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홈 | 기사목록 | 되돌아가기

    [칼럼]

    코드로 문화읽기 | 영화 《컨택트 Arrival》 우주의 언어를 습득해 시간에 통달하는 이야기

    한재욱 / 본부도장

    영화 ‘콘택트Contact’와 ‘컨택트(원제 Arrival)’는 모두 주인공이 여성이고 외계문명과 접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베가성에 가서 돌아가신 아버지(또는 아버지 모습의 외계인)를 만난다. 이는 상제님 진리에서 사람이 죽으면 신명이 되어 천상의 별자리로 돌아간다는 신관으로 해석하기 좋은 내용이다. 또한 거문고 자리의 베가성은 지구의 세차운동이 지속된다면, 12,000년 후에는 새로운 ‘북극성’이 되는 특별한 별자리이다.

    그에 비해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컨택트’는 3수(3천 년), 12수(12개의 셸), 그리고 7수(칠성 상징)를 바탕에 잔뜩 깔고, 우주의 언어를 습득해 시간에 통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를 통해 지구인(주로 서양인)이 생각하던 직선시간관에서 순환시간관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영화의 배경지식


    컨택트 어라이벌Arrival, 이 영화는 테드 창의 SF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를 원작으로 한다.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까지 8개상을 모두 석권했다.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영화는 2016년에 개봉했다. 감독은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1967년생, 캐나다)이다. 한국의 봉준호 감독도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각색한 시나리오가 원작에 비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자기가 새로 각색하고 싶다고 했다가 결렬되었다고 한다. 원작자 테드 창Ted Chiang(장펑난姜峯楠)은 1967년에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 2020년대 현재 전 세계의 문학계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SF소설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아마도 뿌리가 동양계여서 극의 내용에 12수나 7수, 시간의 동시성, 순환성 등이 담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언어에 의해 시간 인식이 바뀌면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가 놀랍고 영리한 아이디어로 펼쳐진다.

    원제는 도착·도달을 뜻하는 《어라이벌Arrival》인데 한국에서는 ‘컨택트’로 바뀌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와 다른 영화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보다 더 놀라운 연출로, 해외 언론 매체들로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에 비견되는 감독”(LA Times), “스티븐 스필버그의 경이로움과 같다”(Slant Magazine)는 찬사를 받았다. 여주인공은 슈퍼맨의 여자 로이스 레인으로 연기한 에이미 애덤스Amy Adams로 외계인 SF물과 인연이 깊다. 컨택트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바둑돌을 반으로 깎은 듯한 이미지의 거대 타원형 외계 우주선(셸) 12개가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한다. 움직임 없이 조용히 공중에 떠 있기만 한 우주선들 때문에 인류는 불안해한다. 국경은 폐쇄되고, 군은 비상 체제를 유지하며 사람들은 사재기를 한다. 세계 각국은 이들이 온 이유를 밝히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다. 정부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으는데 언어 해독의 최고 전문가인 주인공 루이스(에이미 애덤스 분)도 합류한다. 루이스는 물리학자 이안(제러미 레너 분)과 함께 헵타포드heptapod(외계인의 다리가 7개여서 붙인 명칭) 외계인 2명과 접촉해 대화를 시도하는데 외계인들은 허공에 먹물을 뿌리는 듯한 문자를 전달한다. 루이스가 이를 해독해 내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언어 구조에는 시간상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점점 익혀 가면서 루이스도 점차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는 능력을 얻게 된다. 세계 각국에서 각자 접촉해 얻는 정보가 12분의 1이라는 것을 깨닫고 대화한 정보를 모두가 하나로 모아야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각국은 분열한다. 이들이 온 이유를 물었을 때 그들의 문자가 ‘무기를 준다(Offer weapon)’는 의미로 잘못 해석되어, 공격이 임박했을지 모른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선제공격을 준비한다. 각국이 통신을 끊고 공격이 임박한 찰나, 루이스는 외계인과 직접 만나고 미래를 본다. 루이스는 미래의 기억에서 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데 수신자는 공격을 이끌고 있는 중국의 샹 장군이었다. 루이스는 미래의 기억에서 샹 장군이 알려 준 문장을 말한다. 이 말은 장군 부인의 유언이었다.

    "In war there are no winners, only widows."
    전쟁에 승자는 없다. 다만 과부만이 있을 뿐이다.


    이 말에 현재의 샹 장군은 큰 충격을 받고, 중국군은 공격을 취소하게 된다. 세계는 평화를 되찾으며 외계인들의 12개 셸은 지구를 떠난다. 인류는 서로가 습득한 외계어(헵타포드어)를 서로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한다. 루이스가 본 미래의 기억 중에는 헵타포드의 문자가 정립되어 책으로 출판되고, 루이스가 이를 대중에게 가르치는 내용도 있다.

    이 프로젝트를 거치며 이안은 루이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이미 루이스는 이런 미래까지도 모두 기억 속에 있다. 그리고 둘 사이의 딸이 어린 나이에 희귀병으로 죽게 될 것도 알고 있다. 비극으로 끝날 걸 알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이안과 포옹하며 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 품이 이렇게 따뜻한 줄 잊고 있었다.”고. 현재에서 미래를 다 살아온 기억으로 할 수 있는 말이다.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난 그 모든 걸 떠안았단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반길 거야.” 이 말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사피어-워프 가설


    이안 : 이 생각에 대해 자료를 좀 찾아 봤는데... 외국어를 배우는 데 몰두하게 되면 실제로는 뇌 회로가 재구성된대요.

    루이스 : 그 이론은... 말하는 언어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결정돼요.

    이안 : 네, 세상을 보고 느끼는 것도 달라지죠.


    두 주인공은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물리학자 이안이 언어학자 루이스에게 이 영화의 핵심 코드가 될 이론을 말한다.

    이안은 루이스가 헵타포드 언어를 이해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수록 그들 방식대로 생각하는지 묻는다. 예를 들면 꿈도 그들처럼 꾸는지도 묻는다. 여기서 말한 ‘언어가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이론이 사피어-워프 가설이다.

    20세기 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인류학자와 언어학자들은 세계의 다양한 언어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중 언어상대성言語相對性을 주장한 언어학자는 미국의 사피어E.Sapir와 워프B.L.Whorf 이다. 그들의 이름을 따서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사피어-워프 가설에 의하면, 우리들의 사고 과정이나 경험 양식은 언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언어가 다르면 거기에 대응해서 사고와 경험의 양식도 달라진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언어는 사람들의 경험과 사고방식을 규정하며 사람은 이것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데 이러한 입장을 언어결정론(language determinism)이라고도 한다. 인식에 앞서 언어가 있다는 이 이론은 언어가 없이는 생각도, 인식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비판하며 반대하는 주장도 생겨났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교수는 인류에게는 보편언어가 있고, 이를 자신이 속한 사회적 언어로 바꿔 소통한다고 주장했다.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도 보편 문법을 주장했다. 양쪽 다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중요한 찬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사피어의 문하생인 워프는 미국 인디언의 언어를 연구했다.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 언어 자료를 연구하면서, 그는 인간의 심리적 그리고 지적 세계가 그 언어 구조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견해를 주장하게 된다. 워프가 연구한 아메리카 원주민 호피Hopi족의 언어는 우리들처럼 시간을 구별하지 않는다. 호피족은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은 시간상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에서 호피족은 시간을 풍경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호피족 언어에서는 행위의 발생 자체가 중요하다. 일이 진행 중인지 진행되었는지의 여부는 표현하지 않는다. 반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서는 정확한 발생 시간이 정해져 있다. 즉 시제의 명확한 구분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워프는 두 종류 언어의 차이로 인해 화자가 세상을 인식하는 차이점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테드 창은 사피어-워프 이론을 가져왔고, 특히 호피의 언어와 사고에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헵타포드 외계인의 언어는 호피족이 모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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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회전축이 뒤바뀌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그 후에 그런 일이 또다시 되풀이된다.”는 호피족의 예언은, 대자연의 순환 원리를 지적한다. 호피족의 예언 내용이 이 영화의 주제와 상당히 일치한다. 영화의 헵타포드의 언어와 시간 개념도 원형 형태의 순환론에 매우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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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피족의 전설과 예언은 종도사님께서도 『이것이 개벽이다』 책에 인용을 하셨다. “극히 오랜 전승傳承을 지닌 아메리카 인디언의 소부족인 호피족은 분명히 지구가 축에 중심을 두고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 호피 전설에서는 지구의 축은 두 사람의 우주 거인에 의하여 수호되고 있으며, 그들이 여기에서 손을 떼면, 지구의 회전이 뒤흔들려서 세계의 종말이 찾아들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그 후에 또한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고 전해 오고 있다.”


    우주의 언어


    그들의 문자는 “자를 필요 없는 단일도식 표현”이다.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소리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문자는 전방향이나 역방향이 없다. 언어학자들은 이걸 비선형(nonlinear) 철자법이라 부른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그들은 생각을 이런 식으로 하는가?” 문장을 쓰는데 양손으로 문장의 앞과 뒤부터 쓴다고 생각해 보라. 어떤 단어들을 쓸지도 알아야 하고 각 단어가 차지할 공간도 알아야 한다. 헵타포드는 복잡한 문장을 어려움 없이 2초 만에 쓸 수 있다.
    - 영화 속 물리학자 이안의 독백


    헵타포드 언어를 익혀 가면 갈수록 루이스는 미래를 본다. 그 미래 속에서 루이스는 헵타포드어의 번역법을 정리한 『우주의 언어(THE UNIVERSE LANGUAGE)』라는 책을 낸다. 책의 앞쪽엔 자신의 딸 이름인 “한나에게”라는 글귀가 있다. 대학에서 헵타포드어에 대한 강의도 한다. 그 미래의 기억을 떠올리며 드디어 무기가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루이스 : “이건 무기가 아니에요. 선물이에요. 그 언어를 우리 모두에게 준 거에요. 만약 제대로 배운다면 그들처럼 시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돼요. 그래서 앞으로 발생할 일을 알게 되죠. 그들에겐 시간 개념이 우리와 달라요. 선형적이지 않아요.”


    무기라고 번역됐던 단어는 사실은 선물이었고, 그 선물은 곧 그들의 언어였다. 이 언어를 익히면 인간도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간 인식은 상제님께서 바라보는 시간 인식에 대해 사색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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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제님 의식 세계에서는 미래, 과거가 없다. 영원한 현재이다. 우주 자체는 영원한 현재 의식이다. 과거라는 것은 현재 각성된 의식 속에 살아 있다. 미래도, 프로그램한 의식은 현재 의식 속에서, 각성된 의식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 의식 속에 중첩되어 있다. 도통자에게는 과거와 미래라는 게 없다. - 2019.01.16 종도사님 도훈


    우주 통치자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에서 ‘도수’란 표현을 쓰셨다. 도수度數는 ‘천도지수天度地數’의 준말이다. ‘천도’는 하늘의 자연 섭리의 법도를 말하고, ‘지수’는 시간 질서에 맞게 운행하여 땅에서 펼쳐지는 순환의 의미를 나타낸다. 상제님이 신도로 짜 놓으신, 신도(신명계)와 인간계에 적용되는 천지 운로의 이정표이자 역사 전개의 시간표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역사(인사人事)는 무작정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일정한 역사 정신의 시간 질서’에 맞춰 전개되는데, 그것이 바로 천지의 운행 원리(천리天理)와 신도神道의 활동 결과로 나타나는 ‘천상의 이정표’이다. 상제님께서는 후천 인간의 선경세계의 생활 문화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늘이 나직하여 오르내림을 뜻대로 하고, 지혜가 열려 과거 현재 미래와 시방세계(十方世界)의 모든 일에 통달하며 수화풍(水火風) 삼재(三災)가 없어지고 상서가 무르녹아 청화명려(淸和明麗)한 낙원의 선세계(仙世界)가 되리라. (증산도 道典 7:5:5~6)


    후천 인간의 도통의 경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일에 통달한다고 하셨다. 헵타포드의 시간 인식은 어쩌면 도통한 사람의 시간 인식을 영화적으로 보여 준 것이 아닐까. <이휘소 못다 핀 천재 물리학자> 책에는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였던 이휘소 박사가 소년 시절 왜 과거는 기억하면서 미래는 기억할 수 없는지, 시간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던 소년이었다고 쓰여 있다​. 영화 <미스터 노바디Mr. nobody>에서도 주인공은 “왜 우린 과거는 기억하면서 미래는 기억을 못 하죠?”라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내다본 성자들과 예언가들은 영화의 표현을 빌린다면 우주의 언어를 일부 깨달은 사람들이 될 수 있겠다.

    - 우주의 언어 주문
    수행은 우주의 근원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 우주 본래의 소리를 듣고 보는 것입니다. 우주 근원의 소리를 듣고, 본 사람들이 그 소리를 언어로 옮겨 놓은 것이 바로 주문입니다. - 『증산도의 진리』


    모든 만트라나 기도문은 도통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성인이 그 도통 경계에서 천지 생명의 본성을 체험하고, 대우주 생명의 바다에 들어가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언어로 압축하여 형상화한 것이다. 주문은 영적 에너지의 핵을 형성하는 신성한 음절의 조합이며, 우주의 생명의 핵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것이다.

    특히 태을주太乙呪의 ‘훔吽’은 우주의 근원 소리로 ‘종자 음절(seed syllable)’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모든 말과 소리의 씨(종자)가 되는 음절이다. ‘훔’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소리를 머금고 있는 창조의 근원 소리이다. 동시에 우주 만유를 통일시키는 가을의 생명의 소리이며 조화의 소리로서, 소리의 열매다. 따라서 ‘훔’을 근본으로 한 주문인 태을주는 모든 주문의 뿌리인 ‘종자 주문(Bija mantra)’이라 할 수 있다.

    - 우주의 언어 한글
    영화에서는 외계인들의 선물인 언어를 무기로 잘못 해석하는데, 역사 속에서는 말이 무기가 된 적이 실제로 많다. 특히 일제는 조선의 혼과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한국어와 한글 사용을 금지했다. 1938년부터 일제는 모든 학교에서 조선어 교육을 전면 폐지하고 일본어를 ‘국어’로 쓰도록 하였다. 그 민족의 고유한 언어와 문자를 못 쓰게 한 것은 제국주의 역사상 일제가 유일하다. 그런데 한글이야말로 영화에서 말한 우주의 언어와 가장 가까운 언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 대해 살펴보자.

    『환단고기』는 배달과 고조선이 창제한 문자를 기록하여 고대 한국이 문자문명의 발원처임을 밝혀 준다. 문자는 문명 발상의 필수 요소이다. 한민족은 배달 시대부터 이미 문자 생활을 영위하였다. 초대 환웅천황(BCE 3897~BCE 3804)이 신지神誌 혁덕赫德에게 명하여 녹도문鹿圖文을 창제하게 하신 것이다. 이것은 가장 오래된 문자로 알려진 BCE 3000년경의 쐐기문자(수메르)와 상형문자(이집트)보다 앞서는 세계 최초의 문자이다. 고조선 3세 가륵단군은 이 문자를 수정 보완하여 가림토加臨土 문자를 만들었다. 가림토의 모습은 조선 세종 때 만든 한글과 매우 흡사하다. 가림토의 첫 세 글자( · ㅣ ㅡ)는 삼신 사상에서 나온 천지인 삼재三才를 나타낸다. 흔히 음양오행론으로 한글의 소리 체계를 설명하지만, 한글은 사실 음양사상의 출원처인 신교의 삼신오제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 『환단고기 역주본』(상생출판) 해제


    한글은 우주 통치자 삼신상제님의 신교문화인 삼신오제三神五帝 문화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즉 영화의 표현을 빌리면 진정한 의미의 우주의 언어(THE UNIVERSE LANGUAGE)는 한글인 것이다. 한글의 원형인 가림토는 「단군세기檀君世紀」에 실려 있다. 저자 행촌 이암李嵒의 손자 이원李原은 세종대왕을 세자 시절부터 가까이 보필했는데, 세종의 즉위 때는 세종 임금의 명령으로 종묘에 ‘즉위신고’를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수문하시중(당시 국무총리)을 두 번이나 했던 할아버지의 책을 세종대왕에게 바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는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또 서울대 김주원 교수의 『훈민정음-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라는 책에는 당시 『성리대전性理大全』 80권이 들어왔는데 그 책에 우주관을 설명한 주렴계周濂溪(1017~1073)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서 오행사상 영향을 받아서 소리 시스템을 정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행의 근원이 삼신오제 사상이고 천부경天符經이다.

    인류 문화사 최초이자 제1의 경전 천부경의 우주원리로 만든 언어가 ‘한글’이다.
    - 강화도 환단고기 북콘서트 종도사님 도훈


    종도사님께서는 상제님의 도법으로 지구촌 인종씨를 추리는 대개벽 후에는 진리의 종주 나라의 모국어인 한국말로 통일된다고 하셨다.

    그 사람이 다시 여쭈기를 “언어가 같지 않으니 어찌하옵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언어도 장차 통일케 되리라. 개벽선경 오만년 대동 세계에서 읽는 글은 다시 고안해서 나오리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5:409:3~5)

    장차 우리나라 말과 글을 세계 사람이 배워 가리라... 우리나라 문명을 세계에서 배워 가리라. (증산도 道典 5:11:3,6)


    - 우주의 언어 천부天符
    팬들은 헵타포드의 문자가 마치 종이에 붓으로 한자를 쓸 때 먹물 번짐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 다리가 여러 개인 이 외계인은 문어나 오징어를 연상시키고, 먹물을 쏘는 느낌이니 붓글씨로 글 쓰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감독부터가 대만, 중국계이니 한자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건 당연할 거라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이들의 글씨를 로고그램logogram이라 했다. 즉 표어문자表語文字(단어 문자)는 하나하나의 문자로 언어의 하나하나의 말이나 형태소를 나타내는 문자 시스템을 말한다. 한자는 한 음절이 한 형태소가 된다. 한자의 각 형태소를 한 문자씩 표기하므로 체계적인 표어문자의 대표 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환국·배달·조선에 언어가 있었다. 『삼성기 하』에서 ‘부도지문符圖之文’이라 한 것은 부적 같고 그림 같은 문자이다. 이것은 환국 시대에 있었던 그림문자로 볼 수 있다. 실제 헵타포드의 문자는 마치 붓으로 그린 부符처럼 보인다. 상제님께서는 양지에 물형物形을 그리시고 “이는 천지공사에 신명을 부르는 부호(符號)니라.”(증산도 道典 4:23:3)라고 말씀하셨다.

    부(符)는 귀신의 길이니라. (증산도 道典 4:67:7)

    주송을 해야 신이 내 마음에 출입을 하며 부는 신명의 집이니라. (증산도 道典 8:102:2)

    현무경에 천지이치와 조화의 오묘함을 다 뽑아 놓았느니라. (증산도 道典 5:346:2)


    천부경의 ‘천부’는 진리의 상징인 하늘[天]의 진리 정신을 수에 담아서 암호[符]로 드러낸 것이다. 원작자 테드 창과 감독 드니 빌뇌브는 본인들이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천부의 문화를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헵타포드의 이 신비한 문자는 시간의 신비에 접근하게 해 준다. 천부경도 우주와 인간의 탄생 그리고 가을개벽의 시간 질서와 태일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글씨의 형태도 메시지도 부符라고 결론을 내려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최소 시간의 원리가 의미하는 것


    여기에서 이 소설이 다룬 ‘페르마의 정리’라는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이 나온다. 페르마Pierre de Fermat는 프랑스 사람으로 17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손꼽힌다. 원작에서는 헵타포드의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principle of least time)’를 길게 다룬다. 빛은 최단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는 원리다.

    양자역학의 실험 결과를 보면 전자電子가 마치 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 자신을 관측하면 입자粒子(particle)와 같이 행동하고,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波動(wave)처럼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페르마의 원리도 이와 같은 양상을 띤다. 마치 빛이 의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창을 던지는 물속에 물고기가 보이는 위치보다 약간 아래로 던져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은 빛이 물에 들어갈 때 굴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A 지점은 공기 속이고, B 지점은 물속이다. 빛이 A에서 B로 가는 최단 거리는 직진이다(녹색). 그런데 이상하게도 빛은 빨간색 경로를 택한다. 좀 더 공기 속을 길게 달리다 물에 닿을 때 굴절이 일어나 물속에서 B 지점을 향해 달린다. 결과적으로는 빨간색 경로가 더 빠르다. 그 이유는 만약 물속에 조난자가 있을 때 구조 요원은 물속에 뛰어들어 직선으로 헤엄쳐 가는 것보다는 조난자와 가장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점까지 충분히 육지에서 뛰어가 가까이 가서 물속에서의 가장 효율적인 지점부터 수영해 들어가는 게 나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빛은 엄청나게 빠르지만 달리고 있는 매질媒質에 따라 속도에 차이가 난다. 물속보다는 공기 속에서의 속력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그래서 좀 더 공기 속으로 더 많은 거리를 달려서(상대적으로 빠른) 목표에 가까워지고 좀 더 적은 거리를 물속으로 달린다. 이것은 빛이 목적지를 알고 가장 최소의 시간이 걸리는 위치를 알고 굴절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빛이 ‘최단 거리’가 아니라 ‘최단 시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굴절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원작 소설에서는 이걸 언급하며 ‘빛이 최단 시간으로 이동한다면, 시작할 때부터 어디에 도착할지 이미 다 알고 있어야 최단 시간을 계산할 수 있지 않나’라는 데 주목한다. 이걸 확장하면 ‘시간이 선형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시작과 끝이 원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헵타포드는 글씨를 2초 만에 뿌려서 쓰는데 그 속에 시작과 끝이 동시에 있다. 이런 언어를 쓰기 때문에 헵타포드는 마치 목적지를 알고 굴절하는 빛처럼 합목적적合目的的으로 세상을 파악하고 살아간다고 분석된다. 우리가 세상을 인과관계와 시간 순서에 따라 파악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셈이다. 즉 헵타포드는 삶의 목적지를 알고 있으며, 그들이 살아가는 과정은 마치 목적지를 향해 나가는 여정이다. 빛의 굴절 또한 헵타포드의 관점에서 보면 빛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한 것이다.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 최소화, 최대화라는 목적을. - 『당신 인생의 이야기』

    빛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선택하기도 전에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시간을 순차적으로 인식하는 인류와, 시간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헵타포드!
    빛의 움직임을 인과적으로 바라보는 인류와 빛의 목적지를 알고 목적론적으로 바라보는 헵타포드의 차이다. 목적론적 의식 체계는 시간을 통달하게 한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루이스는 그들처럼 목적론적 의식 체계를 갖게 된다.

    또한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은, 빛이 가 보지도 않은 길을 어떻게 ‘선택’해서 최소 시간이 걸리는 길로 모든 계산을 끝내고 출발하느냐는 것이다. 원리는 수학적으로 증명돼 있지만, 의미적으로는 빛의 정체가 뭐냐는 대단히 진리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홀연히 열린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 삼신(三神)은 곧 일신(一神)이요 우주의 조화성신(造化聖神)이니라. 삼신께서 천지만물을 낳으시니라. (증산도 道典 1:1:2~3)


    신은 우주 생명계의 중심에 살아 계신다. 인간은 온 우주에 대광명으로 충만한 신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신은 조화요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그 본성이 빛이다. - 『개벽실제상황』


    종도사님께서는 삼신이 ‘성령의 뿌리’라고 하셨다. 삼신은 만물 생명의 근원이며 ‘자연 질서의 뿌리’로서 영원한 생명과 ‘빛의 본원’이다. 대광명으로 충만한 우주의 중심에 살아 계시는, 천지만물을 낳으신 조화주, 창조주 하나님이다. 우주 만유는 이 삼신의 소산이요 자녀들이다. 모래알 하나까지도 삼신하나님의 작품이 아닌 바 없다. 그래서 만유 생명에는 삼신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삼신상제님의 참된 덕인 광명과 그 광명의 실체인 태양을 숭배하였으며 나아가 광명한 세계를 지상에 직접 건설하고자 했다. 하늘의 이상을 지상에 구현하여 지상을 상제님 나라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이것은 배달의 건국이념의 하나인 ‘광명개천光明開天’에도 뚜렷이 드러난다. 모든 인간은 수행을 통해 마음의 대광명을 열어야만 비로소 현실 역사에서 광명한 ‘빛의 세계’를 열 수 있다고 인식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수행을 했던 것이다.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는 빛이 그냥 우주의 물리적인 물질 정도로만 알던 사고방식을 벗어나게 해 주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원리는 빛이 곧 신의 본성이며 인간이 궁극적으로 열어 나가야 할 역사 시대는 이제 빛의 시대임을 생각해 보게 한다.

    숫자 12


    외계 우주선은 타원형의 검은색 돌을 반으로 자른 것처럼 보이는 외형이다. 정원형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은 바둑돌을 연상시킨다고 평한다. ‘바둑돌의 강림’이라는 표현으로 평론을 글을 쓴 사람도 있다. 실제 햇빛에 반사되는 거대한 우주선은 검은 바둑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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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은 대한(大韓)의 땅에서 바둑으로 소일하고 사해 창생은 모두 바둑돌이로구나. (증산도 道典 5:175:5)

    내 도수는 바둑판과 같으니라. 바둑판 흑백 잔치니라. 두 신선은 바둑을 두고 두 신선은 훈수를 하나니 해가 저물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아가느니라. (증산도 道典 5:336:7~8)


    테드 창이 대만계, 중국계여서 그런지 동양 문화가 여러모로 녹아들어 있다. 감독은 이 우주선 셸의 디자인에 대해 1851년 발견된 소행성 ‘에우노미아Eunomia’의 형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재밌는 건 에우노미아(고대 그리스어: Εὐνομία, Eunomi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딸로 계절을 맡는 호라에(에우노미아는 시간의 여신, 질서의 여신) 여신의 하나다. 호라에는 특히 계절의 규칙적 변천을 맡는다. 그런데 동양의 12지지는 사계절의 규칙적 순환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둑돌 모양의 우주선 12개가 12지지의 숫자와 연결된다. 종도사님께서는 십이지지가 선후천 시간의 열두 문이라고 하셨다. 증산 상제님은 십이지지를 태고 시대의 도술이라 하셨다. 십이지지는 태고의 신성神聖들이 천지로부터 받아 내린 것으로서 세상을 다스리는 가장 근원적인 자연의 이법이었다.

    12수는 공간적으로도 나타나는데 『환단고기』에는 동서 인류 문화의 영원한 조국, 천산 동방의 12환국이 나온다. 12수는 동서양의 여러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신의 숫자와 일치한다. 히타이트족도 12신을 모셨고, 이집트도 12명의 신들로 구성돼 있다. 수메르의 중요한 신도 12명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올림푸스 12신이 등장한다. 인도의 고대 경전 『베다』에 나오는 중요한 신도 12명이다. 이는 모두 하늘의 질서는 10수[십간十干]로 펼쳐지고 땅의 시간 질서는 12수[십이지十二支]로 펼쳐지는 원리가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12라는 숫자를 통해 시간의 신비를 알리고 있다. 외계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루이스는 이들의 메시지가 각각 12분의 1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류가 서로를 정보를 공개하고 화합을 이루지 않으면 12수의 비밀을 풀지 못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12라는 수를 강조한다. 외계인 방문을 계기로 루이스는 이안과 결혼하고 한나라는 딸을 낳는다. 한나는 12수 상징의 외계인이 오지 않았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는 12세에 희귀병으로 투병하다 병사한다. 모두가 12수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인이 발견한 첫 소행성은 아마추어 천문학자 이태형 씨가 발견한 1998 SG5이다. 이 소행성은 발견자에 의해 통일Tongil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다. 그런데 통일 소행성은 공교롭게도 에우노미아족(Eunomia family)에 위치한다.

    너무 많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나 의미를 부여해 보면, 우주선은 바둑돌 모양으로 생겼는데 바둑은 상제님께서 보신 세운世運 공사 중 인류 문명을 통일하는 오선위기五仙圍碁 공사에서 등장하고, 감독이 우주선 디자인으로 영감을 받은 소행성 ‘에우노미아’는 12지지의 원리를 연상시키는 시간 질서의 여신이다. 또 이번 개벽기에 한국이 인류구원과 세계통일의 심장부인데, 한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소행성 ‘통일’이 에우노미아에 속해 있다.

    헵타포드의 7수 상징


    루이스와 이안은 군인들과 같이 방호복을 갖추고 셸 안에 들어간다. 그들은 우주선 안에서 투명한 격벽 너머에서 나타나는 두 명의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마치 7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문어같이 생긴 그들의 외형에 착안해 그들에게 헵타포드heptapod라는 명칭을 붙인다. 그리스어로 Hepta(일곱) + Pod(발)이라는 뜻이다. 루이스는 화이트보드에 HUMAN이라고 인간들의 언어를 문자로 써서 보여 준다. “우리는 HUMAN이다”라고. 그런데 놀랍게도 외계인들도 그 단어에 반응을 하고 자신들의 다리(촉수) 끝에서 검은색 물질을 뿌려 내 자신의 문자를 처음으로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이안은 두 명의 외계인에게 각각 애벗Abbott과 코스텔로Costello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외계인의 한 발에서 펼쳐진 발가락(촉수)의 숫자가 7개다. 계속 7수가 나온다. 7개의 발에 7개의 촉수가 각각 있으니 총 49개의 촉수를 가졌다.
    7수는 또 등장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헵타포드를 이렇게 묘사한다.

    ‘일곱 개의 가지가 맞닿은 지점에 올려놓은 통처럼 보였다’, ‘보는 사람이 당황할 만큼 유동적으로 움직였다.’, ‘눈꺼풀이 없는 일곱 개의 눈이 몸통 꼭대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니까 외계인 헵타포드는 7개의 눈에, 7개의 다리에, 각각 7개의 촉수를 가진 존재이다. 몸에 7의 3배수인 21수의 상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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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어느 별에서 왔는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이왕이면 북두칠성에서 왔다고 했으면 정말 흥미로웠을 것 같다. 북두칠성은 우주에 있는 모든 별을 다스리는 중심 별이자 천상의 황극으로 작용하는 별이다. 칠성은 우주의 중심 하늘에 있는 상제님의 별이다. 가을개벽기에 칠성에서 오는 조화 성령 기운으로 상제님의 구호대 조직을 이루고 인류를 구원한다. 이 구호대 조직을 칠성의 성령을 받는 진리 군사라는 뜻으로 칠성도군이라 한다. 상제님 진리로 보면 인류구원은, 지금이 우주의 가을개벽기라는 우주 시간대의 비밀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헵타포드는 인류에게 시간의 비밀을 전해 주러 왔다. 이를 위해 12수의 상징을 보여 줬는데 자신들의 몸에는 7수를 두르고 있다. 가을개벽기의 칠성의 성령을 받아서 구원받는 상징으로 해석하기에 너무도 좋은 코드이다. 우주 원리로 해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코드가 있다.

    “무기를 준다”는 외계인들의 말에서 무기를 진짜 무기로 잘못 해석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외계인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심지어 외계 우주선 안에 폭탄을 터뜨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전쟁이 임박해 온다. 그때 외계인들은 루이스만 태울 수 있는 작은 우주선을 보내 쉘 안의 자신들의 공간으로 직접 데려온다.

    헵타포드 코스텔로 : “루이스는 무기를 가졌다. 무기를 사용해라.”
    루이스 : “당신들이 여기 온 목적이 뭐죠?”
    헵타포드 코스텔로 : “인간들을 돕기 위해.” “앞으로 3천 년 내에 우리는 인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루이스는 미래를 본다. 무기는 시간을 연다.”
    루이스가 딸에게 한 말 : “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안단다. 어떻게 아는지는 나도 몰라. 그냥 알아.”


    지금은 인류를 돕기 위해 선물을 주는 것이고 3,000년 뒤에는 그들(헵타포드)이 인류에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숫자로는 3수가 등장했다. 이로써 영화의 숫자 코드는 3수, 7수, 12수가 됐다. 삼신, 칠성, 십이지지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결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루이스가 헵타포드어를 이해하려고 무진 노력을 하는 가운데 우주선 벽에 손바닥을 대자, 외계인도 반대편 벽에 손(발?)바닥을 대는 장면이다. 둘은 서로 반쪽씩 원을 그려 헵타포드어를 써내는데 루이스는 5개의 손가락으로 헵타포드는 7개의 손가락으로 원(글자)을 완성해 낸다. 이 사건 이후로 드디어 루이스는 미래가 보이고 그들처럼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5와 7로 원을 이루는 이 장면은 절묘하게도 천부경의 성환오칠成環五七을 떠올리게 한다. 성환오칠成環五七은 순환을 이루게 하는 근원적인 힘(황극)의 본체와 작용이 5와 7임을 밝히고 있다. 오칠五七에서 ‘오五’는 5황극五皇極을 말하는데, 만유의 창조·변화를 주재하여 목적으로 이끌도록 하는 운동의 본체이다. ‘칠七’은 실제로 작용하여 성숙으로 이끌어 내는 7황극七皇極이다. 성환오칠成環五七이란 자연과 역사가 실질적으로 오칠五七의 구조로 순환·변화해서 성숙되는 구성 틀을 말한다.

    이처럼 소설과 영화 모두에 놀라운 코드를 듬뿍 품고 있는 이 영화 컨택트를 꼭 한번 보시고 많은 사색과 영감을 얻어 보시길 바란다.



    동서양의 언어 비교
    동양과 서양의 언어 비교도 여기서 좋은 예가 되겠다. 영어에 화살처럼 방향이 있다고 말하는 애로우 잉글리시Arrow English라는 영어 공부법을 창시한 최재봉 씨는 이렇게 말한다. 영어라는 언어는

    1. ‘나’(주어)를 중심으로 순서대로 확장
    2. 기준이 되는(주어) 주체로부터 물리적으로 가까운 것으로부터 먼 순서대로 단계적으로 배열
    3. ‘나’(주어)의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순서대로 나열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어로부터 멀어지는 순으로, 주어의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순으로 언어가 전개된다. 개체, 개인이 중요한 언어이다. 반면 우리말의 경우 주어가 많은 경우 생략되고, 전체 상황, 즉 상호작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주고 그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말한다. 전체가 중요한 언어인 셈이다. 부분과 전체, 어느 쪽에 중심을 두느냐 하는 차이가 있다. 영어가 나무를 위주로 본다면 한국어는 숲을 보는 셈이 아닐까.

    예를 들어 “더 마실래?”라고 물을 때 서양의 대표적 언어인 영어로는 “more tea?”라고 한다. ‘차’라는 명사를 사용한다. 반면 한국어로는 “더 마실래?”라고 묻는다. ‘마시다’라는 동사를 사용한다. ‘마시다’는 사람과 차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개체성을 중요시하는 서양은 명사를 사용하고 관계성을 중요시하는 동양은 동사를 사용한다.

    서양인이 보는 세상은 각각의 개체가 모두 모여 집합을 이루고 있는 공간이고, 동양인이 보는 세상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장과 같은 공간이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천지의 음양의 이치가 동서의 역사로 펼쳐졌음을 『증산도의 진리』 책에서 밝혀 준다.

    인류 창세 역사의 황금 시절 이후 동서 문명이 분화·발전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은 대국적으로 정신세계의 신비는 주로 동양(양陽)에, 물질세계의 신비는 주로 서양(음陰)에 맡기셨습니다(동도서기東道西器). - 『증산도의 진리』


    동양의 정감적이고 직관적인 지혜는 종교를, 서양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지성은 과학을 낳았다. 이렇게 탄생한 종교와 과학이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인류 문명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 영화의 논법을 여기에 적용해 본다면 동서양의 언어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그로 인해 과학과 종교라는 분야로 발전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시간의 열두 문, 12수
    “땅의 음양 운동을 나타내는 십이지지[十二地支: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에는 네 개의 토土 진술축미辰戌丑未가 있다 이 4토가 4계절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원이 되어 땅에서 만물이 생성되는 것이다. 십이지지가 만물의 탄생과 변화의 원형이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십이지지는 천지와 일월이 운행하는 도수에 따라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과정을 열두 마디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개벽실제상황』)


    현대에는 12시간을 다시 음양, 둘로 나누어 24시간으로 쓴다. 하루 열두 시간과 지구 1년 열두 달과 우주 1년을 관통하는 주기인 ‘시간의 열두 문’, 곧 12수는 시간 변화의 과정을 척도질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수이다. 천지자연과 신도와 인간의 역사가 이 열두 문을 통과하면서 생성·변화해 간다.

    영화에서 외계인들은 시간의 비밀을 전하러 왔다. 외계 언어를 습득하면서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시간이 직선적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미래를 동시에 인식하는 순환적 시간을 일부 보여 준다. 이것은 동서양의 시간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기독교의 직선적 시간관(태초의 창조 – 타락 – 구원 - 영원한 천년왕국)은 순환하는 고리의 일부분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의 시간관(개벽론)은 순환무궁循環無窮의 주기(탄생 – 성장 – 성숙 – 휴식)를 거듭한다.

    “하루의 낮과 밤, 그리고 지구 일 년과 인생, 우주를 관통하는 시간 질서, 우주 변화의 기본 이법이 곧 생장염장生長斂藏이다. 하늘과 땅, 인간과 신명, 역사와 문명, 극미의 원자와 극대의 우주, 그리고 인생의 섭리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생장염장의 틀로 설명을 한다. 이것을 알기 쉽게 얘기하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변화다.” - 종도사님 도훈


    상제님께서 십이지지(十二地支) 물형부(物形符)를 가르쳐 말씀하시기를 “이는 태고(太古)시대의 도술(道術)이니 선경세계를 건설할 때에 크게 쓸 것이니라. 익히 공부하여 두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2:143:1~2)


    HANNAH 이름의 회문回文
    미래를 알고 있는 루이스에겐 12살에 죽는 운명을 가진 딸 한나는 예정된 비극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맞아들이는 행복이다. 12수를 상징하고 있는 한나의 영문 스펠링은 HANNAH이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똑같은 전형적인 회문回文이다.

    한나 : 엄마, 왜 내 이름인 한나야?
    루이스 : 네 이름은 아주 특별하단다. 회문인 이름이거든. 앞으로 읽든 뒤로 읽든 똑같아.


    필자가 얼마 전 본지에 기고한 영화 테넷TENET의 사토르 마방진에도 회문回文이 등장한다. 서양의 많은 예언가들과 신비주의자들은 회문의 글자 재배치를 통해 비밀스럽게 메시지를 전한다. 테넷에서는 시간 방향을 전환시키는 회전문이 4개여서 우주 원리의 12지지에서 진술축미辰戌丑未 4토土의 작용에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도 HANNAH라는 이름이 12지지와 회문의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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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7월 홈 | 기사목록 | 되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