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민의 도생이 사는 신앙의 터전

[가가도장]

정호태, 이명희 성도
부산중앙도장에는 다양한 개성과 특색을 가진 도생들이 많다. 그 중에는 함께 도장 구역포감으로 봉직하면서 생활과 신앙의 동반자로 한 길을 걷고 있는 부부신도가 있다. 이번 호에는 각기 장년부 남녀 구역을 이끌고 있는 정호태, 이명희 부부를 만나 그들의 생활신앙과 도방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장에서 함께하는 부부 신앙


부산에서 체험하는 늦가을의 정서는 제법 무게 있게 불어오는 바람과 소소히 내리는 차분한 보슬비로 표현할 수 있다. 11월 중순에 접어드는 수요일 오후,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과 손등을 간지럽게 하는 옅은 빗방울을 느끼면서 부산광역시 사하구 괴정동의 주택가 언덕을 굽이굽이 올랐다. 이윽고 골목 한편에 가까스로 차를 세우고서 동진유통이라는 상호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늘 만날 두 분의 도생 부부가 운영하는 이 업체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면 가운데로 난 좁은 통로를 제외하고 온통 여러 제품 설비와 기구들로 들어차 있는 모습이 보인다. 통로 끝에서 웃으며 맞이하는 주인장의 인사를 채 듣기도 전에 야무지게 짖어대는 멍멍이의 목소리가 먼저 귀를 울려댔다. 겨우 견공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는데 정호태, 이명희 포감 부부와 더불어 이명희 포감의 어머니이신 손출이 성도님도 함께 뵐 수 있었다.

부산중앙도장의 장년부 구역을 맡고 있는 정호태 성도는 이곳 괴정동에서 자판기 유통 관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도장에서 장년여성부 구역을 맡고 있는 이명희 성도도 사무실에 나와 남편의 일을 돕고 있다. 부부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생업과 신앙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책상 옆에는 태을주 액자가 세로로 걸려 있고 뒤편 진열장에는 진리서적과 홍보지들이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원탁에는 바닥에 우주일년 도표가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상생방송 리플릿과 환단고기 팸플릿, 개벽문화강좌 안내 전단 등이 비치되어 언제든 건네주며 진리와 역사문화를 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 두었다. 두 부부는 생업의 기반인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진리를 전하는 신앙의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함께 입도하기까지


이제 도방인 인근 자택으로 장소를 옮겨 삶과 신앙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차로 잠깐 동안의 거리에 있는 자택은 보다 더 상층 지대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이곳에는 두 부부와 이 성도의 친정 어머니까지 셋이 거주하고 있고 아들과 딸은 각기 학업과 취업 등으로 집을 떠나 있다. 정결한 분위기가 풍기는 거실 중앙 벽쪽에 마련돼 있는 천신단은 위아래로 개폐가 가능한 브라인드 커튼을 설치해 놓아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다.

두 부부는 2006년에 동반 입도를 했다. 자녀 둘까지 같은 시기에 입도를 했고 두 부부의 어머니도 각각 입도를 하였으니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가족신앙의 틀은 갖춘 셈이다. 정 성도의 집안은 불교 신앙을 했다. 하지만 평소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고 우리 것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던 정 성도는 10여 년 전 사업 부진으로 방황하며 의지할 곳을 찾던 차에 인터넷을 통해 증산도를 만났다. 이 성도 또한 어려서부터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남편이 증산도 진리를 탐색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둘이서 함께 인근 증산도 도장을 방문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바로 수렴되지는 못하고 1년 뒤 당시 부산당리도장에 재방문을 하여 함께 입도를 했다. 그 1년의 기간 동안 정 성도는 이야기 도전, 개벽실제상황 등 진리 서적을 구입해 진리를 좀 더 알아보고자 노력을 했고 이 성도는 남편이 사온 책을 의심 없이 탐독하는 등 많은 관심을 쏟으며 진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입도에 이르게 되었으며 여러 가지 체험과 실천을 통해 하나하나 신앙을 다져 나갔다.

도방은 신앙 체질화의 기반


비교적 원만하고 순탄하게 신앙에 다가섰던 이 성도와 달리 정 성도는 처음에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런 마음으로 신앙에 접근했다. 그런 정 성도가 증산도 신앙을 확신하게 된 것은 천도식을 준비하고 봉행하는 정성공부 과정에서 태을주 수행과 광명체험을 통해 몸이 달라짐을 체험하면서부터였다. 정 성도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었다. “저는 본래 환절기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살았고 잔병치레가 잦은 체질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을주를 집중해서 읽으면서부터 그런 증상이 개선되고 체질이 달라지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어요. 언젠가 종도사님께서 ‘태을주 10만독을 하면 예방주사 한 번 맞는 거와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걸 그대로 체험한 거지요. 그래서 저는 태을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 성도는 과거 태상종도사님으로부터 보직 임첩을 받는 기회를 가졌을 때 지도자이신 두 분이 해진 옷차림을 하고 계신 것을 가까이서 목격한 얘기도 들려주었다. “그것은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우연히 태사부님과 사부님의 의복을 살펴보고 나니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에서 나아가 두 분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어요.

깊은 감명과 함께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후 도훈 말씀들을 하나둘 들으면서 진리와 신앙에 대한 이해가 점차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체험을 통해 신앙을 심화시켜 나가는 것은 이 성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소 체력이 약해 조금만 무리해도 축 처지는 스타일이고 갑상선 병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근족염이란 병으로 많은 고생을 한 이 성도는 도공道功을 통해 이 문제들을 이겨냈다. 도공에 집중하면서 갑상선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근족염도 치유가 되었으며 체력도 강해졌다.

정 성도에게 가가도장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곧바로 “신앙 체질화의 기반이 곧 가가도장”이라고 답했다. 오랫동안 사회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애와 고충들을 겪어본 정 성도는 ‘수행과 신앙은 끊임이 없이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연속성과 지속성이라는 두 명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시작한 것이 매일 아침마다 가정 도방에서의 수행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태상종도사님께서 오래 전 가르쳐주신 스트레칭 체조를 매일 거르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이는 심신의 강화와 체질 개선이라는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신앙은 실천입니다.” 이 짧은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도방에서 가족치성을 모시는 날이 올 것


두 성도에게 앞으로의 도방 계획과 목표를 물었다. 정 성도는 가정 도방에서의 근본신앙 관리를 철저히 지속해서 7도수 포교를 꼭 달성해 신패를 수여받고 싶다고 했다. 생명을 살리는 하느님의 진리를 전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이를 위해 홍보활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직업 활동 시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리 도서들을 많이 전하고 있으며, 최근 부산 개벽문화콘서트 홍보활동 시에는 지인들에게 많은 초대 문자를 보냈고 그 중 오겠다는 응답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를 확정짓고 수행하며 집중 기도를 했다. 중간에 일부가 오지 못한다는 사정을 밝혀와 예정 인원에 차질이 생겼지만, 신통하게도 막바지에 누수된 그 인원만큼 다른 대상자들로 채워지는 조화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 성도는 도장 설비나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뚝딱뚝딱 잘 고치는 일이 많아 ‘정가이버’로 불린다. 전기 공구 담당을 자처할 만큼 손재주가 좋은 그는 도장 시설물에 대해 재능 봉사의 정성을 쏟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 성도는 가정 도방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신앙이 자리 잡는 것이 목표이고 형제자매 가족을 포교해 이곳 도방에서 치성을 모시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한 도장의 살림과 운영에도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조력하고 봉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도장이 그렇습니다. 도장의 일원으로서 일단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장 조직 활성화와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면 얼마든 움직이고 참여하고 싶습니다. 대소사를 막론하고 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면 열심히 할 겁니다.”

도방 취재를 마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하는 신앙은 현실 속에서 상제님의 뜻을 펼치고 실현하는 일인데, 그 일에는 진실하고 순박한 일꾼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고 이 부부 성도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가진 것의 여하를 불문하고 늘 제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순민順民인데, 어쩌면 오늘 그 순민을 만나고 왔다는 느낌 말이다.

도방에서의 신앙체험들
정 성도에게 가가도장은 단지 신앙 체질화라는 효과에만 국한되는 곳은 아니었다. 가정 도방에서 축적한 기도와 수행의 힘으로 가족포교에 나서기도 했는데, 취재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영적 체험 한 가지를 들려주었다. 정 성도에게는 불교 신앙을 오래 해온 막내 여동생이 있다. 그 여동생을 포교하기 위해 정 성도는 늘 도방에서 칠성경을 꾸준히 읽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여동생 모습을 한 척신이 목을 조르는 가위눌림이 반복되는 일이 벌어졌고 포교에 대한 여동생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가족포교는 그러한 방해로 물러설 수는 없는 영역이다. 칠성경 주송은 변함없이 계속되었고, 지난 10월 부산 개벽문화콘서트 초대에 여동생이 순순히 응하는 상황 변화가 일어났다. 여동생은 콘서트 이후 “중간까지는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못 들었다. 나중에 더 들어보겠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증산도에 호감을 갖지 못했는데 콘서트 참여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태을주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므로 수행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지속적인 정성 수행과 기도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체험한 정 성도는 더욱 분발해 가족포교를 꼭 성사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이 성도에게 가가도장은 “도장과 집의 연결 매개체”이다. 신앙을 하지 않는 가족들이 집에 모일 기회가 생기면 가정 도방은 상제님 신앙 얘기를 풀어갈 매체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성도에게도 도방에서의 체험을 물었더니 아이들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 “가정도장은 신앙을 잘 유지하는 성소입니다. 여기에서 많은 기도와 수행을 했어요. 특히 우리 가정의 경우에는 아이들에 대한 척신의 위협이 많았어요. 병원에선 이상이 없다는데 아이들은 심장이 아파 숨을 못 쉬는 증세에 시달렸지요. 그래서 제가 이를 꼭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독하게 먹고서 기도와 주송에 집중했어요. 어떤 존재라도 내 가족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강력히 주문을 읽고 기도하며 영적으로 맞섰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 증상이 거짓말처럼 멀쩡해졌습니다.”

이러한 체험들은 두 부부 성도가 가정 도방을 도장 못지않은 절대적 의미를 지닌 곳으로 여기면서 신앙 성숙을 해나가는 기반으로 잘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을주 읽는 어머니의 사연
또 한 가지 소개해야 할 사연이 있다. 이번 도방 취재를 시작한 첫 장소, 두 부부의 사업장에 들어갔을 때 한쪽에 앉아서 태을주를 계속 외우고 있던 할머니 성도님 한 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분이 바로 이명희 성도의 어머니 손출이 성도(75세)였다. 그런데 이분은 지금 치매라 불리는 알츠하이머alzheimer 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6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 시 이미 병의 진행이 중기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 성도는 1년 전부터 어머니를 집에 모셔와서 늘 함께 지내며 돌보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뇌질환이라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력의 악화가 시간 경과와 함께 진행되는데, 손 성도의 경우 병원에서는 다른 동일 환자의 경우와 많이 다르며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소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이명희 성도는 어머니가 태을주와 도공을 곧잘 같이 하시는 것을 들었다. 인지력에 다소의 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 경과에 비해 병세의 악화가 많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태을주와 도공까지 열심히 하시는 그 의지와 정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취재 시점부터 목격한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자택 인터뷰 진행 도중 이 성도 옆에 앉아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씀드렸더니 싱긋이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기도 하셨다. 태을주의 조화로 더 나아지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