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영화 카오스 워킹 2257년 ‘뉴 월드’에서는 생각을 보고 듣고 만진다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영화 소개


카오스 워킹Chaos Walking은 2021년 공개된 미국의 SF 액션 모험 영화다.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데, 마블 스튜디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와 루카스 필름 <스타워즈> 시리즈의 데이지 리들리가 주연을 해서 이목을 끌었다.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했으며, 이 작품은 패트릭 네스의 SF 소설 3부작 카오스 워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절대 놓을 수 없는 칼(The Knife of Never Letting Go)》을 영화화한 것이다.

모든 생각이 타인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에 감염된 다른 행성의 세상 뉴 월드. 남자는 모든 생각이 노출되지만 여자의 노이즈는 노출되지 않는다. 주인공 토드(톰 홀랜드)는 이곳에 불시착한 여자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와 만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존재라는 이유로 시장과 마을 사람들은 여자를 쫓고 토드는 그녀를 지킨다.

원작과 영화 <카오스 워킹>이 가장 주목받는 점은 바로 ‘모든 생각이 노출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이 설정은 ‘노이즈 바이러스’라고 불리는데, 모든 즉흥적인 생각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이름 붙여진 설정인 듯하다. 즉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람들의 모든 생각뿐 아니라 감염된 모든 생명체의 생각까지도 들을 수 있게 된다. 뉴 월드의 프렌티스 타운 주민 전원이 감염되었고, 이 마을에는 여성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아 의문을 갖게 한다. 하늘에서 우주선을 타고 불시착한 여성(비감염자) 바이올라가 등장하고 그녀를 잡아 의문의 싹을 제거하려는 시장 데이비드(매즈 미켈슨)가 등장한다. 여자들한테서는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을 두려워하여 시장은 남자들을 부추겨 프렌티스 타운의 모든 여자들을 죽이고, 이 행성의 원주민 스파클에게 덮어씌웠다는 것을 주인공이 나중에 알게 된다. 뉴 월드를 지배하기 위해 시장 데이비드는 자신의 ‘노이즈’를 탁월하게 통제하며, 숨겨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토드와 바이올라를 향한 끈질긴 추격을 펼친다.

노이즈의 정체


노이즈란 여과 없이 노출된 사람의 생각으로, 그걸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은 혼돈 속에 살아갈 뿐이다.
- 미상의 뉴 월드 정착민


이 영화에서는 모든 생각이 노출된다. 정확하게는 남자들의 모든 생각이 노출된다. 여자에게는 노이즈가 없다. 노이즈는 머리 위에 피어오르는 연기 같은 장 위에 영상이 펼쳐지고, 소리가 들린다. 예고편에서는 심지어 글씨로까지 나타난다.

시장 : 노이즈라고 하지. 이 행성에 착륙하자 모든 사람들이 감염됐어. 머릿속에 든 모든 생각들이 드러나는 거야. 하지만 해롭진 않아. 일부는 통제를 잘 하지. 제어를 할 수 있어. 여자들은 영향을 안 받아.


여주인공은 최신 스타워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었다. 스타워즈에서는 가장 유명한 것이 홀로그램으로 통신한다는 설정이다. 수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3D 입체로 사람 모습이 나타나 말을 한다. 그런데 카오스 워킹에서 사람 머리 위에 펼쳐지는 영상도 일종의 홀로그램 같은 모습으로도 보인다.

필자가 어릴 적 계산이 서투르자 부모님께서 수학에 도움이 되라고 주산학원에 보낸 적이 있었다. 숫자 계산만 할 거 같은 주산학원에서 의외로 재밌는 것은 암산이었다. 선생님들은 눈앞의 양미간 사이에 가상의 스크린을 띄우라고 하셨다. 그리고 거기에 십 자리, 백 자리의 숫자를 떠올리는 훈련을 시켰다. 점점 자릿수는 늘어나 주판이 없이도 1억 자리까지도 암산이 별 오류 없이 되는 경험을 했다. 10대의 필자에겐 당시 놀라운 경험이었다. 머리 위 가상의 스크린에 정확한 숫자가 선명하게 떠오르고 계산이 척척 되는 걸 느꼈고, 그 스크린은 30대 초까지도 흐려졌지만 남아 있었다. 증산도 진리를 만나고 태을주 수행을 하면서도 작은 신도체험과 광명체험은 이런 스크린 훈련과 거부감 없이 이어졌다. 종도사님께서는 꾸준한 수행을 통해 멘탈 스크린을 열라고 하셨다.

하루 두 차례 3시간 이상 주문을 읽다 보면 잡념이 끊어지면서 우주와 내가 하나 되는 경계에 들어가면서 밝은 기운이 열리고 신도 차원의 의식이 열려서, 멘탈 스크린이 열리는데 여기서 주관과 객관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작은 내가 사라지고 내가 되어 있는 대자연, 내가 되어 있는 우주 만유, 객관이 나하고 일체가 돼서 내가 니가 되고 니가 내가 되는 이것이 진아라는 것이다. - 2021.02.19 종도사님 도훈


영화에서 표현된 ‘영상화된 생각’이라는 설정이 멘탈 스크린을 떠올리게 한다. 노이즈의 정체에 대한 또 다른 시사점은 액토플라즘Ectoplasm이다.

엑토플라즘Ectoplasm이란 프랑스의 생리학자 샤를 리셰가 “영적 에너지가 물질적 매질을 통해 구체화된 것”을 가리키는 말로서 고안한 용어이다. - 위키백과


샤를 로베르 리셰Charles Robert Richet (1850.8.26~1935.12.4)는 프랑스의 생리학자로 1913년에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했다. 알레르기 연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대학 은퇴 후 평화론의 추진, 항공과학 연구, 정신감응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심령 연구에 주목해 1905년에는 심령현상연구협회의 회장도 맡았다. 액토플라즘은 한 맺힌 영혼을 불러 대화할 때 영매의 눈, 코, 입, 귀 등 신체의 구멍에서 흘러나와 죽은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생전에 못다 한 말을 하게 해 준다는 점액 같은 물질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바이올라가 자고 있는 토드를 깨우려 할 때 토드의 꿈이 그대로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바이올라는 그 생각들을 손으로 만져 보는데 연기처럼 흔들거린다. 이런 장면에서도 노이즈는 어느 정도 물질적인 면이 있는 듯하다. 액토플라즘을 떠올리기 좋은 장면이다.

노이즈를 영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기 좋은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1) 주인공 토드의 삼촌이 총에 맞고 죽어 가는 장면이다. 시장 무리들이 여자의 행적을 캐물을 때 바이올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간다. 이를 총으로 쏘려던 사람을 제지하다 삼촌 킬리언은 총에 맞고 죽어 간다. 킬리언은 고통으로 말은 못 하지만 죽어 가며 토드의 아버지에게 마지막 생각을 남긴다. 이 마지막 생각은 영상화하지 못하고 소리만 간신히 내며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사라진다. 마치 영혼의 마지막 호흡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안타까운 장면이다.

킬리언 : (마지막 생각) 안전하게 지켜 줘, 우리 애를.


2) 두 번째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우주모선과의 통신을 막으려는 시장과 바이올라를 보호하려는 토드의 대결인데, 생각이 영상으로 드러나는 능력을 이용해 서로를 속이며 싸운다.

시장은 원숙한 생각 통제 능력으로 총을 든 허상을 만들어 내 토드를 당황하게 한다. 드디어 시장이 토드를 제압하고 죽이려는 찰나 토드는 죽은 어머니의 영상을 만들어 낸다. 총에 맞아 가슴에 구멍이 뚫린 어머니의 영상은 또렷한 목소리로 나타나 시장의 죄를 꾸짖는다. 토드는 어머니의 자장가 기억 말고는 여자들을 평생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많은 죽은 여자들이 동시에 시장 앞에 나타난다. 토드의 생각으로 나타난 영상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것은 죽은 원혼이 토드의 생각과 합쳐져 나타난 액토플라즘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어머니 : 당신은 저 남자들에게 죽이라고 가르쳤어요. 왜냐면 여자들이 당신의 실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었으니까. 당신은 저 남자들에게 죽이라고 가르쳤어.


노이즈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한편 영화에서는 노이즈 현상이 바이러스, 전염병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첫 장면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뉴 월드 행성 밖에 대기 중인 모선에서 정찰선이 내려오는데 대기권의 특정 영역을 통과할 때 어떤 ‘장(field)’을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을 통과하면서 우주선에 불이 붙고, 벌써 이때 탑승한 모든 남자들의 생각이 보이고 들린다. 조종실에서 선장의 생각도 소리와 영상으로 들리는데 벽으로 막혀 있음에도 불이 난 장면까지 보인다.

남자 승무원 : 우리는 죽을 거야
바이올라 : 뭐라고?
남자 승무원 : 아무 말도 안 했어. (생각 : 내 말을 들었나? 너무 무서워!)


바이러스는 섭씨 3천 도의 뜨거운 열이 발생하고 추락하는 우주선에서 감염되거나 작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상층 대기권 궤도에서 일어난 일이니 이것은 바이러스가 아니고 어떤 자기장 같은 에너지 장이라고 생각된다.

이상의 설정으로 볼 때 뉴 월드 행성의 노이즈 현상은 바이러스로 보기 어렵다. 이것은 행성의 시스템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불안정한 텔레파시 같은 능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기존 성자들은 모두 인간의 수행이 부족해서, 또는 인간이 죄악을 저질러서라는 인간의 문제만을 제기했는데, 상제님께서는 천지 자체가 상극의 원리가 지배했기 때문에 원한이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처음 말씀해 주셨다.

앞으로 오는 후천선경 세계는 3년의 대병란을 극복하고 지축의 정립과 공전궤도의 수정이라는 엄청난 환경 변화와 신선으로 화하는 수행법으로 인해 인간 생명에 큰 변화가 오게 된다. 1년이 360일이 되는 지축정립과 더불어 시공세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면 인간 생명 또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천지의 운기運氣가 바뀌므로 소천지인 인간의 유전자 구조, 신체 구조, 인식의 지평 등도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용모가 아름다워지고 체형도 지금보다 훨씬 커져서 옥골풍채가 된다. 빠진 이가 다시 나고 굽어진 허리가 다시 펴진다.

모든 백성의 쇠병사장을 물리쳐 불로장생으로 영락을 누리게 하리니 너희들은 환골탈태(換骨奪胎) 되어 키와 몸집이 커지고 옥골풍채(玉骨風采)가 되느니라. (증산도 道典 7:4:4~5)


만사지萬事知 문화의 지심知心 세계


난생 처음 여자를 본 토드는 이렇게 생각한다.

토드 : 여자, 여자야. 세상에나. 노이즈가 없어. 지구에서 왔어? 여자, 도둑놈. 조용해. 토드. 정말 예쁘네. 금발이야. 찾았어!
(여자가 도망가자) 젠장! 멍청한 생각 땜에.


이 모든 생각들을 여자는 지켜보고 있다. 생각을 남김없이 볼 수 있기에 오히려 안심하고 도망가지 않는다.

바이올라 : 네 생각을 보여 달라고 한 적 없어. 네 생각을 전부 본다는 게 이상해.


같이 도망 다니며 둘은 점점 친해진다. 토드는 바이올라에게 매력을 느끼고 바이올라도 토드에게 감사해한다. 숲속에서 비를 만나고, 붙어 앉아 비를 피하면서 바이올라는 토드에게 키스를 한다. 그런데 그건 사실 토드의 생각이 노이즈로 노출된 것이다. 여자도 실제 같은 선명한 이 영상을 같이 봤다.

바이올라 : 뭐 하는 거야?
토드 말 : 미안해, 난... 미안해. (생각 : 나는 토드 휴잇)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 미안해. 난.. 이만 가 볼게. (생각 : 나는 토드 휴잇)


10대 소년인 토드의 이런 생각은 수시로 노출된다. 안전한 곳에 도착하고서 마음이 풀어지자 토드는 또다시 잡생각이 떠오른다.

토드 : (생각) 키스해 줘, 토드. 키스해 줘. (말) 아니, 잠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미안해.


바이올라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짜증을 내며 일어서자 자신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생각이 그냥 떠올랐다고 변명을 한다. 성인군자나 도통한 사람이 아닌데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까.

태상종도사님께서는 『춘생추살』에서 이와 똑같은 상황을 비유로 드시며 후천선경 세상의 만사지 문화를 말씀해 주셨다.

앞으로 신인(神人)이 합일(合一)해서, 즉 신명정부의 조직체와 상제님 진리권의 조직체가 하나가 돼서 만사지(萬事知) 문화를 열어 나간다. (중략)

그때는 마음으로 아는 세상, 지심(知心) 세계가 열린다. 그래서 누가 나쁜 생각을 하면 세상 사람 전부가 다 알아 버린다. 예를 들어 어떤 사나이가 친구 마누라가 아주 이쁘게 생겨서 ‘참 저 친구 마누라하고 키스라도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 참 이쁘다’ 하고 생각을 한다면, 그 순간에 친구도 알고 그 마누라도 알고 세상 사람이 다 똑같이 알아 버린다. 해서 한 번은 용서해 줄지 모르지만 거듭 그런 생각을 하면 징벌을 당하게 된다.

이번에 하나인 문화, 통일 문화인 상제님의 만사지 문화가 나오면서, 인류 역사의 미완성 문화가 다 없어져 버린다. 상제님 진리는 선천 기존 문화권의 유교, 불교, 도교, 서교(西敎) 등의 진액을 전부 거둬들인 인류 문화의 결정체이다. - 『춘생추살』 중에서


친구의 여자와 키스해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해도 그 순간 친구도 알고 여자도 알고 세상 사람 모두가 알아 버린다는 태상종도사님의 말씀은 이 영화의 장면과 완전히 똑같은 내용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핵심 주제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모르는 사람이 말씀부터 보고 영화를 봤다면 이 말씀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생각할 만하다.

앞으로 오는 미래 세상에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속을 드나든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간다는 것은 깊은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보고 듣는 정도의 수준이다. 숨기려고 하면 어떻게든 훈련에 따라 숨길 수 있다. 그러나 후천선경 세계는 마음을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세상이라는 뜻이리라.

상말에 ‘무척 잘산다.’ 이르나니 ‘척(隻)이 없어야 잘산다.’는 말이니라. 남에게 원억(寃抑)을 짓지 말라. 척이 되어 갚느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그의 신명(神明)이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느니라. 앞세상에는 서로의 마음속을 드나들어 그 속내를 알게 되나니, 남을 속이지 말고 척이 있으면 풀어 버리라. 부하고 귀하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리라.
(道典 2:103)


『이것이 개벽이다』 책에서 소개한 미래 지도를 그린 예지자, 고든 마이클 스칼리온Gordon Michael Scallion도 미래 세계의 생활상에 대해서 전할 때 사람들이 텔레파시로 소통하게 된다고 예언했다. 빛과 소리, 텔레파시가 치료법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

지구의 새로운 진동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이 새롭게 전환하기 때문에, 사람의 평균 수명은 150세로 늘어난다. 사람들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며, 또한 동물과의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된다... 빛과 소리, 텔레파시가 뛰어난 치료 방법이 된다. 지구에는 하나 됨(Oneness: 통일, 일치)으로 일컬어지는 보편적인 영적 신앙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것은 모든 생명의 상호관계[相生]에 대한 믿음이다. 평화의 천년 왕국이 도래하고 우주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 『이것이 개벽이다』 상上권 스칼리온의 예언


만사지 문화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장면이 또 있는데, 토드가 바이올라를 구하기로 결심하자 토드의 아버지는 파브랜치라는 다른 정착촌으로 떠나라고 말하며 지도를 보여 준다. 재밌는 것은 지도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이올라가 어디로 가는지 묻자 토드는 그 지도를 생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해 보여 준다.

토드 말 : 이 장소에 널 데려다줄게. 그러면 안전할 거야. 알겠지? 파브랜치.
바이올라 : 그게 뭐야.
토드 말 : 지도야. 무엇처럼 보이는데?
여자 : 지도 사본이나 그런 게 있는 거야?
토드 : 아니 없어. 알아? 내게 딸려 온 거야.


한번 본 것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으니 잊어버리지 않고 참 편리해 보인다.

생각을 다스려라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대사는 “나는 토드 휴잇, 나는 토드 휴잇”일 것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나는 토드 휴잇”을 되뇐다. 모든 생각이 노출되는 세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숨기기 위해서이다. 특히 토드는 순수해서 생각을 숨기는 데 서툴다. 헛간에서 여자를 발견한 토드는 아버지에게 생각을 숨기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다른 생각을 드러나게 하기 위해 집안일을 생각하는 재밌는 상황도 있다.

토드생각 : 노이즈를 제어해. 다른 생각을 해야 해. 집안일을 해야 해. 집안일을 좋아해. 나는 토드 휴잇, 나는 토드 휴잇. 말해 줘야 해, 토드.


여자들을 죽였다는 죄의식을 가진 목사를 만났을 때의 생각도 볼 만하다.

토드생각 : 이젠 아무도 교회 안 가요. 조용히 해, 노이즈를 제어해. 토드, 나는 토드 휴잇. 젠장 내 말을 들었어. (목사가 다가오자) 물러서지 마. 제기랄, 이 말도 들어. 생각을 감춰, 생각을 감추라고. 제 생각을 훔쳐보지 마세요.


목사에게 생각을 감추려고 새를 생각하는데 실제 새들이 머리 위를 뱅뱅 도는 영상이 나타난다. 생각을 감출 수 없는데 그 생각을 감추려는 생각도 상대방은 듣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대사는 특이하다. 서로의 실제 입으로 말하는 대화는 많지 않고 이미 생각이 노출되어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생각을 감추려는 생각 자체도 읽히기 때문에 상당한 눈치 전쟁이 벌어진다.

헛간에 숨어 있는 바이올라를 잡기 위해 시장과 추적대가 토드의 집으로 쳐들어온 장면에서 토드의 삼촌 킬리언은 여자애를 숨기기 위해 장작 패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생각이 생각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게 너무 티가 나서 거짓이란 걸 시장은 쉽게 눈치챈다.

시장 : 도망 중인 애를 데리고 있으면서 장작 패는 생각뿐이로군. 킬리언.


토드에게 어디 숨겼는지 묻는데, 시장은 사람들이 생각을 노출하도록 심리전을 아주 잘 쓴다.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질문을 해 결국 알아낸다.

시장 : 그 애 어딨니. 그 애 예쁘지, 그치? 겁이 좀 나는 모양이구나.
토드 : (생각) 나는 토드 휴잇, 네 생각을 읽지 못하게 해, 토드. (생각을 감추려 애를 쓰다가)


결국 ‘헛간에요.’라고 한 생각이 노출되고 만다.

이 행성에서는 생각이 거의 언어에 가깝다. 그래서 말은 마음의 소리라는 상제님 말씀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말과 행동은 마음이 소리와 자취로 드러난 것이란 말씀이다.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동은 마음의 자취라.
(道典 3:97:5)


시장 : 나는 수년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했지.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해.


시장은 특히 생각을 제어하는 데 능하고 그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한다. 시장의 아들이 시비를 걸자 토드는 커다란 뱀이 공격하는 생각을 떠올리고, 그것이 시각화되자 시장 아들은 깜짝 놀라 말에서 떨어진다. 시장은 이 장면을 보고 “생각을 영리하게 쓸 줄 아는구나.” 하며 칭찬한다. 토드의 아버지도 바이올라를 탈출시키기 위해 바이올라가 걸어 나오는 듯한 ‘완전한 노이즈’를 만들어 시간을 번다. 시장도 바이올라를 처음 잡을 때 사방이 막힌 울타리를 시각화시켜 탈출 의지를 꺾는다. 등장인물들은 이렇게 생각을 제어하는 훈련 정도에 따라 상당한 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프렌티스 타운 사람들은 반복해서 “나는 서클이고, 서클이 나다.” 이 말을 되뇐다. 특히 시장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자기 생각을 통제할 때 이 말을 주문처럼 효과적으로 쓴다. 시장이 이 말을 반복해서 말할 땐 노이즈가 머리를 뱅글뱅글 도는데 마음을 안정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마치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뉴 월드라는 행성은 누가 막사선莫思善, 막사악莫思惡을 더 잘하느냐를 닦기 위한 수도장처럼 치열해 보인다.

불가의 육조 혜능도 ‘막사선莫思善 막사악莫思惡하라’, 선한 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쁜 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천지 중도中道를 전했다. 자연의 마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태상종도사님께서도 수행을 할 때는 뭘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무념무상無念無想, 어떤 생각이 없어야 공부가 이뤄진다는 말씀이다.

“수련할 때는 자기 생각은 금물이다. 도통이라 하는 것은 무아경無我境, 내가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되는 것이다. 하니까 내 생각을 버리고 자연섭리에 합치되는 무아경으로 가야 한다. 다시 얘기하면 막사선 막사악莫思善莫思惡, 즉 착하려고도 하지 말고 악하려고도 하지 말아라. 또 망형망재忘形忘在, 즉 내가 없는 무아경,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를 잊어버린, 나를 완전히 망각하는 경지로 들어가야 도통도 하는 것이다. 그게 진리다.” (도기 124년 5월 태상종도사님 도훈)


맺음말


이 영화의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를 다시 떠올려 본다. 카오스 워킹Chaos Walking, 즉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안개 낀 혼돈 속을 걸어가는 것 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는 교훈을 던져 준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제어할 수 없는 존재는 수많은 번뇌와 망상 그리고 원한 속에서 진리와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진리와 천하사 심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진리의 근거는 천지이고, 그 천지와 하나 된 마음이 천지일심天地一心이다.

天者(천자)는 理也(리야)라 昭昭之天(소소지천)이 合人心之天(합인심지천)하니
理(리)는 原於天(원어천)하여 具於人心(구어인심)하니라
하늘은 이치(理)이니라. 밝고 밝은 하늘이 사람 마음속 하늘과 부합하니
이치(理)는 하늘에 근원을 두고 사람의 마음에 갖춰져 있느니라.
천지는 나와 한마음이니 사람이 천지의 마음을 얻어 제 마음 삼느니라. (道典 2:90:2,4)


상제님께서는 진리(이치)가 사람의 마음에 갖춰져 있으니 이치를 거스르는 것은 마음속 하늘을 속이는 것이라고 하셨다.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이면서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어하기가 힘들다. 마음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그 깊고 얕음도 천층만층 구만층이라고 하신 말씀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완전한 성경신誠敬信으로 한 생각을 하는, 천지의 마음을 얻어 제 마음을 삼는 것이 인간 완성의 정의라 할 수 있다. 종도사님께서는 인존은 오직 천지와 하나 되려는 지극한 정성, 천지일심에 의해서만 진리가 크게 깨지고 광구창생의 꿈을 성취한다고 하셨다. 지금 이 시대는 천지가 인간에게 129,600년 만에 단 한 번, 인류 구원과 세계 통일을 위한 천지의 대사업을 시키는 후천 가을개벽기이다. 지금이야말로 좌고우면, 즉 카오스 워킹을 하지 말고 천하사에 종군하여 진리로 사람 살리는 일에 공덕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천시天時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이니 깊은 마음의 문을 열어 하나같이 새사람이 될지니라.
(道典 11:205:3)



[연관된 영화] 그린 랜턴과 스피어
이 영화와 소재가 비슷한 두 가지 관련 영화를 추천해 본다.

첫 번째는 DC Comics에서 제작한 슈퍼 히어로 그린 랜턴Green Lantern이다. 머나먼 은하계에는 무한 파워를 발휘하는 반지 파워링의 힘으로 지구를 포함한 총 3,600개 섹터로 구분된 행성들을 수호하는 그린 랜턴 군단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반지 1개가 지구인을 선택하는데, 그는 이 반지의 힘을 쓰는 훈련을 받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반지의 힘은 그 수호자의 생각과 상상에 의해서 망치나 기관총 같은 무기가 되기도 하고 공격을 받을 때 방패나 벽 같은 방어 도구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얼마나 상상을 구체적이고 강하게 하느냐, 생각하는 힘이 곧 그 수호자의 파워가 되는 것이다. 영화 카오스 워킹은 생각하는 것이 노출되는 정도였지만 이 영화는 생각이 물질화되므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영화는 1998년작 스피어Sphere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수심 수백 미터 아래에서 유에프오(UFO)가 발견되어 미국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를 동원해 팀을 꾸린다. 심리학자 노먼(더스틴 호프먼), 노먼의 옛 연인이었던 생화학자 베스 헬파린(샤론 스톤)과 수학자 해리 애덤스(새뮤얼 L. 잭슨), 천체물리학자 테드(리브 슈라이버)이다.

해저 300미터에 설치된 해군기지에 머물며 탐사를 하는데 이 우주선이 미래의 지구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런데 이 우주선 안에는 거대한 황금색 공(스피어)이 발견된다. 그리고 이 스피어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생각이나 꿈을 꾼 것이 그대로 현실화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먼, 베스, 해리 세 사람은 자신도 잘 인지하지 못한 사이 모두 스피어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했던 것은 탐욕, 이기심, 분노 같은 것뿐이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노먼은 어린 시절 해파리와 뱀에 대한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실제로 해파리와 바다뱀의 습격을 받는다. 해리는 『해저 2만리』를 읽고 잠들었는데 이때 해저 기지가 거대한 오징어의 습격을 받는다. 알고 보니 『해저 2만리』에 거대 오징어의 이야기가 나온다. 해리의 꿈이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베스도 무의식중에 13분 후 폭탄이 터진다는 상상을 하는데 정말로 폭탄이 작동된다.

이들 3명은 잠수정으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자신들이 우주선 안으로 돌아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다시 탈출을 시도해도 우주선 안과 잠수정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저절로 이동이 된다.

누가 이러는 거예요? 여긴 아까 왔던 곳이잖아! 우리의 상상력에 의한 미로일 뿐이야, 환상이라구. 그건 맞아요. 그걸 믿으면 우린 죽어. 소용없어. 우린 죽었어. 우린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 거야. 내가 말했듯이 우린 여기서 죽을 거야.


폭탄의 폭발 시간은 가까워지고 환상인지, 착각인지 3명 모두 엄청난 혼란 속에 있다가 노먼이 소리친다.

“난 여기서 안 죽어. 베스도, 자네도 안 죽을 거야. 해리, 여긴 우주선이 아냐. 우린 잠수정에 있어! 이건 네 환상이야, 깨어나! 우린 죽지 않아!”


노먼이 모두를 정신 차리게 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 3명은 잠수정을 타고 폭발 직전 탈출에 성공한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감압실에서 이들은 이 능력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간밤에 꾼 꿈이 현실로 나타날까 봐 두려워. 아직도 능력이 있다면 어쩌고 싶어요? 상상만 하면 그걸 그냥 주는 공이지. 엄청난 선물이지만 우린 너무나도 원시적이라, 최악의 것들만 생각해 냈지. 우린 아직 준비가 안 된 거야.

인류에겐 상상력이란 게 있어.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결국 인류는 이 능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능력을 봉인하고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기로 하고 3명이 한마음을 모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상제님께서 형렬과 자현을 보시고 “속언에 세 사람이 모이면 관장(官長)의 공사를 처결한다 하니 우리 세 사람이 모였으니 천하사를 도모하자.” 하시매 ...(중략)... “금일 천지공사를 세 사람이 결정한다.” 하시니라.
(道典 5:220:5~7)

너희들은 말을 삼가라. 너희들 세 사람이 입을 모아 죽는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정말 죽느니라.
(道典 8:36:3)


도전 말씀처럼 이 세 사람은 처음에 자기 자신의 마음이면서도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고 두려움과 무의식의 공포에 사로잡혀 죽는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자 정말 죽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한순간 노먼의 ‘깨어나라’는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돌려 한마음을 갖게 되자 사는 길이 열렸다.

SF 영화에서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면 항상 그 주인공은 고민과 방황에 빠진다. 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우쭐대며 까불다가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기도 하고, 심성에 따라 악당이 되기도 한다. 감당할 수준이 안 되는 인격을 갖춘 사람에게는 능력이 주어져도 쓸 수 없고 죄만 짓게 된다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