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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화]

    예화로 배우는 우주변화의 원리 | 후천은 하도의 이상이 실현된 상생의 세상 - 팔괘도八卦圖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우주 만유는 순환하면서 변화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순환은 일정한 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둥근 원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행과 팔괘, 십간·십이지를 나타낼 때는 원형으로 배치하여 만물 순환의 법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팔괘가 다른 법칙과 다른 점은 변화의 진행 과정에 따라 배속되는 위치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팔괘도를 통해 우주 변화의 목적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구궁팔풍운동九宮八風運動


    우주는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주의 변화를 수상數象으로 드러낸 계시 문서가 천지창조의 설계도인 하도河圖와 천지변화의 운행도인 낙서洛書입니다.

    하도는 내부와 외부에서 겉에 있는 성수成數(음)가 속에 있는 생수生數(양)를 감싸고 있습니다. 자연계에서 이러한 형태는 열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성수(10)가 생수(5)를 감싼 것은 씨앗의 형태와 같으며, 외부에서 성수(6, 7, 8, 9)가 생수(1, 2, 3, 4)를 감싼 것은 과육의 형태와 같습니다.

    낙서는 중앙에서 5토土가 분열을 주도하고 있으며, 사정방四正方과 사간방四間方에 양수(1, 3, 9, 7)와 음수(6, 8, 4, 2)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에서 이런 형태는 나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뿌리에서 줄기를 통해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면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뻗어 나가면서 분열하는 모습과 같습니다.
    *1))

    *1) 본지 4월호, 연재 17회 ‘만물은 수數로 구성되어 있다(하도·낙서와 자연수)’ 참고


    하도와 낙서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에 자리한 토가 변화의 원동력을 제공하면, 외곽에 자리한 사상四象(목화금수)으로 변화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토土는 체體로서 보이지 않는 손길로 작용하고, 사상四象은 용用으로서 현상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상을 토용土用이라고 합니다.

    사상이 다시 음양으로 분화하면 팔괘八卦가 됩니다. 공간상에서 사상은 사방四方, 팔괘는 팔방八方에 배속합니다. 팔괘를 팔방위에 배속한 것을 팔괘도八卦圖라고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방위는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궁宮이라고 합니다. 중앙과 팔방위를 합하면 구궁九宮이 됩니다. 그러나 중앙의 토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현상적인 변화는 팔방위에서만 일어나므로 팔풍八風이라고 합니다.

    토土는 중앙에만 위位가 있고 주위에는 위位가 없다. 다만 중앙의 위位에서 주위의 목화금수木火金水의 위位에 나와서 작용만 하는 것인즉 우주 운동의 방위는 팔개소八個所뿐이다. 그런즉 중앙 상위<中央土位(宮)>까지 합하여서 구궁九宮인 것이나 실지로 운동하는 궁宮은 팔궁八宮인 것이다. 그러므로 구궁팔풍九宮八風 작용이라고 한다. 그런즉 우리는 여기에서 우주 운동의 본질은 아무리 부연한다고 할지라도 이상에서 말한바, 팔족군八族群 이외에는 더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복희가 우주 운동의 상을 괘로써 그릴 때에 그 기본을 팔괘로서 표시했던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64~165쪽


    천지대팔문天地大八門


    하도와 낙서는 우주의 변화원리와 구조를 그린 것으로 우주와 사물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도와 낙서의 중앙(팔괘도의 중앙)인 토궁土宮은 우주와 각 사물의 중심과 같습니다. 이곳에서 생성된 원기元氣는 천지 팔방위를 통해 우주 전역으로 퍼져 나가 만물이 운동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天地大八門(천지대팔문) 日月大御命(일월대어명) (도전 5:196:6)


    그런데 변화가 일어나는 팔궁八宮을 팔풍八風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풍風의 의미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풍風에는 바람이라는 뜻 외에도 생명, 성령聖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팔풍은 자연의 바람뿐만 아니라 우주를 운동하게 하는 생명의 바람, 성령의 바람을 의미합니다.
    *2))
    그리고 주역에서는 풍風을 목木에 배속하여 목도木道, 신도神道, 하늘의 섭리, 천도, 성인지도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난랑비서문에서 인류의 뿌리종교인 신교神敎를 풍류風流라고 칭한 이유도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2) 토궁에서 팔방위로 뻗어 나가는 생명 기운을 성령이라고 한 이유는 기氣의 속성이 신神이기 때문이다.


    프뉴마πνεύμα는 바람(Wind)인 동시에 생명의 특징인 숨(Breath)이다. 숨이 출입하지 아니하는 몸은 죽은 몸이다. 숨은 곧 생명(anima)이다. 생명은 신비로운 것이며 구극적究極的인 것이다. 그것은 신령스러운 것이다. 신령은 곧 성령(Spirit)이다. - 『노자가 옳았다』, 김용옥

    중풍손괘重風巽卦 대상사의 ‘신명행사申命行事’란 신도神道에 의해 목도木道를 펴고 왕도정치를 행함이다. - 『주역 소통의 인문학』, 김재홍


    삼역팔괘도三易八卦圖


    대지에 부는 생명의 바람은 만물을 고동시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산과 들이 따뜻한 봄바람에 사르르 녹아내리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앳된 모습을 드러내고, 더운 여름바람을 맞으며 푸르름을 더합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은 열매 맺기를 재촉하고, 추운 겨울바람은 생명 활동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이는 시간에 따라 생명의 바람이 방향과 질을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지 성령의 바람을 괘상으로 펼쳐 놓은 팔괘도도 시간에 따라 형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팔괘의 개념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그 위치에 따라서 개념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괘는 그 배속되는 방위 여하에 의하여서 작용하는 성질이 달라진다. - 『우주변화의 원리』 183쪽


    만물은 봄의 생生하는 기운을 받아 탄생하고, 여름의 장長하는 기운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가을의 염斂하는 기운을 받아 생명을 수렴하고, 겨울의 장藏하는 기운을 받아 씨앗을 저장합니다. 그런데 겨울에는 생명을 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므로 실제 현상적인 변화는 봄·여름·가을에만 일어납니다. 이를 일체삼용一體三用이라고 하며, 봄·여름·가을의 삼단계 변화 과정을 생장성生長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팔괘도는 생역生易(봄), 장역長易(여름), 성역成易(가을)의 삼역팔괘도가 있습니다. 팔괘도를 천수상天受象하여 처음으로 그린 분들의 이름을 붙여 생역도는 복희팔괘도伏羲八卦圖, 장역도는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 성역도는 김일부 대성사의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라고 합니다.

    선천팔괘도와 후천팔괘도


    시간을 구분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생장염장生長斂藏은 사상四象에 따른 것이고, 생장성生長成은 삼원三元에 따른 것입니다. 생성生成은 음양陰陽에 따른 방식으로 선천과 후천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삼역팔괘도를 선천과 후천으로 다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선천과 후천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선천적과 후천적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선천적은 태어나기 이전(미생지전未生之前)을 뜻하며, 후천적은 태어난 후(이생지후已生之後)를 말합니다. 선천적으로 성격을 타고났다거나,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성격이 형성됐다고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소옹邵雍(소강절, 1011~1077)의 역도 역시 진단陳摶(약 871~989)에게서 나왔다. 주진에 의하면 진단의 <선천도先天圖>는 충방, 목수, 이지재를 거쳐 소옹에게 전수되었다고 한다. …… 소옹은 이 네 가지 괘의 그림 형식은 복희가 그린 것이라고 여겼으므로 이런 종류의 그림 형식을 <선천도>라고 하였다. …… 문왕의 역이며 복희역이 발전된 것이라고 여겼으며 <후천도後天圖>라고 칭하였다. - 『태극기의 정체』, 김상섭


    소강절 선생이 팔괘도에 적용한 시간의 구분 방법은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즉 만물이 탄생하기 전을 선천先天, 만물이 탄생한 후를 후천後天이라고 하여 복희팔괘도를 선천도, 문왕팔괘도를 후천도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선천과 후천을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하나의 시간 단위를 선과 후로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하루 중 오전은 선천, 오후는 후천에 배속합니다. 일 년 중 봄·여름 양의 시간대는 선천, 가을·겨울 음의 시간대는 후천입니다. 이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구분법으로 정역에서는 이를 따릅니다. 이에 의하면 송대의 선유先儒들이 말한 선천(적)과 후천(적)은 양의 시간대인 선천에 해당하며, 그 후에 도래하는 음의 시간대는 후천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도 많은 학자가 소강절 선생의 선후천 구분법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희팔괘도와 문왕팔괘도를 선천도, 정역팔괘도를 후천도라고 한 정역의 구분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역의 출현 자체도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선천과 후천을 나누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팔괘도를 구분할 때는 선후천의 분류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도·낙서와 삼역팔괘도


    팔괘도는 하도와 낙서를 바탕으로 출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유들은 선천도인 복희팔괘도는 하도, 후천도인 문왕팔괘도는 낙서에서 유래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역에서는 복희팔괘도를 선천의 선천도, 문왕팔괘도를 선천의 후천도, 정역팔괘도를 후천도라고 합니다. 하도와 낙서는 두 개인데 어떻게 정역팔괘도가 출현하여 삼역팔괘도가 된 것일까요? 이는 하도가 형상화한 씨앗의 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복희팔괘도
    봄철의 씨앗은 분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씨앗 내부에서 새싹이 생겨나는 때이며, 어머니의 자궁에서 아기가 자라는 때입니다. 복희팔괘도는 봄에 분열하는 씨앗(하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생역도生易圖라고 합니다. 복희팔괘도의 1(자수子水)은 씨앗의 핵이며 5(축토丑土)의 화생化生 작용에 의해 8(묘목卯木)에 이르러 새싹의 형체를 온전히 갖추게 됩니다. 9와 10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만물이 생生하는 시간대로 9금의 견렴작용과 10토의 통일로의 전환작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음양이 만나 생명을 낳는 때이므로 건곤乾坤·진손震巽·감리坎離·간태艮兌가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숫자도 음수와 양수가 마주 보며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동쪽에서 리화離火의 태양이 떠오른 모습으로 아침의 생生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건괘(天)가 위에서 기운을 내려 주고 곤괘(地)는 아래에서 기운을 받아 생명을 키우는 모습으로 천지비괘天地否卦의 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복희팔괘도를 태극팔괘도라고도 하는데 1태극의 씨앗 속에서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복희팔괘도의 음양 구조가 태극의 형상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를 나타낸 그림이 조중전의 ‘고태극도’입니다.


    - 문왕팔괘도
    문왕팔괘도는 낙서와 숫자의 배치가 똑같습니다. 새싹이 씨앗을 뚫고 나와 분열 성장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장역도長易圖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물이 분열할 때는 과도한 분열작용으로 인해 양기가 소진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자연은 이를 방지하고자 음형으로서 양신의 분열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문왕팔괘도가 ‘6음·1양 → 8음·3양 → 4음·9양 → 2음·7양’으로 음수와 양수가 교대하며 구성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또한 남방과 서방에서 금(4·9)과 화(2·7)가 자리를 바꿔서 금화교역金火交易을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5와 10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만물이 장長하는 시간대로 5토는 중앙에서 만물을 분열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길로 작용하고, 10토의 통일로의 전환작용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앙에서 5황극이 분열을 주도하고 있어서 감리坎離를 제외한 나머지 괘들이 혼잡하게 섞여 있습니다. 숫자도 음수가 음수, 양수가 양수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를 난음난양亂陰亂陽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분열을 제어하기 위해 마주 보는 괘들이 음양을 달리하고 있습니다(음괘–곤손리태坤巽離兌, 양괘–건진감간乾震坎艮). 또한 양괘는 북동쪽에 자리하고 음괘는 남서쪽에 자리하여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남쪽에서 리화離火의 태양이 중천에 떠오른 모습으로 점심의 장長하는 때입니다. 리괘(火)의 양기는 위로 올라가고 감괘(水)의 음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으로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의 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왕팔괘도는 5황극이 중앙에서 분열작용을 주도하므로 황극팔괘도라고 합니다.

    - 정역팔괘도
    가을철은 생명의 진액이 통일되어 씨앗이 형성되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이때의 씨앗은 통일운동을 하는 상태입니다. 금金의 견렴작용과 수水의 응고작용이 더해져 씨앗의 껍질이 단단해지고 내부에서는 씨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역팔괘도는 가을에 통일하는 씨앗(하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성역도成易圖라고 합니다.

    또한 하도처럼 1부터 10의 모든 자연수를 갖추고 있으므로 10수의 완성도라고 합니다. 10무극의 조화작용으로 꽃이 피어 열매와 씨앗이 맺힌 것입니다. 하도의 중앙에 있던 10토와 5토는 정역팔괘도의 북방과 남방에 자리하여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씨핵(核 = 木 + 亥)의 주인공인 3목과 8목은 동방과 서방에 자리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역팔괘도는 가을·겨울의 씨앗으로 정음정양正陰正陽을 온전히 이루며 통일되어 있습니다. 건곤乾坤·진손震巽·감리坎離·간태艮兌가 서로 마주 보며 정음정양의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양괘는 북동쪽에 자리하고 음괘는 남서쪽에 자리하여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숫자도 양수와 음수가 마주 보며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왕팔괘도가 금화교역의 상을 잉태하였다면 완성은 정역팔괘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시간상으로는 남서쪽에서 리화離火의 태양이 지고 있는 모습으로 저녁의 성成하는 때입니다. 위에 있는 곤괘(地)가 아래에 있는 건괘(天)의 생명력을 통일하는 모습으로 지천태괘地天泰卦의 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역팔괘도는 10무극의 변성變成 작용에 의해 열매와 씨가 형성되므로 무극팔괘도라고 합니다.
    *3))

    *3) 복희팔괘도와 문왕팔괘도는 만물이 분열 운동을 하는 봄·여름 양의 시간대를 형상화한 것이므로 괘를 그릴 때 안에서 밖을 향하여 그린다. 정역팔괘도는 만물이 통일하는 가을·겨울 음의 시간대를 형상화한 것이므로 괘를 그릴 때 밖에서 안을 향하여 그린다.


    새로이 정역팔괘(正易八卦)를 그리니, 이는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선천 복희팔괘(伏羲八卦)와 문왕팔괘(文王八卦)에 이은 정음정양(正陰正陽)의 후천 팔괘도라. (도전 1:9:10)

    선천은 천지비(天地否)요, 후천은 지천태(地天泰)니라. (도전 2:51:1)


    후천 가을은 상생의 세상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선유들과 정역이 선후천을 구분하는 기준은 서로 다릅니다. 선유들이 말한 선천(적)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때입니다. 나아가 생명이 탄생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순수함을 유지하는 아기나 어린이의 상태와 같습니다. 무위無爲의 상태로서 인류가 순수함을 유지하던 역사의 초창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선유들은 복희팔괘도가 그리는 세상을 하도의 상생이 펼쳐진 이상향이라고 여겼습니다. 이에 반해 후천(적)은 유위有爲의 상태로서 인류가 순수함을 잃고 대립과 투쟁하는 역사의 발전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문왕팔괘도가 그리는 세상을 낙서의 상극이 펼쳐지는 현실 세상이라고 여겼습니다. 이 때문에 선유들이 후천 상극의 세상을 극복하고 선천 상생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마음이 고요하면 선천이요 희로애락에 떨어지면 후천이며, 기가 순수하면 선천이요 탁하면 후천이다. - 『천선금단심법』, 오충허


    유가에서 말하는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어린아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비로소 멈추게 된다. …… 맹자가 말하는 ‘어린아이’는 사랑할 줄 알고 공경할 줄도 아는 지식을 지닌 아이다. 노자의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더 나아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사욕이 없는 갓난아기의 모습으로까지 되돌아가야 비로소 멈출 수 있다. - 『후흑열전』, 이종오


    그러나 과거는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 흘러갑니다. 씨앗을 뚫고 탄생한 새싹은 성장하여 열매를 맺고, 아기는 청년으로 자라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습니다. 역사의 초창기에 인류는 순수한 아기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발전하면서 그 아기는 순수함을 잃고 타락하여 방종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인류는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성숙한 성인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출산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도의 이상향이 실현된 성숙한 세상, 인류가 그토록 갈망했던 후천 상생의 새 세상이 바로 정역팔괘도가 그리는 세상입니다. 모든 종교와 깨달음의 세계에서 그리워했던 이상세계는 과거지향의 선천(적)이 아니라 미래지향의 후천인 것입니다.

    暮日還明(모일환명) 更見堯舜世(갱현요순세)
    저문 해가 밝아오니 요순 세상이 다시 나타나느니라. (도전 7:27:6)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善)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도전 2:18:1,3)


    이천칠지와 화둔공사


    다른 괘도와 달리 정역팔괘도에는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5곤坤과 10건乾이 경축經軸(세로축)에 자리하여 수水와 화火의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고 있습니다(1·5·7, 6·10·2). 비록 그 위치는 반대이지만 십이지에서 축토丑土(5)와 미토未土(10)가 음양의 대립을 중재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둘째, 이천칠지二天七地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역팔괘도는 가을·겨울의 열매와 씨앗의 형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천칠지는 씨앗 속에 통일된 양기陽氣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서쪽에서 지고 있던 리화離火(태양)의 화기가 이천칠지로 통일되어 금화교역을 완수한 것입니다.

    선천 세월 동안 인간과 신명은 상극의 질서로 인해 원한을 맺고 쌓아 왔습니다. 원한의 살기는 화기火氣가 과도하게 분열한 것입니다. 그래서 증산 상제님께서는 원한을 풀고 화기를 수렴하는 화둔공사를 집행하셨습니다.
    *4))

    *4) 외부를 둘러싼 팔괘는 음형陰形, 내부의 이천칠지는 양신陽神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제 72둔(遁)을 다 써서 화둔(火遁)을 트리라. 나는 곧 남방 삼리화(三離火)로다. (도전 4:146:2~3)


    그런데 상제님의 화둔공사는 인류 역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벼는 여름철 말에 꽃이 피면 2·7 화기火氣를 껍질 속에 이천칠지로 감추어 열매와 씨앗을 맺습니다. 씨앗처럼 둥근 형상을 한 지구도 2·7 화기를 지중地中에 이천칠지로 감추어 성숙한 열매로 다시 태어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우주의 가을철이 되면 화기(양기)를 단전丹田 속에 이천칠지로 감추어 도통한 열매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북극 빙하의 해빙으로부터 시작되는 정역시대는 이천칠지二天七地의 이치 때문입니다. 이에 의하면 지축 속의 불기운이 지구의 북극으로 들어가서 북극에 있는 빙산을 녹이고 있다고 합니다. - 『부처님이 계신다면』, 탄허



    선후천의 도역倒逆 운동
    龍圖(용도) 倒生逆成(도생역성) 龜書(구서) 逆生倒成(역생도성) - 『정역』 「십오일언」


    순역順逆은 음양의 변화를 운동 방향으로 파악한 것입니다. 기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양陽운동은 역행逆行이라고 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음陰운동은 순행順行이라고 합니다.
    *5))
    선천은 양의 시간대로 만물이 탄생하여 성장하는 때입니다. 후천은 음의 시간대로 만물이 진액을 수렴하여 저장하는 때입니다. 봄·여름에는 새싹이 하늘을 향해 위쪽으로 자랍니다. 뿌리에서 멀어지며 역행하는 것입니다. 가을·겨울에는 가지와 잎의 끝까지 올라갔던 양기가 아래쪽으로 방향을 바꿔 뿌리로 돌아갑니다. 근원으로 되돌아가며 순행하는 것입니다. 수상數象을 통해 순역운동을 살펴보면 수에서 화로 가는 과정(1 → 2)은 역행이며, 화에서 수로 가는 과정(2 →1)은 순행입니다. 그리고 1(태극)에서 5(황극)를 거쳐 10(무극)으로 가는 과정은 역행이며, 10에서 5를 거쳐 1로 가는 과정은 순행입니다.
    *5) 순역운동은 뿌리에 해당하는 수水를 체體, 가지와 잎에 해당하는 화火를 용用으로 상정한 것이다.


    순역운동은 생성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봄·여름 양의 시간대는 만물이 생生하는 때이고, 가을·겨울 음의 시간대는 만물이 성成하는 때입니다. 이를 순역운동과 결부시키면 역생순성逆生順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양을 위주로 하는 선천의 관점입니다. 즉 새싹의 입장에서는 양의 시간대에 탄생하고(生), 음의 시간대에 열매를 이룹니다(成). 그런데 이와 반대로 음을 위주로 하여 변화를 관찰하면 어떻게 될까요? 씨앗의 입장에서는 음의 시간대에 형성되기 시작하여(生) 양의 시간대에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이룹니다(成). 이를 순역운동과 결부시키면 순생역성順生逆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역에서는 순역을 도역倒逆(거꾸로 도, 거스릴 역)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역생순성은 역생도성逆生倒成, 순생역성은 도생역성倒生逆成과 같습니다. 양을 위주로 사물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선천의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역생도성은 선천의 변화 운동입니다. 음을 위주로 사물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후천의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도생역성은 후천의 변화 운동입니다.

    정역은 가을의 성역成易으로 후천의 음운동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생역성을 달(태음太陰)의 위상과 형태 변화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양을 위주로 하는 선천의 관점으로 보면 달은 음력 1일부터 15일까지 형태가 생겨나고(生), 16일부터 30일까지 형태가 이지러집니다(成). 반대로 음을 위주로 하는 후천의 관점으로 보면 달은 16일부터 30일까지 형태가 이지러지고(生). 음력 1일부터 15일까지 모양이 형성됩니다(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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