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모든 이에게 건네는 인생의 위로 영화 소울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지구에 오기 전에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 있다면? 영화 소울은 이런 질문을 주제로 하고 있다.

뉴욕에서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前 세상’에 떨어진다. 이곳은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관심사(영혼의 불꽃)를 발견하면 지구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다. ‘조’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인간으로 태어나야 할 이유를 못 찾고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가 되길 포기한 영혼 ‘22’와 재즈 뮤지션으로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통행증이 필요한 ‘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인 제작진과 한국어


다음 포탈 평점 8.8로 코로나 정국임에도 180만 관객을 넘겼다.

영화 소울에는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다수 참여했다. 특히 의사 일을 하다가 디즈니픽사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다. 소울에서 영혼의 불꽃을 찾아야 지구에 태어나는 설정처럼 그 자신부터가 가슴을 울리는 불꽃을 따라가다 보니, 의사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찾게 됐다고 한다. 영화 곳곳에 한국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한국인 스태프의 영향이다. 영화 예고편에서도 등장했던 뉴욕 거리의 ‘호호만두’ 간판은 장호석 애니메이터의 이름을 따왔다. 막 죽은 사람들이 대기하는 줄에서 자신이 옷을 다 벗고 있음을 깨닫고 ‘뭐야, 내 바지 어디 갔어?’ 하는 한국말도 들린다. 어마어마한 인기몰이를 한 ‘겨울왕국’에도 엘사와 안나 캐릭터 제작 과정에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를 비롯해 윤나라 & 최영재 애니메이터 등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했다.

‘공주와 개구리’(2010)를 시작으로 ‘주먹왕 랄프’(2012), ‘빅 히어로’(2015), ‘주토피아’(2016), ‘모아나’(2017) 등 많은 사랑을 받은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도 한국인들이 다수 참여해 애니메이터라는 분야도 한류韓流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작품들에는 가족의 사랑과 사람들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Great beyond 위대한 사후


주인공 조 가드너Joe Gardner는 재즈 뮤지션으로 한 중학교에서 시간제 교사로 밴드를 가르치고 있다. 어느 날 유명 재즈 음악가인 도로시아 윌리엄스Dorothea Williams의 밴드에 피아니스트가 비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오디션에 응모한다. 도로시아는 조의 피아노 실력을 보고 저녁 공연을 함께 하자고 한다. 조는 기뻐 날뛰다가 맨홀에 빠지고 깨어나 보니 자신이 영혼 상태로 저승길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저승길은 무빙워크moving walk처럼 이동하는데, 앞에는 거대한 밝은 빛을 내는 빛의 영역이 있다. 다른 죽은 사람들은 이 빛을 Great beyond(위대한 사후, 저승)라고 부른다. 내세, 저승이라는 뜻으로 사후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조가 바라본 이 Great beyond는 『증산도의 진리』 책의 내용
1)
과 비슷하다. 특히 9천으로 되어 있는 사후 세계에서 4층에 대한 내용이 그러한데, 거대한 드라마의 정경 속으로 황홀하게 빨려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는 표현이 영화 소울의 상황과 비슷하다. 무빙워크에 있는 죽은 사람들은 모두 이 빛을 보며 황홀경을 느끼고 순서대로 빨려 들어간다.
1) 제3층과 제4층은 보통의 창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입니다... 제4층에서는 인류의 전 역사 과정이 우주의 혼 속에 파노라마처럼 나타나며, 이곳 신명들은 그 거대한 드라마의 정경 속으로 황홀하게 빨려 들어가 그 세계를 체험하게 됩니다. ‘순미純美의 세계’라 불리는 이 제4층은 의식의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색채계로, 영체의 파동이 급격한 진동을 일으켜 인간의 한계성을 벗어나 우주적 성격으로 변모해 갑니다. - 『증산도의 진리』


Great before 위대한 이전


조는 이 길의 끝에 있는 “머나먼 저세상”(the great beyond)이라는 그곳으로 가면 완전히 죽음을 맞는다는 것을 알고 그 길에서 탈출하려 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이라는 곳으로 가게 된다. 이곳으로 떨어질 때 조와 주변의 모든 요소들이 마치 현악기의 떨림처럼 표현된다. 이는 마치 우주가 아주 작은 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끈이론(string theory)을 연상하게 된다. 이것을 확인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태어나기 전 세상)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있는 곳으로 ‘제리Jerry’라는 양자장의 존재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끈이론, 양자역학을 신도세계와 일치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영혼에게 성격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준비가 된 영혼들은 지구가 보이는 포털로 떨어져 인간으로 태어난다.

사후 세계 관리자, 양자 세계의 제리와 테리


조는 이곳에서 만난 존재에게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제리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우주의 모든 양자계가 하나로 합쳐진 존재이며, 당신 인간들의 미약한 두뇌가 알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겁니다.
I am the coming together of all quantized fields of the universe—appearing in a form your feeble human brain can comprehend.


여기서 재밌는 것은 사후 세계와 영적인 존재들의 관리를 양자장의 존재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리’는 ‘태어나기 전 세계’ 속에서 ‘소울’(영혼)들의 교육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제리의 외형은 특이하고 기이해 보인다. 생김새가 파동처럼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 역시 끈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종도사님께서는 양자 영역이 바로 우주의 일기一氣 세계라고 말씀해주셨다. 영화 ‘앤트맨’에서도 앤트맨이 딸을 구하기 위해 양자 크기까지 작아져서 본 세계가 바로 앤트맨이 일기의 영역에 들어간 것이라 하셨다. 이 일기一氣를 환단고기 삼성기에서는 지기至氣
2)
라 했고, 선인 발귀리는 양기良氣라 칭했다.
2) ‘지기至氣’란 인간으로 하여금 천지의 꿈을 성취하게 하는 성령의 조화 기운을 말합니다. - 『증산도의 진리』


양자장量子場(quantized field)의 세계가 지기의 세계라 했는데, 『증산도의 진리』 책에서는 지기가 바로 성령의 조화기운이라고 했다. 인간으로 하여금 천지의 꿈을 성취하게 하는 성령이니 분명히 인격적인 면이 있다는 뜻이겠는데, 영화 소울에서 이 양자장의 존재들은 성령이 인격화된 모습을 그린 것 같다. 실제로 이들은 영혼들을 관리하고 지구로 환생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아주 자애롭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영혼들을 대한다. 실제로 많은 물리학자들이 아원자亞原子 세계의 소립자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마치 지능이 있는 생명체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양자장의 존재인 제리Jerry와 테리Terry를 보면서 피카소의 그림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피카소의 인물화에서 비롯되었다고 감독이 밝혔다. 양자역학적, 형이상학적인 고차원의 존재들을 소개하기 위해 적합한 표현물을 찾던 중 피카소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천재적인 화가, 그리고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는 종종 아인슈타인과 나란히 비교된다.

『현대를 만든 두 천재 아인슈타인, 피카소』라는 책을 보면 같은 26세에 피카소Picasso는 미술사에 혁명으로 불리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아인슈타인Einstein은 ‘상대성 이론’을 창조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고전물리학을 넘어서는 4차원적 시공간 개념과 에테르에 대해 집중했고, 피카소는 4차원 기하학에 심취해 큐비즘이라는 입체파의 효시가 되었다. 정면에서 본 그림에 옆에서 본 그림이 겹쳐져 있고, 2차원 평면의 종이 위에 3차원, 4차원으로부터의 투사를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피카소의 라이트 드로잉Light drawing 그림을 차용했다. 라이트 드로잉은 카메라의 조리개를 개방시킨 후에 장시간 동안, 손전등 혹은 불이 나는 것을 이용해 사진 혹은 동영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태어나기 전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피트 닥터Pete Docter 감독은 전 세계의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영혼 묘사 방식을 연구했다. 대부분 실체가 없고 비물질적인 묘사였는데,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체를 모티브로 인간의 실루엣을 단순화했다. 제리와 테리 같은 카운슬러 캐릭터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우주가 수준을 낮춘 것’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했으며, 피카소와 콜더의 와이어 조각, 스칸디나비아의 현대 조각품들을 참고하여 만들었다. 이들의 모습은 한 획으로 그린 그림 혹은 끈 하나로 모양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지구통행증과 유세미나


조는 몇 번이고 지구로 내려가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그를 멘토로 착각한 제리에 의해 “유세미나You Seminar”라는 곳으로 오게 된다. 이곳은 태어날 영혼을 교육시키는 곳이었다. 여기서 조는 사고뭉치 신참 영혼인 22호의 멘토가 된다. 22호는 수천 년간 지상으로 내려가는 것을 거부한 영혼이었다. 제리가 22호를 호명하기 전 불렀던 영혼은 무려 1,000억 번대의 숫자였다는 것을 보면, 22호가 얼마나 버텨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토록 인간 세상에 내려가기 싫어한 것이다.

여기서 조는 신참 영혼이 지구로 내려가려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속성(영혼의 불꽃, 열정을 갖춤)에 도달해야 하며, 이것을 다 채우면 “지구통행증(earth pass)”이라는 것이 주어지고, 이것을 가지면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22에게 조는 자신이 22의 불꽃을 찾아줄 테니 바뀐 지구통행증을 자신에게 달라는 제안을 하고 22는 제안을 받아들여 서로 돕게 된다.

이 내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들은 천상에서 인간으로 오기 전 인간으로 태어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특히 가을개벽기에 인류 구원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맹세의 예식을 하고 내려왔을 것이다. 영화에서 유세미나You Seminar라는 곳이 아마 그런 곳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적 진화가 힘든 천상에서보다 지상에서 인간으로 태어나면 한 번의 생으로 비약적인 진보를 할 수 있기에 천상의 많은 영혼이 윤회하고 싶어 한다는 말씀이 있다.
3)
우리는 그렇게 소중한 생을 부여받은 것이다. 영화의 지구통행증은 한마디로 환생還生 티켓이다.
3) 현대 심령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천상에서 이루어지는 영적 진화는 지상에서 육신을 갖고 살 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합니다. 육신을 떠난 신명(하늘 사람)은 기혈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정신이 더 이상 생성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하늘사람이 지상과 다시 인연을 맺고 윤회하고 싶어 합니다. - 『증산도의 진리』


영화에서는 매 순간 준비된 수많은 영혼들이 지구 포털로 떨어진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극의 재미를 추구하면서 단순화한 나머지, 실제 환생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구 포털에 떨어진 이들은 당연히 자신의 부모를 찾아 태어나게 될 터인데, 『증산도의 진리』 책에서는 이 과정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전해준다.
4)

4) 태아가 자궁에 자리 잡은 지 두세 달이 되면 부모가 지닌 생명의 파동과 일치하는 하늘사람이 배꼽 줄을 통하여 모태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것을 ‘입혼入魂’이라 하는데, 이때 부계와 모계의 선령신과 태아를 지켜주는 보호신명의 입회 아래 ‘입혼식入魂式’이 이루어집니다. - 『증산도의 진리』


영화에서는 제리들과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지구에 태어나지만, 실제 탄생 과정은 입혼식이라는 장엄한 예식을 치르고 부계와 모계의 조상신과 보호신의 입회하에 모태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유세미나에서 제리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기억 못 하시겠지만, 당신들은 전에도 여기 와본 적 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출산 트라우마를 잊는 것은 우주의 위대한 선물들 중 하나입니다.” - 영화 속 제리의 말


이 대사에서 영화는 윤회輪廻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온 영혼들이 전에도 이 유세미나에서 자신들의 불꽃(삶의 열정)을 찾고 지구에 태어났었다는 것이고 다시금 지구에 환생하기 위해 이 세미나에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 배 속에서 세상으로 나갈 때의 힘든 고생을 잊게 해주는 것이 우주의 선물이라고 한다. 망각이 곧 선물이라는 건데 상제님께서도 천상에서 사람을 내보낼 때는 유리로 얼굴을 씌워서 기억을 지운다는 말씀을 하셨다. 또한 어머니 배 속에서 온갖 선을 다해 태교를 하고 정성껏 기르다가 막상 나올 때는 출산의 고통으로 인해 악이 생긴다고 하셨다.
5)
아마도 이런 선과 악이 사람의 성격과 운명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리라. 망각과 출산에 대해서도 제리(양자장의 존재)는 친절하게 얘기해준 것이다.
5) 하루는 상제님께서 복남에게 말씀하시기를 “천상에서 사람을 내보낼 때는 유리로 얼굴을 씌우느니라. 그래야 자기가 무슨 혼으로 있다가 태어난 줄을 모른다. 그것을 알고 나오면 뭔 일을 저지르느니라.” 하시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머니가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아이를 기르면서 온갖 선을 다하다가 날 때에 이르러서는 일 분간의 악을 쓰나니 이로써 악이 생기느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9:216)


영화에 나오는 멘토 영혼들은 역사 속에서 실제 살다 간 사람들이다. 마더 테레사, 에이브러햄 링컨, 코페르니쿠스, 무하마드 알리, 조지 오웰, 칼 융, 마리 퀴리, 빈센트 반 고흐, 넬슨 만델라, 토머스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빈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잭 커비, 마빈 게이, 파블로 피카소, 아레사 프랭클린, 마리 앙투아네트 등등.. 이들은 영혼들에게 조언을 해주며 이번 생의 방향을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잡아준다. 이는 문명신의 역할로 볼 수 있다. 먼저 인간으로 다녀간 실존했던 역사적인 인물들 중에 인류 문명을 개화, 발전시킨 종교가, 수행자, 철학자, 과학자들의 영신인 세계문명신과 도통신이 있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로 집행하신 천상 조화정부에는 이러한 동서 문명신의 대표로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대성사님이 계신다고 하셨다. 조가 멘토들의 명함이 붙어 있는 벽을 보는 장면에서는 한국인 이름이 다수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인 스탭의 영향으로 한국어와 한국 정서가 자주 등장한다.

영혼들의 가슴에는 7개의 칸이 있다. 바깥쪽 6개의 칸과 중앙의 1칸인데, 그림의 표시로 봐서 IQ, EQ, SQ 등을 포함한 성격, 재능, 화합 능력, 명예욕 등이 새겨지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에서 소울 홍보를 위해 소울 성격 테스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페이지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림처럼 마지막 칸인 불꽃 칸이 채워져야 최종 지구통행증이 발급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디즈니·픽사Disney and Pixar의 저변에 깔린 7수 사상이라 볼 수 있다. 영혼이 지상의 인간으로 태어나려면 7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칠성 기운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도전 말씀
6)
이 잘 어울리는 장면이다.
6) 삼신은 낳고 칠성은 기르느니라. (증산도 道典 11:240:10)
칠성 기운은 사람의 생명이니 자손은 칠성 기운으로 생기느니라. (증산도 道典11:57:7)


유세미나를 거친 존재들은 자신이 어디에 어떤 존재로 태어날지를 알고 지구 포털로 뛰어내리는데, 태어난 목적을 생각하게 해주는 도전 말씀
7)
도 있다.
7) 또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다 쓸데가 있나니 천황(天皇)에서 짚자리 뚝 떨어질 때 ‘너는 천하를 위해 뭐 돼라. 너는 뭐 돼라.’ 하고 타고나느니라. 팔도 사람 모이는 것도 다 이치가 있어서 되는 것이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8:9:7~8)


감독은 이 스토리를 23년 전에 구상했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23살인데 아들이 태어났을 때 고유한 성격을 보고 시작된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인간으로 태어나야 할 이유를 못 찾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영혼의 불꽃을 찾아 태어나는 22라는 영혼은 아마도 아들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를 개봉한 2020년에는 아들이 22살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스태프 크레딧에서, 제작 과정 중에 태어난 스태프 아이들의 이름이 Production Baby라며 기재되어 있는데, Recent You Seminar Graduates, 즉 ‘유세미나 최근 수료자들’이라고 쓰여 있다. 이 영화의 세계관을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영화 크레딧에도 적용한 멋진 시도라고 생각한다.

소울 카운터 테리


영화엔 우주적 존재인 제리와 비슷한 존재가 하나 더 등장하는데 ‘테리Terry’이다. 테리는 죽은 사람들의 숫자를 세는 일을 한다. 조 가드너가 죽음의 세계로 가지 않고 탈출해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자 테리는 숫자가 틀린 것을 눈치챈다. 위대한 저편 앞에서 소울 카운터 테리는 제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카운트가 맞지 않습니다. 영혼이 없어졌어요. 카운트가 틀려요. 151,000명의 영혼들이 매일 위대한 사후로 들어가요. 그리고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세요. 나는 회계사죠. 이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 소울 카운터 테리의 말


테리는 이렇게 말하고 조 가드너를 잡으러 간다. 이는 명부의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명부는 죽음의 질서를 다스리는 천상의 부서이다. 종도사님은 도전 각주에서 명부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천지 생명계의 생사 질서를 바로잡는 근본이라고 하셨다. 백복남 성도님의 천상 명부 공사에도 같은 일이 있다. 이 성구에서 백복남 성도님이 명부책을 정리한 것
8)
은 명부에 적힌 사람의 수명과 숫자를 정리하는 것일 텐데 영화에서 테리가 하는 일이 그것이다. 테리는 산처럼 쌓인 죽은 영혼의 명단을 뒤져서 결국 탈출한 게 조 가드너임을 찾아낸다. 도망간 영혼을 잡아 오는 내용이 저승사자의 일과 같다.
8) 복남은 명부의 부름으로 울산군 두서면(斗西面) 서기와 함께 일주일을 기약하고 엿새째 명부전에서 명부책을 정리하며 일을 하던 중인데 (증산도 道典 10:101:7)


“내가 찾아내겠다고 그랬죠? 테리 타임! 바로 조 가드너입니다. 지구로 돌아간 것 같아요. 내가 내려가서 그를 데려올 거예요.” - 영화 속 테리의 대사


이 말을 들으니 삼천갑자 동방삭의 전설이 떠오른다. 저승사자에게 뇌물을 바쳐 수명을 늘리고 도망을 다니다가 결국 잡혔다는 이야기인데, 테리는 인간 세상에 내려가 조 가드너의 친구를 착각해서 잡아놓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주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오? 당신은 조 가드너가 아니네.” 이 말에서 알 수 있는 건 제리나 테리는 모두 우주 그 자체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나온 영화이지만 매우 동양적인 면을 드러낸다. 천지는 조직이 있고 명부는 죽음의 질서를 관장하는데, 테리는 명부사자의 역할을 보여준다.

소울에 보이는 수행 문화


조는 22를 따라 들어간 박스 안에서 특이한 공간을 만난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어떤 것에 심취해 무아지경에 이를 때 몸은 지상에 두고 영혼 상태로 잠시 올라오는 저승과 이승의 경계 같은 곳이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명상을 하는 등 좋아하는 것에 완전히 집중했을 때 잠깐 동안 갈 수 있는 특별한 영계의 공간이다. 조도 오디션을 볼 때 자신을 잊고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이곳에 와봤다는 것을 깨닫는다. 흔히 수행자들이 수행을 통해 나를 잊고 우주 만물의 경계를 초월한 물아양망物我兩忘, 망형망재忘形忘在에 들어간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이곳에는 몇몇 영혼들이 욕심과 걱정에 집착한 나머지 괴물처럼 변해 정처 없이 떠돌기도 한다.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다 올라온 한 사람은 계속해서 “거래를 하자. 거래를 하자.”를 반복하며 주인공들을 쫓아온다. 실제 자기 몸은 컴퓨터 앞에서 좀비처럼 일을 하고 있는데 자기 영혼은 이곳에서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잃어버린 영혼’이라고 부르는데 갑자기 주인공 일행을 덮치려고 할 때 문윈드Moonwind가 거대한 배를 이끌고 나타나 도와준다. 여기서 재밌는 설정은 문윈드 일행은 몸이 살아있는 채로 수행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 영혼만으로 이곳으로 오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영혼을 지상에 자기 몸으로 돌려보내 삶의 참된 의미를 알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돌아간 헤지펀드 매니저는 “내 인생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며 증권 그래프가 잔뜩 떠있는 컴퓨터들을 밀어버리고 동료들에게 “나 살아있어! 나 살아있어. 당신들을 해방시켜!”라 외친다. 영계 체험을 하고 돌아온 후 삶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조 가드너 : 당신 영혼이 여기 있다면, 당신 몸은 어디에 있어요?

문윈드 일행 : 음 물론 지구상에, 나는 팔라완에서 몰입 상태에 있지. 나는 티베트에서 사라스와티나를 연주하고 있지. 나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명상을 하는 무속 치료사야.

조 가드너 : 으흠, 그러니까 북을 치고, 구호를 외치고, 명상을 하고 있다고?


문윈드 일행은 한마디로 수행자들이다. 명상과 수행을 통해 영계의 이곳에 올 수 있고 영혼들을 구하고 있다. 구하는 방법도 눈에 띈다. 잃어버린 영혼을 중앙에 놓고 한 명은 북을 치고, 악기를 연주하고, 마법지팡이로 땅에 원을 긋는다. 이런 장면은 샤먼이 하늘의 메시지를 받는 것과 같다. 영혼을 구할 때 샤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소울 영화의 마무리


문윈드의 도움으로 지구 포털이 열렸는데, 실수로 조 가드너의 영혼은 고양이의 몸속에, 22는 조 가드너의 몸속에 떨어진다. 조 가드너의 몸속에 들어간 22는 피자의 달콤한 맛을 보고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뉴욕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도, 자신의 불꽃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길가의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을 손에 쥐고 생각에 잠긴다. 인간으로 있는 문윈드를 만나고 영혼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지만 이때 소울 카운터 테리가 이들을 찾아내 이 둘을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잡아간다.

그런데 22는 지구통행증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으로서 잠시 내려갔던 경험이 영혼의 불꽃을 채운 것이다. 자신의 삶이 아니었기에 22는 조에게 지구통행증을 던진다. 조는 그것으로 지구의 몸으로 돌아오고 그토록 바라던 공연까지 훌륭하게 마치지만 자신이 생각한 기쁨과는 다름을 느끼고 회의감을 갖게 된다. 조는 재즈 뮤지션 도로시아에게 자신은 이날만을 기다려왔고 뭔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고 토로해 보지만, 도로시아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그는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 가서 말했어.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늙은 물고기가 말했지.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가 말했네.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저는 바다를 원한다고요.”


아마 여기서 조는 지상의 어떤 재주와 기술을 습득해도 돈을 아무리 벌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Epiphany(깨달음)이라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22가 조의 몸에서 모은 물건들을 보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무아지경에 들어가고,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다시 올라간다. 조는 다시 문윈드의 도움을 받아 어둠의 구역에서 타락해 길을 잃은 영혼이 된 22를 발견하고 단풍나무 씨앗을 보여줘 그를 구원한다.

조는 22에게 지구통행증을 건네주고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는 22를 위해 같이 지구로 뛰어내린다. 22는 미소를 지으며 이별한다. 이 장면은 특히 조와 22 모두 삶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아서 흐뭇한 장면이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조는 한결 성숙한 표정으로 처음에 왔던 머나먼 저세상(저승)의 입구로 돌아가지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속성을 아무도 갖추게 하지 못했던 22를 각성시킨 것을 본 제리는 감명을 받아 소울 카운터 테리를 속여 주판 수 하나를 줄여버리고 조에게 특별히 다시 한번 현세의 삶을 살아갈 기회를 준다. 조는 이를 받아들이고, 지구로 돌아와 항상 삶의 매 순간을 기쁘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영화가 끝난다.

제리는 사실 우주 그 자체인 존재인데 조는 제리를 감명시켰다. 우주도 못한 것을 조가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9)

9) 사람이 의로운 말을 하고 의로운 행동을 하면 천지도 감동하느니라. (증산도 道典 4:15:5)
너의 정성이 하늘을 움직이고 신명을 감동시켜 이제 신명들이 너의 공덕을 기리고 있느니라. 믿지 못하겠거든 저 달을 보라. (증산도 道典 5:12:12)


22가 태어난 곳


22는 “아마 하늘을 보는 것이 나의 불꽃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한다.

소울 팬들은 수천 년간 인간으로 태어나는 걸 거부한 22에 대해 애정이 많다. 22가 지구를 향해 뛰어내릴 때 어느 위치에 반드시 태어난다는 말은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지도상 인도와 중국 사이로 떨어졌으니 티베트Tibet 지역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문윈드 일행 중 한 명이 티베트의 수행자이기도 하니 더욱 그럴듯하다. 22는 아주 특이한 영혼이다. 삶에 목적도 없고 의미도 못 찾는데 왜 인간 세상에 내려가 그 고생을 하느냐 하며 시니컬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동양권에 태어났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천상에서 인간 탄생에 대한 고민을 다른 영혼보다 수천 년 동안 더 했으니 아마도 그는 굉장히 종교적이고 진리적인 구도자의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영혼의 불꽃과 삶의 목적


영화의 첫 장면으로,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조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나는 알았어, 나는 연주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이 대사를 시작으로 끝날 때까지 영화는 줄곧 삶의 목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조는 끝나기 직전까지도 자신은 연주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2와의 모험과 도로시아의 말을 들으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조 가드너 : 22, 그녀의 목적은 음악이었나요? 생물학? 걷기? 피아노는 내가 타고난 행동이죠. 그게 내 불꽃이죠.

제리 : 불꽃은 영혼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건 삶의 기본적인 것이죠.


조는 그동안 피아노가 자기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열정을 가진 그 기능적인 것, 그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리는 그것은 삶의 베이스라고 말했다. 피아노 연주의 최고 경지에 갔는데 결국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은 무엇일까? 인간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삶의 목적을 고뇌하는 모든 인간에게 태모님이 들려주신 도덕가의 한 구절, “그 해 그 달 그 날 만나려고 오만년을 수도하여 아승기겁(阿僧祇劫) 벗었다네.”(증산도 道典 11:309:6)은 그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같다. 천지의 가을개벽기 그해 그달을 만나려 모든 인간은 오만 년을 도를 닦아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을 지냈다는 것이다. 안운산 태상종도사님은 우주 1년 4계절의 이치와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천지 속에서 천지의 목적을 구현하는 인생을 사는 인존人尊이야말로 인간 삶의 목적이 될 것이다.

천지도 목적이 있다. 그래서 질서 정연하게 둥글어 가는 것이지 그냥 그 속에서 생명이 왔다 가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이 뭐냐 하면 지구년은 초목농사 짓는 것이고, 우주년은 사람농사 짓는 것이다. 지구 1년이 생장염장하는 것을 보면, 봄에 씨 뿌리고 싹을 내서 여름철에 성장시켜 가을철에 추수를 한다. 그것과 같이 우주 1년은 사람농사를 짓는다. - 안운산 태상종도사님


마지막에 제리는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당신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 건가요?”

사후 세계와 우주의 속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봤으니, 어떻게 남은 삶을 살 건가요?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제리의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당신의 불꽃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깊이 곱씹어 생각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