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외

[새책맛보기]
2021년의 마지막 달이다. 이맘때면 누구나 인생과 시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내용의 책들로 골라 보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 | 이민아 옮김 |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396쪽

두 명의 진화인류학자가 밝힌 인류 진화의 비밀에 대해 살펴본다. 습관이라, 재미로, 단지 마음에 안 들어서, 이기기 위해,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혐오가 일상이다. 하지만 우리 피에는 다정함이 있다. 저자들은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고 말하는 한편, 친화력의 이면에 있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인간화 경향도 포착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 또한 교류와 협력이 기반이 된 친화력이다. 우리 종은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어느 장례지도사가 말해 주는 죽음과 삶에 관한 모든 것
강봉희 지음 | 사이드웨이 | 220쪽

죽음에 대한 공포는 모든 생물의 숙명이다. 그 공포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생물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뀌어 가게 된다. 이 책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죽은 이들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어느 장례지도사의 기록이다. 페이지마다 가득한 죽음의 이야기들은 마치 좌우가 반대로 보이는 거울처럼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금 더 따뜻하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저자는 오늘도 죽은 이들의 시신을 염습하고, 장례식장과 화장장과 납골당을 오가면서 그들의 한 많은 넋을 기린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오래도록 죽은 이들의 마지막을 목격했던 그가 들려주는 죽음과 장례의 의미, 삶과 인간에 관한 길고 긴 성찰의 궤적이다.

우주는 계속되지 않는다
천체물리학자가 바라본 우주의 종말
케이티 맥 지음 | 하인해 옮김 | 까치 | 264쪽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와 더불어 세상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질문이다. 이 중에서 우리는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밀도가 극도로 높은 특이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리고 이런 질문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저자 케이티 맥은 우주론적 관점에서 이 질문의 답을 탐색한다. 그는 우주가 과연 어떻게 종말을 맞을 것인지를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추려서 제시한다. 우주와 그 끝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고, 그것의 의미를 파헤치다 보면, 우리는 중요한 이론적 개념들을 터득하게 됨과 동시에 그 개념들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316쪽
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서울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이너, 이탈리아 정부 명예기사 작위 수여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향해 가는 유튜버. 이러한 경력을 지닌 밀라논나 장명숙(이하 밀라논나)을 지칭하는 수식어를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어른’이다. 포용력을 갖춘 어른, 무해한 영감을 주는 어른, 성공보다 성장을 권유하는 어른, 우리가 닮고 싶은 그런 어른 말이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완고한 고집보다 유연한 소신을 가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다. 인생의 후반전을 경쾌하게 보내고 싶은 중장년들,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괜찮은 내일을 소망하는 모든 이에게 밀라논나는 위안과 희망의 언어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