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 그리스 구제금융 / 사이보그 곤충

[지구촌개벽뉴스]
虎兎龍蛇相會日(호토용사상회일)에 無辜人民萬一生(무고인민민만일생)이니라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巳)이 서로 만나는 날에
아무 죄 없는 창생들이 무수히도 죽겠구나. (도전 5편 408장)
앞으로 오는 세월이 연(年)으로 다투다가, 달(月)로 다투다가, 날(日)로 다투다가,
시간(時)으로 다투다가, 분(分)으로 다투게 되리니 대세를 잘 살피라. (도전 7편 3장)




선진국 중 첫 국가부도 그리스 사태
그리스와 채권국 3차 구제금융 합의



지난 1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국이 제3차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이로써 ‘그렉시트’ (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위기를 넘겼다. 그리스는 향후 최대 108조원(860억 유로) 규모의 제3차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합의문을 보면 그리스의 완패다. 그리스가 재정주권을 박탈당한 채 ‘경제 신탁통치’를 받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합의안은 증세, 연금 삭감, 국유재산 매각 등 총 세 줄기로 구성됐다. 우선 그리스 의회가 15일까지 연금, 세법, 민영화 등 개혁 입법을 통과시켜야만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치프라스Tsipras 정부가 올 초 집권하면서 도입했던 반 긴축 조치도 무효화해야 했다. 또 그리스 은행 정상화와 부채 상환을 위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인 500억 유로(약 62조 6600억 원)의 그리스 국유재산을 특별펀드로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5일 그리스가 국민투표로 반대했던 협상안보다 더 가혹하고 굴욕적인 내용들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위기를 연금年金과 부패 두 단어로 요약한다.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 중 가장 후한 연금제도를 구축했다. 위기 직전까지도 국가총생산(GDP)은 독일의 10분의 1에 못 미쳤지만 GDP 대비 연금 지출은 독일(12%대)보다 높은 17.5%였다. 연금 수령액은 은퇴 직전 소득의 95%에 달해 독일(42%), 프랑스(50%)를 훨씬 웃돌았다. 국민들은 북유럽식 복지에 맛을 들였고 집권 세력은 표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복지를 남발했다.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했고 대학을 가지 못한 고교 졸업생은 국비로 해외 유학을 보내주기도 했다.

정치인들과 관료계층은 노조와 지역 이권집단을 설득해 정책과 표를 맞교환하는 식으로 자리를 유지했다. 마치 두목과 부하가 서로의 뒤를 봐주듯 하는 ‘후견주의’(clientelism)가 발달한 것이다. ‘파켈라키’(fakelaki·촌지)와 ‘루스페티’(rousfeti·정치적 특혜)는 그리스 사회의 부패를 설명하는 두 단어다. 후견주의는 탈세와 착복이 난무하는 지하경제를 양성했다. 유로존 위기 전 그리스의 지하경제는 GDP의 25%를 넘었다. 그리스 조세 당국은 그동안 국민 실질소득의 30%밖에 세금을 매기지 못했다. 2009년 그리스의 탈세액은 약 2000억~3000억 유로로, 그해 재정 적자의 3분의 2에 달했다. 2010년 국제투명성기구는 불가리아, 루마니아에 이어 그리스가 유럽연합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비대한 공공 부문도 문제다. 2000년대에는 노동인구 4명 중 1명(85만명)이 공무원이었다.

그렉시트와 국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는 면했지만 그리스 사태의 앞길은 험난하다. 우선 그리스 의회에서 협상안이 통과되어야 하고 그리스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EU 국가들의 의회에서 그리스 재정 지원안이 가결되어야 한다.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그리스 국민들이 인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정한 경제회복과 재정적자 축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유로존 이탈의 위험은 언제든지 상존常存한다. 그리스의 이탈은 재무구조가 부실한 남유럽 국가들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2011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갔던 남유럽 재정위기를 넘어 자칫 하나의 유럽이라는 EU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리스 사태는 뿌리깊은 고질병이 워낙 복잡하게 얽힌 탓에 누구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자신있게 제시하지 못한다. 향후 1~3년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리스와 유럽 어디로 갈 것인가? ◎

곤충을 조종해 사람을 구한다
사이보그 곤충 시대 열려


딱정벌레를 드론으로 활용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와 미국 버클리대 뉴스(News of Bucley College)는 3월 16일(현지시간) 버클리대와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과학자들이 살아있는 딱정벌레들을 재난지역 감시용 드론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줄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길이 6cm, 무게 8그램에 불과한 딱정벌레과의 풍뎅이(giant flower beetles)를 실험에 사용했다. 연구팀은 딱정벌레 뇌에서 안구 운동, 동공 조절 등을 담당하는 신경중추인 시신경엽視神經葉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벌레를 조종했다. 우선 딱정벌레 등에 작은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를 마치 사람이 등에 지는 배낭처럼 묶어 날게 했다. 배낭은 간단한 전기회로와 무선신호 송수신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배낭에서 이어진 전극은 곤충 뇌와 연결돼 있다. 실험자가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면 배낭에서 수신해 뇌로 연결된 전극으로 전류를 흘려보낸다. 전기신호가 뇌를 자극하면 딱정벌레가 날거나 멈춘다. 연구팀은 딱정벌레 날개 밑으로도 전극을 심어 전기신호를 흘렸다. 이를 통해 방향 전환도 가능하게 했다.

쥐도 마음대로 조절가능
존 채핀 미국 뉴욕주립대(SUNY) 신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쥐 뇌에 전기신호를 가해 쥐를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사이보그 곤충처럼 쥐 뇌에 전극을 심은 뒤 이를 배낭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쥐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체감각 피질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체감각 피질은 뇌에서 감각을 담당한다. 가령 피질 한 부분을 자극하면 얼굴 왼쪽에 ‘가짜’ 촉감을 느끼고 다른 부분을 자극하면 오른쪽에 가짜 촉감을 느끼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쥐가 움직이는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의도한 대로 잘 움직여주면 연구팀은 전기신호를 통해 쥐 내측전뇌다발(MFB)을 자극했다. MFB는 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 말하자면 ‘가짜 즐거움’을 보상으로 준 것이다. 연구팀은 MFB 자극을 통해 쥐가 사다리를 오르고 좁은 통로를 기어가며 가파른 경사로를 뛰어내려가는 등 고난도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사이보그 곤충 연구가 최근에는 동물로 확대되고 있다.

바퀴벌레로 빌딩 속 생존자 찾을 수 있어
지난 해 11월에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과학자들이 바퀴벌레의 등에 아주 희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마이크가 든 전극배낭을 장착했다. 바로 사이보그 바퀴벌레 또는 바이오봇Biobot 아이디어다. 연구팀은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는 최고의 방법은 구조해 달라는 소리나 희미한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일단 사물의 소리를 인지하면 우리는 마이크를 장착한 바이오봇을 사용해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바퀴벌레 등에 묶인 배낭은 이들의 배 뒤쪽에 붙어 있는 한 쌍의 꼬리 감각기관, 즉 미엽尾葉에 연결돼 있어 이 바이오봇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이것은 지진 등의 재난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더미 속의 생존자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도 사이보그 벌레를 만들 수 있어
바퀴벌레를 사이보그 노예로 만드는 것은 별로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IT 블로그 사이트 기즈모도Gizmodo에 따르면 100달러(11만원)이하의 키트Kit를 구입해 바퀴벌레에 자체 전기신호를 가진 안테나를 달아 이를 자극함으로써 벌레를 제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동물학대 논란과 함께 자칫 좀비 곤충이나 동물을 만들어 사람을 해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 고양이」의 저자인 에밀리 앤디스는 “미래 세대는 어릴 때부터 생명 자체를 고치고 놀면서 자라게 될 것”이라며 “취미로 유전자, 뇌, 신체 실험을 하는 바이오해커 집단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이로운 발명이라면 반드시 상용화되기 마련이다. 앞으로 재난 현장에 열감지기를 설치한 벌레들이 투입되어 성과를 올리거나 잘 훈련된 사이보그 쥐가 생존자를 찾아내는 일도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