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B다시보기 | 역사대담 - 8회 한일 역사 화해의 길(2)

[STB하이라이트]

사회자: 김철수 중원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
대담자: 남창희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역사문제를 넘어 경제보복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한일갈등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 역사의 참모습을 탐구하는 역사대담에서는 한일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찾아봅니다. [본지 2020년 7월호부터 계속]


Q 김철수 교수: 교수님, 고려인들은 자신들이 고구려계임을 당당하게 내세웠는데요. 서희 장군도 담판을 할 때 고구려의 후예였다는 것을 얘기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고구려의 후예임을 드러냈던 사례들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남창희 교수: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쓰면서 대외 의존 심리를 심어놓았던 문제는 국통맥의 왜곡과 더불어 역사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우리 문화 강역을 축소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이나 우리 고대 사서를 보면 고구려나 고려는 사실 거의 같은 의미로 써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고려라는 나라는 고구려의 후예로 인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려사에 보면 명확하게 나옵니다. 고려는 고구려의 서쪽 땅은 회복하지 못했지만 동쪽 땅은 좀 더 늘었다고 해서, 고려는 고구려의 영토를 기반으로 성립된 왕조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후대 일본 학자들의 왜곡으로, 현재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는 고려의 영토는 많은 부분에서 잘못되어 있습니다. 진실을 아시게 되면 국민들이 깜짝 놀라실 겁니다. 기존의 고려 영토에 대한 인식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꼭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년 전에 국회 동북아역사특위라는 국회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든 공식 기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동북아역사재단에 역사 대응을 맡겼더니 신통치 않아 제대로 할 수 있는 학자들에게 맡겨보자는 취지로, 감사하게도 저희 인하대학교에 대형 프로젝트를 맡겨 주었습니다. 복기대 교수님이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셨고 5명의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프로젝트 명이 ‘ 『조선사』 번역, 정밀해제 연구’입니다.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서 편찬한 역사서가 『조선사』입니다. 이 『조선사』가 일본어로 쓰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에도 이것을 여태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해보니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 사실은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역사의 상당 부분이 일본 사람들의 붓끝에 의해서 가려지고 왜곡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국회의원들과 교육청에 보고했더니 믿을 수가 없다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중에 한 대목이 고려 국경에 대한 부분입니다. 고려의 신의주에서 원산으로 이어지는 국경은 우리 역사에는 전혀 없는 역사입니다. 오로지 일본 학자들이 만든 것입니다. ‘쓰다 쏘키치’와 같은 일본 역사학자들이 1913년에 조직된 조선사편수회 활동 기간 내내 끊임없이 자료 조작을 해서 만들어낸 창조 학설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진실인 것으로 믿고 불쌍한 아이들에게 계속 가르쳐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를 했는데 애석하게도 학계도 너무 충격을 받아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겠습니까. 해방하고 80년 가까이 지나왔는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소중한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을 ‘정체된 민족, 무능한 민족, 자립 의식이 없는 민족’이라고 폄하해서 만든 학설을 지금까지 가르쳐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이 부분이 앞으로 학계에서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 역시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지으면서 만들어진 사대모화사상에 의해 파생된 문제라고 봅니다.

Q 김철수 교수: 교수님의 고려 국경에 대한 말씀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기존에 배워서 알고 있었던 고려의 국경과는 완전히 다른, 고구려의 영역을 거의 포함하고 있는 국경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A 남창희 교수: 제가 말씀드린 모든 연구의 중심에 복기대 교수님이 계십니다. 복기대 교수님의 학설이 기존 사학계와는 정면 충돌을 해서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사단법인 대한사랑에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전국을 돌면서 사진, 지도, 사료들을 모두 하나씩 밝혀가면서 누가 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년부터 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의를 진행했더니 전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후세들에게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업이지 않습니까. 플라톤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정의다’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들이 사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들과 소통을 해오는 과정에서 흥미롭게 듣는 몇 가지 대목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고려의 국경 검증 자료가 우리 사료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25사의 수백 가지 기록을 가지고 검증을 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이란 기록으로 검증을 했다는 점입니다. 『고려도경』에 보면 “고려는 서쪽으로는 요수(요동반도 서쪽의 요하)에 국경을 두고 있으며, 요하 동쪽이 바로 고려 땅이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너무도 명백한 자료들인데 기존에 연구하시는 학자들에게 이런 자료를 보여드리면 눈이 먼 것처럼 모른 체합니다.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요동반도 동쪽에는 거란의 전탑인 요탑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요탑이 없다는 것은 거란족이 살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데요. 이런 고고학적 자료들을 보여드렸을 때 강의를 듣는 분들이 재미있어하셨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고고학자들은 인하대의 학설을 지지하고 국제학술대회를 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서 고려 성터가 발견이 되었는데, 한국의 학계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이 고려와는 연관이 없다고 하고 또 한국의 교과서에는 고려의 땅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의아했는데, 인하대의 고고학팀의 연구 결과를 보니 러시아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강의 때 해드리면 박수를 치고 너무 좋아해주십니다.

또 현재 국립박물관에도 전시되고 있고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고려가 신의주부터 원산까지 국경으로 해서 천리장성을 그려놓았는데요 이것은 잘못된 국경이라는 점입니다. 이 신의주부터 원산까지는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있는 지형으로 애초에 천리장성을 쌓을 필요도 없고 기마족인 거란족이나 여진족을 대상으로 성을 쌓을 필요가 없는 지역입니다. 더욱이 이곳에는 천리장성과 관련된 유적지에 대한 기록이 사진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들을 역사의 진실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의주-원산을 고려 국경으로 해서 제시된 천리장성은 일제가 만든 가공의 산물이라고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를 더 말씀을 드리면 이성계 장군이 최영 장군의 명을 받고 요동 정벌을 나가지 않습니까. 명나라의 철령위 설치로 인한 갈등으로 요동 정벌을 가게 된 것인데요. 이 철령위가 설치된 곳이 지금 교과서에는 원산과 금강산 사이 어디쯤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데리고 이 철령위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 요령성으로 답사를 갔었는데요 실제 중국 요령성에 철령시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철령시 박물관이 있는데요, 이 박물관의 기록을 보면 고려 말에 고려와 거란이 이곳에서 치열하게 싸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철령이라는 곳이 예전부터 전쟁을 많이 했던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명나라가 탐을 내서 철령위를 세웠고 이것을 뺏기면 고려의 손해가 크기 때문에 이성계로 하여금 요동 정벌을 시키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철령의 위치를 엉뚱하게 금강산 어디쯤에 명나라의 군사 시설이 있다고 아직도 표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국민들과 소통해서 고려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삼국사기에 묻어 있는 사대모화사상을 걷어내는 역사복원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국민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혀나가면 한일관계의 악순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김철수 교수: 교수님의 말씀대로 여러 노력들이 이뤄져서 교과서까지 수정되는 날이 오길 저도 고대하겠습니다. 일본이 고려의 국경을 왜 신의주와 원산까지로 한정을 지으려고 했던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남창희 교수: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일본이 고려의 국경을 왜곡해서 만주 지역을 제외하고 한반도로 축소시킨 것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당시 일본은 한반도를 점령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습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고 겨우 열강들로부터 한반도의 지배권을 인정받았거든요. 그런데 1907년 이후로 만주에서 독립군의 활동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좌진 장군과 홍범도 장군이 있는데요. 이분들은 독립군이면서 민족사학이셨던 분들입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반도라도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는 만선사관이라는 새로운 사관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선사관은 만주에 대한 우리 한반도의 종속적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대륙 침략의 발판을 마련한 식민사관을 말합니다. 이런 식민사관의 배후에는 만주국을 세워서 만주를 식민 지배를 하려고 했던 관동군 사령부가 있고, 또 이 관동군 사령부의 배후에는 일본군 참모본부가 있습니다. 결국 모든 역사 왜곡의 뿌리는 일본군 참모본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일본이 만선사관을 만든 이유는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식민통치 논리의 연장선이었고요 그리고 고대사에서 일본이 우리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가공의 역사인 임나일본부설에 꿰맞추기 위해 한반도라는 한정된 곳에 우리 역사를 가두었던 것입니다. 즉 임나일본부설에 어울리지 않는 고려의 영토가 만주 지역을 포함했다는 사실을 지우고 싶었던 것입니다. 일본 파시즘의 본부이자 식민사관의 배후였던 일본 군부가 만든 학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끔찍하지 않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이렇게 밝혀진 역사의 진실을 100% 인정하기 어려워서 전면적인 내용 교체가 어렵다면, 과도기 동안만이라도 교과서에 병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김철수 교수: 역사왜곡의 이면에는 일본군 참모부가 있다는 놀라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도 일본에 잠깐 있었을 때 도서관에 가면 일본에서는 만주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었다는 것과 한반도를 일본을 위협하는 팔뚝 모양으로 형상화해서 그려놓고 적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삽화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일 화해의 길은 한국과 일본이 굴절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있다고 말씀해주고 계신데요, 전체적으로 마무리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남창희 교수: 저는 국제관계 연구자이기 때문에 동북아 정세와 세계정세 속에서의 한일관계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국제정세의 중점은 미중관계입니다. 미중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덩달아 잘 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현상 타파 세력으로 돌변해서 위협적인 강대국이 되는 것은 모든 아시아 국가들에게 불편한 미래가 될 것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현실적이고 현 단계에서 가용할 수 있는 안보 자산은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있고 일본과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우호관계 그리고 한국과 주변국과의 파트너십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로에 선 중국이 위험한 현상 타파의 길로 가지 않고 이해상관자라고 하는 지역협력자로서의 관계로 가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안정적인 관계로 유도하는 한미일 협력을 가동해야 된다고 봅니다. 또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경제원조의 수단으로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중심축인 한일관계가 중요한데요, 한일관계가 현재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한미일 관계가 마비가 되고 있습니다.

만일 한미일 협력 체제가 무너지면 중국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게 되고 이렇게 되면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한미일 삼국대전에 우리 한국이 말려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북한과의 남북전쟁까지도 발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불행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대 역사로부터 비롯된 한일관계의 파국을 피하는 방안으로 ‘역사 화해’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역사 화해가 평화로 바로 직결되진 않겠지만 동북아 평화에 촉매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역사를 연구하는 분들이 고대사의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과정은 단순히 역사를 바꾸는 작업이 아닌 남북평화와 동북아 평화로 이어지는 경제적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문화자산이라는 것을 인식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고대사의 문제는 단순한 역사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라는 것을 국제관계 연구자로서 강조하고 또 경고하고 싶습니다.

김철수 교수: 지금까지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 융합고고학과의 남창희 교수님을 모시고 한일 화해의 길을 모색해 보았는데요. 한일 화해의 길과 동북아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길은 왜곡된 고대사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데 있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하루 속히 고대의 참모습이 드러나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중국까지 화해의 길에 동참하길 기대하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