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칼럼 | 스승의 마음은 어머니의 덕성

[칼럼]
김종우 / 광주상무도장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몇 년 전 우리나라의 유명 여배우가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살핀 체험을 수기에 실었다. ‘꽃으로도’는 그 수기의 제목이다. 요즘 와서 유난히 그 제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 현실 속의 어린이 양육환경을 살펴보면 적잖은 문제들이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인천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방송에 보도된 CCTV화면을 보던 온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두세 살 어린아이가 보육교사의 손찌검을 당해 저만치서 나뒹굴고 주위에는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이 무릎을 굻고 있었으며 어린이집 여교사는 거의 묻지마식 폭행을 일삼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영상을 보며 해당 아이의 부모는 물론이요 자식 가진 모든 이들은 떨리는 가슴과 치솟는 울분을 달래야 했다. 또한 이런 사건이 특정한 어린이집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꽤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태의 파장은 크게 확산되었다. 급기야 국회에서 ‘어린이집 CCTV의무화 법안’을 상정하기에 이르렀지만, 사생활 침해의 논란 속에 법안은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뼈와 살이 채 여물지 않아 때릴 데가 없는, 차마 아름다운 꽃으로도 때릴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아이들 아니던가. 이런 문제와 사건들이 발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최근 어느 국회의원은 어린이집 아동 학대사건이 4년 새 27배 급증했다는 조사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어린이 양육을 위탁받은 보육기관에서 아동 폭행사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동 폭행의 이면에는 현대 사회 병폐 중의 하나로 지적되는 물질적, 경제적 가치 중심의 사조가 차세대의 동량인 어린이 양육이라는 고귀한 사명의식과 상호 배치되는 현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 대한 보수와 처우가 충분치 않아 우수한 인력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그러한 단면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즉 한 명의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어린이 수가 일정 한도를 넘는데다 보육교사가 질적으로 낮은 수준일 때 쉽게 동원되는 수단이 바로 폭행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어린 아이들이다. 사회문화적 풍조와 제도상의 미비 등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아이에게 결단코 폭행은 용납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면 단지 어린이 보육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대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기 다른 이념체제를 가지고 남북으로 갈려 있는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에다 정치적으로 동서가 나뉘고 세대간, 빈부간 갈등뿐만 아니라 이념갈등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국론분열의 현실에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민족의 공통분모인 9,000년 역사의 뿌리를 찾고 역사혼을 회복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한민족과 인류의 시원역사와 원형문화를 밝혀주는 보물 사서인 『환단고기』의 ‘단군세기 서문’에서 행촌 이암 선생은 역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렇게 밝혔다.

史學이 不明則 士氣가 不振하고 士氣가 不振則 國本이 搖矣요 政法이 岐矣니라
사학이 분명하지 않으면 선비의 기개를 떨쳐 일으킬 수 없고, 선비의 기개가 떨쳐 일어나지 못하면 국가의 근본이 흔들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가 갈라진다.
國猶形하고 史猶魂하니 形可失魂이 保乎아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혼과 같으니, 형체가 그 혼을 잃고서 어찌 보존될 수 있겠는가.


같은 책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에는 군사부君師父의 도가 나온다.

父道는 法天하야 眞一無僞하고 師道는 法地하야 勤一無怠하고 君道는 法人하야 協一無違니라
아버지의 도는 하늘의 도를 본받아 참됨으로 하나가 되니 거짓이 없으며 스승의 도는 땅의 덕을 본받아 부지런함으로 하나가 되니 태만함이 없고 임금의 도는 사람의 도덕을 근본에 두고 화합하여 하나가 되니 어긋남이 없다.


『환단고기』에서는 하늘·땅의 덕성을 밝히고 천지와 하나가 되는 것이 참인간의 길임을 가르쳐준다. 가르치는 사람, 곧 스승의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바로 ‘땅 어머니의 덕성’이어야 한다. 아이를 양육함에 어머니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고 항상 부지런하고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땅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을 각성하고 다짐한다면 함부로 화를 내거나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는 일은 설 땅이 없어진다.

우리 모두가 9,000년 역사를 지속시켜 온 원동력, 역사의 혼을 회복하여 스승의 올바른 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 나아가 널리 인간 문명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과 생명을 건져 살리고 서로를 잘 되게 하는 상생相生의 문화 정신을 추구할 때 사회 전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올바른 뿌리역사 교육과 더불어 한민족 원형문화의 애민愛民 정신을 회복하고 진정한 상생의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품격있는 선진한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물신주의物神主義가 만연한 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이 천지의 주인이 되는 시대정신을 깨닫고 가치관을 바탕으로 인사를 판단하는 참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