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건강칼럼 | 오장육부를 다스리면 건강을 찾는다 - 현대인의 간肝

[건강]

- 간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시각 자극, 건강식품에 대해


한재환 / 숨쉬는한의원 천안점 대표원장

한재환 원장님 프로필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학사
전 숨쉬는한의원 수지본원 진료원장
현 <숨쉬는한의원> 천안점 대표원장


들어가는 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간肝을 장수將帥에 비유했다. 국가에서 장수가 국내외 정세를 파악하여 국가의 안전과 방위를 담당하듯, 간은 눈과 근육을 주관하여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우리 몸의 안위를 도모하고, 위장에서 흡수되는 영양분이 혈액 내로 들어오기 전에 관문關門 역할을 하여 음식의 독소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간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평소 간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에 맞추어 대중매체나 광고판 등에서 간에 좋은 여러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건강식품 중에는 간에 부담을 주고 간을 망치는 것들도 있다. 또한 현대 사회의 생활환경 및 습관은 간을 상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오장육부를 다스리면 건강을 찾는다. 간을 보호하고 건강을 도모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증상


사람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남녀노소 및 빈부,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이란 없을 것이다.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만 ‘스트레스가 무엇이다’라고 쉽게 정의를 내리기엔 그 범주가 넓다. 스트레스는 주로 흥분과 긴장, 걱정, 노여움 등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스트레스가 불러일으키는 긴장 상태는 우리 몸의 모든 장기臟器는 물론 혈액, 근육, 피부 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영향은 좋은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으며, 좋지 않은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일으킬 수 있는 증상을 알아보자. 가장 흔한 증상으로 두통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위장 증상(체기 및 더부룩함), 화가 나는 상황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 흥분상태에서의 손떨림, 두근거림, 그 외 식은땀, 잦은 소변 등도 주요한 증상들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간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간의 기운이 퍼지지 못하는 것을 간기肝氣가 울결鬱結되었다고 하는데, 간기가 울결되면 간이 주관하는 근육 역시 유연한 상태가 아닌 경직된 상태로 변한다. 근육 경직이 목과 머리 근육에서 일어나면 두통이 유발되며, 위장 주위 근육이 긴장되면 위장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심장 근육도 영향을 받아 두근거림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방광의 근육이 영향을 받으면 소변 증상도 생긴다.

가벼운 스트레스 자극이 일회성으로 생기는 것은 그나마 괜찮다. 스트레스 자극이 없어지면 결국 간은 정상화되며 전신 근육도 이완되어 여러 증상들도 해소될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 내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성숙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의 순기능이다.

간기와 간혈의 손상


그런데 문제는 반복적인 스트레스와 강한 스트레스다. 간이 가진 무형의 기운을 간기肝氣라 한다면 간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에너지를 간혈肝血이라고 하는데, 반복적인 스트레스와 과도한 스트레스는 간혈을 손상시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간혈은 물질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간혈이 손상되면 만성적인 피로, 두근거림, 두통, 식은땀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간혈이 부족하여 간기가 쉽게 가슴 및 머리 부위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혈이 손상되면서 열이 발생하게 되면 안면홍조, 탈모 등의 피부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간에서 소화효소의 생성 및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반복적인 소화불량이나 변비 혹은 설사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당귀當歸, 천궁川芎, 작약芍藥, 숙지황熟地黃으로 구성된 사물탕은 손상된 간혈을 보양補養하는 한의학의 대표 처방 중 하나다. 평소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월경 및 출산 등으로 간혈의 손상이 쉬운 여성 질환에 있어 사물탕이 기본 처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간혈에 열이 발생한 경우 치자梔子, 목단피牧丹皮, 단삼丹蔘 등의 약재가 사용되어 간혈의 열을 식혀 주기도 한다.

현대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제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활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사소한 분쟁들이 끊이지 않는다. 세속의 부귀와 영화를 구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 가고 있는 상극相克의 세상 속에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극즉반極卽反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상극은 결국 상생相生으로 가는 밑바탕이 된다. 즉 스트레스가 내 마음속에서 좋은 방향으로 승화될 수 있다면 향후 내 삶에 있어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눈의 피로는 곧 간의 피로


스트레스와 함께 간에 해를 미치는 자극 중 하나가 바로 시각 자극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눈은 간과 연결되어 간의 혈을 공급받아 볼 수 있고, 간의 기가 조화되어야 색을 잘 구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한의학적으로 눈은 간이 주관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는 간의 피로와 직결된다.

깨어 있을 때 우리 눈은 항상 주변을 살피고 있기 때문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각 자극의 정도는 비슷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풍경을 보고 있을 때는 시야에서 처리할 정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간이 그다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야에서 처리할 정보들이 많은 경우 간은 피로해진다.

예를 들어 시간제한이 있는 시험을 보거나 서류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는 문서의 글자들을 빠뜨리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읽어야 한다. 간에 과부하가 걸리고 많은 피로가 몰리게 된다. 최근 스마트폰의 사용은 간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눈이 쉴 틈 없이 조그만 화면에 나온 여러 문자 및 영상 정보들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 화면에 보이는 시각 정보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간에 가해지는 피로는 엄청나다.

시각 자극이 간에 주는 해害도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자극이 일회성이거나 심하지 않다면 간기를 소모시켜 피로를 유발하고, 전신 근육을 긴장시킬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자극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가해진다면 간혈을 손상시켜 만성적인 증상의 원인이 된다. 특히 현대인들은 문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시각 자극이 가해질 때 주로 앉아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주로 두통과 목, 어깨의 통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눈을 쉬게 하는 방법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간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눈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나 공부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으나 일정 시간 일을 한 뒤에는 눈에 휴식을 주어야 한다. 눈을 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눈을 감는 것이다. 또한 넓은 곳에서 자연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눈을 쉬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자세이다. 작은 화면 및 글씨를 보기 위해 머리를 점점 모니터 앞으로 내밀고, 등은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거북목 증후군이다. 이런 경우 목 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만성 두통의 원인이 되고, 경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증가하여 심한 경우 경추 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턱을 뒤로 당기고 허리를 펴 상체를 일자로 만들고 시야를 넓게 바라보는 것이 눈과 간, 척추 건강에 좋다.

셋째는 호흡이다. 구부정한 자세에서는 갈비뼈가 잘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호흡이 짧아진다. 이런 자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갈비뼈 사이 근육 및 횡격막 근육이 짧아지고 힘이 약해진다. 호흡이 짧고 빨라지면서 때로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선가仙家에서는 이런 호흡을 범식凡息이라 하여 경계한다. 눈을 감고 허리를 곧게 펴고 호흡을 길게 하여 보자. 쉽게 말해서, 폐가 가슴이 아닌 아랫배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숨이 아랫배 정중앙에 위치한 단전丹田까지 들어온다고 생각하면서 들이쉬고, 동시에 아랫배를 내미는 것인데 억지로 내미는 것보다는 아랫배가 풍선처럼 빵빵해진다는 느낌으로 하면 된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간의 피로를 풀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참된 호흡, 진식眞息이다.

간 손상 이력을 가진 건강식품


서양의 생리학에서 간이 담당하는 역할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 및 해독, 여러 소화 효소 및 호르몬 대사 등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 약 등은 위장에서 분해되고 소장에서 영양소가 흡수된다.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은 간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몸속에 저장되거나 혈액에 녹아들어 전신에 퍼지게 된다. 음식뿐 아니라 술과 약 등을 섭취하였을 때 독소를 분해하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간은 독소를 분해하여 소변과 대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10년 정도 사이에 건강기능식품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삼과 비타민이 시장을 이끌면서 갖가지 영양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광고, 대중매체에서 건강식품들에 대한 소개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에서 건강식품 한두 개 정도는 늘상 섭취하고 있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좋지 않듯 과도한 건강식품 섭취도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건강식품도 음식과 마찬가지로 간에서 해독 작용을 거치게 되는데 간혹 몸에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오거나 과도한 자극이 들어오게 되면 간에 많은 부담을 주고 이런 자극이 오래되면 간세포가 파괴되어 간염의 원인이 된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건강기능식품의 종류가 많고 시장도 크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웬만한 질병은 개인이 혼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미국의 국립보건원에서는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강식품을 파악하고 그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발표한 간 손상 발생 이력이 있는 건강식품에는 대표적으로 비타민A를 비롯하여 서양승마와 세인트존스워트, 녹차추출물, 노니, 홍국, 애기똥풀 등이 있다.

몸에 도움이 되라고 먹는 건강식품이 왜 간을 망칠 수 있는 것일까?

첫째는 개인의 체질과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식품을 섭취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삼이 대표 건강식품으로 누구나 홍삼을 먹는다. 하지만 홍삼은 폐와 위장에서 열을 발생시켜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 홍삼을 장기 복용하면 두통, 안면홍조, 심장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지식으로는 어떤 식품이 내 몸에 맞고 맞지 않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맞지 않는 식품이라도 적은 양을 장기로 복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단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조금씩 나타나게 되므로 그 증상이 건강식품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건강식품 자체에 독성이 있는 경우이다. 비타민A도 소량을 섭취하면 약이 되지만 고용량을 섭취하면 그 자체가 독이 된다. 아무리 좋은 약초라도 섭취하는 양에 따라 독이 될 수 있으며, 질병의 치료에 일시적으로 쓰여야 될 독성이 있는 약재들이 건강식품으로 둔갑하여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약 처방의 구성 원리, 군신좌사


한의학에서는 약을 처방할 때 한 가지 약재로만 약을 구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처방 중에 독삼탕獨蔘湯이라고 하여 인삼 한 가지 약재로만 구성된 처방이 있는데 이 처방은 환자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먹이는 구급약이다. 질병을 치료하거나 보약을 처방할 때 왜 여러 약재를 혼합하여 처방을 구성하는 것일까? 이는 약의 효능도 중요하지만 약의 안전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약 처방의 구성 원리로 군신좌사君臣佐使를 언급한다. 처방의 효능을 이끌어 낼 주요 약재를 한 나라의 임금처럼 중심에 놓고, 그 약재의 효능을 도와주면서 약재가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들을 제어하는 신하와 같은 약재들을 주변에 배치하여 처방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효능과 부작용이 적절하게 조절된 좋은 처방들이 오랜 기간 경험을 통해 축적되면서 현대 한의학의 치료 무기가 된다.

건강식품은 음식이 아니며,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잘못 섭취를 하게 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이 내 건강과 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