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 / 튀니지 국민4자기구 노벨평화상 수상

[지구촌개벽뉴스]

미 중심 서방에 이어 러시아 가세
점점 달궈지는 중동의 화약고火藥庫 시리아


지난 10월 7일 카스피해에 있던 러시아 군함 4척이 26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이란 이라크 영공을 지나 1500㎞ 떨어진 시리아Syria에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뛰어든 러시아가 일주일 만에 해군까지 동원해 공격 수위를 높인 것이다. 러시아는 직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IS가 목표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는 러시아가 IS가 아닌 반군들에게 공습을 가하고 순항 미사일까지 발사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러시아 전투기들이 나토 동맹국인 터키의 영공을 침범한 것도 문제 삼았다. 같은 시각 러시아의 공습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이 군사작전에는 이란의 군사 고문도 참여했다. 이날 이라크 의회 국방, 안보위원회 하킴 알자밀리 위원장은 “(이라크 내) IS 격퇴를 위해 러시아에 곧 공습을 요청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이어 이라크에도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진 셈이다.

현재 러시아는 독재자 알아사드Bashar al-Assad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미국 등 서방은 알아사드에 저항하는 자유시리아군(FSA) 등 반군叛軍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에게 시리아는 이란과 함께 중동의 대표적 우방국이다. 알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이라 불린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반군과 내전에 돌입했다. 작년부터는 IS와도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반군 공습으로 알아사드 정권의 생명줄이 연장되었다고 분석했다. 중동에서 발빠르게 군사 개입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엔 시리아에 포병부대와 최신형 탱크까지 배치했다. 전투기를 이용한 공습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선 육·해·공군을 동원해 더 큰 규모의 군사작전도 가능한 전력이다. 이렇게 시리아 내에서 적극적인 공습을 이어가는 러시아에 비해 미국은 1년 넘도록 IS 격퇴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 정부는 시리아에 대한 직접 군사작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국 역사학자 막스 부트는 “러시아가 시리아, 이란, 이라크와 손잡고 ‘새로운 악의 축(New Axis of Evil)’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시리아 상공에서의 양국 전투기 간 충돌을 막기 위해 항공안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중동 개입은 경제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포석이다. 올해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벌인 ‘유가油價 전쟁’으로 기름값이 폭락하면서, 석유산업이 주력인 러시아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미국 석유산업 전문 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러시아가 이란 이라크와 연대해 저유가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또 지난해 ‘크림반도 합병’ 등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 외교적 고립의 탈출구로 중국과 함께 중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푸틴은 올해 초 이집트를 10년 만에 직접 방문하는 등 중동에서 외교적 행보도 가속하고 있다. 중동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 반군 공격을 위한 지상군 선발대를 시리아에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레바논 언론에서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시리아 북부에서 반군을 상대로 한 대규모 지상공격에 곧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시리아 내전의 판이 점점 커지며 국제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


재스민 혁명 후 민주주의 구축에 기여
‘국민 4자 기구’ 노벨 평화상 수상


지난 10월 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튀니지Tunisia의 민주화를 위한 국민 통합 기구인 ‘국민 4자 대화 기구(Tunisian National Dialogue Quartet)’를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 단체는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의 다원적 민주주의 구축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3년 10월 설립된 ‘국민 4자 대화 기구’는 하나의 조직이라기보다는 튀니지의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 4개 시민사회의 협의체다. 4자에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튀니지 총노조(UGTT), 산업계를 대표하는 튀니지 산업 무역 수공업 연맹(UTICA),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튀니지 인권 연맹(LTDH), 법조계를 대표하는 튀니지 변호사회(ONAT)가 포함돼 있다.

튀니지에선 2010년 12월 한 청년이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한 것을 계기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결국 이 사건이 촉발됨으로써 24년간 튀니지를 철권통치해 온 벤 알리Ben Ali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위는 주변국으로 번져 나가 이른바 ‘아랍의 봄’을 꽃 피웠다. 살아있는 파라오 이집트의 무바라크Hosni Mubarak가 하야했고 중동의 깡패로 불리웠던 리비아의 카다피Muammar Al-Qaddafi는 도주 중에 사살됐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 대통령은 독재정권 퇴진 요구가 일자 권력이양안에 서명하고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하지만 민주화 혁명을 겪은 나라 중 아직도 혼란이 계속되는 곳이 많다. 시리아는 몇 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리비아에서도 극도의 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예멘 역시 내전 중이다. 이집트는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고 새 대통령을 뽑았지만, 쿠데타로 군부가 다시 집권했다. 튀니지 역시 시민 혁명 직후에 야당 정치인이 암살되는 등 사회 혼란이 극심했다. 하지만 이후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주변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혼란을 극복한 것은 결국 내부의 힘이었다. 튀니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전국 단위 4개 단체가 모여 ‛국민 4자 대화기구’가 결성됐다. 이 협의체는 이슬람 성향의 집권 ‘엔나흐다’와 세속 성향의 야권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다. 그리고 여성 인권 등을 강화한 헌법을 제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4년 12월 민선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선출하는 데 성공했다. 노벨위원회는 “내전 직전 상황인 튀니지에 평화적인 정치 절차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튀니지는 ‘아랍의 봄’ 가운데 유일한 성공 스토리”라고 보도했다.

튀니지 총노조의 하우신 아바시 사무총장이 “이번 수상은 튀니지에 대단한 기쁨이자 자랑인 동시에, 아랍 국가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수상은 대화의 힘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버리고 협상 테이블에서 대화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국민 4자 대화기구’에 속한 모크타르 트리피 변호사는 “아랍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카시 쿨만 피베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노벨평화상이 튀니지 국민에게 통합을 위한 용기를 주고, 주변국에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평화적 협상과 타협만이 국가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억 3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