 염증 반응이 발생하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노인, 유아, 임산부나 심장질환자나 호흡기질환자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미세 먼지가 있다고 창문을 닫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랜 시간 환기를 시키지 않을 경우 실내 공기오염이 오히려 미세 먼지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어 집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일 2~3회 정도 환기를 시키되 환기 시에는 최대한 모든 창문을 개방하여 빠른 시간 내에 전체 공기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하고, 환기 후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최대 풍속으로 가동하여 들어온 미세 먼지를 최대한 빨리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여과율도 중요하지만 용량이 중요하다. 집안 면적을 커버할 수 있는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2대 이상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여 전체 공기가 여러 번 여과되게 하면 거의 모든 미세 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미세 먼지가 심한 날 외출 시에는 반드시 KF마스크를 착용하여야 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폐 건강을 지키는 근본 방법


    미세 먼지를 비롯한 외부 공기의 오염으로부터 폐의 건강을 지키는 근본적인 방법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코로 숨 쉬는 것과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코는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동의보감』에 “폐는 코와 통해 있으며 기가 코로 들어가서 심과 폐에 저장된다.”고 하였다. 폐로 공기가 들어가는 구멍은 입과 코 두 가지인데 왜 유독 코만을 강조한 것일까? 동의보감에서는 코는 천기天氣의 통로이며, 입은 지기地氣의 통로라고 하였다. 즉 맑은 천기가 왕래하는 통로는 코라는 것이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도 최근 코로 숨 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코가 단순히 공기 통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는 공기를 통과시키고 냄새를 맡는 것 외에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 숨을 쉬는 것은 기관지 및 폐 건강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전제이다. 비염으로 인해 코가 막혀 있는 경우 방치하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하고, 습관적으로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에도 평소 코로 숨을 쉬도록 노력해야 한다.

    폐와 호흡기 건조 예방하기


    코로 숨을 쉬면 기관지와 폐의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적인 호흡기 점막의 건조함은 폐 자체의 기능적인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다. 코 점막에서부터 인두, 후두, 기관지에 이르기까지 호흡기 점막 표면에서는 항시 소량의 점액질이 분비되며 이 점액질은 외부 이물질로부터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점액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호흡기가 건조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감기나 독감을 심하게 앓은 후 몇 주 동안 잔기침이 지속되는 것도 일시적으로 폐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흡기가 건조해지는 까닭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 폐에 열이 몰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질 수 있고, 노인들의 경우에도 노화로 인해 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기 점막이 쉽게 건조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몸의 컨디션 향상을 위해 수면 습관 및 생활 습관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으며, 폐 기운을 소통시키고 보강해 주는 약재를 복용하여 조리하는 것이 좋다. 폐와 호흡기의 건조함을 예방하는 약재는 체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꿀, 배, 오미자, 맥문동, 잔대 등의 약재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정상적인 폐활량 유지하기


    또 한 가지 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자세나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한 호흡량 감소이다. 폐는 스스로 움직이는 장기가 아니다. 폐는 흉강 안에 흉막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풍선과 같은 막 속에 존재한다.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흉강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폐도 같이 늘어나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내쉴 때 흉강이 좁아지면서 폐 속의 공기가 밖으로 나가게 된다.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가장 큰 일을 한다. 횡격막은 폐 아래에서 우리 몸을 가로로 관통하고 있는 근육이다. 횡격막이 수축하면 흉강의 아랫부분을 밑으로 잡아당겨 흉강을 넓힌다. 또한 갈비뼈를 잡아 주는 흉쇄유돌근, 사각근, 외늑간근 등이 작용하여 흉강을 위쪽, 옆쪽 방향으로 늘여 줌으로써 흉강을 커지게 한다. 반대로 숨을 내쉴 때는 주로 복직근, 복사근, 복횡근, 내늑간근 등이 수축하여 압력을 가하면 흉강이 좁아지게 된다.

    최근 ‘거북목 증후군’이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수험 생활이나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해 등이 굽어지고 목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갈비뼈 사이가 좁아지고, 흉강이 좁아진 상태가 지속된다. 숨을 들이쉴 때 흉강이 충분히 넓어지지 않고 폐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도 적어지게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머리가 멍해지거나 피로가 개선되지 않는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조사에서 성인의 35%가 운동 부족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운동 부족인 사람들의 경우 숨이 차도록 신체 활동을 하는 일이 며칠에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많다. 폐를 움직이는 근육도 사용할수록 강해지고, 사용하지 않을수록 약해지기 마련이다. 장기간의 운동 부족은 폐활량을 줄어들게 하고 결국 만성피로와 비만의 원인이 되어 건강을 악화시킨다.

    금액환단金液還丹


    결국 폐 건강에 있어 핵심은 ‘맑은 공기가 충분히 몸 안으로 출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나아가 폐의 역할이 우리의 정신과 생명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폐는 우리 몸의 모든 기氣를 주관하며, 호흡을 통해 들어온 천기와 음식을 통해 들어온 지기를 오장육부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또 폐는 오행에서 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금생수金生水의 원리로 폐는 수렴 작용을 통해 신장腎臟의 수기水氣를 생성한다. 신장은 수기를 저장하며, 이는 우리 생명의 물질적 근원인 정精을 형성하는 재료가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우리 몸에는 세 가지 단전丹田이 있으며, 배꼽 아래 세 치(약 9~10cm) 되는 곳을 하단전下丹田이라 하여 정精이 저장된다.”고 했다. 또한 “금액환단金液還丹이라 하여 폐의 진액津液이 단전으로 돌아간다.”라고 하였다. 우리의 건강과 수명, 정신 활동은 모두 우리 몸의 정기精氣에 근본을 두고 있으며, 이 정기를 생성 및 유지하는 장부가 바로 폐인 것이다.

    따라서 평소 자세 교정에 신경 쓰고, 맑은 공기 속에서 주기적인 산책이나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정상적인 폐활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호흡하는 방법이 중요한데, 생각 없이 짧고 불규칙하게 숨 쉬는 것은 좋지 않다. 올바른 호흡법을 통해 우리 몸의 정기精氣를 축장蓄藏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월 호 개벽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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