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1월 홈 | 기사목록 | 되돌아가기

    [이 책만은 꼭]

    무기, 세균, 강철이 초래한 인류문명 불균형의 뿌리를 찾아서


    현재의 인류 사회는 과연 평등한가? 왜 어떤 민족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속도는 왜 차이가 생겨난 것일까? 이런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어냈던 명저가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바로 세계적 석학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이다. 이미 30여년 전 강렬한 주제의식과 명쾌한 결론, 능숙한 정보 활용으로 강력한 호소력을 지녔던 이 책은 인종·민족에 기반을 둔 인류 발전의 기존 개념을 뒤집는 새로운 문명생성보고서이다.

    책은 지난 1만 3천년에 걸친 인류 역사의 기원과 문명에 대한 분석을 다양한 학문 분야(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의 접근을 통해 종합적으로 규명,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유쾌한 역사여행을 하면서 인류 문명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해답,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해준다. 특히 이번 증보판에는 일본 야오이문화가 한국인에 의해 촉발되었음을 밝혀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논문을 인용, 지금의 일본어가 고구려어와 유사하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다. 인류의 1만 3천년의 역사가 집약된 역작, 『총 균 쇠』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주 매력적으로.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30여년의 여정


    책은 1972년 7월 지은이가 만난 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원래 생태학자로 조류를 연구하던 재레드가 열대의 섬 뉴기니 해변을 거닐고 있을 때 파푸아뉴기니의 정치가인 얄리라는 친구는 이렇게 질문한다. 아주 번뜩이는 눈빛으로 찌를 듯이 바라보며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뉴기니인에게 이 화물이란 단어는 짐으로 번역되는데 바로 재산, 재물을 상징하는 단어로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쉽게 대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질문의 속뜻에는 얄리가 경험한 삶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고, 세계의 다른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생활양식의 격차, 불균형에 대한 원인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은 왜 (물질)문명의 불균형이 생겼는가? 그에 대한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점을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해답에 대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고, 아예 그런 질문 자체를 던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지은이는 인류의 진화, 역사, 언어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30여년에 걸친 연구를 진행해 왔고, 마침내 이 책으로 대답을 하고 있다. 인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는가? 인류 문명의 현저한 불평등은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 인종적, 민족적 차별주의가 답으로 제시되어 왔다. 이에 지은이는 명쾌하게 답을 한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라고. 이에 대해 환경결정론으로 못 박아서 무시하거나 전 세계적인 불균형을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보류해 버리기도 하지만, 지리 환경은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책을 잘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제목에 나와 있는 ‘총(무기체계), 병균, 금속(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이전에, 그 궁극적인 원인을 먼저 봐야 한다. 바로 농업생산력(환경·기술적인 차이와 목축)의 차이, 즉 경제력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다. 어떤 지역은 충분한 먹거리를 생산하여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인력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고, 이는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 반면에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너무나 ‘우연한’ 지리적인 차이였다는 점이다.

    책에서 다루는 세 가지 포인트를 가볍게 살펴본다면, 첫 번째 포인트인 ‘총’에서는 남아메리카 문명을 정복한 유럽 문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피사로 군대는 세계 최강의 금속무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석기무기를 지닌 잉카제국을 단숨에 무너트린 사건을 한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두 번째 포인트인 ‘병균’에서는 인류의 농경문화와 목축업, 문명의 형성, 그리고 전염병 발생은 거의 동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전염성 질병은 대부분 사람과 가축이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접촉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잉카제국을 무너트린 치명적인 병균인 시두(천연두, 두창)는 바로 소에서 왔다. 결국 농경문화 발달의 부산물로 우리는 치명적인 전염병도 함께 발전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세 번째 포인트인 ‘쇠’는 금속으로 대변되는 과학 문명, 유럽의 산업혁명의 핵심이 바로 이 쇠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문명의 균형은 동양에 기울어져 있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은 서구 유럽의 물질문명이 동양을 압도하여 세계를 정복하였다. 즉 과학기술이 발전되면서 현재와 같은 문명의 불평등과 부의 불균형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제 그 균형추가 다시 동양으로 가고 있다고 하니 과연 그러한지 한번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지 않을까 한다.

    역사란 ‘지겨운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한 게 아니다


    책은 모두 4부 19장과 에필로그로 되어 있고 증보판에는 새로운 논문과 초판 발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차에는 세세한 설명이 달려 있어 그것만 읽어봐도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제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에서는 지난 13,000년 이전 역사를 아주 간략하게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뒤 이런 시간과 공간을 섬의 환경에 축소시켜 그곳의 역사에 미친 영향들을 간단하게 고찰하고 있다. 이어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인 서로 다른 대륙의 민족들이 충돌하게 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바로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멸망시키는 과정을 다룬다. 여기서 지은이는 소수의 피사로 군대가 제국을 정복하는 원인으로 스페인이 지닌 무기, 선박기술, 문자, 정치조직, 말(잉카 사람들은 이때 말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치명적인 병원균(시두)을 들고 있다.

    제2부 <식량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에서는 지은이가 문명의 불균형의 궁극적인 원인 중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을 모아 놓았다. 즉 식량생산, 그리고 그 기원이 지역마다 제각각이었고 결국 이런 차이는 훗날 지배와 피지배라는 결과를 가져 왔음을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동물들과 농작물이 가축화, 작물화 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수의 동물만이 가축화에 성공하게 된 이유와 작물화가 가능한 식물이 동일한 위도상 비슷한 자연환경을 지닌 곳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었음을 알려준다. 이는 각 대륙별로 전파 방향이 다른데, 아시아 유럽은 메소포타미아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서 방향으로, 남북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주로 남북 방향이었다. 이 차이는 농업생산량의 격차를 가져와 문명 발전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제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에서는 이런 원인(지은이는 가축화, 작물화된 과정과 이에 따른 이동과정, 그로 인한 농업생산성의 차이를 궁극적 원인이라고 했다)에서 직접적으로 문명간 격차가 생긴 원인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은 조밀한 인구에서 병원균이 진화하였다는 점으로 이 병원균에 의한 인류의 희생이 과학기술의 그것보다 훨씬 더 컸음을 말한다. 또한 식량 생산의 차이에서 온 문자체계의 발전을 언급한다. 문자가 새로이 고안된 경우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몇 차례에 불과했으며, 그 현장은 가장 먼저 식량 생산이 시작된 곳이라고 한다. 이 문자가 이동하면서 아이디어와 발명품이 전파되었으며, 그 전파되는 난이도에 작용하는 지리적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면서,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예찬하고 있다. 식량생산의 발전으로 인하여 농경민들은 식량이 남아돌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농경민 사회는 식량을 생산하지 않고 기술 발전에만 전념하는 전문가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간이 밀집해 살게 되었고, 이에 따라 추장, 왕, 관료 같은 정치제도, 체제를 유지하는 상비군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는 탐험 선단을 조직, 파견하면서 정복전쟁을 준비하게 되었음을 말한다.

    제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에서는 앞선 2부와 3부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각각의 대륙과 일부 중요한 섬들에 적용해 보고 있다. 일단은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기니섬의 역사를 고찰하고 있으며, 이어서 실제 문명의 발상지인 동아시아 본토와 태평양의 섬들을 포함하는 드넓은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동아시아 민족과 태평양 민족이 충돌한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현재 세계 인구 3분의 1이 이곳에 거주하게 되었으며, 오늘날 경제력이 점점 집중되고 있는 여러 국가들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세계 다른 민족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무엇보다 선명한 모델이라고 하고 있다. 특히 18장에서는 이미 3장에서 다룬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충돌로 돌아가 왜 남북아메리카가 아시아 유럽보다 낙후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양쪽 대륙에서 가축화와 작물화가 가능했던 동식물 수의 차이, 인간이 동물과 같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면서 발생한 병원균, 대륙 축 방향에 의해 생긴 전파 속도의 차이와 발전의 격차를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마지막에서 이에 대한 반전 역사로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만남에서 생겨난 여러 현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정복한 후에도 아프리카 남단을 제외한 사하라사막 이남에는 유럽인 정착촌을 널리 퍼뜨리거나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지은이는 이 책의 시발점이 된 얄리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고 믿는 몇 가지 중요한 환경적 원인들을 확인했을 뿐이라며, 그 겸손함을 보이며 자신의 연구는 계속 지속될 것임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 에필로그 <과학으로서의 인류사의 미래>에서는 나머지 원인들을 몇 가지 열거하고 있는데, 아시아 유럽 여러 지역의 차이점 문제, 환경과 무관한 문화적 원인들의 역할, 개인의 역할 등을 말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환경적 결정론이나 숙명론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중 인류사를 진화생물학, 지질학, 기후학과 같이 주로 인정받는 역사적 과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분야로 정립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역사란 결코 어느 냉소주의자가 말했던 것처럼 ‘지겨운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역사에서는 광범위한 경향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을 설명하려는 탐구 과정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생산적이기도 하다.”는 혜안을 제시해 주었다. 정리 / 이해영(객원기자)


    본서의 한 가지 아쉬운 점
    세계적 석학의 방대한 지식과 오랜 시간을 들인 공력과 열정이 담긴 『총 균 쇠』는 인류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인류 문명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리적 환경적 부분이 크다는 점을 파악해 보았다면, 더불어 이와 관련된 동양의 풍수지리사상을 함께 연구하는 것이 어떠하였을까 하는 점이다. 더 나아가 문명사적으로 세계 4대문명 이전의 홍산문명과 이를 문헌적으로 뒷받침해줄 『환단고기』를 접하였다면 지은이의 연구가 또 다른 결론을 얻지 않았을까 한다. 또한 현대 문명의 발전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안목을 제시할 『증산도 도전』을 천착한다면 아마도 그의 연구는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리라 생각해 본다. 이 두 책은 그가 그렇게 사랑한 한글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문헌들이기에.

    * 선천은 상극(相克)의 운(運)이라. (도전 2편 17장 1절)
    *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만 정통하였을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 내어 천지를 흔들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 모든 죄악을 꺼림 없이 범행하니, 신도(神道)의 권위가 떨어지고 삼계(三界)가 혼란하여 천도와 인사가 도수를 어기는지라. (2편 30장 9절~10절)


    월간개벽. All rights reserved.

    2015년 01월 홈 | 기사목록 | 되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