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B콜로키움〉광개토태왕 비문을 통해 본 우리 고대의 역사 

[STB하이라이트]

3강 광개토대왕 비문의 철학과 사상탐구




지금부터는 광개토대왕 비문의 사상탐구예요. 지금까지는 비문 연구에서 일본이 한반도로 왔네갔네 하는 것만 갖고 싸웠지 비문의 사상탐구를 한 사람이 없어요. 철학적인 정치적인 사회적인 의미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걸 설명한다는 말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www.stb.co.kr 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천지에서 포태된 인간


천생설과 난생설
惟昔始祖鄒牟王之創基也, 오직 옛날에 시조 추모왕이 창건할 때에
出自北夫餘, 출자 북부여라. 북부여로부터 나왔다.
天帝之子, 천제지자, 천제의 아들이고
母河伯女郞, 모는 하백녀랑이다.
剖卵降世, 부란이 강세라. 알을 깨고 탄생했다.
生而有聖德□□□□. 생이유성덕이라. 날 때부터 성스러운 덕을 가졌다.


여기 보세요. 천생설화.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랬으니 근원이, 생명이 하늘에서 왔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강설은 블라디보스톡 저 북쪽의 사상이에요. 그러면 그것으로 일관해야 하는데 부란이생, 알을 깨고 나왔다 그랬거든요. 이건 난생설화*예요. 난생설화는 남방문화입니다. 씨 심어서 농사짓고 거기서 생명이 나오는 농경족들의 사고인데 그게 여기 들어와 있거든요. 그러니까 북쪽사상도 있고 남쪽의 사상도 있고 둘이 다 있거든요?

*난생설은 여기에만 있지 않아요. 박혁거세가 박에서 났다는 것도 알이고, 동명왕이 알에서 낫다는 것도 그렇고, 우리 역사에는 알에서 나왔다는 게 여러 곳에 나와요. 우리말에 씨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씨알머리라고, 생명을 말하죠. 그 씨는 생명의 근원이요, 알인데 그 씨의 알이란 말이죠.


나라를 창조하시는 저 높은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인간을 낳았다. 그러니까 사람 속에는 하늘에서 온 영혼이 있고 땅에서 온 육체가 있어서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가 합해 사람, 나가 됐다. 이것이 사람의 생명이죠. 생명이 하늘에서 왔다고 했는데 실은 알에서 났거든요. 이 포태, 생명이 세포, 줄기세포에서 나잖아요. 그러니까 양지와 음지는 천지라고 말하지만 합치면 포태가 돼서 씨알이 되거든요. 포가 되고 태가 되어 280일 어머니 뱃속에 있다가 이 세상에 나오니까 부란이생이죠. 그리고 내가 하늘과 땅에서 생명받아 태어났고 태어난 내가 또 생명을 창조하는데 내 씨알에서 자손이 나잖아요. 그러니 씨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얘기고, 하늘과 땅 음양이 모여서 사람이 됐다는 것도 옳은 얘기죠. 내 생명의 근원이 아버지, 할아버지니까 우리가 조상숭배를 하죠? 더 올라가면 조상은 누굽니까? 하늘이죠? 하늘-할아버지-아버지-나, 이렇게 하늘의 아들이니까 동양은 조상숭배와 하늘숭배가 일치해요.

경천애인
씨알에서 나왔다 할 때 씨알은 어디 있어요? 내 속에 있거든요. 초월설이 아니라 내재설이에요. 내 생명의 씨알이 내 속에 있잖아요. 그 속에서부터 자손이 나거든요. 끊어지면 안돼요. 아들-손자-증손자, 언제까지 가면 만족하는가? 영원히 가야지 끊어지면 안돼요. 단절되면 안됩니다. 단절을 거꾸로 하면 절단, 절단나면 안돼요. 영원하게 왔고 영원하게 갈 거라고. 그러니까 조상숭배와 자손보호는 한국사상의 핵심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손밖에 없어요. 자나깨나 자손이여. 다른 어느 나라하고 달라요. 그게 신앙이에요. 씨알이거든, 생명의 근원! 나는 죽었지만 내 씨알은 살았으니까 나는 영생한다. 한국 사람이나 이렇게 알지 다른 나라 사람은 이해 못해요. 양자 들여도 그만이고, 없어도 괜찮고, 자기만 살다가면 그만이고. 한국 사람은 안 그래요. 절대 안 그래요. 아버지의 생명은 하늘서 왔고 하늘의 아버지가 시조를 낳고 시조가 나를 낳았으니까 우리는 시조성배하다가 경천애인, 하늘을 존경하고 인류를 사랑한다. 이게 우리 신앙 아니에요? 지구상에 이런 철학이 없어요.

영육쌍전의 인간론


영육쌍전
우리는 창세부터 하늘도 숭배하고 땅도 숭배해서, 땅은 올라와서 육체가 되고 하늘은 내려와 영혼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건전한 영혼에, 건강한 육체에, 이래서 영육쌍전(靈肉雙全)이라야 한국사상이지, 영은 대단하고 육체라는 건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건 한국 거 아니에요. 기(氣)과 질(質)과 형(形)과 물(物)이 있어서 물질적이고 기적인 거다 하면 유물론적 사고인데 그러면 육체는 강조하고 기는 강조하지만 이(理)가 없거든요. 그래도 안돼요. 이기지묘합체*라. 이게 한국사상의 핵심이고 고대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날에도 그렇죠. 땅에서 온 건 이익이고, 하늘서 온 건 종교인데, 종교를 강조하고 관념을 강조하면 현실이 안되고 현실을 강조하면 관념이 안되는데 유물론자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하고 종교주의자는 유물론자를 파격이다 그러거든요. 그거 아니죠? 둘이 다 하나가 돼야 한다. 이것이 한국사상이죠. 통일됐잖아요. 하나는 소유의 문제고 하나는 정신적 가치관의 문제 아닙니까? 싸움할 게 없죠?
*이기지묘합체(理氣之妙合體): 리(理)와 기(氣)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종교와 현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한국사상의 핵심


탐구인세 홍익인간
현대문명은 인간 소외문명이에요. 다른 거 없어요. 생명경시풍조예요. 하나님이 있다면 인간은 종이거든요. 물질도 마찬가지예요. 물질이 많으면 높은 사람, 물질이 적으면 종 아니에요? 물질주의와 하나님주의, 그 싸움에서 우리는 둘다 인정되는 건전한 인간이 돼야 한다. 그게 우리 신앙이거든요. 초창기부터 위에서 내려와서 사람되고 땅에서 올라와 사람되고, 그래서 탐구인세(貪求人世), 홍익인간(弘益人間)* 인간을 유익하게 하려고 왔다! 홍익조선이 아니잖아요. 중국사람은 중화주의로 중국사람이 최고이고 다른 민족은 다 야만이야. 동이, 남만, 북적, 서융, 바바리안, 다 야만들이죠? 중화민족만 아주 문화민족이다 이래요. 서양도 그렇잖아요. 유대민족의 선민사상 있죠. 하나님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고 그 관리자로 유대인 네가 주인공이 돼라. 선민(選民), chosen people, 선택된 백성이래. 그게 구약 아닙니까.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 모든 창생을 유익하게 하러 왔다. 그 사람이 장애자거나 성한 사람이거나 흑인이거나 백인이거나 늙은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모든 인간의 생명을 유익하게 하러 왔다! 이런 국시(國是)가 또 어디 있습니까.
*홍익인간사상: 모든 인간의 생명을 유익하게 하고자 했던 고조선과 고구려의 건국이념


은택과 위무로 조화調和하라


은택과 위무
일본도 일본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그게 일본 학꼬우이찌우(はっこういちう, 八紘一宇팔굉일우. 2차대전 때 일본이 자국의 해외진출을 정당화하는 슬로건으로 사용)예요. 독재국가란 다 그런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안하거든요.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가 모든 생명을 구제하러 왔다. 그러려면 진리로 해야 한다, 도로써 해야 한다. 그러니까

恩澤 洽于皇天, 은택이 흡우황천하고 은혜가 하늘까지 가 닿고
武威 柳被四海, 위무가 유피사해라. 정의가 사해에 뒤덮였다.


정의가 유피사해라, 부정은 제거해야 돼요. 하나는 의(義)고, 하나는 사랑(恩)인데 사랑과 의로움으로 이 세상을 통치해야 된다. 그게 광개토대왕의 통치이념인데 성경이 여기서 벗어납니까? 이 속에 들어 있죠. 그렇게 좋은 사상이 우리 건국정신이고 이념인데 그럼 고구려만 그러냐? 아니죠~! 신라도 그랬고 백제도 그랬고 고대에도 그랬어요.

성군의 정치는 좋은 거죠? 백성을 위한 정치거든요. 그러나 폭군의 정치는 못써요. 폭군은 타도해야죠. 그러면 민주주의는 어떠냐? 수준 있고 양심 있는 국민의 수준이 된다면 좋지만 저열이 모인 국민의 대중의사라면 우민정치밖에 안되는 겁니다. 교육을 받고 수준이 있고 자율적으로 선악을 판단하고 진위를 판단하고 성속을 판단하고 미추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있는 그런 백성이라야 그런 인민이라야 자율적으로 자유를 갖고 행동을 하는 거지, 자율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자유가 보장돼요? 어린애한테 어떻게 자유를 줘요? 미친 사람한테 어떻게 자유를 줘요? 미숙한 사람한테 어떻게 자유를 줍니까? 지도해야지. 그러니 수준이 안 되면 자유를 못 갖는 거예요. 민주주의가 안돼요. 다수의 폭력밖에 안되죠.

화백제도
가령 신라는 육부촌장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중의에 의해 결정한다. 그런데 일인이 이즉파의라, 한 사람만 반대해도 그 회의는 파해요. 그럼 어떻게 되나. 만장일치를 해야 돼요. 그러니까 표결하기 전에 모두 기도해요, 반석에서. 반석은 움직이지 않는 거거든요. 그리고 본심으로 돌아가요. 그리고 나서 대화를 해요. 그래서 만장일치예요. 그게 화백* 아닙니까. 화백이라는 건 전체가 다 ‘아, 옳죠.’ ‘더 말할 게 있습니까.’ ‘그래야죠.’ ‘암~그렇죠.’ 이렇게 돼야 해요. 하나라도 이의를 하면 안돼요. 진리가 아니면 모든 사람이 승복을 안하거든요. 그게 우리말의 ‘조화’(調和)예요. 육자진언에 ‘만이반메홈’ 있죠. 불교에서 이게 최고인데 여섯 자이지만 이 속에 다 들었어요. ‘아래 아’(ㆍ) 자는 ‘아’도 되고 ‘어’도 되고 ‘오’도 되고 ‘우’도 돼요. ‘아암~!’ 이 소리 하나면 그만이에요. 불교도 그렇고, 말이 다를 뿐 동서양이 본질은 똑같아요. ‘암멘~’(아멘) 다를 게 뭐 있어요? 진리가 아닌데 어떻게 ‘아멘’ 해요? 덮어놓고 ‘아멘’ 하면 안돼요. 진리니까 ‘아멘’ ‘암~, 그렇죠.’ ‘아∼암.’ 문자가 없어도 괜찮아요. 이심전심으로 다 통해요. 고금동서가 따로 없어요. 그러니까 진리 아닙니까?
*화백(和白): 진골(眞骨) 귀족 출신의 대등(大等)으로 구성된 신라의 합의체 회의기구. 국가의 중대한 일들을 결정하고 귀족세력과 왕권 사이에서 권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짐.


도道로서 다스리라


천부사상
이도여치(以道輿治), 도로써 다스려라 그거예요. 우리 사상은 하늘의 뜻에 맞지 않으면 안돼요. 모든 게 그래요. 그걸 천부(天符)라고 그래요. 부(符)라는 건 꼭 맞을 부 자예요. 꼭 맞아야 돼요. 이렇게 두 쪽이 있는데, 하나는 임금이 갖고 하나는 사령관에게 줘요. 전권을 받는 거죠. 증서라구요. 나중에 맞춰보면 꼭 맞거든요. 하나를 잃어버리면 암만 다시 깎아도 꼭 맞지 않아요. 틈이 난다고. 그걸 어음이라고 그래요. 우리말로 에였다는 소리죠. 그게 수표예요. 꼭 맞잖아요. 그걸 부합이라고 그래요. 하늘의 뜻에 꼭 맞도록 정치하라. 환웅이 이 세상에 올 때 천부인*을 가지고 왔다잖아요. 그에 맞도록 정치하라. 네 의사로, 네 감정으로, 네 욕심으로, 정치하지 말라. 이도여치, 도로써 다스려라. 일관해 내려가잖아요.
*천부인(天符印): 국조 단군왕검이 환웅천왕으로부터 받아서 세상을 통치하였다는 세 개의 인(印).


정의가 곧 위엄
한국 사람들은 정직한 사람을 속으로 숭배해요. 이해관계가 있어 왔다갔다 하지만 시원찮은 사람 있으면 내가 이익을 봐도 저건 틀린 사람, 속으로 반대해요. 만약 정직한 사람 만나면 내가 손해를 봐도 존경해요. 서양 사람은 안 그래요. 이익이 떨어졌어, 그럼 관계없어! 어제 봤어도 오늘 이익과 한계가 다 했어, 그럼 교제가 소홀해져요. 정의로 모인 사람은 절대로 그런 거 없어요. 신의를 지키고 서로가 존경하고 믿고 사랑하죠. 한국의 특징이에요. 그게 지금까지도 쭉 내려오는 겁니다. 배신하면 안돼요. 배신자는 요 다음에도 안 돼요. 지금 이익이 돼도 안된다 그말이여. 그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고구려의 건국이다! 아, 그래서 은택이 흡우황천하고 위무가 유피사해라. 정의가 곧 위엄이란 말이에요. 권위와 오만은 달라요. 겸손과 비굴은 다르다구요. 비굴한 건 못써요. 겸손한 건 좋은 거예요. 자중은 좋아요. 그러나 사람이 지나치게 자만심을 가지면 안돼요. 우리의 사고에 이런 게 다 들어 있고, 하늘을 숭배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그런 생각이, 그런 신앙이 있고, 진리를 사랑한다는 대단히 이성적이고 더 나아가 영성*이라는 게 있어요. 우리가 감성, 이성에서 학문을 하는 거지만 우리는 하나 더 높은 게 있어요. 이건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으니까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차원이 하나 있다 말이죠.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돼요.
*인간에게는 이성이나 감성적 사고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영성이 있다.


초월설과 내재설의 융합


초월과 내재
그러니까 우리는 북방의 천신신화와 남방의 난생설화를 겸하여 가지고 있다! 천강설화는 지극히 높은 곳에 생명의 원천이 있다고 보는 초월설이요, 난생설화는 우주의 깊은 속에, 내 속에 생명의 근원이 있다고 보는 내재설인 것이다. 철학에서 초월설이냐 내재설이냐 하는 걸로 싸움이 나는데 우리는 동시에 다 있다! 내재가 즉 초월이고 초월이 내재라 말이여. 그러니까 아주 형이상학metaphysics으로 저 위에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깊은 속에 내재해 있다, 그룬트Grund에 있다. 한국철학은 동시에 있잖아요. 독일이나 불란서의 관념론 철학에 대해서 영미 계통의 경험철학이 서로 분석철학과 실존철학, 생명철학으로 대립하지만 여기에는 하나돼 있잖아요. 이게 대단히 좋은 거죠.

초월설과 내재설 요소가 겸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부여의 영고, 이게 다 뭐냐? 하늘에 제사지내는 경천사상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의식들이다. 경천사상은 이렇게 고대로부터 한민족이 이어온 사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동명왕은 스스로 ‘하늘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이 하늘은 주재적인 하늘(천리가 아님)이고, 만물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인격적 하늘이다. 이 하늘이 나의 조상을 낳고 조상이 아버지를 낳고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것이다. 나의 근원을 찾아가면 조상을 찾아 하늘에까지 닿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하늘을 내 생명의 근원으로 보고자 한 것이다.


경천사상과 인류애
이렇게 우리는 조상숭배를 하고 더 올라가 하늘까지 가닿아야 돼요. 하늘까지 존경해야 돼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요새 와서는 하늘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원래 그렇게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잃어버렸어요. 뿌리를 잃어버렸어요. 공자는 “조상을 숭배하지만 조상이 나온 근원에 대해서 반성하고 알아야 한다. 거기를 추원하고 사모해야 한다. 정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그것이다.” 그랬거든요. 종교문제를 얘기한 거예요. 논어 81편에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갓 쓰고 다니는 유교인들이 하늘 얘기는 안하고 조상 얘기만 하거든요. 또 요새 신앙 가진 사람들이 하늘 얘기는 다 해요. 그런데 조상을 우습게 알아. 절도 안해. 우상이라고 그러죠? 그럼 안돼요. 조상숭배를 통해서 하늘까지, 하늘과 조상을 통해서 나까지 봐야죠. 아버지 존경하는 사람은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할아버지께 효도하는 사람은 사촌간에 우애가 있고, 시조 할아버지한테 효도하는 사람은 일가간에 화목하고, 민족신 단군에게 돌아가면 우리 민족이 화합될 수 있고, 또 단군까지 가면 국수주의밖에 안돼요. 단군은 누가 낳았나? 하늘이 낳았거든요. 하늘까지 가야 돼요. 그래야 사해동포가 되는 거예요, 인류애가 거기서 나온다!

조상을 통해 하늘까지
우리는 각자 자기 조상을 통해서 박씨는 박씨조상, 김씨는 김씨조상, 단군까지 가고, 단군은 또 하늘까지 가고. 중국 사람은 황제를 통해서 하늘로 가고, 일본 사람은 천조대신을 통해서 하늘로 가야죠. 이스라엘 사람은 아브라함을 통해서 하늘로 가야죠. 계통이 달라요. 근본은 하나지만 계열이 다르죠. 꿰일 관(貫) 자, 꿰임이 다르다. 근본에 가면 하나지만 꿰임이 달라요. 본은 하나지만 관(貫)은 다르다고. 그러니까 김씨요, 본관이 뭐요? 어느 계통이요? 해서 묻는 거예요. 자기 계통* 아닌 데로 가면 안돼요. 아, 제 조상의 무덤에다 절하지, 남의 조상 무덤에다 절해요? 선생님한테는 절하죠. 임금도 통치자로서 주권을 받았다고 인정하니까 절하죠. 아버지, 선생님, 임금은 절해야죠. 예수교를 믿어도 자신이 아브라함 자손은 아니다 이말이야. 하나님은 믿죠. 하나님은 우리 하나님이니까. 그걸 똑똑히 알아야 정신이지 그렇지 않으면 패륜이고 패덕이다 그말이야. 이걸 알아야 돼요. 그걸 모르고 말이여. 기독교 믿는다고 단군 모가지 뚝뚝 자르고 다니면 못써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예요. 거기에서 저 하늘까지 가닿아야 되니까 안 닿으면 그건 또 모지란 거지. 앞뒤를 다 알고 얘기해야지, 하나만 알고 얘기하면 못써요.
*근본은 하나지만 나라마다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혈통과 뿌리를 알아야 한다.


동이의 진선미사상


동이의 효사상
그런 점에서 하늘을 공경한다고 하는 것은 더 올라가 하늘까지 닿아야 한다고 보는 난생설화이고 이는 생명의 본질이므로, 씨알이 내 속에 있다는, 영원불변하게 계계승승하여 절단나지 말아야 한다. 절단은 단절이요 끊어지면 안된다. 경천애인사상은 고대로부터 한민족의 특이한 신앙체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광개토대왕의 비문 후단에 보면 조상을 숭배한다. 조왕, 선왕, 이 말이 자꾸 나와요. 그리고 유언을 말하고 그걸 잘 봉행해야 한다는 게 나오는데, 이건 뭐냐? 능묘를 정성껏 수호하는 조상숭배의 효심이 잘 나타나 있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에 있어요. 아시아에서도 한문 문화권에 있지만 이건 중국 게 아니에요. 고대로 올라가면 동이족의 거예요. 효의 대표, 대효(大孝)가 누구냐? 보통은 대효가 안돼요. 대효는 하늘까지 가는 효를 해야 대효인데 이걸 한 사람이 누구냐? 순임금이에요. 순임금밖에 없어요. 언제 사람이에요? 이 양반은 기원전 4337년부터 4287년까지 50년 동안 왕노릇했는데 대효라고요. 그런데 공자가 효를 얘기하지만 공자의 최고 선생님이 바로 순임금이고 요임금이에요. 요임금 순임금을 조술(祖述)이라고 그래요. 할아버지같이 조술한다, 조술요순이라고 해요. 그럼, 공자는 2555년 전인데 천수백년이나 더 앞서 올라가잖아요. 순임금이 시작인데 동이지인(東夷之人)이야. 중국사람이 아니래요. 갑골학에서 증명됐어요.

동이지인이라는 말은 맹자가 했는데, 맹자는 지금부터 한 2400년 전 되는데 4천년 전의 순천(순임금의 이름)이 동이지인이라는 걸 뭘로 증명했냐. 전해 내려오는 걸 갖고 얘기한 건데 중국 고증학자들이 부정했어요. 그런데 1898년부터 3500년 전 갑골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지금 106년 됐네요. 그 이전 사람은 못봤어요. 땅에서 그런 고대유물이 쏟아져서 거북이 등에 써 있는 글자가 나왔는데 3500년전 기록이에요. 거기 순임금이 동이지인이라는 증명을 했다 말이죠. 동이지인은 누구냐? 차이니즈Chinese가 아니란 말이죠. 이스터너Easterner, 동방사람이더라. 고조선, 조선 사람이다 그말이에요. 대효라 했어요. 대효는 순임금이라. 달효(達孝, 사무친 효)는 문왕, 무왕이야. 순임금까지는 못가요. 그러니까 소위 필리얼filial 파이어티piety*란 말이죠. 이 말이 16세기까지 서양 사전에 없대요. 효라는 개념이 없다구요. 동양계가 들어간 후에 로열티royalty라는 말은 나와요. 이게 동방사상이거든요. 한국의 사상이다! 대단히 좋은 거예요. 고급이지, 아주 최고급이지. 그러니까 이런 걸 알면 참 좋은 거예요.
*효(filial piety) 사상은 16세기 이전까지 서양에 없던 동방사상 곧 한국의 사상이다.


진선미와 예약
음악도 최고 잘하는 이가 순임금이에요. 순임금의 음악을 소(韶)라고 해요. 소소구성簫韶九成에 봉황이 내의라. 소의 음악을 들으면 짐승과 새가 날아든다. 공자가 소의 음악을 들었는데 삼월三月을 부지육미不知肉味라, 석달 동안을 고기맛을 잃어버렸대요, 어떻게 좋은지! 진선진미라, 가장 착하고 가장 아름답다. 한 1200년 내려와서 문왕의 음악이 있는데 공자가 그 음악을 들으니까 진미, 아름다워. 그런데 미진선(未眞善)이야. 착하기가 덜하다. 아, 음악 듣고서 착한 거, 아름다운 거, 진선미를 다 구별하니 어떻게 감상했겠어요? 사실 한국의 유학자들은 음악도 몰라요. 예(禮)는 좀 얘기해도 악(樂)을 몰라요. 악을 해야 화목(和睦)하고 하나 되는 거예요. 예는 구별하는 거예요. 너와 내가 한 자리에 앉으면 안되고 너는 올라앉고 너는 내려앉고 이렇게 앉아야 돼요. 그건 구별하는 거지만 악이라는 건 하나 되는 거예요. 화목하게 하나 되는 거. 여러 가지가 하나 될 수 있는 건 음악밖에 없어요. 스포츠도 하나가 이기고 하나가 지죠. 오케스트라 심포니는 각각 다르면서 전체가 하나 되는 거예요. 공자가 음악을 최고로 쳤어요. 그런데 제일 잘하는 이가 누구죠? 순임금이래요. 동이지인 아니에요? 도량형을 제일 먼저 내놓은 이도 바로 순임금이에요. 이 모든 제도, 전부 순임금이에요. 대단해요. 그 철학이 좋아요.

과학과 윤리의 통일


명어서물
명어서물明於庶物하고 서물, 이 세상 물정에 밝아요. 가령 흑도(黑陶), 검은 도자기를 굽는데 아주 얇게 구워요. 그런데 쇳소리가 나고 깨지지도 않아요. 기불고유라, 한 가마를 구우면 찌그러진 그릇이 한 개도 없대요. 요새 명인이라고 하더라도 굽고 나오면 잘못 나온 게 많거든요. 남 볼까 무서워서 그거 깨느라고 정신 없잖아요. 순임금은 한 개도 찌그러진 그릇 없이 아주 질 높은 도자기를 구워요. 그러니까 순임금은 못하는 게 없죠. 우리 장 담아 먹잖아요. 그 발효식품 시작도 순임금이래요. 못하는 게 없어요. 서물庶物에 밝으니 과학적이죠.

찰어인륜
찰어인륜察於人倫이라.* 인간의 내면성에 있어서 허위와 기만이 하나도 없는 윤리성을 성찰한다. 찰어인륜은 내적인 철학이고 명어서물은 외적인 분석철학이죠. 분석철학은 언어분석이다, 논리분석이다 하는 과학철학의 핵심이고, 인간의 윤리성, 생명성, 더 들어가서 실존의 문제로 들어가면 내적인 철학인데 이 둘을 겸했대요. 내외가 겸했다! 어진 마음이 내 속에서 나왔고 정의감이 내 속에서 나왔는데, 내 속에서 나온 원래 본성에 따라서 행동했지, 교조주의로 어떤 원칙을 따라 하지 않았다. 인의를 따라 하지 않았다. 그게 능산적能産的 지식이라 말이에요. 소산적所産的 지식이 아니에요. 그게 누구라구요? 순임금인데 한국, 조선 사람이래요. 점점 놀랄 얘기만 자꾸 쏟아져요.
*순 명어서물 찰어인륜
舜 明於庶物하시며 察於人倫하시니
유인의행 비행인의야
由仁義行이라 非行仁義也시니라. -순임금은 온갖 사물의 이치를 밝히고 인륜의 도리를 지극히 살피셨으니 인의를 따라서 실행한 것이요 인위적으로 인의를 행하는 것이 아니다. _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 下 17장」


갑골학의 증명
갑골학을 제일 먼저 한 사람이 불란서 사람이에요. 중국, 영국, 미국도 해요. 캐나다, 일본도 하는데 한국에는 없어요. 중국 사람이 증명하는 거지 우리가 한 게 아니에요. 중국 사람들은 채도, 붉은 색깔 도자기이고 우리는 흑도예요. 흑도를 쓴 주인공이 동이족이래요. 그런데 지금 흑도가 산동, 발해, 요동반도, 남만주, 서북쪽에서 나오고 한강 유역까지 나와요. 워커힐 건너편에 고대 유적지 암사동 있죠. 거기서도 흑도가 나왔잖아요. 흑도 문화권이라고 그래요. 또 흑도 말고 회도(灰陶)*라는 게 있어요. 회색 도자기죠. 흑도보다 조금 후대인데, 이것도 동이족이 쓰던 유물이래요. 다른 데선 안 썼대요. 구멍 셋 뚫어져 있는 떡시루가 어떻습니까? 회색이죠. 지금도 쓰고 있잖아요. 우리꺼래요. 다른 민족은 없어요. 회도를 연대측정 했는데 8천년이 넘어요. 4300년은 문제도 안되죠. 실제적 증명을 다 하거든요.
*회도(灰陶): 신석기시대로부터 철기시대 초기에 걸쳐 사용된 회색의 토기로 동이족이 만들어 사용함.


일식월식 기록
고대사도 좀 과학적으로 하고 논리적으로 하되 실증돼야 돼요. 왜 그러냐. 갑골에 일식월식이 있거든요. 4천년 전에 일식월식 기록이 있는데 갑골학과 상관없는 현대 과학자들이 중국 안흡에서, 일식월식이 언제 있었나를 도표를 그리면 말이에요. 시간까지 딱 맞아요. 네 번이나 일식 월식이 있었어요. 4300년 전에 있는 일식의 기록이 『서전』에도 있는데 그게 딱 맞잖아요. 과학적이죠. 그때 사실을 기록해 놓은 게 거기에도 나오니까 믿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예전의 사고 가지고는 안됩니다. 이제 달라졌어요. 혁명적이에요. 단군은 오히려 가까운 시대죠. 더 오래된 유물유적이 다 쏟아져 나와요.

세계화와 인류평화


영락사해
광개토대왕 비문 벽두에 동명왕의 통치이념과 사회안정을, 평화를 도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고구려 동명왕은 날 때부터 성덕이 있어서 덕으로서 세상을 통치하라고 아들에게 유언하였다.
그 아들 2세 유류[유리]왕은 아버지의 유언을 계승하여 왕업을 튼튼하게 하였다. 이로부터 17세손(첫째왕에서부터 19대), 호가 영락대왕이다.


광개토대왕의 연호가 영락(永樂)이죠. 영락대왕이라고 불러요. 그 모토가 영락이에요. 영락사해永樂四海*라. 넉 사(四) 자 바다 해(海) 자, 이 세상을 영원한 낙원으로 만든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이 세상을 영원토록 낙원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죠. 이게 세계화지 인류평화고. 그게 광개토대왕의 취지래요. 고구려의 국시거든요.
*영락사해(永樂四海): 영원히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든다는 뜻.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나타난 고주몽 성제의 건국이념.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라고 한 고구려가 개국이념이고 국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은택이 하늘까지 사무치며 불의와 부정의 무리를 위엄과 무력으로 바르게 다스리라고 하였다.
은택恩澤이 흡우황천洽于皇天하고,
위무武威가 유피사해柳被四海라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자한 마음과 정의감으로 사회에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불의를 배제하는 것이 통치이념이며 사회의식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서 국민들이 각자의 처지에 알맞도록 안락하게 하자는 것이다.
서령기업庶寧其業하고, 서라는 건 여러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안녕하고
국부민은國富民殷이라. 나라가 풍부해지고 백성들이 은성하다.
오곡풍성五穀豊熟이라. 경제가 넉넉하다.


경제문제, 사회안정문제, 그리고 각 사람들이 다 자기 직업에 편안하게 잘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다, 그 얘기예요.

지도자의 무용
이러한 한민족의 가치관은 고대로부터 연면하게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가치관이 된다. 한민족이 고대로부터 살아오는 동안에 그 시대마다 생존을 위협하는 상대 대상이 달랐으며 따라서 그 대처하는 방식도 가치관도 변천해왔다. 상고대 한민족의 생활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기근이요, 질병이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과 평화는 있을 수 없다. 고조선 단군조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천상의 환웅은 하강할 때 바람의 신(풍백), 비의 신(우사), 구름의 신(운사)을 거느리고 왔다.


농경사회니까 비오고 바람 불게 하는 건 사람의 마음으로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신의 능력으로 되는데 그런 신을 데리고 왔대요. 그럼 이게 범신론 다신교가 아니냐. 그렇지만 환웅은 하나고 부리는 사람은 기능이 여러 가지다 그말이에요. 일신이면서 범신이죠. 환웅신은 하나고, 풍백 운사 우사는 기능신이니까 여러 가지 기능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그말이에요.

생명을 주관하고 질병을 주관하고 형벌, 선악을 주관한다고 했다. 이것이 고대 상고 농경사회에 들어갔음을 말한 것이다. 이때 신의 기능은 농경사회에서 절대로 필요한 것이 비와 바람인 것이다. 이를 환웅신이 좌우하였다는 내용이다. 비는 사람의 노력으로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는 인간 이상의 능력인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아 흉년 들면 죽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풍년 든다는 것은 최고의 복이요, 흉년 들고 기근이 온다는 것은 최고의 환란이다. 기근과 질병은 고대인의 행복과 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부족간에 싸움이 격렬해서 외적의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그 시기, 도적은 외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도 도적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국가의 권력과 무용이 지도자로서는 절대로 필요했다. 광개토대왕비의 시조 동명왕이 무용을 찬양한 것 등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패망하면 개인이나 가정이나 물론 나라까지도 멸망함으로 전국시대의 가치관은 국토의 방위를 위하여 힘의 단계를 미덕으로 삼았다.


호양부쟁 평화애호
그렇게 온 거죠. 그러나 한국은 남을 공격한 적이 없어요. 공격은 당했어요. 최남선씨 통계로 보면, 한민족이 반만년 살아오는 동안 타민족에게 공격받은 게 2백 수십회래요. 그런데 우리는 한번도 남의 나라를 먼저 공격한 적이 없대요. 남의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멸망한 적은 없고 반드시 반격을 했다. 그게 한국이에요. 한국 사람은 호양부쟁好讓不爭이여. 양보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를 않아. 그게 군자국이여. 중국은 군자란 말은 해도 군자국이라고는 안해요. 왜 그러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군자가 아니거든요. 군자국 사람들은 8,90%가 거의 군자예요 성격이. 그래서 여기를 군자국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한국을 태평국이라고 그랬어요. 「이아」라는 책에 써 있어요.

東至 동지하야, 중국에서 동쪽에 이르면
日所出 일소출, 해가 뜨는 곳이 있는데
爲太平 위태평이라. 태평이라는 나라가 있다. …
太平之人仁 태평지인은 태평국 사람들은 어질다. _『爾雅』(이아)


이아는 13경 속에 있는데 이게 2천년 가까운 거야. 그 기록에 우리 조선에 대해 태평, 크게 평화롭다. 태(太)란 아주 大之大여, 큰 것 중에 제일 큰 거! ‘대+ㅎ=태’ 해가지고 파열음으로 태, 이렇게 크게 평화로운 나라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어질다. 왜 그러냐. 군자국고君子國故야. 군자국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게 써 있어요. 우리는 평화를 애호하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승리를 최고로 삼지 않고 평화를 애호한다. 다른 나라는 승리가 최고죠. 현대는 평화가 아니라 승리, 인간의 생명이 존귀한 게 아니라 재물이 귀한 거죠. 상생하고 서로 돕고 양보하는 게 아니라 상극, 남을 이겨야 된다 그러면 요새말로 투쟁의 원리죠. ‘자유는 투쟁에서 얻은 것이다.’ ‘만인 대 만인은 투쟁의 관계다.’ 토마스 홉스의 이론이죠? 자유는 투쟁에서 얻은 것이다, 투쟁은 발전의 모체다. 테제these와 안티테제antithese가 발전하려면, 즉자(卽自, Ansich)와 대자(對自, Fürsich)가 통합으로 가려면 ‘안 운트 피어 지히An und Für sich’를 가려면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게 헤겔의 변증법이나 마르크스 변증법의 투쟁이죠?

인의를 겸비한 군자국


태평지인의 군자국

동양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지, 투쟁이 아니에요. 상생의 원리가 있고 상극의 원리가 있는데, 상극의 원리는 상생의 원리로 가기 위해서, 정의를 가지고 불의를 미워하지만 그건 정의를 사랑하려고 불의를 미워한 거야. 인이 더 위예요 사랑보다. 우리가 그런 철학이 있다고요. 그래서 태평지인, 여기는 어질고 착한데, 이 태평(太平)이라는 말이 Pacific Ocean, 태평양이 된 거예요. 이게 조선 사람을 가리킨 거예요. 우리나라를 가르킨 거예요. 일본 아니에요. 일본은 그때 문화도 없어요. 나라도 아니에요. 저 고대 양나라 때 고구려 때 보면 고구려 백제 신라는 다 의관衣冠을 입고 있는데, 일본 사람 왔는데 보니까 수건을 두르고 헝겊쪼가리를 감아가지고 왔더라. 그게 대사래요. 일본의 대표가 왔대요. 망측해 볼 수도 없어요. 나라도 아니고 해적단인데 왜라고 해서 일본이란 말도 없었던 때예요. 적어도 문무왕 통일 이후에 가서 일본이란 말을 써요. 시대가 후대로 뚝 떨어지죠. 문제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태평국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존귀히 여기고 서로가 양보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불의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 호양부쟁好讓不爭이여. 동방 사람들은 양보하기 좋아하고 다투지를 않는데, 사이호使二虎로 재방在旁이라. 호랑이 두 마리가 옆에 있대. 군자가 가면 호랑이가 따라간대. 그런데 그 호랑이가 굉장히 순한 호랑이야. 이렇게 웃어. 절에 가면 칠성각이 있잖아요, 대웅전 말고. 거기 가면 하얀 노인이 호랑이 데리고 있는 거 있죠? 그거 우리 꺼예요. 고대 군자국의 상징을 거기다 좀 남긴 거예요. 그 호랑이가 웃고 담배 먹는 호랑이라고. 좋은 호랑이인데 불의가 와봐요. 딱 서거든. 만약에 침공이 오면 여지없어요, 탁! 우리가 침공은 안해요. 사랑으로 대하지만 저기서 불의의 침공을 해온다면 그건 단연코 방어해버린다. 그래서 호랑이가 거기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인자는 필유무비(必有武備)라. 어진 사람은 반드시 의관대검衣冠帶劍이라고, 칼을 찼대요. 그런데 그 칼은 안써요. 불의가 있으면 써요. 먼저 쓰진 않아요 절대로.
*군자국재기북 의관대검 식수 사이대호재방 기인호양부쟁
君子國在其北 衣冠帶劍 食獸 使二大虎在旁 其人好讓不爭
_『山海經』(산해경) 「海外東經」(해외동경)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그들은 의관을 정제히 하고 칼을 차며 짐승을 먹이고 호랑이를 곁에 두고 부리며,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싫어하는 겸허의 덕성이 있다. [그림]


불의에 저항하는 선비기질
한국인의 기질이에요. 그것이 여기에 들어 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우리는 남을 침공 안합니다. 절대로, 좋은 사람은 좋게 대하고 나쁜 사람은 용서 안해요. 한국 사람 속에 그게 있어요. 그 선비기질이 있거든요. 누구라도 다 있어요. 한국 사람 만만히 보면 안돼요. 순한 사람 만만히 보면 안됩니다. 오만한 사람은 만만히 봐도 괜찮아요. 깡패 그 만만히 봐도 괜찮아요. 왜? 큰 깡패 만나면 형님 그러지 별수 있어요? 그러나 선비는 암만 높은 사람이라도 불의가 있으면 저항해요 절대로. 세조가 막 두드려 죽였잖아요. 단종 편에 든 사람 다 죽여요. 생육신 사육신 있잖아요. 그렇지만 절대 굴복 안해요. 죽는데도 굴복안해요. 성삼문 죽일 때 뭐라고 했어요?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얏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 하리라. 성삼문(成三問, 1418~1456)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저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 난 몰라. 불복요의라. 조금만치도 그에게 요구하는 게 없고 드리는 것뿐이다. unconditional, 조건이 없는, 무조건. 그게 제사의 뜻이거든요. 그게 야만이고 미신입니까? 우리가 공부해보면 얼마나 진실한 게 들어 있는지 다 볼 수가 없어요. 참 좋아요. 무릎을 칠 정도야! 그게 우리 전통입니다. 이 사상이 여기 들었는데 과거에 그렇고, 지금도, 이 다음에도, 그것이 세계화의 모토motto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돼요. 내가 최고다. 내가 힘이 있고 경제가 있고 로케트가 강하다? 안돼요. 싱가포르의 도시국가나 미국같이 큰 나라나 일대일이여. 두 개의 권한도 없어요. 안전보장이사회가 거부권이 있다? 그것도 안돼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국제연맹,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국제연합, 조금 발전했지만 그것도 모지래요. 여기서 다시 가지고 가야돼.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세계기구가 더 높고 질높은 기구가 있어야 돼요. 적극적으로 돕는 정신은 아직 유엔에 없어요. 우리나라 사상에서 더 구체적인 게 나올 수 있다고. 세계가 받아갈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요. 봉건군주도 공화체제도, 자유민주주의에서도 공산사회주의체제에서도,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치형태와 방법이 있다. 이건 앞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시간이 너무 많이 가서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