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겨울왕국은 토화작용을 담은 영화

[칼럼]

-4원소설과 음양오행



한재욱 / 본부도장

2013년 겨울 렛잇고Let It Go 노래 열풍으로 온통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디즈니사의 영화 <겨울왕국Frozen 2>가 다시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1편과 2편 모두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 시리즈에는 많은 진리코드들이 담겨 있지만 몇 가지로 정리해본다.


한국인 참여


유명 커뮤니티에 겨울왕국의 주인공 ‘안나Anna’와 한국의 요리 연구가 이혜정 씨가 너무 닮았다고 비교하는 사진이 올라와 큰 공감을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왕국 2에서 안나의 애니메이션 총괄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겨울왕국 2’에서 비주얼 개발 작업과 CG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맡은 사람은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Supervisor이다. ‘레드슈즈Red Shoes’의 김상진 애니메이터와 겨울왕국 1편에 참여했고, ‘겨울왕국 1’에서 주인공 엘사의 ‘Let It Go’ 명장면을 만들어낸 그녀는 ‘겨울왕국 2’에서 80~90명에 달하는 애니메이터를 진두지휘하는 슈퍼바이저로, ‘안나’의 비주얼 개발과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작업을 맡았다.

한류 문화가 미국에 깊숙이 젖어 들면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인구가 굉장히 많이 늘고, 영화 기생충이 수많은 수상을 하면서 이제는 한국인의 감성, 한국인의 가족 문화까지도 디즈니와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목받고 있다.

4대 정령


이 영화에는 숲과 자연을 상징하는 4대 정령이 등장하는데 이 정령들이 엘사를 부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 정령들은 모두 처음에는 반항적이고 한차례 소동을 치르지만 엘사가 진정시키고 난 다음에는 순한 모습으로 엘사 일행과 뜻을 같이한다.

-게일gale : 바람의 정령​
제일 처음 등장하는 정령이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나뭇잎을 통해 실체를 알 수 있다. 바람인지라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엘사와 안나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바위거인earth giants : 땅의 정령​
바람, 불, 물의 정령들은 엘사에 길들여지지만, 바위거인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엘사에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 잠이 많은 순둥이지만 화나면 바위를 집어 던진다. 마지막에 자연과 문명을 단절시키던 댐을 무너뜨리는 큰 역할을 한다.

-브루니bruni : 불의 정령​
불의 정령 브루니Bruni는 귀여운 불도마뱀, 도롱뇽의 모습으로 나온다. 원래 모델은 살라맨더Salamander라는 실제 있는 도롱뇽이기도 하고 유럽신화에서는 불 속에서 불을 먹고 사는 존재로 묘사된다. 불의 정령으로 중세시대 연금술 체계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재밌는 것은 탈무드에서는 살라멘더가 7년간 불타던 장소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정돼 있다고 한다. 우주변화의 원리에서 불은 7화로 드러나는데 여기에서도 그런 상수철학적인 요소가 보인다.

-나크nokk : 물의 정령​
브루니와 정반대인 물의 정령 나크nokk는 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4대 정령 중 가장 야생마적인 모습을 보이고 엘사를 몰아붙이지만 엘사의 마법으로 만든 고삐를 단 이후로는 충성스런 모습으로 바뀐다.

-말은 종통의 상징
유럽 전역에서 잘 알려진 물의 정령은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사람 앞에 나타나는데, 때로는 인어의 형태로, 때로는 말로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켈피Kelpie라고 부르는데 켈피를 길들여서 일을 시키는 전승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켈피가 마구가 채워지지 않은 말의 형태로 나타날 경우, 십자가 낙인이 찍힌 고삐를 이용해 켈피를 잡을 수 있다. 마구를 채운 켈피는 힘이 세어서 커다란 연자방아를 돌리는 등의 일에 쓸 수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십자가가 새겨진 고삐는 말의 정령을 길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도전道典에 보면 금金 도수인데 금 도수에 대한 최종 증언이 나왔다. 박공우 성도 입에서 나온 증언인데 그걸 ‘가을 도수’라고 해. 고삐 있는 말이 가을 도수를 쥐고 있다는 증언이다. 이 가을 도수가 연금술 문화의 꿈도 이루는 건데.
-2017.10.09. 종도사님 도훈


해리 포터 영화 분석에도 이 도훈을 인용했지만 겨울왕국 2에 더 적절한 말씀이다. ‘고삐 있는 말이 가을 도수를 쥐고 있다.’ 이는 말띠이신 갑오생 종도사님에 대한 정확한 종통 증언이다. ‘이 가을 도수가 연금술 문화의 꿈도 이룬다’ 이 증언도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쓰는 마법이 4원소설에 기반한 연금술마법인데 그 꿈도 고삐 있는 말이 이룬다는 말씀이다. 증언과 영화 내용이 절묘하게 매치되고 있다.

상제님께서 태전으로 들어가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 일에 말이 들어야 한다.”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5:305:10)


상제님은 십무극의 도를 주재하고 계신 아버지 하나님이시다. 그 10무극十无極 생명의 표상이 바로 십자가이고, 12지지에서 말은 7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10무극이신 상제님이 7화를 상징하는 말을 타시고 우리 일에 말이 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난리 치나 안 치나 말이 들어야 성사하느니라. 말에게 이기고 지는 것이 있다.(증산도 道典 5:108:6)”고 하셨다.

열십자가 새겨진 고삐로 물의 정령인 말을 타는 엘사의 모습은 4대 정령을 연결하며, 중앙에서 4원소의 주인으로 다섯 번째 정령인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하도의 중앙에 5,10토가 있어 목화금수를 둥글어가게 하는 하나님 자리에 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예로부터 백마는 천자가 타는 말로 왕권의 상징이었다. “상제님께서는 흰말에 술이 달린 붉은 천을 두르고 나가시는데(증산도 道典 5:367:4)”라는 성구에서 알 수 있듯이 상제님께서는 옥거리 사정에서 육임도꾼 조직 공사를 보실 때 흰말을 타시고 불을 상징하는 붉은 천을 두르고 나가셨다.

나는 말 하나 탔다

하루는 상제님께서 형렬과 호연을 데리고 길을 가시던 중 느닷없이 막대기 하나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끌고 가시며 “아이들마냥으로 말 탄다.” 하시거늘 호연이 “뭔 말을 타요? 막대기 하나 주워서 찔러 가지고 찍찍 그시면서.” 하고 코웃음을 치는데 이때 “나는 말 하나 탔다!” 하고 외치시는 소리에 쳐다보니 어느새 저만치 가 계시더라. (증산도 道典 6:14:3~5)


어릴 적 시골에서는 가랑이 사이에 막대기 하나를 넣고 뛰어노는 놀이인 죽마놀이를 많이 했다. 다소 과격한 말뚝박기도 말 타는 놀이이다. 이런 놀이문화가 멕시코 원주민의 놀이문화에도 똑같이 행해지고 있다. 상제님은 이런 말타기 놀이문화를 그대로 하시며 “나는 말 하나 탔다.”고 하셨다. 상제님의 문명을 전 인류에게 실어 나르는 일꾼 말(馬)을 타신 것이다.

우주원리에서 말은 7화를 상징하는 동물인데 1,6수 물속에서 등장했다. 천지조화의 근원이 북방 1·6수인데, 그 1·6수를 합하면 7(남방 7화)이 아닌가.

물속에서 나온 말에 대한 내용은 우주창조의 설계도인 하도의 탄생에서도 나타난다. 삼신상제님께서 내려주신 인류 최초의 계시록인 천부경에 도통한 최초의 인물 태호복희씨가 백두산에서 천제를 올리고 내려와 천하天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그려진 무늬에서 하늘과 땅의 생명의 율동상을 깨닫고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것이 하도河圖이다. 여기서도 물에서 나온 말(불)을 만난 것이다.

말은 7화의 상징이니 이 이야기는 물과 불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증산도 역사에서 인사로 실현되는 주제와 연결된다.

상제님 : 물이 나와 불을 쓰리라. (5:198:10)
태모님 : 물을 먼저 쓰려 함이니라. (11:351:7)


물에서 불이 나왔듯이(水生火), 태극수의 지도자가 먼저 나와 상제님 대업을 개척한 후에 화火 기운의 지도자가 그 대업을 이어받아 완수할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엘사는 제5의 정령


겨울왕국 2에서는 물과 불과 흙과 바람, 4대 원소를 얘기하면서 중앙에 올라서가지고 거기서 변법을 쓰는데. 동양의 오행 음양론하고 (연결된다).
-2019.11.25. 조례 종도사님 도훈


아토할란에서 엘사가 중심에 들어가 발을 내딛는 순간 4원소와 4정령이 발동해 돌아가기 시작하고, 엘사의 옷 자체가 4대 원소를 새긴 디자인으로 바뀌며 눈의 스크린은 모든 기억을 보여준다. 엘사는 오행으로 보면 목화금수 중앙의 토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자전거의 바큇살이 4개(목화금수)가 있는데 토는 바퀴축으로 바퀴 전체를 굴러가게 하는 중심축이다. 엘사의 손짓에 4대 기운이 조화를 일으키고 4대 정령이 뛰어다니며 퍼포먼스를 한바탕 보여준다.

겨울왕국 엘사가 제5의 정령이라는 설정과 완전히 똑같은 설정의 영화가 〈라스트 에어밴더The Last Airbender〉이다. 이 영화에는 물의 부족, 흙의 왕국, 불의 제국, 공기의 유목민, 이렇게 4대 제국이 존재하고 불의 제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평화로운 균형을 잃게 된다. 이에 사람들은 물, 불, 흙, 공기를 상징하는 4개의 원소를 모두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존재인 아바타가 나타나 평화를 되찾아주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4원소를 모두 다루는 ‘아앙’이라는 주인공이 나타나고 영화에서는 그를 절대자라고 부른다.

-토화작용土化作用
북방의 겨울은 해자축, 봄은 인묘진, 여름철은 사오미, 가을은 신유술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마지막에는 토가 있어가지고 해자축(水水土). 축토가 봄으로 (넘겨주는 거니까). 축이라는 건 5토잖아. 해자는 물이거든. 물이 발동해서 수생목이 돼야 되잖아. (얼어붙은) 물을 깨트리는 건 뭐야? 토야. 토극수 해가지고. 우주의 조용한 그 겨울의 물을 (엘사의) 토 기운이 조화의 손을 딱 한 번 건드니까. 겨울왕국에서 조화가 쫙~ 일어나가지고. 그거 완전 토화영화야. 토화, 토화작용. 그 여왕 손끝에서 그냥 거기서 모든 게 일어나는 거지. 완전히. -2016.02.28 일요치성 종도사님 도훈


이 말씀은 엘사 여왕 자체가 우주원리에서 토화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우주변화 원리의 핵심 내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우주의 운동(木,火,金,水) 변화의 매듭은 토화작용土化作用이 본체가 되고 상화작용相火作用이 객체가 되고 최종적인 완성은 금화교역金火交易에 의해 이뤄진다. -『우주변화의 원리』 후편 변화론


본체가 되는 토화작용土化作用은 축미진술丑未辰戌(土)의 운동이다. 우주의 여름철에서 가을로 갈 때도 화생토 → 토생금으로, 토의 매개를 거쳐야 한다. 이 토의 자리에 계신 분이 상제님이다. 우주운동은 어떻게 여름 불 기운과 가을 숙살 기운인 금 기운의 충돌을 이화하여 모든 것을 조화 통일시키는가? 어떻게 세계를 하나로 묶는 토기土氣, 즉 조화의 대통합 질서를 창출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조건이란 토화작용土化作用이 잘 이루어지는 육체를 전제로 하는데, 토화작용土化作用이란 축미진술丑未辰戌(土) 비장脾臟의 작용을 말하며 축丑(土)은 간肝(木)이 작용하는 기초를 이루고, 미未(土)는 폐肺(金)가 작용하는 기초를 이루고, 진辰(土)은 심心(火)이 작용하는 기초를 이루고, 술戌(土)은 신腎(水)이 작용하는 기초를 이룬다.

토화작용이 木火金水(肝心肺腎) 간에 일어나는 투쟁을 잘 조절하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담아낼 수 있다.

그런데 태을주를 읽으면 내 몸에서 토화土化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마음과 의식이 명화明化되고 순화된다. 내 의식이 투명한 하늘처럼 맑아지고, 머리에 달이 떠 있는 것처럼 밝아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태을주는 본심 닦는 주문이니 태을주를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깊어지느니라. (11:282:2)


하도의 중앙에 있는 5토와 10토, 두 개의 토 중에 5토는 만물의 생장 변화를 주재하고, 10토는 가을에 모든 변화를 완성시키는 ‘신의 조화의 손길’이다. 이 ‘10토’가 화생토, 토생금의 이치로 여름의 불기운(화)을 수용해서 가을철 조화(금) 세상으로 가는 다리를 놓아준다. 여름철 말에 인간으로 오신 상제님께서 가을의 천지개벽을 인간의 역사 속에 완성시키는 ‘10토의 조화 역할’을 해주시는 것이다.

4원소설과 음양오행


-서양문화의 바탕이 된 4원소설
겨울왕국 2는 네 정령들이 제5의 정령인 엘사를 부르면서 시작되는데 이는 4원소설에 기초한 내용들이다. 서양에서 4원소설이 형성되는 과정을 도표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BCE 624~546?)는 서구세계 최초의 철학자로 인정받는다. 그런 그가 우주만물의 최초 물질이 물이라고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종도사님께서는 하도의 북방 1·6수水는 만물을 낳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태극수라고 하셨고 우주의 본체 생명이라고 하셨다. 탈레스 이후 서구철학자들은 불, 공기, 흙에 대해 주장을 했고 엠페도클레스에 와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불, 물, 흙, 공기라는 4원소설이 등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주장에서 더 나아가 천상의 세계가 4원소의 본성과는 다르게 영원히 변함없는 속도로 원운동을 하는데, 이는 4원소가 아닌 제5원소 에테르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서구의 자연철학은 사실상 5원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4원소설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에게 금을 만들고 영생의 약을 만드는 중요한 학문의 바탕이 되었다. 현대까지도 4원소설은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대다수의 판타지 영화, 소설, 그리고 특히 게임 세계관에 차고 넘치도록 등장한다.

-신교에서 기원한 4원소설
출발부터 보자면 탈레스에 주목하게 된다. 탈레스는 이집트 유학을 했던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당시 이집트는 천문학, 기상학, 수학, 항해술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문화 선진국이었다. 피타고라스도 스승 탈레스의 주선으로 이집트로 유학을 간 그곳에서 23년간 수학하면서 이집트 문명에 정통하게 됐다.

그런데 탈레스가 그렇게 영향을 받은 이집트 문명의 출원지는 수메르 문명이다. 탈레스는 일식도 정확히 예측했는데, 그것은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의 기록을 근거로 계산한 것이었다. 이 바빌로니아 문명도 수메르 문명을 그대로 계승해 60진법과 설형문자를 썼다.

동방에서 온 수메르인들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땅에서 계속 전승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시리아, 이집트 등지로 전파되었다. 이집트 문명은 수메르보다 대략 500년 후에 번성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집트의 건축, 기술, 문자 등은 모두 수메르 문명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수메르인들은 동방에서 천산을 넘어온 환국의 이주민들이었다.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후 수메르 문명은 다시 크레타섬으로 전파되었다. 크레타 섬에서 유럽의 최초 문명인 미노아 문명(BCE 2700~BCE 1420)이 탄생하였고, 이 문명은 다시 그리스 문명으로 계승되었다. 때문에 수메르 문명을 ‘서양 문명의 모체’ 또는 ‘서양 문명의 창시자’라 부른다. 김상일은 ‘그리스인들이 수메르 문화를 흡수하여 서쪽으로 통풍구를 만들어 주었다’고 표현한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4원소설을 탄생시킨 그리스의 자연철학은 그 뿌리가 환국으로부터 기인하고, 동양의 오행의 원리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9천여 년 전부터 구전된 천부경 문화 속에는 이미 음양오행의 원리가 들어 있고, 서양으로 건너간 이 문화가 나름대로 정리된 것이 4원소설인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것은 기원전 600년 무렵부터 그리스에서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아낙시만드로스, 엠페도클레스 등의 철학자들이 잇달아 등장했는데, 같은 시기에 동양에서는 공자, 묵자, 장자, 맹자 등이 나타나 여러 우주원리의 개념들이 재정립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서양은 그리스에서 2,600년 전에 4원소설이 나타나기만 하고 원리가 정립되지 않았지만, 동양에서는 5,700년 전에 천부경에 도통한 태호복희씨가 하도를 그렸고 낙서와 팔괘도가 나타나 음양오행의 틀이 이미 정립되었다는 것이다.

-서양 4원소설과 동양 오행의 비교

4원소설과 오행의 결정적인 차이는 원소(element) 개념과 행行 개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원소는 자연을 구성하는 근본 물질인 반면, 행은 이법을 드러낸다.

오행五行의 개념에 ‘오五’ 자를 붙인 것은 우주의 만물은 다섯 가지의 법칙권 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요, ‘행行’ 자를 놓은 것은 기운氣運이 취산聚散하면서 순환하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그러므로 ‘행行’ 자를 분석하여 보면 앞의 글자는 자축거리며 걸을 척(彳) 字요. 뒤의 글자는 앙감질 촉(亍) 字다. 그런즉 행行 字는 이 두 자의 상象을 취取한 것이다. … 다시 말하면 행行이란 것은 일진일퇴一進一退를 의미하는 것이니, 즉 ‘왕往 + 래來 = 행行’이라는 공식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일왕일래一往一來하는 모습이 오행五行의 운동규범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명명命名한 것이다. 따라서 오행운동五行運動은 분합운동分合運動이기 때문에 양陽 운동의 과정인 목화木火에서는 분산分散하고 음陰 운동의 과정인 금수金水에서는 종합綜合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취산의 의미가 -행行 字 속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법칙편 오행五行의 개념槪念


실제로 4원소설에는 각 원소가 서로 변환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변환되는지 이치가 없다. 또한 물질만을 나타내고 정신은 설명하지 못한다. 초기에는 물활론物活論(모든 물질은 그 자체로 살아 있거나 세계영혼의 작용 또는 그와 비슷한 원리의 작용에 참여함으로써 살아 있다고 보는 철학 체계)으로 정신적인 면을 포함해 설명했지만 점점 물질의 근본요소로 치우쳐 과학과 화학의 기본 형태로만 이해되었다. 이에 대해 한동석 선생은 희랍(그리스)철학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오행五行법칙의 특징은 희랍의 자연철학과 같이 물질 단위만을 가지고 삼라만상의 유동하는 변화를 측정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나 생명을 가진 살아 있는 물질의 동정하는 모습을 측정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법칙으로써 사물을 측정하려는 것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법칙편 오행五行의 개념槪念

개념 설정에 있어서 이와 같은 설정법칙(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는 법칙)을 무시할 때에 희랍의 자연관과 같은 실수도 생겨날 것이고 또는 오늘의 기계관과 같은 ‘근시안적’ 방법도 대두하게 되는 것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법칙편 오행五行의 개념槪念


한동석 선생은 정신+물질=존재라는 공식으로 함축시켜 놓았다. 목 기운이라 하면 나무라는 물질뿐 아니라 그 속에 목신이 있는 것처럼 정신과 물질 모두를 설명하는 것이 오행법칙이다. 4원소설을 내세운 연금술이 과학의 시초가 되었지만, 물질에만 치우쳐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기계라고 보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나오게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4원소설에는 각각의 원소가 어떻게 변환되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서양의 4원소설이 망한 이유는 오행처럼 상극, 상생, 상모 등과 같은 관계형성의 시스템system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김용옥의 이야기처럼 동양의 오행에는 상극 상생의 원리가 있다. 그것이 12지지로 완전히 드러나면서 변화의 전 면모가 드러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석 선생은 음양오행의 운동법칙을 “우주의 변화법칙變化法則이며, 만물의 생사법칙生死法則이며, 정신의 생성법칙生成法則이므로 우주의 모든 변화가 이 법칙 밖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라고 하여 ‘우주변화宇宙變化의 원리’라 명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