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으로 더 강력해진 K­소프트파워

[지구촌개벽뉴스]

▶ 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 게임>
▶ 거침없는 K드라마, 전 세계가 한韓며들었다
▶ 드라마 속에서 녹여진, 한국의 정서



전 세계는 <오징어 게임> 열풍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콘텐츠로 등극했다. 10월 12일(현지 시간) CNN은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이 역대 흥행작 1위에 등극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은 공개 28일 만에 8,200만 계정의 선택을 받은 <브리저튼>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 1위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데 걸린 기간도 역대 최단 기록으로 남았다. 공개 25일 만에 <브리저튼>을 제치면서다. 또한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 83개국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은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프랑스 파리에서 오징어 게임 체험관을 임시 개장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체험관에는 임시 운영 기간(10월 2일~3일)인 이틀 동안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수백 미터 긴 줄은 이틀 내내 이어졌고, 새치기 때문에 몸싸움까지 일어나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품에 등장한 달고나 만들기 세트나 황금색 옛날 도시락 통은 높은 가격에 유명 해외 온라인 몰인 이베이나 아마존 등에서 팔리고 있다.

패러디 또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10월 17일 미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배우 라미 말렉(40)이 참여해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고, 이 외에도 터키, 필리핀, 호주, 페루 등 세계 각국에서 <오징어 게임>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서바이벌 게임에 장착된 ‘휴머니즘’


이전에도 <겨울연가>,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아시아 등지에서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고, 얼마 전에는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킹덤>이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가장 인기 장르이면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서바이벌 데스 게임’을 기본 축으로 한다. 거기에 더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절히 녹여 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정서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설정이 곳곳에 있다.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扮)은 구조 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한다. 그런 그를 책임지는 것은 당뇨로 고생하는 노모다. 그렇지만 기훈은 노모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뛰어들었고, 목숨이 걸린 게임에서 홀로 버려진 노인(일남)을 자청해 떠맡는다. 효孝와 노인 배려라는 한국적 정서가 강한 캐릭터다. 기훈과 협력·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상우(박해수 분)나 북한에 남은 어머니를 탈북시키고 동생과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새벽(정호연 분)도 마찬가지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다양한 인생 군상을 통해 휴머니즘을 장착한 것은 매우 한국적인 코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미국에서 서바이벌 데스 게임 장르는 인기가 있지만, 효孝를 부각한다든지 휴머니즘 같은 개념이 없다. 그저 단순한 오락물이고, 사이코패스에 맞서 자신의 이익이나 생존을 위해 싸울 뿐이다. 서구인에겐 <오징어 게임> 캐릭터들의 정서가 색다르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성비와 콘텐츠로 주목받는 한국형 드라마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회당 제작비가 95억 원이고 <더 크라운>은 119억 원이라고 한다. 또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시리즈 <완다 비전>, <더 팰컨> 등은 회당 제작비가 무려 296억 원에 달하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만달로리안>의 회당 제작비도 178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비교 분석을 통해 미국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투자 대비 성과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에 주목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중 미국 시리즈물에 비해 적은 제작비인 2,140만 달러(254억 원)를 투자해 40배 넘는 금액인 약 9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한국형 드라마가 줄줄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인기 톱10 순위에는 한국 드라마가 4편이나 올랐다. 1위는 <오징어 게임>이 여전히 롱런long-run을 유지했고 3위 <마이네임>, 7위 <갯마을 차차차>, 10위 <연모> 등의 순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한국형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두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화적 특수성이 반영된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가 글로벌 OTT(Over The Top :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가 11월 12일 국내 OTT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디즈니플러스는 자사의 핵심 브랜드(디즈니, 픽사, 마블 등)와 영화, TV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형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스튜디오앤뉴와 5년간 콘텐츠 계약을 했고, 강다니엘 주연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나 서강준·김아중 주연의 오리지널 콘텐츠 <그리드>, 유명 웹툰이 원작인 <무빙>의 콘텐츠화도 계획 중이다.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한국 문화 산업


김구 선생의 바람처럼 어느덧 우리 문화는 드라마, 음악, 영화 등등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당당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BTS와 <기생충>, <미나리>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넷플릭스를 통한 <오징어 게임>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콘텐츠 수출 규모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히는 화장품, 가전, 농산물의 규모를 넘어섰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콘텐츠 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108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의 농산물과 화장품 수출 규모는 각각 90억 달러와 76억 달러였으며, 가전은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9,920억 달러)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출판물의 해외 확산에 의한 파생 효과와 잠재력은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

미국 유명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의 혜택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며, 세계화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방대한 시장을 열어 줌과 동시에 미국 콘텐츠의 국내 시장 독점을 더 이상 불가하게 한다.”고 전했다. 콘텐츠 소비의 온라인 전환과 세계화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류 침투가 용이해짐에 따라 한국 콘텐츠가 시장에서 보여 줄 활약이 기대된다. 꾸준히 역량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경쟁력을 갖추고 이러한 인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