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핵심, 빛과 양자, 그리고 초끈이론

[기고]
박규상 / 교무종감, 진주도장(감수 김영현)

인터스텔라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의 핵심장면인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음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주인공에게 나타난 미지의 공간. 그 곳에서 자신의 집 딸의 방과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놀라운 깨달음과 함께 책장을 사이에 두고 책장 뒤에서 책을 하나씩 앞으로 민 주인공. 그러자 유년 시절 주인공의 딸이 책장에서 책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무서워하며 젊은 주인공에게 유령의 짓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주인공에게 다시 펼쳐진 것일까? 이것은 블랙홀과 같은 초공간(4차원 이상의 시공간)의 양자영역에서 가능한 일이다. 신비롭게도 블랙홀은 거대한 중력이 작용하는 거시세계이자 모든 것을 양자영역으로 짜부라뜨리는 미시세계이기도 하다. 거시와 미시의 세계가 만나는 블랙홀.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의 세계와 눈으로 볼 수 없는 양자 단위의 미시의 세계, 두 세계가 만들어 내는 신비로움을 어떻게 밝혀나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우주를 이루는 궁극의 이론을 찾아가다


1900년대 중반, 당시 물리학계의 화두는 양자역학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상관없이 아인슈타인은 오직 한 가지 연구에 몰두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신의 뜻이 담긴 우주의 원리를 하나의 아름다운 방정식으로 표현하려했다. 아인슈타인 이외에도 물리학자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그런 이론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우주방정식을 풀어 이론을 찾는 시도를 했다.

물리학의 발견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 이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모든 세계에 들어맞을 것만 같던 일반상대성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이 발견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 그 공간은 너무도 작고 사소한 곳, 원자보다 작은 세계였다. 에너지 덩어리들이 정신없이 떨리는 공간, 바로 양자의 세계이다. 공간도 난장판이 되고 위, 아래, 오른쪽, 왼쪽 개념이 없고, 시간의 개념도 모호하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 완전 딴판이다. 적용되는 물리법칙도 달랐다. 원자 내부에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미시세계, 이 두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힘은 중력이다. 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우주 공간에 묶여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힘은 전자기력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기기구와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인 빛도 전자기력의 덕택이다. 세 번째 힘은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단단히 결속시켜주는 강력이다. 강력이 없다면 원자가 분해되고, 물체도 전부 와해될 것이다. 네 번째 힘은 우라늄이나 코발트 같은 원소에서 방사능붕괴를 일으키는 약력이다. 약력은 핵자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힘이다. 아인슈타인이 찾으려 했던 궁극의 이론, 그것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네 가지 힘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에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힘을 합하는 통일 이론이 나왔지만 결코 중력만은 합쳐지지 않았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충돌


아인슈타인이 찾고자 했던 통일장 이론은 우주의 시초를 알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빅뱅으로 인해 중력이 제일 먼저 분리되고, 두 번째로 강력이 분리되었다. 그 다음 전자기력과 약력이 차례로 분리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다시 역으로 네 힘을 합쳐 우주가 생겨난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중력을 합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발견이 다시 통일장 이론을 필요로 했다. 블랙홀이라는 어마어마한 중력의 공간이 발견되면서 물리학자들은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블랙홀이라는 크기를 보면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해야 하고, 블랙홀 중심의 아주 작은 특이점을 보면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리학자들은 당시 대세였던 양자역학으로 블랙홀을 설명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휴업 중이던 아인슈타인의 통일장 이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일장 이론의 답은 아주 엉뚱한 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초끈이론, 통일장 이론의 답을 제시하다


1920년대에 가장 작은 물질이 양성자, 중성자, 전자임이 밝혀졌고, 1970년대에 이르러 ‘쿼크’라고 하는 더 작은 물질이 6개 발견되었다. 이후 전자와 성질이 비슷하면서 질량이 훨씬 큰 뮤온과 타우, 그리고 전자, 뮤온, 타우의 중성미자까지 12종류의 입자가 발견되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이 입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현재 물리학의 답변이다. 그런데 이 입자들도 사실은 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끈이 다양하게 진동해서 온 우주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끈이론이다.

끈이론은 처음에는 강력을 설명하고자 도입된 이론이었다. 그러나 강력과 상관없는 입자가 발견되었고, 끈이론 과학자들은 이 입자를 없애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후 끈이론의 인기가 시들시들해져 갈 때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존 슈워츠 교수는 끈이론을 놓지 않았고, 끈이론이 엉뚱한 분야에 적용되었음을 깨달았다. 강력과 상관없이 발견된 입자가 중력자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자 끈이론은 만물이론으로 변했다. 중력을 설명할 수 있고 미시세계를 기술할 수 있는 끈이론이야말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연결해주는 만물 이론의 훌륭한 후보가 된 셈이다.

끈이론 학자들은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자르고 또 자르면 만나는 물질이 점이 아니라 끈이라고 한다. 끈은 길이가 길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길이는 공간을 차지한다. 끈이론으로는 양자역학도 중력이 적용되는 상대성이론도 해결이 가능하다.

초끈이론, 위기에 봉착하다.


그런데 끈이론이 기술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10차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끈이론이 맞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6차원은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끈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차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시공간은 3차원이고, 시간차원이 더해지면 4차원이 된다. 끈이론에 따르면 여분의 6개 차원이 있고, 우리가 사는 시공간은 10차원이다. 이 여분 차원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 중 하나는 빅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지나면서 6개의 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으로 말려 들어가고, 4차원의 시공간만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10차원에 존재할 수 있는 끈이론이 5개나 존재한다. 5개 이론 중 하나를 보면 남은 4개가 말하는 세계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현재 끈이론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에드워드 위튼 교수는 10차원에 1개의 차원을 더 도입한 11차원 속에서 이 5개 이론이 하나의 더 큰 이론에 포함됨을 알았다. 과연 우주는 11차원일까? 10차원일까? 아니면 아예 새로운 이론이 다시 등장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 끈이론은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고 가장 최신 연구에 속해 현대과학의 최전선이라고 불린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연결해주는 초끈이론, 그리고 그 너머까지 우리를 안내해 줄 초끈이론. 과연 이 끈 하나가 이 세상을 만들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법칙, 궁극의 법칙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다. 우주와 나를 연결해주는 것도 세상을 이루고 있는 끈일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