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람을 죽이는 말

[건강]

막말의 악영향


막말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두통, 어지럼증, 불면증, 근육통, 우울증 등 가벼운 증상은 기본이다. 심할 경우 고혈압, 당뇨병, 불임 등 만성질환을 일으킨다. 나쁜 말은 인체의 호르몬에도 영향을 끼친다.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cortisol’1)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는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거나, 만성스트레스가 되면 코르티솔의 혈중농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식욕이 증가하게 되어, 지방의 축적을 가져온다. 또한 혈압이 올라 고혈압의 위험이 증가하며, 근조직의 손상도 야기될 수 있다. 불안과 초조 상태가 이어질 수 있고 체중의 증가와 함께 만성피로, 만성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코르티솔은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임파구의 수를 감소시켜 인체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폭언으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등도 코르티솔이 필요 이상으로 분비돼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을 지병持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막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막말에 노출되면 코르티솔이 분비돼 혈당과 혈압 수치가 급격히 오르는 등 격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뇌중풍과 심근경색 등이 한꺼번에 올 수 있다. 말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1) 코르티솔은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된다. 외부의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에 맞서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분비되어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이는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분노의 침전물 실험 미국의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엘마 게이츠는 사람들이 말할 때 나오는 미세한 침의 파편을 모아 그 침전물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평상시엔 무색이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땐 분홍색, 화를 내거나 욕할 땐 짙은 갈색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건 갈색 침전물을 실험용 흰쥐에게 투여했더니 금방 죽었다. 말 그대로 독설인 셈. 이에 게이츠 교수는 이 갈색 침전물에 ‘분노의 침전물’이란 이름을 붙였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 고사성어故事成語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아이에게 상처되는 말


성인들에 비해 감정이 예민한 아이들은 나쁜 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유년기에 가정에서 언어폭력을 경험하면 우울증과 지능지수 감소, 정신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버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은 어린 시절 또래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18~25세의 성인 63명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2010년 미국 정신건강 의학지에 발표했다. 현재의 불안함, 우울증, 적대감, 정신분열, 약물 남용 등의 증상이 과거 언어폭력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들여다봤다. 성폭력을 당한 아동들에게서 얻어지는 결과와 유사한 이미지가 보였다. 이들의 뇌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들보(뇌량)와 감정,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위축되어 있었다. 이 경우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언어학자들은 보통 생후 18개월을 전후해 부모의 언어습관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고도흥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교수는 “생후 18개월은 ‘언어가 폭발하는 시기’로 본격적인 언어 인지능력을 갖게 된다”면서 “영유아기에 듣는 부모의 공격적인 언어는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지만 정작 말을 한 부모는 이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